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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의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있다중동-아프리카 작성자 | 심해린(나눔문화 연구원) 

은바리라이프 2011. 11. 3. 16:10


이 글은 한겨레신문 온라인 오피니언 사이트 <hook

http://hook.hani.co.kr 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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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일째, 이집트 광장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나라’란 것 외엔 별로 아는 것 없던 나라지만

광장에서 하나되어 춤추고 노래하는 자유의 열기에 괜시리 가슴이 뛴다.

이집트는 30년 독재권력과, 그를 지원하며 중동을 장악해온 미국을 벼랑 끝에 세우고,

첨단 소통기술로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냈다.

이러한 이집트 혁명의 중심에는 인구의 50-60%에 달하는 ‘분노한 청년들’이 서있다.

지금 아랍의 젊은 영웅들은 낡고 부패한 지배권력,

경제적 착취와 실업, 강대국이 덧씌운 ‘테러리스트’라는 이미지,

이 3중의 굴레를 거부하고 아랍-이슬람의 진짜 얼굴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돌아보면 세계 청년들의 저항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작년 10월부터 프랑스∙영국∙이탈리아의 젊은이들이

‘연금법 개혁 반대’와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미국의 스물 셋 청년 매닝 일병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미국의 잔혹한 전쟁범죄를 폭로하고 독방에 갇혔다. 그

리고 새로운 해를 맞을 때까지 튀니지∙이집트∙요르단∙예멘 등

아프리카-중동의 젊은이들은 낡은 권력과

미제국의 억압을 뒤엎는 분노의 외침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꼭대기부터 밑바닥까지, 각자가 처한 현실조건은 다 다르지만

그 고통의 뿌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미국과 선진국이 주도해온 ‘자본권력의 세계화’는

우리의 오랜 전통을 파괴하고 동시에 우리 미래를 집어삼켜왔다.

이 땅에 자원과 일자리와 고유한 문화와 희망은 사라지고,

청년들의 몫으로 남겨진 것은 실업과 빚더미, 생태재앙과 질병, 불안한 미래뿐.

석유가 고갈되면 모든 것이 마비되고, 전쟁과 수탈 없인 유지될 수 없고,

기계가 아닌 인간의 일자리는 더 만들어지지 않는 지금의 시스템에

‘더 이상 장밋빛 미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빠르게 직감해가고 있다.

 

세계 곳곳의 불의한 권력에게는 엄청난 위협을,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벅찬 희망을 건네는 이집트의 혁명이 꼭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도 세계의 젊은이들은 국경 없는 적에 분노하고 저항하고 있을 것이다.

또 어떤 분노한 젊은이들이 “다음은 네 차례야!”하고 지구에 희망의 뉴스를 전해줄지,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이 자유와 저항의 열기로 일렁일지!

이대로 “조금만 더 성장하면”, “조금만 더 참으면”으로 시작하는

시한부 ‘거짓희망’ 말고, 꿈꾸는 심장으로 새로운 삶의 전환을 열어가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