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뉴스/문화읽기

붉은 고추가루가 들어간 김치의 유래

은바리라이프 2009. 11. 27. 19:23

붉은 고추가루가 들어간 김치의 유래

 

 

앞에서 살펴본 고려시대까지의 김치는 문헌적인 증거가 충분하지 못해 기원이나 발달사를 추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조선시대 초부터는 실록, 농서 등 여러 문헌에서 김치에 관한 기록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딤채’ 그 유래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왕실의 식단을 살펴보면 이미 고려시대부터 순무, 죽순, 미나리, 부추 등으로 만든 김치가 계속해서 등장했으며 육류가 들어간 꿩김치도 조선시대 초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즈음 김치냉장고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딤채’ 라는 말이 16세기 중반인 조선중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침채(沈菜)’, ‘딤채’를 거쳐 지금의 ‘김치’로 전해진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김치의 발전사가 한국 김치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당시 김치에는 고려시대부터 이미 등장한 순무, 가지, 부추, 미나리, 박 등과 더불어 생강, 파, 마늘 등이 꾸준히 사용되었으나, 현재 김치의 대표적인 재료로 손꼽는 배추는 조선시대 초반까지도 주재료가 아니었고 16세기 중반에 출판된 훈몽자회에 배추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보이고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 중반까지도 무가 김치의 주재료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었으며 가지와 오이도 일상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채소였다는 점, 또 갓이나 청각 등 김장에 사용되는 재료가 이미 일상생활에 이용되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왜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기 시작했을까? 
 


그럼 과연 고추가 들어간 붉은 배추김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한 것이며 왜 김치에 고추가 들어간 것일까? 김치의 색깔을 붉게 만든 고추는 그 도입과 정착과정에 대해서 많은 설이 있으나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포르투갈로부터 들어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도입 경로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일본에서는 자리 잡지 못했던 고추(몇백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고추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일본의 젊은 여성들은 체중조절을 위해 핸드백에 항상 고춧가루를 넣고 다니며 식사 때 뿌려 먹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가 이곳 한반도에서는 그토록 짧은 시간에 우리 식단에 중요한 양념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을까? 임진왜란 때 화생방 무기로 전래되었을 것이라는 설과 일본인들이 수 백년동안 우리 민족처럼 고추를 애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측해 볼 때 고추는 처음에는 식재료로 이 땅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고추가 식단의 중요한 양념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군신화 때부터 등장해 우리 식단의 필수 양념으로 자리굳힌 ‘마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매운 맛의 구성성분이 비록 고추와는 다르다 해도 마늘과 고추는 우리 입안에서 얼얼한 매운 맛을 내는 양념이다. 또 우리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 도 마늘과 더불어 우리 조상들이 매운맛에 입맛이 길들여 지도록 톡톡한 역할을 해 왔다. 이렇게 조상 대대로 매운 맛에 길들여진 우리의 혀는 고추의 매운 맛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마늘, 파와는 차별지어지는 고추만의 독특한 매운맛을 선호하게 되었을 것이다. 또 고추가 가지는 방부 효과를 경험적으로 터득한 우리 조상들이 쉽게 고추를 우리의 식단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과학적인 측면 외에도 고추의 붉은 색은 입맛을 돋구는 효과가 있어 조선시대 초기에 이미 등장한 붉은색 잇꽃으로 물들인 김치의 뒤를 이어 또다른 붉은 색 식재료의 사용을 쉽게 받아들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빠알간 배추김치가 김치의 대표격이 되기까지
 
조선시대 후반에 들어서는 그야말로 이름을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김치들이 발전을 거듭한다. 김치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문헌도 더욱 다양해져 농서 뿐만이 아닌 한국 고유의 전통 음식만을 다룬 여러가지 조리서도 발간되어 김치에 대해 더 많은 자료들을 남기고 있다. 이중 김치에 대해 가장 잘 정리된 것 중 하나로 손꼽히는 『증보산림경제』에는 40여가지의 절임류 담금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순수 김치류는 약 20가지가 등장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소금을 적게 쓰는 방법과 많이 쓰는 방법으로 구분하여 김치 담금법을 소개하고 있으며, 김치에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것을 처음으로 문헌에서 소개하고 있다. 또 배추로 만든 김치 담금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이 당시의 김치는 지금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양질의 결구 배추가 아닌 중국에서 들여온 종자로 재배한 배추 김치인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이, 무, 가지로 만든 김치류가 주된 것이었다. 
1700년대 말에 쓰여진 규합총서에는 배추와 고추를 비롯한 향신채, 젓국 등을 이용한 오늘날의 김치의 모습과 거의 같은 김치 담금법이 최초로 소개되었다.

1800~1900년대에 쓰여진 문헌에는 무와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잡아 고추의 중요성도 점차로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념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져 굴, 청각, 잣 등을 사용한 기록이 보이고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결구배추의 경작이 일반화되어 결구배추로 담근 붉은 색의 배추김치가 김치의 대표격으로 여겨지기 시작하였다. 요즈음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일반인들이 요리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졌고, 각종 요리책들도 수 없이 쏟아져 나와 김치를 이용한 여러가지 응용요리법을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이런 노력이 국내에만 머무르지 말고 외국에도 좀더 다양한 김치, 김치 응용요리를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글/ 김주희 (kimchi@kimchimuseum.co.kr)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