조나단선교사/성경 순례여행

초대 교회 성도들의 은신처, 데린구유

은바리라이프 2015. 4. 6. 15:45

초대 교회 성도들의 은신처, 데린구유
성지 순례(바울 여정) 4 - 데린구유
입력 : 2010년 10월 15일 (금) 08:50:38 [조회수 : 343]김학현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카파도키아에 이르러 처음으로 들른 곳은 바로 데린구유다. '데린구유'란 말은 '깊은 우물'이란 뜻으로 지하 동굴 도시를 말한다. 로마에 갔을 때 기독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초대 교회 성도들이 죽기까지 머물며 신앙을 지켰다는 지하 동굴 도시 카타콤베를 본 적이 있다. 그런 도시가 터키에도 있었다. 

카파도키아에는 이런 동굴 도시가 400여 곳이나 산재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데린구유인 것이다. 카파도키아 지역은 응회암과 용암층으로 되어 있어 동굴을 파고 생활하는 것이 가능했다. 낮의 찌는 듯한 더위와 짐승들의 습격을 피하여 지하로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되었다. 

  
 
 ▲ 데린구유- 수로 ⓒ 김학현 
 
로마에서도 초대 교회 성도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얼마나 처절했는가를 느끼며 마음 깊은 곳에서의 자성을 가슴에 안은 적이 있다. 형태는 똑같은 것 같았다. 데린구유는 1960년대 마을의 닭 한 마리가 작은 구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앉아 주민이 당국에 신고하면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1965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으나 실제로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은 총 면적의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데린구유 외에도 오즈크낙, 카이막클리 등이 유명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좁다란 통로들 사이로 광장이며 교회며 나름대로 삶의 모든 공간이 있다. 환기 시설을 먼저 관람하고 나서 굴 입구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지하에 동굴을 파고 생활하면서 환기 시설이나 우물 등 모든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주거 공간이었다. 

데린구유 지하 도시는 깊이가 총 55m에 달하는 8층으로 이루어졌으며 1층과 2층에는 마구간과 포도주 압착기, 돌로 만든 두 개의 긴 탁자가 놓여 있는 식당 혹은 학교가 있고 3, 4층에는 거주지와 교회, 병기고, 터널이 있다. 십자가 모양으로 파 놓은 교회, 지하 감옥 및 묘지는 지하층에 위치해 있다. 

최대 3만 명까지도 수용이 가능한 대규모 지하 도시라고 하는데, 형성 시기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히타이트 시대였을 것이라고 어림하고 있다. 본격적인 확장기는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학교와 교회, 와인 저장고 등을 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작은 규모의 마을부터 거대한 도시에 이르기까지 총 40여 개에 이르는 거주지가 발굴되었다. 

  
 
 ▲ 밖에서 본 데린구유의 환기 구멍 ⓒ 김학현 
 


  
 
 ▲ 안에서 위로 올려다 본 환기 구멍 ⓒ 김학현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뜨거운 햇빛 아래로 장사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큰 물건은 카펫에서부터 돌로 깎아 만든 장식품 같은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내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하나같이 그들의 피부는 검게 그을어 있고 마냥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뭐 그리 행복한 것인지. 그들의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보며 '형제의 나라'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왠지 우리 집 옆에서 사시는 그 어떤 아저씨, 꼬마들이 떠올랐다. 

얼핏 보기에는 무너져 버린 집 같은 데에 카펫을 걸어 놓고 내쳐가는 우리 일행을 향하여 밝은 미소를 건넨다. 한가함이 여유를 부리는 휘휘한 동네에서 몇몇 사람들만이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모양이어서 이곳이 그들이 사는 곳인지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일찍부터 온 것인지 헤아리기 힘들었다. 

벌써 시간은 1시를 훌쩍 넘겼는데 점심 먹을 생각을 안 한다. 무엇을 줘도 맛이 꿀맛일 텐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알맞게 입을 연다. "자, 이제 점심 식사 하시러 이동합니다." 그 말이 얼마나 반갑던지, 항아리케밥이 메뉴고 식당 역시 동굴 식당이라고 했다. 잠시 우리의 애마를 타고 가 머문 곳은 정말 동굴 앞이었다. 

  
 
 ▲ 데린구유의 교회 모습 ⓒ 김학현 
 
1시 30분이 돼서야 나온 항아리케밥, 기름기 때문에 느글느글하긴 하지만 워낙에 안 가리는 먹성이라 맞갖게 먹어 줬다(?). 옆 자리의 사모님께서 내미는 고추장을 버무리니 고추장 쇠고기 덮밥(?) 바로 그런 맛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벌써 배탈이 난 일행들도 잘도 먹는다. 

배가 드레지니 만사가 일쩝다. 그러나 가이드는 또 박차를 가한다. "자, 이제 카파도키아를 제대로 구경할 차롑니다. 파샤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가이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두들 '아그그' 소리를 내며 무릎을 일으킨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들 하는지, 그것도 돈을 듬뿍 주고. 하하하. 

김학현 / 연서교회 목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