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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웃, 메시아닉 쥬

은바리라이프 2010. 2. 17. 13:58

새로운 이웃, 메시아닉 쥬
영화 <회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소수 유대인
박동욱 기자   January 25, 2010

지난 1월 11일 월요일 밤 8시,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극장 입구는 영화 <회복>의 시사회를 찾은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상영관 3개를 열어 동시에 1만2000 여명에게 선보였다고 하니,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전례가 없는 규모다. 더군다나 관객층이 한정된 기독교 영화의 이러한 시도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관객이 미동조차 하지 않는 풍경도 참 오랜만이다. 영화는 대규모 시사회가 보여주듯 야심만만했다. 이스라엘로 날아가 두 달 동안(2009년 8~9월) HD 카메라로 찍은 화면에는 쏟아 부은 고생의 흔적이 역력하다. 인터뷰 장면이 많지만 빠른 편집과 과감한 음악으로 단조로움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이스라엘 전문가인 동시에 TV 예능프로그램의 방송작가로 경험이 많은 김종철 감독의 특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뉘는 지점이 될 듯하다.

그렇지만 영화 <회복>의 관객이라면 영화적 선호와는 별개로 ‘메시아닉 쥬’(messianic Jew)의 충격적인 삶에 눈뜨게 된다. ‘예수를 믿는 유대인’인 그들은 7백만 이스라엘 인구 중에 만 명 정도인 소수 유대인이다. 일반의 예상과 달리 고국 이스라엘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잊힌 이름이다. 메시아닉 쥬인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사진 왼쪽)는 그 예수 그리스도를 거리에서 전한다.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의 집으로 선물을 가장한 폭탄이 배달되고 이를 열어본 그의 아들 아미 오르티즈(사진 오른쪽)가 크게 다친다. 영화는 이 이야기를 재연하면서 뜨겁게 시작한다. 시사회 다음날, 오르티즈 목사를 직접 만났다.

처음에는 팔레스타인 쪽의 테러를 의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팔레스타인 사람에게도 예수를 전하기 때문에 그쪽에서 사람을 보낸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용의자로 붙잡힌 사람은 놀랍게도 정통파 유대인이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약 10%인 정통파 유대인이 그보다 소수인 메시아닉 쥬를 극도로 혐오하며 그렇게 된 이유까지 영화는 풀어서 전달하고 있다. 그들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이 영화는 공정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반대하는 정통파 유대인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담았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영화는 주로 메시아닉 쥬와 정통파 유대인의 갈등과 대립을 조명한다. 이스라엘 유대인의 다수인 나머지 90%는 메시아닉 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다수 유대인은 세속적이다. 하지만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난 이후 비종교적인 일반인들도 그 사건을 비난했다. 이 영화를 통해 메시아닉 쥬가 처한 상황을 더욱 자세히 알게 되면 그들도 ‘영혼의 해답을 찾는 것이 무엇이기에?’라는 고민이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

메시아닉 쥬의 여러 공동체가 함께 모여 예배드리면서 높아진 마음을 회개하고 연합을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메시아닉 쥬 공동체가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이 점점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포위당하고 공격받는다는 생각에 움츠려 숨어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스로를 많이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렇게 되자 연합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오고, 비밀스럽게 믿으면서 점검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함께 다루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에도 복음을 전한다고 했는데 그들과의 관계는 어떠한가? 
팔레스타인에도 비밀리에 믿는 사람들이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믿는 자들은 공개되면 바로 죽음이다. 우리는 공개되면 위협받고 집에 연금당하는 수준이다. 그런 것을 피하려고 비밀리에 믿는 것은 비겁하다고 본다. 그들은 정당한 이유로 비밀리에 믿는 것이고 그에 비해 메시아닉 쥬가 비밀리에 믿는 것은 비겁한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도해 팔레스타인 사람 150명 정도가 예수를 영접했다. 하마스나 PLO에서 온 사람들도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 그러자 한 팔레스타인 신문은 나를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람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자신의 일로 아들이 폭탄 테러를 당했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자책감이 들었을 수도 있겠다.
사건 현장에 들어섰을 때 빨리 용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용서하고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영향을 많이 받겠구나 싶었다. 아버지로서 느끼는 고통스럽고 아픈 감정이 나를 장악하도록 허용하면 사탄의 공격에 휘말릴 것이라는 깨달음이 왔다. 결국 승리(victory)는 피해자(victim)가 이겨낸 이야기(story)다.

인터뷰를 마친 데이빗 오르티즈 목사는 이스라엘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만 보지 말고 그 땅의 거인을 함께 보라고 지적한다. 더 이상 이스라엘에 관광객으로 오지 말고 영적 현장을 찾아오라고 초청한다. 그곳에는 돌로 만든 교회가 아니라 살아있는 메시아닉 쥬 공동체가 있다고 강조한다. 영화 <회복>은 이스라엘을 2000년 전 화석이 아니라 현재의 이웃으로 복원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회복에 귀 기울이고 힘을 쏟을 때 스스로가 회복되리라는 역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