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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징·분노로 ‘연평의 눈물’ 지울 수 있나

은바리라이프 2010. 11. 30. 07:26

응징·분노로 ‘연평의 눈물’ 지울 수 있나

[2010.11.29 18:02]   모바일로 기사 보내기


교계 “냉정 되찾고 ‘한반도 평화’ 복음적 사명 잊지말자” 목소리 커져

“더 이상의 인내와 관용은 더 큰 도발만을 키운다” “응분의 대가” “백 마디 말보다 행동”…. 29일 발표된 대통령 담화문의 표현들은 현재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얼어붙은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북한 연평도 도발 규탄대회에서도 “강력하게 응징하자!”는 외침이 회개하고 기도할 때라는 주장보다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계 내에서는 “이런 때일수록 냉정한 국제정세 인식과 복음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권국 앗시리아의 침략이 갈수록 흉포해지던 때에 역설적으로 ‘전 지구적인 샬롬의 구원관’을 외친 선지자 이사야처럼 동북아의 국제정세 지형이 갈수록 얽혀가는 이때 한국 교회가 강력한 ‘평화주의’를 외치자는 제안이다.

29일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와 장신대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한반도 주변 정세와 대북 정책의 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장신대 기독교윤리학과 노영상 교수는 이사야의 구원관(35:1∼10)을 바탕으로 현 정세에서 한국 교회의 할 일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과 삼위일체 생명의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동북아가 치닫고 있는 자민족주의, 이기적 정치·경제 질서를 평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노 교수는 이사야의 구원관을 ‘전 지구적인 총체적 샬롬의 구원관’이라고 압축해 설명했다. 강대국 앗시리아의 주변국에 대한 횡포가 거세지는 당시 상황(10:5∼7)에서 이사야는 아무리 강력한 앗시리아라 해도 하나님이 폐하시면 망한다고 강조했다(14:24∼27)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간 개인이나 이스라엘 백성만을 다스리는 분이 아니라 전 세계를 통치하고 다스리시는 분이라고 선포했다는 것이다. “땅 끝의 모든 백성아, 나를 앙망하라. 그리하면 구원을 얻으리라. 나는 하나님이라. 다른 이가 없음이니라.”(45:22) 이는 당시 유대교를 자신들을 위한 민족종교로 알던 유대인들의 생각을 전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노 교수는 “이사야는 이 구원관을 통해 선교의 공간을 전 지구적으로 확대했으며(49:6), 이는 신약에서 기독교를 세계화한 사도 바울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때의 선교는 개인의 영적 구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대 국제정치학의 연구 목적이기도 한 ‘국제사회에서 전쟁을 불식시키고, 선진국과 후진국 간 경제 격차를 줄이며, 강대국뿐 아니라 약소국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국제사회를 창출하는 방안 찾기’와 목표가 일치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1989년 냉전 체제 종식 후 재편된 ‘다극화 국제 체제’의 5개 주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독일 중에서 네 나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동북아는 어쩔 수 없이 군사력이 점점 집중돼 갈 것”이라고 현 정세를 분석한 노 교수는 “북한의 정치·경제적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것은 전 세계 평화를 위한 과제”라면서 “이를 위해 북한의 정치·경제적 고립을 해소하고, 다각적 원조와 상호 군비 축소 협약을 통해 극단적 행동의 가능성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2:4) 시대라는 이사야의 비전과도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이 세미나에서는 현 동북아 상황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요구하는 발제가 이어졌다. 노태우 정부 때 정무장관을 지낸 박철언 한반도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은 “작은 충격에도 균형이 깨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이유로 2012년에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 4개 국가 모두 리더십 변동기를 맞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2012년을 ‘우리 민족과 한반도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를 격변의 시발점’이라고 정의한 박 이사장은 정부에 ‘상호주의에 바탕을 둔 의연한 대북정책’을 요구하는 한편 ‘실익 없이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정책을 자제’하고 맏형 같은 대승적 자세로 북한을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경남대학교 정치학과 김근식 교수 역시 2012년을 중대 기점으로 내다봤다. 이때 한반도 정세가 평화와 안정 및 협력으로 물꼬를 튼다면 북핵 문제가 해결 과정으로 진입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에 진입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질적 발전을 통해 안정 구도로 자리잡게 될 것이지만 이때 정세가 갈등과 긴장으로 자리잡는다면 북핵 문제가 교착되면서 북·미 갈등이 지속되고, 남북관계도 경색돼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지속하리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때 기독교인은 ‘아무에게도 악으로 악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는 로마서 5장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북을 ‘절대악’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적개심은 기독교의 평화와 사랑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세미나 외에도 교계에서는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복음적 관점을 잃지 말자’는 당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국복음주의협회장 김명혁(강변교회)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는 분노할 때가 아니라 회개할 때”라면서 “화해와 평화를 강조한 예수님의 산상수훈(마 6:43∼45)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대응하거나 진보·보수 교계가 각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태 해결은 물론 한국 교회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이제는 한국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기적인 방향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 한정국 목사 역시 “연평도 사태를 한반도 내부 문제로 좁게만 보면 좌·우 싸움으로 국력만 낭비될 뿐”이라며 “남북통일 이후 남북한이 공히 선교 대국이 될 거라는 미래의 비전을 가지고 멀리 바라보자”고 권고했다.

황세원, 김성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