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주석강해/사도행전

사도행전의 독자, 기록 시기, 기록 목적

은바리라이프 2010. 7. 24. 18:48

우리는 지난 시간에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초대교회 교부들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가 누가라고 증거하고 있으며,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서도 누가의 저작을 지지하는 많은 증거들이 있습니다. 반대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누가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썼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누가는 두 권의 책을 썼습니다. 첫 번째 책은 누가복음이고, 두 번째 책은 사도행전입니다. 누가 복음과 사도행전은 한 권의 책으로서 같은 저자가 기록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두 책은 정경에 포함될 때에도 한 권의 책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책이 지금과 같이 둘로 분리된 것은 2세기경이었습니다. 누가는 첫 번째 글인 누가복음에서 "주님의 탄생부터 승천하실 때까지의 일"을 기록했고, 두 번째 글인 사도행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예루살렘에서 시작해서 땅 끝(로마)까지 전파된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은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하나님 나라가 도래했으며, 그것이 온 세상으로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소외받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가 기록한 두 권의 책은 초대 교회와 모든 시대의 기독교인들에게 큰 은혜와 축복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 사도행전의 독자: 데오빌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누구에게 쓴 책이었을까요? 누가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서문을 보면 저자는 이 두 권의 책들을 "데오빌로 각하"에게 헌정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눅 1:3-4, 행 1:1-2). 누가는 여기에서 데오빌로를 가리켜서 "각하"(크라티스테: "지극히 훌륭한 자"란 뜻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 말은 명예와 존경을 받는 사회적 지위를 언급하는 용어였습니다. W. Manson은 그의 책(누가복음)에서 이 용어는 로마 제국 의 행정 장관이나 이와 비슷한 직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누가가 언급한 데오빌로는 누구였을까요? 원래 "데오빌로"라는 말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은 이 이름은 특정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성도들"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누가복음의 서문이 당시 유명한 사람에게 책을 헌정할 때에 사용된 서문과 비슷한 것을 보면, 데오빌로는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가는 서문에서 "데오빌로 각하가 이미 기독교 교리를 배웠으며, 그 교리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1:4). 이러한 기록을 보면 데오빌로는 이방인으로, 기독교 교리를  어느 정도 알고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또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데오빌로 뿐 아니라, 그와 비슷한 입장에 있던 사람들을 위해서 기록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데오빌로와 같이 예수를 믿고 비기독교 세계에 살던 기독교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교회의 기원, 그리고 교회가 온 지중해에 확산된 과정을 차례로 설명하기 위해 기록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도행전은 바울이 로마에 도착한 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이 책이 이방 기독교인인 로마 관리에게 헌정된 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도행전의 기록 시기
  사도행전은 누가가 기록한 누가복음-사도행전의 제 2부와도 같습니다. 원래 누가복음-사도행전은 한 권의 책으로 정경 속에 포함되었는데, 주후 2세기경에 사도행전이 누가복음으로부터 분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사도행전은 한 권의 책으로 보고 읽는 것이 원래 저자의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누가복음이 1세기 말(90-100년)에 기록되었다는 견해입니다. 학자들이 누가복음의 기록 연대를 이렇게 잡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학자들은 누가가 마가복음을 참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론을 받아들이면 누가복음은 최소한 마가복음이 기록된 후(68년 이후)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2) 마가는 예루살렘 성 공략 사건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멸망의 가증한 것이 서지 못할 곳에 선 것을 보거든..."(막 13:14). 그러나 누가는 이 사건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이 군대들에게 에워싸이는 것을 보거든..."(눅 21:20). 성경학자들은 마가는 로마 군대가 예루살렘을 포위한 일(70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다소 모호하게 기록했지만, 누가는 그 사건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에, 그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예루살렘 성이 로마 군대에 의해 함락된 후(70년)에 기록되었을 것입니다.

 3) 누가는 누가복음 서문에서 복음서를 기록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70년 이전에는 이러한 기록이 많이 저술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70년 이후에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4)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누가복음이 마태복음과 비슷한 시기에 기록되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마태복음은 약 90년경에 기록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누가복음과 사도행전 역시 이와 비슷한 시기에 기록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학자들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기록된 시기를 1세기 말(90-100년)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 사도행전의 기록 목적
  사도행전은 초대 교회에서 복음이 전파된 과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중에서 시작된 복음이 로마 세계에 전파되면서 기독교는 로마 정부의 박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았습니다. 사도행전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가 로마의 법과 질서에 위협을 주는 불법적인 종교가 아님"을 변증하고 있습니다. 성경학자들은 누가가 사도행전을 기록한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는 "이방 세계에 대해 기독교를 변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유대교는 로마의 인정을 받은 공식 종교였습니다. 기독교도 처음에는 유대교의 한 분파로 간주되었기 때문에 로마 제국에서 공식 종교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기독교가 유대교와 다른 종교라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기독교가 공식 종교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는 사도행전에서 로마의 관원들은 기독교에 호의적이었고, 심지어 기독교인이 되기까지 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누가는 로마 당국은 예수님과 그 제자들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로마 당국이 기독교가 인가받은 합법적인 종교임을 인정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복음이 이방세계에 전파되면서 교회 안에 율법을 준수하지 않는 이방인들이 점점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유대교는 기독교를 정통성을 벗어난 종교로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도행전은 기독교가 구약에 뿌리를 둔 종교라는 것과, 유대교의 전통을 이어받은 정통성 있는 종교라는 것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는 유대인 교회의 대표자였던 베드로가 이방인에 대해 호의적인 대한를 보인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누가는 바울이 율법을 준수하려고 했던 모습을 기록함으로 기독교와 유대교가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 기록은 당시에 갈등을 했던 유대 기독교인과 이방 기독교인간에 일치와 평화를 촉구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많은 학자들이 누가가 유대인과 이방 기독교인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누가는 복음서 서두에서 "기독교인들 중에 일어났던 사실,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붓을 든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주님을 목격했던 증인들과 일꾼들이 전해 준 것을 근거로 해서 그 책을 기록했습니다(눅 1:1-2). 그러나 누가는 이 자료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사건을 다시 조사하여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누가는 자신이 조사한 자료에 근거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내용을 데오빌로에게 차례대로 써서 보냈습니다(눅 1:3). 누가가 복음서를 "차례대로 썼다"고 한 말을 보면, 이 두 권의 책은 어느 정도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이 역사책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누가는 결코 예수 그리스도의 전기를 기록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가가 두 권의 책을 기록한 것은 데오빌로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인류 구원의 소식을 전하고, 교회의 기원과 확장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쓴 책은 역사적인 기록으로 보기보다는, 복음의 내용과 확장 사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은 로마 제국의 심장부까지 전파된 복음의 기원과 그 과정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