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한석규가 나오는 영화 ‘접속’은 쓸쓸한 내용이었다. 컴퓨터 온라인 상태에서 두 사람은 접속되어 닉네임으로 대화를 나누지만, 현실공간에서는 서로 모르게 스쳐 지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지 않을 사람과 떠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진정한 그리움을 내면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두 사람은, 현실에서의 만남은 포기한 채 가상공간에서 접속하여 자신들의 그리움을 쓸쓸하게 토로한다.
바야흐로 온라인의 시대이다. 요즘의 통신상태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컴퓨터에 접속하여 온라인 상태가 되는 것으로,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신저에는 그대의 모습이 재미난 아이콘으로 명멸하고 있다. 그대 모습이 반짝이는 것으로 그대는 현존한다. 메신저를 매개로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보내고, 화상통신도 한다. 낮에 일터에서도 온라인 상태로 그대와 함께 지낸다. 여북했으면 메신저를 금하는 회사도 생겨났다고 한다. 외부로 연결되어 있으면 진정으로 일해야 할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고 판단해서 내린 금칙일 것이다.
오프라인은 사전적으로 말하자면 온라인 상태가 아닌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에서조차도 그대를 만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오프라인이다. 컴퓨터에서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면 비로소 오프라인 상태가 된다. 그대의 아이콘에 빛이 깜박이면, 그건 그대가 어느 공간이든 있다는 뜻이지만, 그대 얼굴에 빛이 없다면 그건 바로 그대가 오프라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간혹은 그대의 접속을 알기 위하여 잠시 메신저를 켰다가, 그대가 없음을 확인하고 이내 접속을 끊는 것, 그것이 오프라인이다.
온라인이 되어 있으므로 그대와 함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온라인 상태야말로 그대와 함께 있지 못하는 시간이다. 온라인 표시는 그대가, 내가 있는 여기 아닌, 어디 다른 곳에서 접속해 있다는 아이콘이다. 그대는 다른 공간에서 나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다. 명멸하는 그대 아이콘을 클릭하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고 쓸쓸함일 수도 있다.
삶이 그렇듯이 그대가 온라인 상태인 것이 힘겨운 때도 있다. 이제 남이 되어버린 그대가 어딘지도 모르는 장소에서 접속해 깜빡이고 있다면, 그대의 접속 자체가 내게 편안함을 주지는 못할 듯하다. 그런 이들을 위해 메신저에는 차단기능이 있다.
이 가상의 공간에서조차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존재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 거북살스런 존재와의 대화를 막아주는 것이 차단이다. 내가 지금 온라인 상태인 것이 부담스러운 존재에게 내가 지금 온라인 상태가 아니라고 잠시 속이는 것, 온라인 상태인 나를 한 상대에게만 오프라인 상태로 비치게 하는 기능이 바로 차단기능이다. 내가 상대를 차단하면 바로 그 순간 나도 그에게서 차단당한다. 이렇듯 온라인 상태면서도 오프라인 상태로 표시할 수 있는 적막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상대가 진짜로 온라인 상태인가 아닌가를 알아보는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내 메신저에 그대는 분명 오프라인 상태로 나오는데, 이 프로그램을 돌려 확인해보면 그대는 지금 접속중이라는 표시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대에게 차단당한 존재이다. 온라인상의 거리야말로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으나, 소통을 원하지 않는 상대의 뜻과 소통하고 싶은 나의 뜻 사이에 있는 이 심리적 거리는 말할 수도 없이 고적하다.
아, 그런데 말이다. 온라인상의 그대와 간혹 가상공간이 아닌 삶의 실질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 비로소 현장에서 만나는 이 생생한 자리의 이름을 우리는 묘하게도 ‘오프’라고 부른다. 실질적인 현장에서의 만남을 ‘오프’라고 부르게 된 연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정작으로 그리워하는 상태는 그대와 함께 있는 현장이다. 그런데 그런 만남이 쉽지 않으니 온라인으로나마 만난다. 그대와 온라인으로조차도 만날 수 없는 상태는 당연히도 오프라인이다. 그러데 이 ‘오프’라는 말이 그대와 내가 우리들의 삶터에서 만나는 것으로 의미가 전도되어 있다. 그대와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는 이 상태와, 삶의 실재적 현장에서 그대와 만나는 것이 모두 오프라고 표현되는 이 역설의 시대에 우리가 서 있다.
유영대(인문대 교수 ·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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