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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을 매혹하다> 중 '자기 고백의 시대' 부분

은바리라이프 2010. 9. 25. 19:14

 

...무슨 말을 했는지 한마디로 요약이 안되어도 상관없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도, 말을 진솔하고 재미있게 했다는 사실이 더 어필한다.

토크쇼에서는 사적인 것이 공적인 것으로 바뀌고, 공적인 것이 사적인 것이 된다. 사적인 이야기를 수백만명의 시청자에게 '은밀하게' 털어놓다 보면 개인과 공중의 구별이 모호해진다.

 

내밀한 세계에 대한 공적인 증언을 들으면서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잘 알고 있는듯한 허위적인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유사사회적(parasocial) 관계가 형성되어 마치 그를 잘 알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스타의 개인적 고백만 인기있는 것이 아니다. <야심만만>같은 프로그램은 전국민의 고백시대를 열었다. 일반인이 대거 참여하는 대규모의 비밀털어놓기 게임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질문에 대해 출연진이 추측한다.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컬러링을 선물해본 적이 있는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자 이름을 남자이름으로 바꿔놓은 적이 있는지, 등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고백은 서로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한다.

사회의 작은 규칙을 깨뜨려본 경험을 공유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중앙집중식 커뮤니케이션은 이미 매력을 잃었다. 수평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각광받는 시대는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를 말한다.
사적인 이야기와 내 생활을 남김없이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생활을 엿보는 것은 이제 일종의 오락이 됐다.

TV나 온라인에서나 인간적인 진솔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즉 드러내기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하는 신인류가 등장한지는 오래다. 다른 사람들이 정말 알고 싶어할까는 별개의 문제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내 생활을 알리고 싶어한다. 이제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놓고 싶어하는 자기표현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