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학교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9:48

등장인물: 준호 경철 영숙 준호어머니



무대 불이 켜지면 혼자 앉아 있는 영숙, 흐느껴 울고 있다.
잠시 후 고개를 푹 숙이고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천천히 준호가 등장한다.
준호 무대를 가로질러 가려다가 울곡 있는 영숙을 발견하고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한다.
잠시 후,영숙 준호가 있는 것을 알아채고 얼른 몸가짐을 수습한다.
영숙: 주..준호구나.
--잠시 어색한
준호: 영숙아. 그냥 있어. 나 곧 나갈거야.
영숙: 아니야,수돗가 가서 얼굴이라도 씻어야겠어. 누가 내 얼굴 볼까봐 겁나.
(나가려고 일어서다가) 너..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준호: 알았어.
--영숙 눈 주위를 문지르면서 퇴장한다.
준호 혼자 의자에 앉아 한숨을 몰아 쉬고 있는데,경철 등장한다.
경철: (앉아 있는 준호의 어깨를 치며) 준호야!
왜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고 있냐?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준호: 오늘 모의고사 성적표 받았잖아.
경철: 자식, 그래서 이렇게 풀이 죽어 있는거야? 시험이란 게 잘볼 때도 있는 거고 못볼 때 도 있는거지 뭘.
준호: 그게 아니야. 이번엔 정말 열심히 공부했단 말야. 다만 몇점이라도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떨어지다니. 아무래도 난 돌머린가봐.
경철: 에이. 네가 잘못 생각하는거야. 넌 글을 아주 잘 쓰잖아. 소설가 중에서 돌머리 있단 소리 못 들어봤다.
음...공부하는 방법을 바꿔 보는건 어때? 네가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고부하고 있는 것 인지도 모르잖아.
준호: 그래... 한번 생각해 볼께. 신경써 줘서 고맙다. 그런데 넌 이번에도 우리 반에서 일등 이라며?
경철: (쑥쓰러운 듯) 어떻게 알았냐?
준호: 어떻게 알긴... 소문이 파다하던데.
경철이 넌 좋겠다. 올해 들어서 일등 놓친 적이 한번도 없잖아.
경철: 그렇지도 않아. 전교등수땜에 나도 고민이 많거든.
준호: (어머니 목소리 흉내내며) 얘, 너 이 성적 가지고 어디 제대로 된 대학 갈 수 있겠니? 겨우겨우 반에서 중간 하는 등수로 말야.
경철이 좀 봐. 걔는 맨날 일등이잖니. 걔 좀 따라다니면서 어떻게 공부하나 보고 배우 기라도 해 봐.
( 제 목소리로) 적어도 넌 이런 말 듣고 살지는 않잖아.
경철: 준호야,그건...
준호: (큰 한숨) 시험이라는 게,대학이라는 게 뭔데 이렇게 남의 인생을 괴롭게 만드는지 모 르겠다. 사나이 가슴을 울리고, 여자를 울리고....
경철: 여자를 울려?
준호: 아...아냐. 아무 것도!
경철: 자율학습 시간도 다 끝났는데, 넌 집에 안가니?
준호: 오늘같은 날은 되도록이면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게 좋아.
슬그머니 성적표를 내놓고는 피곤하다고 하면서 얼른 내 방에 들어가는거야. 그리곤 재빨리 이불을 덮어 쓰고 자는거지.
경철: 그럼, 학교에서 공부 더 하다 갈거야?
준호: 무슨 소리야. 오늘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은 책 펴들고 앉아 있어 봤자 아무것 도 눈에 안들어온다구.
그냥, 밤거리나 배회하다가 적당할 때 집에 들어갈래.
경철: 그래? 그럼 같이 나가자.
--경철과 준호 퇴장.

<2> 준호네 집

준호 책상 위에 앉아 일기를 쓰고 있다.
준호: 1996년7월 ○일 날씨 맑음
영숙에게.
나야, 준호.오늘 하루도 잘 지냈니? 아까는 교실에서 울고 있는 널 보고 마음이 아팠다. 너도 성적표 때문이었니? 널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 지 몰라.
내 일기를 너를 위해서 쓰기로 결심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됐다. 너를 보면 항상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데 난 그럴 수가 없다. 왜냐면 난 공부도 못하고 키도 작고 용기도 없 는 못난이니까. 그래도,밤마다 일기를 쓰면 너를 마주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 다음에 내가 유명한 소설가가 되면 이 일기를 책으로 펴낼거야. 제목은 '영숙에게 바친다.' 어때? 하지만 그때를 위해서 일기장에 거짓말이나 허풍을 늘어놓지는 않을거 야. 솔직하게 쓰는거지. 다만. 솔직하게 써도 내가 추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진실되게 살거야. 정말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서 나는 오늘 이렇게 멋지게 살았다, 하고 일기에 쓰면 그건 거짓말이 아니잖아.
그래 영숙아. 난 더 열심히 진실되게 살기 위해서 너한테 편지를 쓰는거야.

경철이는 내가 봐도 정말 멋있는 녀석이다. 키도 크고 얼구도 잘 생긴데다가 전교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우등생이잖아. 하지만 나한테는 경철이한테 없는 뭔가가 있다. 그게 뭐냐구?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머리가 나쁘긴 나쁜가봐. 가물가물 떠오르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거든.
어쨌든. 내가 몰라도 넌 알거야. 왜냐면 넌 베아트리체니까.
단테의 <신곡> 읽어 봤니? 거기 보면 단테를 어둠에서 이끌어내 주는 빛의 여인 베아 트리체가 나오거든.
넌 나를 이 어두운 터널에서 겉져줄 해답을 갖고 있을 것만 같아.
--이때 노크소리
준호모: 준호야, 공부하니?
준호: (일기책을 얼른 덮고,책을 뒤적이며) 네..네.
준호모: (간식쟁반을 책상 위에 내려 놓으며)공부 잘 되니?
준호: 그냥 그래요.
준호모: 그냥 그렇다니? 너도 이젠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를 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한 가하게 하는 둥 마는 둥 공부하고 있을거니?
말난 김에 이번 모의고사 성적표 좀 꺼내 봐라.
준호: 아까 보셨잖아요.
준호모: 글쎄 꺼내 보래두 그러네.
--준호 할수 없이 성적표를 꺼내어 건네 준다.
준호모: (성적표를 훑어 보고는) 얘, 너 이 성적 가지고 어디 제대로 된 대학 갈 수 있겠니? 겨우겨우 반에서 중간하는 등수로 말이야.
경철이 좀 봐. 걔는 맨날 일등이잖니? 걔 좀 따라다니면서 어떻게 공부하나 배우기 라도 해 봐.
준호: 또 그 소리...... 알았어요.
준호모: 대답은 잘 하는구나. 맨날 알겠다는 애가 성적이 이 꼴이니?
준호야. 네가 되겠다는 소설가, 그것도 아무나 되는 거 아니다. 요즘 잘 나간다는 소 설가들 양력 좀 들춰봐라. 다들 번듯한 대학 나온 사람들이지.
요즘은 뭘 하든지 대학 못 나오면 명함도 못 내미는 세상이야.
준호: 그렇지만도 않아요. 대학을 아예 안 나오거나. 다니다가도 그만두고 소설 쓰는 사람들 이 얼마나 많은데요.
준호모: 그 모르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너는 엄마 아빠 사랑 받으면서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랐어.
네가 세상 돌아가는 거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겠니?
그러지 말고 대학 들어갈 때까지 ,나는 죽은 목숨이다.생각하고 열심히 공부만 해.
준호: 엄마,공부 이왕이면 잘하는 게 좋겟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우리반의 수철이란 애는요, 공부는 잘하지만 정말 나쁜 애예요. 공부 못하거나 몸약한 애들 괴롭히고 선생님들한테 슬 데 없이 아부해서 늘 욕을 먹는 애죠.
그런데 걔는 공부를 잘해서 부모님한테 혼나는 일이 없데요.
애들이 뭐하는 줄 아세요? 걔는 걔네 부모님들이 다 버려놓은 거래요.
엄만 내가 인격이 그렇게 못쓰게 돼도 공부만 잘하면 좋으시겠어요?
준호모: 준호야, 지금 너한테 제일 중요한 건 공부야. 인격수양은 대학 가서 해도 되는거야.
준호: ( 벌떡 일어서며) 엄마!
준호모: 깜짝이야. 뭐니? 너 지금 엄마한테 반항하는 거니?
준호: ( 기가 죽어서) 반항은요... 제가 언제 엄마한테 반항하는 거 보셨어요?
저 찬물로 세수나 하고 올께요.머리 아프고 졸려요.
--준호 퇴장한다.
준호모: 애두 참!
--준호모 책상을 정리하다가 한쪽에 놓인 일기장을 발견한다.
준호가 나간 문쪽을 한번 흘끔 바라보고는 펼쳐 읽는다.
준호모: 영숙에게.... 어머머머머 얘 좀 봐!
( 계속해서 읽어내려가는 듯 한참을 중얼중얼하다가)
...넌 나를 이 어두운 터널에서 건져 줄 해답을 갖고 있을 것만 같아?
내 이 녀석을.......
--준호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들어오는데
준호모: 준호야!
너 이녀석 왜 이렇게 정신을 못차리니? 뭐? 어두운 터널에서 건져 줄 해답을 영숙 이란 여자애가 갖고 있다구?
해답이 공부 열심히 하는데 있는거지 어째서 여자애한테 있니?
준호: 엄...마, 제 일기장 보신 거예요?
준호모: 지금 그게 문제니?
준호: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어떻게 남의 일기장을 보실 수가 있는 거냐구요.
준호모: 남? 엄마가 남이니?
어영부영 말꼬리 돌리려고 하지 말고 말해 봐. 영숙이가 누구니? 언제 어디서 알게 된 애니?
어휴 속상해. 네가 지금 여자 친구나 사귀고 있을 때니?
준호: 왜 이러세요? 엄마, 이건 일기장이예요. 편지가 아니라구요.
그냥 나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쓴 거예요.
엄마가 생각하시는 그런 일은 없다구요.
준호모: 설사 그렇다고 해도 , 이건 네 정신 자세에 문제가 있는거야. 사내 자식이 오죽 못 났으면 일기장에 여자애 이름이나 끄적이면서 넋두리니, 넋두리가...
준호: 엄마, 너무하세요.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대학에 가서 닦은 인격이 이런 건가요? 대학 가서 엄마처럼 된다면, 차라리 공부고 뭐고 다 그만두겠어요!
준호모: 이...이 녀석이! (뺨을 때린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
준호모,씩씩거리며 퇴장한다. 준호 얻어맞은 뺨을 손바닥으로 갑싸고 의자 곁으로 천천히 다가가서는 털썩 주저 앉는다.

<3> 학교

준호와 경철 책상 앞뒤로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준호 한숨을 크게 쉬면
경철: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일기장을 본 건 좀 심하셨다.
근데, 일기장에 뭐가 적혀 있었길래 그렇게 펄펄 뛰신거야?
준호: ( 좀 난처해 하는) 별거 아냐. 소설가 어쩌고 하는 내 꿈들... 그런 거였지 뭐.'
경철: 이상하네. 너희 어머니 소설가 되는 거 크게 반대 안하신다고 했잖아. 왜 새삼스럽게 그런일 가지구 야단을 치신 걸까?
준호: 자식, 꼬치꼬치 따지기는... 중요한 건 엄마가 내 일기장을 보셨다는 거야.
엄만 날 존중하지 않으시는 거야. 그저 남부끄럽지 않게 대학이나 좋은 데 가기를 원 하시는 거지.
경철: 그렇게 생각하지 마. 다 널 위하시니까 그런거지 뭘.
준호: 넌 참 좋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고개를 돌리다가 경철이 책상 위에 놓인 성경책을 집어 들며) 웬 성경책이냐? 학교에 도 가지고 다니니?
경철: 응, 난 공부하기 전에 꼭 성경책을 읽거든. 그러면 머리에 더 잘 들어와.
참, 너 요즘 왜 교회에 안 나오는 거야? 애써 전도했더니 보람도 없이...
준호: 어쩌다 그렇게 됐다.
경철: 여러가지로 힘들어서 그래? 그럴수록 더 열심히 믿어야지.
준호: 모든 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
처음 널 따라서 교회에 갔을 땐 마음이 편하고 좋았어. 누군가 아주 힘이 센 분이 항 상 날 지켜 주시고,기도를 들어주신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몰라.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하나님이 날 위해서 해 주신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거 야.
경철: 얘가 꽤 심각하네,하나님이 너한테 해 주신게 없다니 무슨 말이야?
너한테 영생을 주시고 구원을 약속하시고,아들로 삼아 주시기까지 했는데.
준호: 정말 그렇다면 감사한 일이긴 하지. 그런데 그 증거가 어딨어?
나를 정말 사랑하신다면, 그래서 아들로 삼으신 거라면 나한테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 어하시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데 내가 교회에 나가고 나서부터 달라진게 뭐 있니?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성적은 항상 그게 그거고, 그새 키가 자라서 멋있어진 것도 아니 고, 엄마가 변하셔서 날 안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난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무것도 변한 건 없는데 혼자 착각 속에 빠져 있었던 거야.
경철: 하나님을 믿는 건 착각이 아니야. 오히려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게 착각이지.
하나님은 인내하는 사람에게 복을 주셔. 정말 크리스찬이라면 어던 샹황에서도 구분한 테 감사할 수 있어야 돼. 고난 속에서 참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거 몰라?
준호: 그러는 너는 얼마나 고난 속에 있어 봤니?
너... 나같은 고민 해 본 적 있니? 대학을 못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자식을 못 믿어 서 일기장까지 몰래 보는 엄마에 대한 실망, 못생기고 뭐 하나 잘하는 게 없어서 느끼 는 지독한 열등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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