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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기 겁난다”… 불안에 떠는 엄마들

은바리라이프 2012. 9. 3. 09:18


“딸 키우기 겁난다”… 불안에 떠는 엄마들

경향신문 | 이성희 기자 | 입력 2012.09.03 00:11 | 수정 2012.09.03 03:38

여섯 살짜리 딸 쌍둥이를 키우는 전모씨(31·여)는 최근 여성가족부 사이트에서 '아동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다운받아 꼼꼼히 읽고 있다. 아이들에게 누군가 몸을 만지려고 하거나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려 할 때는 "싫어요"라고 말하라고 가르쳤다. 전씨는 아이가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유치원을 다닐 때도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전씨는 "요즘 같아선 딸 키우기 겁난다"고 말했다.

최근 성폭행 범죄가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까지로도 확산되면서 딸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8세 여아를 무참하게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이후 10세 여아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통영 한아름양 사건', 7세 여아를 이불째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접한 부모들에게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우리 아이도 안전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세 살짜리 딸을 키우는 백모씨(30)는 "동네가 주택가인데 아이 웃음소리나 울음소리가 밖으로 샐까봐 창문까지 닫고 지낸다"며 "엄마들끼리는 '자는 애도 다시 보고, 잠긴 문도 다시 보고, 이웃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자'는 말을 한다. 모든 게 무섭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나 유치원, 아파트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는 부모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초등학교 3학년생 딸을 둔 박모씨(35)는 "하도 불안해서 차로 아이를 등하교시키고 있다"며 "학교 주변에 아이를 기다리는 차들이 많아졌다. 나처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더 이상 엄마들이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육아 전문 커뮤니티에는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분노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조두순이 징역 12년형을 받은 것을 비판하며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주부들이 많이 가입한 요리전문 사이트 '82쿡닷컴'은 2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성범죄자 사형 집행과 강력범죄 처벌 촉구' 집회를 열고 "대한민국에서 일몰 후 안전하게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누리꾼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자신을 네 살 딸아이를 둔 평범한 시민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포털 다음 아고라에 10만명 서명을 목표로 아동 성폭행범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을 제안했다.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인 '발자국'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아이 양말에 쓴 "밟지 마세요! 지켜주세요!"라는 구호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온라인 시위와 함께 가해자의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