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드화 (Nude)
서양미술의 한 부분에서는 언제나 여성이 반복되어 주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형태는 대부분 나체화이다. 그래서 서양화하면 누드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나체화에서 여성은 피관찰자, 즉 광경으로 보여지며, 관찰자는 남성이다. 여성은 그림 속의 여성을 통해 피관찰자로서 판단되는 규준이나 습관을 발견하며 여성은 보여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본다. 여성은 보이지 않는 제3의 시선을 의식한 채 '거울 앞에 앉은 여인'이 되어 왔다. 한편으로 남자는 예술가로, 여자는 보여지는 모델인 관계는 역사 속에서 당연한 전통으로 자리잡아 왔다.
남성화가가 인체를 누드로 그린 그림은 수없이 많다. 서양에서의 인식의 주체는 '자아'다. 서양문화의 근원지인 그리스는 자연 환경이 척박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서양의 전통적인 자연관은,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곳으로 보고, 따라서 인간 스스로가 자연을 정복해야할 대상으로서 생각하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인간 중심의 사상, 즉 인본주의 철학(인격신)이 발전해 왔다. 누드는 기원전 5세기경에 그리스인들이 창안한 예술 형식이다.
주로 신화 속의 신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리스 신화 속의 신의 모습은 인간들과 비슷한 감정과 모습을 보여준다. 실수도 하고 질투도 하고 게으르고, 결국 인간보다 약간 나은 모습이 신들이 것이기에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이곧 신들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제작하게 된다. 거기다 철저히 개인, 즉 인간 중심의 사고는 인체가 지닌 구조적인 측면의 표현에 관심을 두었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비례'였다. 즉 캐논(Cannon)이라는 이상적인 인간의 신체의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폴리클레이토스의 캐논, 7등신의 법칙을 따르다가, 후에 리시포스의 캐논, 즉 8등신으로 변한다. 이것은 오늘날까지 미인의 신화가 되고 있다. 남성의 육체도 이상적인 미를 대표하는 것으로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사랑받아온 주제다. 그러나 고대에서도 여자의 육체는 완전히 나체가 아니라 대개 얇은 베일에 감싸여 있다. 베일 아래로 여체의 윤곽만이 에로틱하게 드러날 뿐 여성을 벗기는 것은 당시에도 금기였던 모양이다.
▷누드화 기원 도판 목록
14-1. 그리스 아나비소스의 쿠로스, 기원 전 530년 경, 높이 194 cm, 아테네, 국립 고고학박물관
14-2. 그리스 페플로스를 입은 코레, 기원 전 530년경 . 채색 대리석, 높이 120cm,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14-3. 그리스 페플로스를 입은 코레 부분
14-4. 페플로스를 입은 코레의 복원 모형, 케임브리지, 고전고고학박물관
14-5. 키오스의 코레, 기원 전 520년경, 높이 55.3cm,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박물관
14-6. 피레우스 아폴로, 기원 전 510년경, 높이192cm, 피레우스 고고학박물관
14-7. 아르테미시온의 조각상, 기원전 450년경, 높이 209cm, 아테네, 국립고고학 박물관
14-8. 카피톨리노의 아프로디테
중세에 이르면 자랑스런 남성 육체의 모습도 사라진다. 벗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천박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교회의 검열과 감시를 피해 교묘하게 에로틱한 표현을 눈에 잘 안 띄는 구석에서 즐기곤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때 누드로 표현된 것은 오직 여성의 신체일 뿐이다. 아마 당시에 벗는 것은 도덕적으로 죄로 여겨졌으므로, 사람들은 옷을 벗는 악역을 여성의 신체에 맡겼던 것이리라. 당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브의 딸들은 죄의 상징이었으니까.
중세의 최초의 누드화는 아담과 이브를 그린 것이었다. 성경 속에서 누드의 소재를 찾다 보니.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결국 나체의 수치심은 보는 사람의 마음속에서(여기서는 아담과 이브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세에 와서는 이 이야기가 점차 만화처럼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장면으로 묘사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와서 이야기의 연속성은 사라지고 그림에는 부끄러워하는 순간만 그려지게 된다. 그리고 부끄러움은 점차 과시로 변해간다. 회화가 차츰 세속적으로 물들어가게 되면서 다른 테마도 누드를 활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제(즉 여성)가 감상자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그림 속에 암시하고 있다. 그녀는 혼자일 때는 나체가 아니다. 그녀는 감상자가 그녀를 보기 때문에 나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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