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딩동 딩동 딩동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6:36
딩동 딩동 딩동


김 승 규


나오는 이 : 홍집사, 남자

홍 집사 :
기회가 될 때마다 전도의 현장에 나오곤 하지만 그 때마다 무척이나 두렵고 떨리는 것은 매 한가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늘 고민스럽지요. 그 날도 교회에 모여 기도를 마친 전도팀은 인근의 아파트로 향했습니다.
2인 1조로 조를 편성하고 한 동씩 담당하기로 하였는데 왜 하필이면 그 날 따라 내가 홀로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짝이 모자란 탓이기도 하였지만 "믿음 좋은 홍 집사는 혼자 가요" 라는 전도팀장님 말에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가 맡은 동은 305동이었고, 출입구가 3곳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러가며 전도하던 나는 마지막 라인 606호 문 앞에 섰습니다.
전도는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까지 올라가 내려오면서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교패가 붙어있는 집은 초인종을 누르지 않습니다. 이미 다른 교회에 다니는 분이니까요. 그 집 문에 교패가 붙어있지 않더군요.  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누구세요 라는 집주인의 목소리든지 아니면 문여는 소리가 무조건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부담이 크고 홀로 전도하게 되는 날에는 사람 없음이 오히려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날은 내가 할 일은 다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전도를 끝낸답니다. 그 날 따라 혼자였던 저는 혹시나 우락부락한 남자 분이라도 나와 소리지를 까봐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한 제가 계단을 내려서 아래층으로 향할 때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세미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그 집을 그냥 지나가지 마라"
사람이 없는걸요.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잖습니까? 사람이 없다니까요?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자리를 뜰려고 했지만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내려가지 마라"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듯 했기 때문입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인기척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다시 딩동 딩동 !
그저 조용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긴장을 풀고 돌아서며 "하나님 거 보세요. 없다니까요?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고 성령님이 주시는 감동으로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층을 내려와 5층, (주춤거리며) 왠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집을 그냥 지나가지 마라"는 음성이 또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더군요.  
몇 번이고 망설이던 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 집 문 앞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초인종을 눌러대기 시작했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귀를 기울인다.)
역시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긴장이 풀리더군요. 나는 내 자신에게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힘을 다해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괜한 초인종에 화풀이를 한 것입니다. "하나님, 사람이 없는 것 확인하셨지요?(힘을 주어) 나는 입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뜻 밖에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습니다.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더니 우락부락한 남자분이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뭡니까? 왜 남의 집 초인종은 그렇게 눌러대는 거예요.  
나는 너무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 뛰고 가슴이 벌렁대는 통에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쳐다보지도 못하고 덜덜덜 떠며 ○○○교회에서 왔는데요. 예...예수 믿...믿으시라구요.(심하게 더듬거린다.) 한마디 하고는 도망치듯 내려오고야 말았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떨렸던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현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더 놀란 것은 그로부터 4일 후 주일 예배 때였습니다.
전도사님이 한 남자 분을 이끌고 저에게로 왔습니다. 저는 그 분이 설마 그 때 그 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강력하게 저를 이끌었던 힘이 착각이 아니라 한 영혼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장면이 바뀐다.
남  자 :
전 이래봬도 남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잘 나가는 벤처사업가였습니다. 하루 하루 돈 세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지요. 사람들은 저의 성공을 부러워하였습니다. 중소기업이 아니라 이제는 대기업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 있겠다고 포부를 키워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수출길이 막히면서부터였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풀릴 것이라고 낙관했던 저의 기대와는 달리 조금씩 더 어려워졌습니다. 돈 쌓아놓을 곳 없을 정도로 많이 벌었다고 생각했던 돈을 곶감 빼 먹듯 빼먹기 시작했는데 순식간에 빚쟁이로 전락하게 되더군요. 이리 뛰고 저리 뛰어보았지만 뛰면 뛸수록 빚만 늘어가더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한숨 섞인 소리)
어떻게 세운 회사인데 결국 부도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부도를 선언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더군요. 매일처럼 찾아와 멱살잡이를 하며 빚독촉을 하는 채권자들의 독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숨이 막혀왔습니다.
제가 당하는 고통은 둘째치고 가족들이 당하는 고통을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도 무능한 내가 저주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죽으면 그만이다. 차라리 죽는 것이 깨끗하다. 가족들도 내가 죽으면 더 이상 빚독촉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내와 아이들을 큰 집에 보내놓고는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방 한가운데 든 든한 버팀목을 만들고 줄을 늘어뜨렸습니다. 든든한 줄을 확인하여 올가미를 만들었습니다.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올가미를 들었습니다.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아빠, 아빠 하며 따라다니던 기억들 때문에 아이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한편 두렵기도 하였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서서히 올가미를 목에 걸치려는 찰라였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갑작스런 초인종 소리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올 사람도 없는데 신문 보라는 판촉사원인가?  아니면 애들 우유 먹이라고 찾아온 판촉사원인지?(사이)
하지만 얼마나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결심한 것인데.......... 조용히, 숨을 고르며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조용해졌습니다. 이제 갖겠다 싶더군요.
저는 다시 늘어진 밧줄의 올가미를 목에 걸었습니다. 한데 이게 웬일입니까? 또 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렸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이런 젠장 죽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군.
신경질이 났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나가 한 마디 해주고 싶더군요. 나의 이 엄숙한 작업에 왜 당신이 끼어 드는 거지요. 당신이 내 대신 죽을거요. 이건 장난이 아니요 거사란 말이요 거사!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는 다시 이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방해하는 사람이 없겠지? 두 번씩이나 울려댔던 초인종 소리 때문에 마음이 많이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대안이 떠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 처음의 결심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저는 다시금 결심을 했습니다. 떠오르는 모든 잡념들을 애써 삼켰습니다. 저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는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밧줄의 올가미를 들어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초인종 소리가 울렸습니다.
이런, 이런 젠장 ! (체념하듯 내뱉는다.)
그리고 몇 초 간격을 두고 이번에는 좀 더 과격하게 초인종을 눌러대는 것이었습니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아니 주인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는 올가미를 벗어던지고 의자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문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문을 힘차게 열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떤 놈이야? 한 아주머니가 너무 깜짝 놀라 뒤로 나가 자빠지더군요. 조금 머쓱해졌습니다. 조금 소리를 낮추었습니다. 뭡니까? 무엇 때문에 남의 집 초인종을 그렇게 눌러대는 거요? 아주머니가 많이 놀란 것 같았습니다. 초췌한 몰골에 눈물 자욱까지, 그리고 문을 열고 소리를 버럭 질렀으니까 (사이) 그럴 수 밖에요.
○○○교회에서 왔는데요. 예수 믿으시라고요. 아주머니는 너무 놀라 말도 더듬거렸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통해 내려가버렸습니다.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죽겠다는 계획도 다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그게 어떻게 용기를 내고 결심을 한 것인데 맥이 풀려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습니다.
방구석에 처박혀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죽으면 너무 속절없다는 생각,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밀려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놀란 토끼처럼 주저앉았던 그 아주머니와 더듬거리며 이야기하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되었습니다. 그래 어쩌면 그 아주머니가 나를 살린 것인지도 모르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뭐더러 교회 이름도 분명히 기억이 났습니다.
나는 방구석을 돌며 실성한 사람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예수를 믿으라구.. 예수, 예수.....
교회라고는 초등학교 2학년 성탄절인가 친구 따라 간 것이 전부인데....교회를 나가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4일 후 ○○○의 예배에 참여하였습니다. 조금 낯설긴 했지만 너무도 편안했습니다. 또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내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성가대의 찬송과 또랑 또랑한 목소리의 목사님 설교가 계속되는 동안 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습니다. 사람들이 힐끔 힐끔 쳐다보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아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나와야지, 그래 살아봐야지,
내 손을 잡고 반갑다고 흔드는 사람들,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햇살이 얼마나 눈이 부신지 ........................

  
  대박의 꿈  김승규 06·10·17 797
  엄마가 보고플 때  김승규 03·04·19 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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