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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서… 런던서… 탐욕 겨냥한 분노의 함성 일제히 폭발

은바리라이프 2011. 11. 3. 16:16


뉴욕서… 런던서… 탐욕 겨냥한 분노의 함성 일제히 폭발
매일경제|
입력 2011.10.16 19:31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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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7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며 미국 맨해튼에서 처음 시작한 월가 시위가 특별한 주도세력도 없이 한 달 만에 전 세계 82개국 1500개 도시로 확산됐다. 1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성난 군중 20만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공공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 시위를 벌였다. 브뤼셀에서는 덱시아 은행 본점에 진입한 여성 시위자의 얼굴을 경찰이 발로 걷어차 경찰이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과 런던의증권거래소 앞, 시드니의 호주중앙은행 앞 등 각국 대도시의 금융 중심지에 몰려든 시위대는 이날 한목소리로 '빈부 격차와 은행의 탐욕'을 비난했다.

이날 전 세계 82개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시위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분에 규합된 행사였다.

온라인 사이트 '함께 점령하라(Occupy Together)'는 이날을 '전 세계 시위의 날'로 정하고 캐나다 호주 유럽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유도했다. 결국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는 한국은 물론 대만 뉴질랜드 등에서도 열렸다. 독일 벨기에 등 유럽, 아프리카(남아공화국), 남미(브라질)에서도 시위가 펼쳐졌다.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는 6000명의 시위대가 맨해튼 남부에서 올라와 이곳을 찾은 전 세계 관광객들을 상대로 자신들 요구사항을 알렸다.

앞서 14일부터 미국 각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수십 명이 체포되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이날 아침 콜로라도주 덴버시에서는 주 방위군이 시위대 캠프에 진압작전을 개시해 텐트를 철거하고 시위대를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20여 명이 체포됐다.

뉴욕에서는 주코티 공원 청소를 위해 시위대가 퇴거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가 취소된 뒤 시위대가 경찰에 물병을 던졌다가 14명이 체포됐다. 시애틀에서도 공원 내 텐트를 철거하려는 경찰에 시위대가 맞서면서 10명이 체포됐다.

뉴욕의 시위대는 은행의 탐욕에 항의하기 위해 JP모건체이스와 씨티은행 등에 진입했다가 무단 침입죄로 수십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대 교수는 이번 시위에 대해 "소득이 줄어든 사람들은 더욱더 희망을 잃게 되고 그만큼 소득재분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지역은 시위 규모와 양상이 더욱 격렬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는 20만명의 시위대가 행진하며 국방부 청사 별관과 도로변에 세워진 차량에 불을 질렀다. 도로변 은행 점포마다 돌을 던져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아 진압에 나서며 최소한 70명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벨기에 경찰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물의를 빚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있는 브뤼셀에는 이날 유럽 각지에서 6000여 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이 중 일부가 최근 구제금융 지원을 받게 된 덱시아 은행 본사로 진입해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바로 시위대를 밖으로 내몰면서 팔 등을 뒤로 꺾어 수갑을 채우고 무릎을 꿇리거나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수갑을 찬 채 무릎을 꿇린 한 여성 시위자의 얼굴을 한 사복 경찰관이 발로 걷어찼다. 그리스에서 온 이 여성은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으며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 올랐다.

시위대는 이 경찰관의 신원을 알아내 검찰에 고발했다.

브뤼셀 경찰 대변인은 "검찰 지시에 따라 해당 경찰관을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으며 현재 신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금융중심지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앞에서도 8000여 명의 시위대가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부당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소식을 들은 차기 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장은 "청년들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다"며 공감을 표했다. "하지만 시위가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월가 시위의 기폭제가 SNS라면 실제 원동력은 '빈부 격차'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월가 금융자본에 의해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지자 뉴욕을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분노'가 터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은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멕시코와 터키를 제외하면 소득 불평등도가 가장 심한 나라다.

월가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들의 직접적인 불만도 바로 빈부 격차다. 이를 대변하는 게 '1%'와 '99%'라는 숫자다. 1% 부자와 대비해 1%에서 소외되는 99%를 시위대가 대변한다는 얘기다. 실제 미국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상위 소득계층 1%가 1993년부터 2008년 사이 미국에서 생성된 소득의 52%를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서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