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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남격’합창단에 눈물 흘렸나?

은바리라이프 2010. 9. 27. 16:20

우리는 왜 ‘남격’합창단에 눈물 흘렸나?

마이데일리 | 배국남 | 입력 2010.09.27 12:45 | 수정 2010.09.27 14:52

 




[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예능 프로그램의 일차적 존재의미는 웃음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기대한다. 최근 들어 예능 프로그램들이 웃고 나면 씁쓸함만 남는 쓴웃음만을 짓게 하고 있는 상황이 급증하는 가운데 여운이 남는 웃음, 웃고 나서도 무언가 되새김질 할 수 있는 의미나 감동이 남는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웃음 잡기도 힘들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중 감동과 재미를 잡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공익과 감동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작위성만 드러나고 웃음도 감동도 모두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 프로그램이 지난 두달여 동안 시청자의 입가에 웃음 짓게 하면서도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 의미나 감동이 남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바로 7월 11일 시작해 26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남자의 자격'의 '남자 그리고 하모니'편이 바로 그 예능 프로그램이다.

물론 마지막회에서 인위적으로 감동을 강요하는 부분이 드러나 눈에 거슬렸으나 지난 2개월여 방송동안 '남자의 자격'은 시청자의 정서의 밭에 예능의 씨를 뿌려 감동과 재미라는 뜻 깊은 과실을 거두게 했다. 시청자의 정서를 한결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시청자들이 '남자의 자격'합창단을 보고 눈물짓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우리사회를 뒤덮고 있는 결과지상주의에 모반을 꾀하는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1일 방송된'남자의 자격'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다해 선우 서두원 등 26명의 단원과 이경규 김국진 김태원 김성민 윤형빈 등 6명의 '남격'멤버등 32명의 오합지졸(?)합창단원이 지난 2개월여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의 지도하에 땀을 흘리면서 노력을 해 26일 방송된 거제 합창대회에 참가한 과정은 도전의 아름다움과 노력하는 과정의 참의미를 잘 보여줬다.

우리사회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이나 수단은 부당해도 괜찮다는 결과지상주의가 짙게 자리잡았다. 결과지상주의는 반칙마저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은 결과지상주의의 폐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노력하는 과정,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어떻게 결과를 보여주는지를 잘 드러냈다.

오합지졸 32명의 단원이 노력과 땀을 흘리며 이뤄가는 하모니는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고 땀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소박한 상식을 절감시켰다. 또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을 죽여 전체를 살려내는 모습은 감동 그자체였다. 그리고 열정을 다해 지도하는 박칼린에서부터 몸치 이경규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남자의 자격'합창단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원동력은 웃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의미나 감동에 얽메이면서 웃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합창단은 이경규를 중심으로 멤버와 서두원을 비롯한 합창단원, 그리고 박칼린 등이 중간 중간에 몸개그나 멘트, 애드립 등을 해 웃음을 짙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남자의 자격'이 시청자의 눈물샘을 끝없이 자극한 것은 바로 진정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자격'신언호PD가 최근 PD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24시간 찍어 5분 나가지만, 24시간이 리얼해야 5분이 리얼하다"는 말처럼 '리얼'로 대변되는 진정성이 '남자의 자격'합창단 방송편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따뜻한 웃음과 감동적인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두달여동안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웃음을 준 '남자의 자격'. 사진=KBS제공]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