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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논란, 극단적 표현

은바리라이프 2010. 8. 26. 21:52

악마를 보았다 논란, 극단적 표현

 

 

 

영화를 보고, 인터넷에서 리뷰라는 것은 처음 써보는 것 같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악마를 보았다'가 나왔다.

잔인함 때문에 제한상영가를 받고, 다시 수정을 거쳐 19금으로 나온다는 것 때문에

일단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에 있어서는 성공을 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그런데 보면 그 반응의 중심에는 '잔인성'이 있다.

 

'너무 잔인해서 보기 힘든 영화'

'꼭 저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나'

'감독의 표현 방식의 한계가 저정도 밖에 안되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영화는 정말로 김지운 감독의 수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굉장한 영화다.

 

'악마를 보았다' 에 대한 내 생각을 지금부터 얘기해보려 한다.

 

 

 

큰 스토리라인은 사이코패스 경철(최민식)에게 약혼녀를 살해당한 국정원 요원 수현(이병헌)이

그에게 잔인한 복수를 가한다는 내용이다.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당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그런 사람은 어떤 심정일까.

어떻게 보면 수현이 복수하는 방법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갈기갈기 그 존재를 찢어죽이고 싶으리라. 사무치는 고통 속에서.

 

영화의 대사 중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정확하지는 않지만)

 

"야 그 새낀 짐승이잖아, 짐승을 잡으려고 사람이 짐승이 되는 건 좀 아니지"

 

"복수를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내 생각은 이렇다.

이성이 있기에 사람이지만,

짐승을 잡으려면, 사람이라도 '짐승'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를 보라.

 

언제나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고 피해자만 고통에 시달리면서 산다.

정작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가해자는, 그 고통을 제공한 것이 자기의 행동이란 것도 모른 채,

죄의식조차 가지지 않고 평온하게 살아간다.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가?

왜 언제나 당하는 사람은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가?

 

복수를 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이 아닌 점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슬픔에 젖어 가만히 있는 것은 겁쟁이들의 가식적인 선일 뿐이다. 그저 착한 척.

가해자는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단 말이다. 정말 아무런 죄의식조차 없이. 

 

 

 

 

태연히 살인을 저지르고도, 어린 학생을 강간하려고 하면서도

경철은 전혀 '죄의식'이라는 것이 없다.

 

"난 고통이란 걸 느끼지 않아"

 

이 대사를 통해서 경철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 우리나라에 대중화된 지 5-6년 정도 된 단어다.

하지만 나는 의문을 품는다. 왜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사이코패스'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이해해야 하는가?

그들이 고통을 못 느끼고, 살인에 대해 무감각한 것을 왜 당연시해야 하는가?

 

인간은 학습하는 동물이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면, 느끼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들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감각은 살아있을 것이 아닌가.

 

나는 이 영화 소재 자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분명 몇몇 범죄에 대해서는 이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김길태 사건도 그렇고,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대중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거세해야 한다. 물리적 거세를 해야 한다.

참 이중적이지 않은가? 복수를 꼭 그렇게 잔인한 방식으로 해야 하나라는 건 제3자의 관점일 뿐이다.

아동 성범죄가 일어났을 때, 강간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자기 가족이나 자기 일처럼 느꼈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거세해야 된다' 라고 주장했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토막 살해 당한 약혼녀를 잃은

수현의 복수방법이 잔인하다고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오히려 너무 복수의 방법이 약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수현이라면,

아마 경철의 가족에게 경철의 인육을 먹이거나 그들 모두를 몰살시켰을 것이다.

더욱 더 잔인한 방법으로, 더욱 더 완벽하게.

그런 내용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상영이 될 수 없겠지만.

 

그리고 보는 내내 수현의 안이한 복수방식에 안타까워 하면서 보았다.

그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헛점이 너무 많아 나중에 또 한번 큰 상처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영화 중반엔 참 재밌는 요소가 있다.

 

악과, 악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평소 다루어지지 않는 재미있는 소재다.

상처를 입은 경철이 택시를 타고 가는데, 거기서 2인조 택시강도를 만난다.

악과 악의 대결, 누가 더 큰 악인가.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선과 악의 대비가 극명한 지라 그런 소재는 별로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악과 악 그들 사이의 대결구도도 날 두근두근하게 만든 요소였다.

 

 

 

영화의 마지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수현이 길을 걷다가 오열하는 장면.

 

수현이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그것은 복수라는 과정 속에서도 '눈물'이라는 요소로 계속 해서 다루어지지만.

그런 복수의 과정에서 느낀 비인간성에 대한 참담함이 아니라,

그것은 아마도 약혼녀에 대한 슬픔 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했던 수현이,

강해져야만 했던 수현이,

복수를 마치고서야 마음 놓고 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힘든 과정이고, 얼마나 외로운 길이었을까.

 

복받쳐 터지는 수현을 보면서 나도 눈물이 나왔다.

 

1시간반에서 2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악마를 보았다'의 상영시간은 144분이었다.

약 2시간 반쯤 되는 시간이 정말 하나도 지루하지 않게 너무나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편집도 깔끔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흠잡을 것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미적인 요소와 사운드까지도 정말 너무나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설정 자체가 좀 더 '일반적'이었더라면 어땠을까.

 

국정원 요원이라는 설정 자체는 너무나 강하게 먹고 들어간다.

그는 각종 흉기를 잘 다루며, 싸움에도 능하다.

출발점이 '강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싸이코패스인 경철을 만나도 너무나 쉽게 제압한다.

이 부분은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차라리 약한 '일반인'이 강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설정 자체의 아쉬움.

김지운 감독은 이런 잔인한 영화가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그런 설정으로 '악마를 보았다2'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개인적인 바램이다.

 

그 먹먹하고 답답한 긴 여운이 좋아서.

다시 한번 더 보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