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패거리 (The Inner Ring) - C.S.루이스의 영광의 무게 중에서

내부 패거리 (The Inner Ring)
(C.S.루이스의 영광의 무게 중에서)

 

저는 사람의 삶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 하나가 주위의 패거리에 들고 싶은 욕구와 바깥에 남겨지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믿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적어도 특정한 시기에는 겪게 되며, 대부분 어릴 때부터 아주 나이가 많이 들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욕구와 두려움입니다. 이 욕구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중 하나가 속물근성입니다.

 

여기서 구분을 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저는 내부패거리의 존재가 악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부패거리는 불가피합니다. 살다 보면 비밀스러운 토론도 있어야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적인 우정이 생겨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며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내부패거리로 이끄는 욕구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 자체로는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일이지만, 그것을 바라는 마음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해 보이는 사람, 선택된 소수로 보이는 사람들의 우정을 얻기 위해 여러분이 진정으로 사랑하고 평생 동안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무시하다가 결국 따돌린 적이 있을 거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패거리 안으로 들어간 후에 외부자들의 외로움과 굴욕을 보고 기쁨을 느낀 적이 있는지, 단지 외부자들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 그들이 보는 앞에서 패거리 동료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지, 패거리에 들어가기 전에 내부패거리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사용한 수단들이 언제나 전적으로 떳떳했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갈등, 경쟁, 혼란, 뇌물 수수, 실망, 광고가 뒤범벅이 된,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의 주요 동기 중 하나라면 다음의 사실을 확신해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이 욕구를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것은 여러분이 직업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날부터 나이 많이 들어 아무것도 개의치 않게 되는 날까지 삶의 주된 동기로 작용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욕구에 대항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떠내려가면, 여러분의 ‘내부패거리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이 말을 여러분이 성공적인 내부패거리주의자가 될 것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들어갈 수 없는 패거리 바깥에서 한탄하며 기웃거리든, 의기양양하게 그들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든, 여러분은 내부패거리에 목매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런 내부패거리를 추구하다간 여러분의 마음이 부서지고 말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 여러분이 먼저 그것을 부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수면 놀라운 결과가 따라옵니다. 여러분이 업무시간 동안 일을 목적으로 하여 열심히 일하면 얼마 안 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분이 정말 중요하고 유일한 집단 내부에 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훌륭한 기술자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며, 다른 훌륭한 기술자들이 그 사실을 알 것입니다. 그 기술자 집단은 내부패거리나 소위 중요 인물들,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들과는 전혀 다를 것입니다. 내부패거리가 주기적으로 만들어 내는 추문과 위기 상황도 없을 것입니다. 그 집단은 그 직업의 존재 목적에 부합하는 일을 할 것이고 결국 그 직업에 따르는 존경은 모두 그들의 공로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냥 어울린다면, 그때도 여러분은 자신이 진짜 내부에 들어와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한 무리의 중심에서 아늑함과 편안함을 누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을 외부에서 보면 여느 내부패거리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둘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모임의 비밀스러움은 우연적인 것이며, 배타성은 부산물입니다. 모임의 누구도 선택된 소수가 되고 싶은 유혹에 이끌려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서로 좋아하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우정입니다. 

 

성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젊은이의 눈에는 세상이 ‘내부’들로 가득하고, 가깝고 비밀을 나누는 즐거운 관계들로 가득해 보이기 때문에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 욕망을 추구하면 정말 도달할 가치가 있는 ‘내부’에는 결코 이르지 못할 것입니다. 참된 길은 전혀 다른 방향에 있습니다. 

[출처] 내부 패거리 - C.S.루이스의 영광의 무게 중에서|작성자 슈풍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