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지붕 없는 예배당

은바리라이프 2009. 7. 14. 16:12

지붕 없는 예배당
글번호 17137 igm69님이 2005-08-09 14:40:19 작성


조회 : 288
등장인물: 메리안, 봉봉, 준 목사, 봉봉의 아버지, 예수님(음성)
장소: 낡은 아파트 옥상 위에 빛 바랜 망사천이 휘장으로 걸린 사방이 트인 예배당

1장

막이 열리면 메리안과 봉봉이 예배당 안의 플라스틱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메리안: 준 목사님은 하늘이 지붕이 되고 마닐라 항구가 벽이 되는 우리 교회가 이 세상 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라고 하시지만, 난 지붕 있는 교회를 지었으면 좋겠어.
봉봉 : 사실 나도 그래. 하지만 우리에겐 이 아파트 옥상도 과분한 거라고 준 목사님 이 그러시던걸?
메리안: 왜?
봉봉 : 이 아파트 옥상에선 아무도 우리를 쫓아내지 않으니까.
메리안: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그래.
봉봉 : 메리안, 그런데 준 목사님이 오시려면 얼마나 우리가 더 기다려야 해?
메리안: 아직 멀었어. 여기서 신학교에 가시는 시간이 7시간, 공부하는 시간, 또 오시 는 시간 7시간이나 걸리거든. 오늘 목사님을 만나기는 틀린 것 같아.
봉봉 : 난 오늘 꼭 목사님을 만나야 하는데 어떡하지?
메리안: 왜?
봉봉 : (난감한 얼굴로) 사실 우리 아빠 때문에 요즘 목사님과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 거든
메리안: 너희 아빠 때문에?
봉봉 : 응. 요즘 마닐라 항구에 컨테이너 작업이 줄어들어서 아빠에게 걱정거리가 늘으 셨나봐. 매일같이 술을 드시고 들어오셔서 큰 소리를 치시며 엄마와 다투시거 든.
메리안: 봉봉아! 정말 걱정되겠다. 사실 우리 아빠도 트라이시클을 운전하고 다니시는 데 관광객들이 아니면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고 하시더라

봉봉 : 메리안! 우리에겐 걱정거리도 있지만 그 걱정거리를 들어주시는 하나님이 계시 니 얼마나 다행이야?
메리안: 맞아. 목사님이 오실 때까지 우리 함께 기도 드리자.
봉봉 : 좋아. 그럼 내가 먼저 할께. 사랑의 하나님! 우리에게 파란 하늘을 지붕으로 주시고 파란 바다를 벽으로 주시어서 비록 냄새나는 예배당이지만 우리들이 언 제나 찾아올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주심을 감사 드립니다.
메리안: 그리고 찬양도 잘하시고 마음씨도 착한 준 목사님을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 다. 또 예배당 올라오는 아파트 계단에 커다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지만 아마 두 발이 빠져서 다치지 않게 도와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봉봉 : 그리고 저희 아빠가 이제는 아무리 술을 많이 드셔도 예배당에 올라오셔서 의자 를 집어던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 다.
메리안, 봉봉: (함께) 아멘.

이때, 준 목사님이 활짝 웃는 얼굴로 등장한다

준 목사: 아이구, 우리 천사들이 이렇게 기도 드리면서 예배당을 지키고 있었네?
메리안, 봉봉: (달려가 안기며) 목사님!
봉봉 : 메리안과 제가 목사님이 오실 때까지 기도를 드리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준 목사: 그래? 나도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우리 천사들 생각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 고 막 달려왔지.
메리안: (깜짝 놀라며) 학교에서 여기까지 달려오셨단 말이에요?
준 목사: 그래. 차를 타고 붕∼달려왔지, 하하하!
메리안: 난 또. 그냥 뛰어오신 줄 알았네.
봉봉 : 여기서 거기가 어딘데 그냥 뛰어오시니?
준 목사: 자, 우리 천사들이 이렇게 모였는데 우리 함께 내일 주일 준비를 할까?
메리안, 봉봉: 좋아요.
준 목사: 의자는 이쪽으로 좀더 반듯하게 놓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도 줍고. 자, 나는 마이크를 한번 점검해 볼께
봉봉 : 목사님, 제발 이 마이크 좀 틀지 마세요.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간이 떨어질 것 같아요.
준 목사: (미소를 지으셔) 그래도 좀 참으세요. 이 곳은 옥상이라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하나도 들리지가 않아요.
메리안: 봉봉, 너 또 투정 부릴래?
봉봉 : 치, 내가 뭘. 알았어요, 목사님.
이때 술에 잔뜩 취한 봉봉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린다

봉봉 아버지: (고함치듯) 봉봉아! 봉봉아!
봉봉 : 큰일났다! 우리 아빠가 예배당으로 올라오고 계셔.
준 목사: 봉봉, 걱정하지 마라. 아빠가 주님을 만나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 으니까.
봉봉 아버지: (예배당 안으로 들어서며) 봉봉! 너 집에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곳에서 노닥거리고 있는 거야, 어? 이제 네 나이도 열 살이야. 마냥 어 린애가 아니란 말이다.
준 목사: (의자를 봉봉 아버지 앞으로 끌어오며) 봉봉 아버님! 고정하시고 이리로 좀 앉 으시죠
봉봉 아버지: 당신이 이 예배당의 목사란 사람이요?
준 목사: 네 . 저는 준 목사라고 합니다.
봉봉 아버지: (험상궂은 얼굴로) 허우대 멀쩡한 사람이 왜 조무래기 아이들을 건드려서 집안 일도 못하고 하고, 밖으로 나돌아다니게 만드는 거요, 어?
준 목사: 봉봉 아버님께서 굉장히 힘드신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저와 함께 하나님께 기도 드리지 않겠습니까?
봉봉 아버지: 기도요? 기도가 영양 실조로 말라 가는 다섯 명의 아이들 입에 밥덩이를 넣어준답니까?
준 목사: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기도는 우리들에게 육신의 밥뿐만이 아니라 영혼을 살찌우는 영생의 양식이 됩니다.
봉봉 아버지: 영생의 양식? 이봐, 젊은 목사! 이거 술맛 떨어지는 소리 작작하고 이 옥상에서 쫓겨나기 싫거들랑 입 다물고 조용히 해. 그게 신상에 이로울 거야. 알아듣겠어?
준 목사: (슬픈 얼굴로) 봉봉 아버님! 이 곳 톤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전 잘 압니다. 부둣가에서 짐을 내리는 막노동을 하면서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살지요. 그래서 톤도 사람들에겐 내일의 희망이 없어요. 그저 그날 하루를 넘겼다는데 대해 안도하고 있지요. 저는 이 곳에 내일을 심으러 왔어요. 하 나님께서 주신 복된 말씀 속에 영원히 살아 움직이는 새생명을 심으러 왔단 말이에요. 우리가 이 땅에서 이렇게 가난하고 힘겹게 사는 것도 억울한데 영 원한 불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산다고 생각해 보세요.
봉봉 아버지: (한숨을 쉬며 한풀 꺽인 목소리로) 나도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사실은 알 아요. 그런데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괴롭다보니 영생에 대한 기대도 없어 져 버렸단 말이오.
준 목사: (봉봉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속삭이듯)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쉬지 말고 기도 해야 합니다. 참, 이번 주일날 봉봉 아버님께서 옥상 문에 서서 안내를 좀 맡아 주시면 어떨까요?
봉봉 아버지: (깜짝 놀라며) 나 같은 것이 어떻게? 나는 술을 너무 좋아해서 안돼요. 나중에 술 끊고 오지요.
준 목사: (미소를 지으며) 봉봉 아버님, 술 끊으실 때까지 기다렸다간 아마 저는 이미 하늘나라에 가버리고 없을겁니다.



2장


주일날 이른 새벽, 쏟아지는 빗줄기에 예배당의 의자와 휘장이 다 젖어 있고 메리안이 흐느끼며 한쪽 의자에 앉아 있다.

메리안: (울먹이며) 예수님, 오늘은 주일인데 비가 와서 어쩌면 예배를 드릴 수 없을지 도 몰라요. 제가 비를 맞으면서 예배를 드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사랑하는 예수님이 비를 맞으면서 예배를 받으시는 건 싫어요. 전 예수님이 너무 좋거 든요.

이때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

예수님: 메리안! 나는 내가 비를 맞으면서 예배를 받는 건 좋지만, 네가 비를 맞으면서 예배를 드리는 건 가슴이 아프단다. 나도 네가 너무 사랑스럽거든. 언젠가 소낙비가 쏟아지던 어느 주일날 네가 하늘을 바라보며 찬양을 하다가 굵은 빗 줄기가 너의 코로 눈으로 들어가 재채기를 하며 쩔쩔매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 답게 보였는지….
메리안: 아니, 예수님. 예수님께서는 그런 모습도 보셨어요?
예수님: 그럼.
메리안, 나는 대리석이 깔리고 찬란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박혀 있고, 반짝거리는 샹들리에가 걸린 예배당을 좋아하는 건 아니란다. 지붕이 없어서 비가 오면 나와 함께 비를 맞으며 예배를 드리는 곳, 햇빛이 쬐면 강렬한 태양빛에 이맛 살을 찌푸리면서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넘치는 곳을 나는 좋아하지. 그런 곳에서는 내 사랑의 보따리가 확 풀어져서 나도 주체할 수 없이 사랑의 샘물이 쏟아져 내린단다.
메리안: 그럼 예수님. 우리 톤도 교회도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거예요?
예수님: 그럼. 메리안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기도하고 찬양할 수 있는 예배당이 좋듯이 나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아가서 기도와 찬양을 받을 수 있는 예배당이 좋단 다.
메리안: 예수님, 그럼 저도 사랑하세요?
예수님: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메리안: 예수님, 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께 가장 많이 사랑받고 싶어요. 왜 냐하면 저는 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가장 사랑하거든요.
예수님: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에게 나의 사랑을 나타내리라.
자료출처 : 장 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