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집사의 죽음
대본: 김승규(오목천교회 교육목사)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할 일과 분주함에 정신이 없다.
1.보좌관: 의원님 여기가 오목천교회입니다.
2.의 원: 음, 사실 말이야 난 교회가 두드러기 나도록 싫어요.
예수쟁이들은 너무 고지식해요. 밥을 사줘서 표를 얻을 수도 없구,
그렇다구 돈 봉투를 줄 수도 없구.
3.보좌관: 그래도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의원님의 성함이 한 당선 아닙니까? 이번에도 틀림없습니다.
그럴싸하게 의원님께서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씀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4.의 원: 뭐? 그럴싸하게 일 하고 있다고....
5.보좌관: 죄송합니다. 그게 아니고 사실 의원님만큼 일하시는 분이 어디 있습니까?
6.의 원: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현 국회의원 한당선입니다.
오목천교회 성도여러분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4년 동안 열심히 이 지역을 위해 땀흘린 것을 기억해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이번 17대 총선에서 다시 한번 저를 밀어주십시오. 저는 이 지역의 머슴입니다.
제가 없다면 현 의원으로 추진하던 일들이 신속히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하던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번에도 저를 뽑아 주신다면 여러분의 발이 되어 지역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7.사람들: 기호1번 한당선! 한당선!(홍길동을 연호한다.)
확실한 여러분의 일군 한당선 ! 부탁드립니다.
조명 OUT
8.아 내: 여보, 여보, 당신 들었어요. 호호호...
난 비서관이 말해주어서 알았다니까요.
9.사 장: 다 나의 뛰어난 사업수완과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력 덕분 아니겠어.
땅을 사면 땅 값이 올라, 집을 사면 집값이 올라 하는 일마다 운수대통이라구,
이번에 코스닥에 투자했더니 자그만치 3배야 3배라구.
10.아 내: 당신은 정말 최고예요 최고라구요. 하지만 나의 공로도 있다구요.
내가 당신을 위해 200만원짜리 부적을 준비하고 정성을 올렸기 때문이라구요.
11.사 장: (어이없다는 듯) 쯧쯧 아이구
12.아 내: 여보 우리 이번에는 지난번 이야기했던 태국에 가는거죠.
13.사 장: 그래(선심쓰듯) 가야지. 그럴줄 알고 다 준비해두라고 했어요.
당신은 몸만 떠나면 됀다구.
김비서관에게 모든 것을 준비하고 이곳을 오라고 했으니까?
이번 여행은 정말 뜻 깊은 여행이 될꺼야. 생각만해도 힘이 절로 나는구만.
14.아 내: 여보, 이번에 가면 무얼 먹고 오는 거죠,
15.사 장: 태국에는 뱀탕이 아주 좋다니까 뱀탕을 실컷 먹고 오자구
16.아 내: 아니 그거 징그러워서 어떻게 먹어요.
17.사 장: 내숭은 원, 몸에 좋다면야 무얼 못 먹을까?
당신 먹기 싫다면 나 혼자 먹으면 되18지
18.아 내: (새침하게) 음 그럴수야 있나요. 누구 좋은 일 시키라구.
19.사 장: 지난 번 중국에 갔을 때 보니까 원숭이 발바닥 요리도 잘만 먹더구만.
다 먹어두면 몸에 좋아요 십 년은 젊어진다니까?
20.아 내: 하긴 그래요. 내 피부를 보세요.
내 피부가 굉장히 좋아졌다고 다들 비결이 뭐냐구 묻는다니까요?
제가 뭐라구 그러는지 아세요.
"호호호 다 그런게 있어 ......호호" 이러면 사람들은 미칠려구 한다니까요?
21.사 장: 알긴 제대로 아는구만. 내가 힘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아
다 이렇게 노력한 덕분이야. 돈이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구
모르긴 몰라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 20년은 더 살게 될꺼야 암.
당신도 마찬가지구. 우리 백년 만년 살자구. 그래야지
22.비서관: 사장님, 사모님. 다 준비되었습니다. 늦으면 비행기 놓치겠습니다. 가시죠.
23.사 장: 자 가자구
조명 OUT
시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24.수 분: 사람들이 우리 집을 보며 뭐라고 그러는 줄 아세요.
25.엄 마: 글쎄다. 뭐라고 그러는데,
26.수 분: 저 집은 예수 믿어도 잘 되는게 없는데 왜 예수 믿는 줄 모르겠데요.
아버지 하는 사업은 잘 안 풀리고 또 아빠는 왜 보증을 섰는지 모르겠어요.
친구 때문에 우린 이렇게 고생만 하잖아요.
수철이좀 보세요. 학교 가다가 차에 치여 이만 저만 고생이 아니구,
저만해도 그래요 대학 등록금 때문에 이번 학기는 쉬고 있잖아요. 짜증난다구요.
27.엄 마: 그래 너에게는 면목없구나. 미안하다.
수분아! 너 사람들의 말이 그렇게 신경쓰이니,
네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니, 너도 힘들겠지만 아빠에게 용기를 좀 드렸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의 사는 모습 때문에 하나님께도 영광이 안 되는구나.
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좋은 일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분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 삼아 주셨다는 거야, 너도 알지 않니.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서 걸어가신 길을 생각해보렴 그것만으로 우리는 감사하구 또 감사해야하지 않겠니,
28.수 분: 아, 알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들이 기분 나쁘단 말이예요.
기가 막힌 것은 우리를 동정하는 눈으로 본다는 거예요.
29.엄 마: 어서 가자, 빨리 저녁 준비해야지.
(대화도중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진다. 낮은 신음소리) 음, 음,
30.수 분: 엄마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31.엄 마: 아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해서 그런다. 자 빨리가자.
(일어서 가슴을 움켜쥐고 몇 걸음 옮기다 또 스러진다. )
조명 OUT
요란한 차의 정지음 소리가 들린다.
32.보좌관: (뛰어들어오며)의원님이 유세도중 차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국회장으로 치룰 것 같은데 여러분이 저를 도와주셔야 되겠습니다. (퇴장)
33.사람1: 이번 선거는 아무개가 좋게 생겼구만
34.사람2: 내리 3번이나 국회의원을 했으면 할 만큼 했지 뭐,
나이도 있으니 이번에는 그렇게 양보하고 일선에서 물러나시라고 말렸건만
사실 너무 욕심 부리다 이렇게 된 거 아니겠어.
35.사람1: 우리도 이젠 새로운 사람을 찾아 줄이나 잘 서야 되는 것 아니겠어.
36.사람2: 일단 한당선 의원 장례나 뻑쩍찌근하게 치루고나 보자구.
조명 암전
위급 신호를 알리며 달리는 구급차 소리
37.사람3: 여보게들 사장님이 위독 하시대요. 사장님이 위독 하시다는구만
38.사람4: (비아냥 거리며) 아니 좋은 건 다 드시는 양반이 왜 갑자기 쓰러지셨나
39.사람3: 지난 번 사모님과 함께 태국에 보신관광을 가지 않았나,
뱀탕을 실컷 먹고 돌아왔는데 그때 뱀을 산채로 먹었다는구만,
산 채로 먹어야 약효가 좋다는 말에 뱀을 산채로 먹었대요.
의사가 하는 말이 뱀 속에 기생하는 기생충이 뇌에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구만
40.사람5: 건강하게 살겠다구, 남보다 오래 살겠다구 야단법석을 떨더니만
그 일 때문에 남보다 먼저 가게 생겼어, 내 원 참
41.사람3: 글세 그러게 말이야, 아마 살아도 식물인간이 되기 쉽다지
아무리 발버둥쳐야 별 볼일 없네 그려, 쯔쯔
42.비서관: (힘없이 들어와) 여보게들 기어이 사장님이 운명하셨다네. 빨리 장례나 준비하세.
43.사람4: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소용이 없구만, 우리처럼 없이 사는 사람들한테
조금 적선이나 하고 갈 것이지 젠장,(사람3이 사모를 보고 얼른 그의 말을 가로막는다.)
44.사람들: 사모님, (슬퍼서 우는 척)
사장님이 돌아가시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참 좋으신 분이었는데.....흑흑흑
45.아 내: 여러분 사장님의 장례를 준비해주세요.
최고 좋은 베옷을 입혀드릴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고 최고 좋은 관을 써서 누우신 자리가 편안하도록 해주세요.
김 비서관은(사람6) 훌륭한 지관을 찾아 명당자리를 알아보도록 하구요.
조명암전
상여를 이끄는 상여꾼들의 장단이 을씨년스럽다. 따라가는 사람들의 곡소리가 구슬프고 침울하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도 들린다.)
사람들이 장난치는 소리도 들린다. 화려한 장식의 상여가 조명 빛에 비춰지나 왠지 처량하다.
46.소 리1: 국회의원장례라 그런지 요란하구만
47.소 리2: 저 사람들 좀 보라구
48.소 리3: 여기 우리 사장님 장례가 더 확실하지 암, 가실 때도 편안해야지 암
명당자리에 최고급 수의를 입으시고 최고급 관에 안장된채 묻히신다니까
49.아 내: (소리로만) 여보, 잘살게요. 당신이 가셨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행복할꺼예요.
당신이 억수로 벌어논 다 내것이 되었구만요. 고마워요.
딸이 오열하는 소리가 들린다.
죽은 박복숙 집사 옆에 의사와 간호사, 남편과 딸 그리고 몇 몇 사람이 있다.
50.수 분: (오열하다가 지쳐있다. )엄마,
51.남 편: 여보, (천천히 일어선다. )
52.수 분: 왜 그렇게 고생만 하시다 돌아 가시는거죠.
엄마는 아직 젊쟎아요. 사람들은 또 말할거예요. 예수 믿어서 잘 되는 것 없다구,
그렇게 고생하더니만 죽는 것도 남보다 먼저 간다구 말이예요.
53.남 편: 이제 그만 하렴,
54.이 웃: 여기가 박복숙씨의........( 사태를 파악하고는 허망한 듯 )
벌써 몇 년 동안이나 우리를 돕는 분이 있길래 누구인가 궁금했었습니다.
우리를 돕는 분이 굉장히 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리를 돕고 있는 분이 수분이 어머님이라는 것을 알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조금만 일찍 왔어도 ......
55.의 사: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알고 계셨는지요.
56.남 편: (알고 있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57.의 사: (딸을 바라보며)어머니는 생전에 자신의 모든 장기를 기증 하셨었습니다.
자신의 장기가 쓸 수 없다면 자신의 시신이라도 의학발전을 위한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구 서약하셨더군요.
58.남 편: 그래 네 엄마는 이미 오래 전에 사람의 목숨을 하나님께 달린 것이라구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이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그게 순서라구 했지, 네 엄마의 유언이니 그렇게 하도록 하자꾸나,
59.수 분: 엄마!
화려하지 않지만 꽃상여가 눈에 보이고 이어 사람들의 찬송소리가 들린다.
한줄기 조명 빛에 꽃상여가 천국으로 인도되는 모습이 보여진다.
60.목 사:(소리로만)
사랑하는 성도들이 모여 먼저 하나님의 나라로 불리우신 고 박복숙 집사님의 시신을 여기에 모십니다. "흙은 흙으로 티끌은 티끌로 재는 재로 돌아갈 지니라."
하나님 사랑하는 박복숙 집사님의 시신을 이곳에 모셨습니다.
믿음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부끄럼없이 살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집사님의 영혼을 받아주옵소서.
집사님처럼 고귀한 신앙으로 살다가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함께 만나게 하시고 영원을 향하는 발걸음이 되게 하옵소서. 유족들을 위로하시고 남은 생애가 복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옵나이다.
천국으로 인도되는 박집사의 꽃상여가 성도들의 눈에서 사라질 즈음 화려하고도 웅장한 감동의 찬송(음악)이 성전을 가득 채운다.
조명 암전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