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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여아 이불째 납치 나주 성폭행범 검거 그후 “무서워서 딸 못 키워” 국민들 ‘멘붕’ 상태

은바리라이프 2012. 9. 3. 09:25


7세 여아 이불째 납치 나주 성폭행범 검거 그후

“무서워서 딸 못 키워” 국민들 ‘멘붕’ 상태일요신문 | 박민정 기자 | 입력 2012.09.03 04:23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연이어 발생한 묻지마 범죄의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 나주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이웃 청년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한 것.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은 이를 두고 '제2의 조두순 사건'이라 불렀다.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시에서 등교하던 8세 여아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사건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피해자는 심각한 중상을 입고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는데 이번 사건의 피해 여학생 역시 대장이 파열되고 주요 부위에 손상을 입었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따라가 봤다.

지난 8월 30일 새벽 전남 나주 영산동의 한 상가 1층, 초등학교 1학년 A 양(7)이 가족과 함께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분식집을 개조해 만든 가정집은 거실과 안방, 주방으로 나뉘었다. A 양이 잠들어 있던 거실은 창문을 통해 외부에서도 쉽게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또한 바깥과 거실을 연결하는 여닫이문은 평소처럼 잠그지 않은 상태라 외부인의 침입에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와 4남매 등 총 6명이 안방과 거실에서 자고 있었기에 누구도 납치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A 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어머니 B 씨(37)였으나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9일 오후 11시까지 드라마를 본 뒤 아이들이 잠든 사실을 확인한 B 씨는 집을 나섰다. 컴퓨터 게임을 하기 위해 인근 PC방을 찾은 것인데 집안에 A 양의 아버지가 있었기에 별다른 걱정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2시간 정도 게임을 즐긴 B 씨가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다음날 오전 2시 20분경. B 씨는 신고 직후 경찰조사에서 "집에 들어왔을 때 딸이 거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쪽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오전 3시경 막내가 오줌을 싼 것 같아 눈을 떴는데 이때 딸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는 줄 알고 다시 잠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B 씨는 방 가장 안쪽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나 날이 밝아도 A 양은 보이지 않았다. B 씨는 딸을 찾기 위해 남편과 함께 집 부근을 30분 정도 헤맸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제야 A 양의 부모는 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A 양이 덮고 자던 이불도 감쪽같이 없어졌음을 발견했다. 딸의 납치가 확실시되자 B 씨는 오전 7시경 경찰에 신고했고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16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마침내 이날 오후 12시 55분경 나주 영산강 강변도로에서 A 양을 발견했다. 그곳은 A 양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m에 불과해 평소 같으면 한달음에 달려올 수 있는 위치였다.

하지만 A 양은 성폭행을 당한 충격과 공포, 부상으로 인해 범인이 자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몇 걸음 못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알몸상태로 비에 젖은 이불만이 A 양의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A 양의 몸에는 피의자 정액으로 추정되는 체액이 발견됐으며 인근에서 A 양이 입고 있던 원피스와 팬티도 함께 발견돼 끔찍했던 사건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얼굴에 멍이 들고 대장 파열 및 주요부위가 5㎝가량 찢어진 A 양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해 응급수술을 받고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병원으로 이송된 A 양은 경찰에게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얼굴을 모르는 아저씨가 나를 이불째 안고 걷고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아저씨 살려주세요. 왜 그러세요'라고 애원했더니 그 사람이 '삼촌이니까 괜찮다. 같이 가자'며 끌고 가서 성폭행했다"고 진술했다.

A 양이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는 범인 검거에 집중됐다. 한때 30대 중국인 남성 C 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C 씨는 한국어가 서툴렀고 통역사까지 동원돼 조사를 벌였지만 단순 불법체류자였을 뿐 성폭행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듯 보였던 수사는 곧바로 다른 용의자에 집중됐다. 바로 B 씨와 친분이 있었던 고 아무개 씨(24). 고 씨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순천을 기반으로 건설 일용직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일거리가 없자 고 씨는 동생과 함께 A 양의 집과 200~300m 떨어진 친척집에 머무르며 생활했다.

사건 당일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던 고 씨는 자정이 넘어 동생과 함께 집을 나섰고 B 씨가 먼저 와 있던 인근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다. 평소 PC방에서 자주 마주쳐 B 씨와 친분이 있었던 고 씨는 "아이들은 잘 있느냐"며 안부를 건네기도 했다. 이후 게임을 즐기던 고 씨는 "매형과 한잔 더 해야겠다"며 오전 1시 15분께 자리를 떴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A 양 이웃주민의 제보에 의해 고 씨가 A 양의 가정환경과 집안구조를 잘 안다는 점과 사건 발생 직후 잠적한 사실을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잠복을 통해 고 씨를 추적하던 경찰은 31일 오후 1시 20분께 전남 풍덕동의 한 PC방에서 그를 붙잡았다. 고 씨는 경찰서로 이송되는 도중에 "술을 먹고 정신이 없었다. 술김에 그랬다"며 범행 일체를 시인했으나 여전히 동기에 대해선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범행시점에 대해 고 씨와 B 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이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B 씨가 한창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본 뒤 고 씨 혼자 PC방을 빠져나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시간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건발생 직후 B 씨가 경찰에 진술했던 범행 시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은 B 씨의 진술을 토대로 30일 오전 2시 30분부터 3시 사이에 A 양이 납치됐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경찰은 "돌연 B 씨가 집으로 돌아왔을 당시 A 양을 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어떠한 이유로 진술을 번복한 것인지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범죄 전과가 없는 고 씨(절도 전과 1범)가 대범하게 집으로 들어가 A 양을 납치한 점, 아무리 잠이 들었다지만 아무도 고 씨의 침입 여부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 등은 의문점으로 남아 경찰의 추가 조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