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박정현 기자]
'무한도전'이 또 한 번 무리수를 저질렀다.
9월 25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빙고특집에서 '길 입 냄새 맡기' '입에 개구기 끼운 채 거리 활보하기', '등판에서 고스톱 치기' 등의 미션이 묘사됐다. 갖가지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재미있었다"는 반응과 "보기 힘들었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무한도전' 제작 관계자는 27일 "앞으론 좀 더 유의해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답이 마지못해 한 것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이런 일이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유사한 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국립국어원에서도 지적했다.
제작 관계자는 '무한도전'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비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의 개성은 작품을 완성하는 변수로 묘사됐다. 그림은 백지 위의 자유화이며 제작진, 출연자, 시청자들의 자유로운 사고가 한 폭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25일 방송에서 선보인 미션의 상당수는 멤버들이 직접 제시했던 것들이다. 사전에 계획돼 있던 대본에 따른 대사가 아니라면 이는 멤버들이 만든 변수다. 제작진이 만든 공식에 멤버들이 제시한 변수가 더해져 새로운 얘기가 탄생하는 '무한도전' 특유의 제작방식이다.
그런데 그 변수가 때론 무리수가 된다. "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는 '무한도전'의 '격언'은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는 힘을 가진 동시에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는 괴리를 단점으로 내포한다. 흥미로운 도전이 되는가 하면 무리한 도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컨대 "알래스카에 사는 김상덕씨를 찾아라"는 말은 쉽다. 그리고 이를 현실로 이뤄내는 제작진의 도전정신 역시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쉬운 말과 어려운 현실 사이의 간격을 메우지 못한 방송은 힘겨웠다. 호평도 있었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무리수를 껴안으면서도 변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한도전'의 '무한'과 연관된다. 정해진 포맷 안에서 움직여야하는 여타의 프로그램들은 그 정해진 포맷을 벗어날 수 없다. 동시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며 범람하는 예능 속에서 변화의 길을 모색해야한다.
'무한도전'은 그 변수에 의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제작진은 끊임없이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합이 여타 프로그램으로부터 '무한도전'을 구별해주는 매력이 됐다. 시청자는 매주 새로운 '무한도전'의 변신을 보고 또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변수를 포기할 수 없다. 그 변수가 무리수라고 할지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즐기는 모습이다.
(사진=MBC)
박정현 pch46@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