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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자살, 우리가 예방한다”

은바리라이프 2011. 1. 15. 12:58

“노인자살, 우리가 예방한다”
명품 프로그램을 찾다⑥
[23호] 2010년 06월 01일 (화) 15:30:34 이경하 기자 lkhnews@hanmail.net

   
강동노인종합복지관, 행복비타민 플러스 프로그램 발판 ‘노인자살예방센터’ 개소가족해체, 고령화, 저출산 등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이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프로그램 설계는 세부사항에 대한 분석과 주의를 필요로 하는 활동으로 각 지역의 특성과 사회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본지는 2010 연중기획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해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의 명품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기관의 롤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OECD국가 중 자살 사망률 4위, 자살사망률 증가속도률 1위. 바로 우리나라 자살률의 현주소다. 우리나라 자살문제는 일반인의 신변비관자살을 비롯해 이은주, 정다빈, 장자연, 안재환, 최진실, 최진영,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의 자살까지 잇따르며 베르테르 효과를 낳고 있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노인들의 자살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보고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자 수는 1990년 314명에서 2007년 3541명으로 17년간 약 11.4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자살 증가율을 기록하는 동시에 우리나라 노인인구 증가율과 증가 속도보다 앞서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자살 예방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노인자살율 17년새 11배 증가

최근 강동노인종합복지관은 ‘노인자살예방 광역지원센터’를 열고, 지역사회 노인들의 자살 예방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3월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으로 문을 연 센터는 자살 위험군 노인의 사례관리와 도심노인의 노인자살 예방을 위한 지역자원 네트워크 구축 및 개입, 자살 예방교육 등을 통해 노인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활기찬 노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미 과장은 “자살인구도 급증하고 있지만 노인인구 자살률 증가는 심각한 수준” 이라며 “노인, 특히 남성 노인의 자살율이 높다. 집안 살림을 하던 여성에 비해 사회생활을 하던 남성은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상실감, 소외감, 무력감이 커짐에 따라 우울증으로 변질돼 끝내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했다.

강동노인종합복지관이 노인자살예방 지원센터를 개소하기까지는 지난 2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행복 플러스 비타민’이라는 특성화 사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강동노인복지관은 지난 2008년 지역내 노인들의 생명문제, 자살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행복 플러스 비타민’이라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노인자살에 대한 심각성과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역사회 독거재가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살생각과 우울증을 조사하는가하면,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군 노인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다.

사업결과 지역내 독거노인들을 케어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이로 인해 사전에 자살을 예방하는 등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행복 플러스 비타민’의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문을 연 자살 예방센터는 지역내 독거노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 홀몸노인돌보미 투입, 대상 노인 집중 케어

   
현재 복지관 관할 지역의 독거노인은 6000~7000명 수준. 이 가운데 우울증 등으로 인해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700여명의 독거노인을 25명의 홀몸노인돌보미가 케어하고 있다. 홀몸노인돌보미는 대상자 가구에 주 1회 방문, 주 2회 전화통화를 하며 이들의 생활전반을 돌보고 있다. 홀몸노인돌보미는 대상자들의 생활을 스크린 해 센터에 보고하고, 이를 통해 독거노인의 상태를 확인한 센터는 홀몸노인돌보미와 함께 그들이 처한 환경개선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울증 정도가 심각한 노인의 경우 지역정신보건센터 의료진 및 다양한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거노인의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생명존중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현미 과장은 “독거노인 주위사람들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주변인들부터 교육을 시켜 독거노인들의 자살을 예방하고, 이를 통해 서로가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은 이 사업을 통해 노인들의 자살예방은 물론, 활기 찬 노후를 맞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노인복지관의 위상제고에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 과장은 “자살예방센터라고 하면 의료쪽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의료계 또한 이로 인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역내 노인복지관의 기능은 좀 더 다양화될 필요가 있고, 지역과 밀착된 복지관이야말로 이들을 지역사회와 연계시키는 기능 등의 다양하고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자살’이라는 명칭이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센터 명칭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다는 것이 김 과장의 설명이다. 김 과장은 “현재 우리 센터도 푯말에는 ‘상담실’이라고 써놓고 있다”며 “자살예방센터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고, 자살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 때문에 쉽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새생명 찾기라든지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명칭을 생각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3호 · 201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