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엘림성극단-칼멘의 고백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6:19

엘림성극단-칼멘의 고백

엘림성극단 성극대본
1998년 10월 17일(토) ~ 18일(주일)   : 제1회 정기 공연 작품==================================================
☆ 칼멘의 고백 ☆

○ STAFF
P·D, 연출 / 김승규
A·D, 기획 / 박희성
조 명 / 김광호
음 향 / 준비 - 신사하(불참)
당일음향담당 - 정영미
소 품 / 정수미(불참) - (박희성 준비)
무대장치 / 조진철(박희성 준비)
분 장 / 정영미(김승규 목사님)

○ 일 시 : 1998. 10. 17. ∼ 18. (토, 일) 2회 공연
(토) 오후 7 : 30 (1시간), (일) 오후 7 : 30 (1시간)

○ 예산 내역
조 명 - 김승규
분장도구 - 정영미
무대천 - 정영미
의상(죄수복) - 신사하(김규호(작업복)
목사상의 - 김승규
1청년 : 14만원  2청년 : 10만
○ 연 습  8월 29일 ∼ 10월 18일 (50일간)
○ CAST- 메이슨 : 송경중, 칼  멘 : 최송희, 스카트 : 황성규

어둠 속에서 무대의 오른쪽에 작은 빛이 들어오면 그 안에는 메이슨목사가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정리하듯 쓰다가 잠시 후 객석을 의식한 듯 쓰던 펜 뚜껑을 덮으며 옆에 있던 낡은 신문 한장을 본다.

메이슨 : (신문의 한 대목을 읽는다.) 범인 존 칼멘은 그를 죽인후 곁에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어린 딸마저 무참히 도끼로 찍어 죽이고 말았다. 80년 들어 아마 이 사건은 최고의 악질행위일 것이다. (긴 한숨을 내뱉으며 안경을 벗고) 존 칼멘, 그는 이렇게 잔인한 살인마였습니다.순간의 분노와 복수심에 눈이 멀어 인간을 더살하는 백정으로 변신했던거죠. 찬바람이 불던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그 큰 죄몫을 결국 서형이란 이름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많은 이에게 하나님 사랑의 빠른 임재와 영생을 얻기위한 한 영혼의 뜨거운 울부짖음을 가슴깊이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지난 5년의 목회생활 동안 그를 간증하며 다닌 저를 통하여 하나님께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 영혼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이야기를 미흡하나마 책으로 내어 제 발길에 이르지 못하는 많은 곳에도 이 간증이 전해져 좀더 많은 영혼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게 하는데 한 도구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칼멘, 그는 비록 구원을 얻자마자 천국에 이르러 이땅에 그분의 은혜에 보답할 말씀의 전도자는 못되었지만 오늘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하나님 앞에 부르는 천국의 사자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전화벨 소리 울리고 메이슨 '잠시'라는 시늉을 하며 전화를 받는다.)
 네, 메이슨 목사입니다. 네? 아! 스카트씨? 네, 스카트씨가 추진하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이 출판사업이 고인에게 물론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데도 큰 도구로 쓰일 것입니다. 네.
(음악 전부터 서서히 나오다 고조되고 목사 계속 통화를 하는데 메이슨 목사를 비추던 조명은 어두워지고 무대 중앙의 감옥 안이 밝아진다.)
무대 밝아지면 스카트, 괴팍한 표정으로 감방음식을 먹고 있다.

스카트 : 원 젠장, 이걸 음식이라고 넣어줬나? 차라리 돼지새끼와 겸상을 하는게 낫지. 으이그, 배는 고파죽겠는데, 이거 도저히 먹을수가 있어야지.
(한숟가락 입에 넣어보고 도저히 아니될 듯 구역질을 하며)
욱! 도저히 안되겠다. 아흐, 메스꺼워서......
(밥그릇을 구석으로 밀어던지며 행복한 표정으로 회상에 빠지듯)
캬, 따끈따끈한 야채스프에 갓 구워낸 스테이크,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버무려 만든 셀러드 말랑말랑한 빵에 버터를 살짝 발라 셀러드를 얹어, 치즈와 베이컨을 얹어 소스를 듬뿍 발라 꿀꺽,
(군침을 삼키며) 거기에 100년 묵은 와인을 한잔. 캬!
(갑자기 흥분하여) 왁! 간수? 간수? 간수 어디있소? 우리집에 연락해서 사식 좀 넣어 달라고 해요. 내가 매일 먹는 저녁거리로, 그거 우리 마누라한테 좀 전해줘요. 정 그게 안되면 하다못해 오늘 구운 빵이라도 좀 예? 예?

간수목소리 : 시끄러워. 그만 닥치지 못해?

스카트 : (분노에 가득찬 모습으로 손짓발짓 다해 표정과 입모양으로만 대드는 시늉을 한다. 그러다 씩씩대며 풀이 죽은 모습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젠장 어제 그녀석 나간 뒤로 나혼자 계속 내버려 둘건가, 원 졸지에 독방신세됐네.

간수목소리 : 독방신세 면하게 해주지. 자 오늘부터 너와 동고동락하게 될 친구다. 잘 해봐. (철창 여닫는 소리) (초라한 모습의 칼멘, 감옥에 들어서자마자 스카트 본체도 않고 한쪽 구석에 가서 웅크리고 앉는다. 스카트 어이가 없어서 컬멘을 찬찬히 바라보다 자기도 한쪽 구석에 가서 앉는다. 어색한 듯 조심스레 칼멘을 바라보며)

스카트 : (헛기침, 더듬더듬 말을 꺼낸다.) 마, 만나서 반갑소. 한방에 지내게 됐으니 인사나 하고 지냅시다. 나 토니 스카트요. 형씨 성함은? (대답이 없다.)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좋소. 보아하니 나이는 내 또래인 듯 하고 풍채로 보나어딜 보나 이런데 들어올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하긴 나같이 잘 생긴 인물도 이런데 다른 사람이야 오죽 할라고. 하하하! (말이 없자 무안한 듯) 복역기간이 꽤오래됐나 보죠? 이렇게 방까지 옮겨다니는 걸보니 앞으로도 형이 많이 남았나봐요.(짜증스럽게)좀 친해지려구 그러는데 거 되게 그러네. 입에다 꿀통을 물었나.
(창밖을 내다보며 궁상스럽게) 어휴, 세상돌아가는 물정을 하나도 모르니 원, 바깥에 나가면 혼자 병신되기 딱 알맞구먼. (손가락을 헤며) 가만 이게벌써 몇 달째야. 오늘이 몇일이지.
(알았다는 듯) 아, 아, 11월 27일. 맞어 27일(갸우뚱) 형씨?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아슈? (대답이 없다.) 물어본 내가 미친 놈이지. 가만가만 이거 일주일 후면 마누라, 나 결혼기념일이잖아. 이런 젠장 결혼 후 처음으로 기념일 못 챙겨주게 생겼네. 마누라 서운하겠네.
에이그! 에휴! 그놈의 돈이 뭔지 가난할 땐 고생은 시켜두 마누라 마음은 기쁘게 해주려는 소박함이 있었는데. 으이그, 복두 지지리두 없는 여편네야. 그 곱던 청춘이 이제 쭈그렁 쭈그렁 더군다나 요즘은 나때문에잠도 못잘텐데. 그 큰눈이 푹 꺼져버리겠네 그 신경쇠약이 도지지나 않을는지 원.
(갑자기 분노한 듯) 이런 젠장 세그 몇푼 떼어먹었다고 나에게 이렇게 바가지를 씌워! 저 위 대가리 놈들, 지들은 이용해 먹을거 다 이용해 먹다가
(흥분 고조로 말문이 막힌다.) 윽! 참자 참아야지 암, 암 참아야하고말고 쳇, 형씨 글쎄 내가 여기 왜 와 있는줄 아슈? 저 윗대가리 놈들 뭐하니 달라, 뭐를 지어야하니 얼마를 내라. 아! 그러는 통에 순순히 응하다 이번엔 하도 당치도 않은 것을 내놓으라기에 열이 올라서 오기로 버텼더니 갑자기 무슨놈의 감사다 뭐다 해서 빨간놈들이 들이닥치는게 아니겠소. 털어서 먼지 안나는 놈 없다고, 째까닥 쇠고랑을 찼지뭐유. 그 개자식들

칼  멘 :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 무겁게 한마디 던진다.) 형씨 부인을 무척 사랑하나 본데 듣기 좋구려. 부인자랑이나 해보시지.

스카트 : 아, 그거라면야. 당신이 이 감방에서 형 다 살고 나갈 때까지 해도 모자를거요.

칼  멘 : 그래요? (다시 웃으며)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끝까지 다 들을수 있겠는걸! 당신이 형을 먼저 마치고 나가지만 않는다면.

스카트 : (신나서) 아, 그거야 내가 먼저 나가도 도시락 싸들고 면회와 해주(갑자기 이상하다는듯이 말을 멈추며) 잠깐, 그게 무슨 말이유? 여기서 다 들을수 있다니.

칼  멘 : 나야 곧 죽을 몸이니 형 다 살고 나가기는 글렀지 않수. 죽어서 귀신이 되서도 영원히 이안에서 살텐데.

스카트 : (놀라운 듯) 그, 그럼 당신 사, 사형수?

칼  멘 : (태연한 듯) 그 양반 눈치 한번 되게 빠르네.

스카트 : (미안한 듯) 모, 몰랐어요. 미, 미안하게 됬습니다.

칼  멘 : (약간 노하여) 이 양반이 왜 이렇게 분위기를 못 맟추나. 자, 관두고 어서 부인 자랑이나 시작하슈. 이승의 귀로 하나라도 더 들어두게.

스카트 : 처음이유. 사형수와 한 방 쓰기는. 모두들 금세 출감들을 하던데......특히 이방은 주로 출감을 앞둔 사람들이 오거든요. 나두 그래서 3개월 전에 이방으로 옮겨졌고(당황한 듯 손을 물어 뜯으며) 어쩐지 당신이 이방으로 들어올 때 무언가 죽음의 냄새가 감돌았어요. 말하자면 그러니까.

칼  멘 : (강직된 어투로) 형씨? 마누라 자랑

스카트 : (흥분된 어조로 감정을 억제하며) 응, 마, 마누라 자랑. 응, 내 마누라는 대단해요. 한마디로 무결점의 여자지. 이세상에서 나만을 사랑하고 이 못난 나를 그렇게 믿고 의지해준, 그렇게 따가운 힐책으로 충고를 일삼으며 함께 노력을 해준, 마랗자면 나만을 위한 하늘이 주신 수호천사.

칼  멘 : 팔불출 같은 놈. 미모는? 예뻤수?

스카트 : 그게 왜 중요하죠? 물론 내 보기에는 예쁘지. 마음은 더욱 예뻐요. 그걸 이 짧은 혀로 표현하려니 입술이 둔한게 답답하고 미안하군 그래.

칼  멘 : 당신 같이 부인 칭찬하는 사람은 처음이유. 그런데 형씨, 거 아까부터 말끝마다 그랬어요, 저랬어요, 요요거리는데. 갑자기 좀전부터 말야. 그러지 말아요. 닭살 돋아요.

스카트 : 그, 그래요? 아 까짓거 그럽시다. 형씨 참 말 나온 김에 형씨성함이나 압시다.

칼  멘 : 나 존이유.

스카트 : 존, 흔한 이름이구만.

간수목소리 : 목사님이시다. (철창 여닫는 소리) 깨끗하고 수수한 용모, 메이슨 목사 성경을 들고 들어온다.

스카트 : 어서 오십쇼, 목사님. 아이고, 이거 오래간만에 바깥분을 뵈니 반갑군요. 그동안 통 안오시더니.  (칼멘 듣기 싫은 듯 돌아 앉는다.)

메이슨 : 안녕하셨어요. 얼굴은 안 사람답지 않게 여전히 좋으십니다. 오늘 우리동에 새로운 분이 오셨다는데 바로 저분이?

스카트 : 예? 아, 존이요? 예 그래요.

메이슨 : (존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안녕하십니까? 칼멘씨. (칼멘 대꾸가 없다.) 전 메이슨 테일러입니다. 한마디로 이쪽 벽 방들은 모두 제구역이죠.

스카트 : (자지러지게 웃으며) 하하하, 목사님 유머는 여전하시군요. 자네 성씨가 칼멘이었구만. 이봐, 윌 목사님 멋지지 않나? 난 목사님이 아주 좋아.

메이슨 : (기록부를 들척이며 조금은 당황하고 놀란 표정으로) 전 방에 들어오기전에 미리 기록부룰 보지 않습니다. 상대를 죄수로써 대하기가 싫기 때문이죠.주로 대화를 청해 친구와 고민을 나누듯 그에 대해서 알아갑니다. 칼멘씨는 직접 말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 먼저 기록을 봤어요. 세 명이나 죽이셨군요. 선고는 확실하구요.

스카트 :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세, 셋이나요. 아니,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사람을 죽였단 말이요.

메이슨 : 둘은 도끼로 하나는 목을 졸라서. 그중엔 어린아이와 노인도 있었군요.

스카트 : (경악하며) 그, 그럴수가 그, 그게 정말이란 말입니까? (칼멘을 피해 뒷걸음질치며) 그럼 내가 이제껏 그, 그런 살인마와 웃고 떠들었단 말예요!)

메이슨 : 스카트씨, 진정하십시오. 순간의 이성을 잃은 행위였어요. 죄가 밉지 칼멘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영혼의 범죄자만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죠.

스카트 : (따지듯) 목사님? 사람을 셋이나 죽인 사람을 어떻게 육체의 범죄자일 뿐이라고 하십니까? 영혼에 악마가 꽉 차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하느냔말입니다. 육체의 범죄와 영혼의 범죄의 차이란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저런 인간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하나님입니까? 그러면 세상에 죽이고 싶은 놈들 못 죽이고 사는,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애쓰는 놈들만 다 병신이 겠네요.

메이슨 : 그럴수도 있습니다.

스카트 : (어이가 없어서) 맙소사, 이단이군 이단이야. 아니 이건 아예 사이비라고 해야 옳겠어. 아이고 하나님, 어쩌다 나를 이런 악마들 사이에 던져 놓으시는 겁니까?

메이슨 : 그분에게 중요한건 영혼이죠. (힘차고 자신있게) 그를 믿는 믿음. 그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그의 십자가, 부활, 그리고 재림을 믿는 믿음. 그가 하나님의 아들임을 믿는 믿음. 오직오직 믿음 뿐이죠. 사람을 수천, 수만명을 죽였다 하더라도 그 앞에서 용서를 빌면, 그가 자신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달리심을 믿는 순간, 그의 피로 죄인의 죄는 모든 부분에서 삭제될 뿐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는 의인으로밖에 보이지 않죠. 진정한 죄인은 영혼의 범죄자. 곧 하나님을 부인하는자.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자입니다. 순간의 복수심으로 이성을 잃은 행위였지만 그래서 이제 생으로서의 기회는 상실했지만 그의 영혼은 아직 하나님 앞에서 기회가 있습니다. 인간들이 버린 그이나 하나님은 아직 그를......

칼  멘 : (발악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죽일만해서 죽였어. 어리석은 인간들의 눈으로 발견하지 못한 죄인늘, 그래 당신 말대로 하나님도 벌하지 않아. 이 세상을 갉아먹는 그 놈을 내가 발견해서 내가 응징했어. 순간의 이성을 잃은 행위? 천만에 난 매일매일 그 놈을 죽이는 꿈만 꿨어. 그 놈이 빚 독촉을 해올 때마다 그날 밤 그놈은 서서히 내 꿈속에서 죽어간거라구. 인간들이 날 버려? 그리스도가 날 살려? 하하! 난 내가 살려. 누구도 날 마음대로 못해. 쓸데없이 신도나 만들어 그나마 내게 남아있을 법한 유산을 챙겨 보겠다는 심사인데. 하하! 목사님, 잘못 짚으셨어. 괜시리 헛다리 짚지마시고 돌아가시죠. 제겐 그렇게 드릴 헌금 나부랭이가 없사옵니다. (갑자기 멱살을 쥐고) 지금 당장 저 바깥으로 꺼지지 않으면 내손에 죽는 네 번째 피살자가 되는줄 알라구.

스카트 : (공포에 질려 간수를 급히 부른다.) 간수? 간수?

메이슨 : (메이슨 막으며 옷매무새를 챙기고) 스카트씨? 전 괜찮습니다. 칼멘씨,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니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쇼. 전 이제야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 오늘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나 저도 그분도 결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또 뵙죠.(정중히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스카트 : 목사님? 이런자를 또보러 오십니까? 이럴 땐 목사란 직업이 성스럽다기보다는 왠지 위선자의 미소로 느껴지는군요. 이런자에게 가능성을 부여한단 말씀입니까? 네, 진정이세요?

메이슨 : 네, 부여합니다.

스카트 : 아이고, 하나님! 오늘은 당신을 여러번 부르게 됩니다.

메이슨 : 대나무는 곧고 단단할수록 쉽게 부러지죠. (칼멘, 무언가 뜨끔한 듯 한 표정) 스카트씨? 오늘은 당신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스카트 : 이봐요 간수나리? 나 다른 방에 갈 때 되지 않았소? (소용이 없음을 알고 돌아와 서서 칼멘을 곁눈질로 노려보며) 이더러운 살인마와 한방을 써야 하다니 닭살돋아. 무서워 죽겠어.

칼 멘 : (악을 쓰며) 개새끼, 입닥치지 못해. (스카트 다시 무언의 항의를 한다.)무언가 급변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음악과 함께 무대 암전 잠시후 무대 밝아지면 칼멘이 소리를 지르며 잠꼬대를 한다.

칼 멘 : (두 손을 허공에 던지며) 안돼! 안돼, 조이!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 일어난다. 꿈이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스카트, 바느질을 하다가 놀라서 쳐다보고 칼멘, 주전자를 들어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스카트 : 도대체 그 조이가 어떻게 되었길래 잠만 자면 그난리법석이야? (칼멘 대꾸도 없이 물 떨어진 주전자를 흔들다 냅다 집어던진다. 스카트 꿰매던 옷을 던져주며) 자, 내 옷 꿰매다 자네것도 뜯어졌길래.

칼  멘 : 고마워! (옷을 입는다.)

스카트 :생전 면회 오는 사람두 없나? 어떻게 그렇게 한사람두 찾아 오질 않아?

칼  멘 : (빙긋 웃으며) 왜 있잖아, 메이슨 목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 오는데.

스카트 : (한신한 듯) 쳇, 그 양반두 어지간해, 벌써 한달이 다 돼가는군 그래.

칼  멘 : 오늘은 안 올려나? 올 때가 지났는데. 이젠 지쳤나보군

스카트 : 왜? (호기심이 가득해서) 기다려지나?

칼  멘 : (발끈해서) 기다려지긴, 쳇 기르던 개새끼가 없어져도 걱정이 되는 법인데 매일 얼쩡이던 거지가 안보이니 그렇지.

스카트 : (기가 막힌다는 듯) 자네가 그 양반을 거뒀나? 자네가 그 양반한테 땡전 한닢 동정해 드렸냐구. 이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칼  멘 : 적반하장? 뭐가 적반하장이야. 매일매일 그 따분하고 졸리운 짓거리에 몸살이 났을 뿐이라구. 그에게 그 재미있는 놀이를 가르쳐 준게 누군데. 아마 내게 배운 그 정도 솜씨라면 어딜가도 돈을 잃고 다니진 않을거야.

스카트 : 야, 이 한심한 친구야. 그 양반이 뭐 진짜루 포커가 재미있어서 그러시는 줄 아나?

칼  멘 : (짜증스럽게) 아니면. 매일 예배드린답시구 간수에게는 예배에 방해가 되니 얼씬도 말라구 하구선 포카놀이나 즐기며 앉아 있는게, 그게 목사인가? 이봐 그도 목사이기 이전에 사람이라구. 바깥 세상이야 이목이 있으니 차마 그런짓은  못할거고, 여기야 기쁜곳이지 아마도 지상의 낙원으로 여겨질거야. 하하하, 또 누가 아나? 창녀촌을 전도한답시구 그녀들과 그 짓거리나 즐기고 다닐지. 하하하! 자, 이것봐. (성냥곽을 들어보이며) 그동안 내가 그자에게 딴 것들이라구. 하나하나 잃을때마다 그가 얼마나 열을 내는지 자네도 봤지? 만약 그게, 하나하나가 돈이었다면 아마 벌써 살인냈을 사람일걸.

스카트 : 아이고, 이 가여운 청춘아. 젏게 뭘 몰라도 한참 몰라요. 내 이 이야기는 끝까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네 그 양반이 왜 우리구역 대빵이 됐는줄 알아? (한심한 듯) 하긴 그걸 알면서야 그런 소릴 못하겠지. 이 친구야 메이슨 목사님은 원래가 유명한 도박꾼이었어. 라스베가스를 한때 들었다 놓았다 한 킬러였다구. 그러다가 여기서 다른 목사님에게 자기도 그런식으로 물귀신 작전에 말려들어 전도받구 지금 그런 양반이 된거라구. (칼메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비웃는다.)

간수목소리 : 목사님 오셨다.

스카트 : 에이그, 목사님? 저 친구 이제 안 할 겁니다. 실은 제가 하두 저 친구가 목사님을 등신 취급하길래 홧김에 목사님의 과거를 다 불어 버렸거든요.

메이슨 : (미소를 지으며) 저런! 스카트씨가 제 편드시느라 화를 다 내셨어요? (칼멘을 바라보며)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목사가 큰 거짓을......

칼  멘 : 목사는 포카를 즐긴게 아니었군. 그럼, 무결점에 도전하는 비인간의 사람인가? 난 완벽한 인간이 싫어. 둥글둥글 되는대로 살아가며 생을 즐기는 사람이 좋단 말이야. 결점투성이, 골칫덩어리, 나 같이 못나고 한심 한 병신같은 인간이 좋단 말이야.

메이슨 : 칼멘이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처음 봤어요. 결구 당신에게 그분이 느껴지고 있는 겁니다. 죄를 인정하고 못난 인간이라 말 할 수 있는 것은......

칼  멘 : (과거에 들은 듯한 이야기임을 깨닫고) 닥쳐! 당신은 내 집사람이 아니야. 그 말은 내집사람만이 하는 말이야. 집사람만 하는거라구.

메이슨 : 집사람만 하는 말! 흠, 당신 부인은 당신의 영혼을 그렇게 사랑했군요.

칼  멘 : 당신, 그걸 어떻게......

메이슨 : 그 말은 한 영혼을 위해 지극히 기도하는 사람만이 느끼는 가장 기쁜 감탄사입니다. 제가 그분을 처음 느끼기 시작 했을 때,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시던 그분도 그런 감탄사를 터뜨리셨죠. 그분은 그것이 6년이나 걸렸습니다. 나란 인간을 6년 동안이나 기다리신 거죠. 그런데 전 겨우 한달만에......

스카트 : 목사님은 굉장히 새로우셨습니다. 다른 목사님들처럼 귀에다 대고 딱따구리처럼 쪼아대시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 알 수 있습니다. 목사님이 칼멘을 특별히 생각하시는 마음을. 물론 전 질투가 많아서 내심 서운했었죠. 그런데 매일 그 모욕을 당하시면서도 왜 실력 발휘도 한번 않으시고 저 인간에게 고스란히 당하기만 하셨어요?

메이슨 : (미소를 지으며) 무슨 실력 발휘가 필요합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은게 다 였는데, 칼멘, 스카트, 저 그리고 주님, 이렇게 우리 넷은 매일 즐거운 한때를 보낸 겁니다. 여기에 칼멘보다 잘난 사람, 스카트씨보다 잘난 사람이 있었다면 우린 공존 할 수 없었을까요?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서 그의 겸손을 가지고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분의 겸손을 배울 수 있을까요? 물론 제가 여러분에게 겸손의 미덕자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깨달아 주시기를 바랬던 거죠. 하나님이지만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자가 되기까지 낮아지신 그분의 사랑을 잘 알 수 있는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갈밭에 불이 났죠. 개미 한 마리가 그 속에 있는걸 한 사람이 봤습니다. 사람은 소리쳤죠. "개미야, 불이 났으니 어서 나와!"라고. 하지만 개미는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죠. 사람은 답답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개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개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감히 인간이란 직함을 버리고 개미가 되기로 결심했죠. 그러나 개미는 모릅니다. 그가 원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개미가 되기까지 자기를 사랑한 그의 마음을 믿지도 않았습니다. 칼멘? 지난번 부탁하신 부인 찾는 일은 백방으로 수소문중에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너무 상심 마십시오. ( 건들거리며) 오늘은 분위기를 보아하니 판을 걷어야 하겠군요. 좋습니다. 내일은 진짜 제 실력을 보여드리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메이슨, 돌아서자 칼멘, 메이슨을 무겁게 부른다.)

칼  멘 : 목사님? 저에게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내게 무슨 기회를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전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회도 없어요. 하루하루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데. (신경질적으로) 젠장, 빨리 죽일 것이지.

메이슨 : 살인을 후회하십니까?

칼  멘 : (강하게 부인하며) 천만에요.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메이슨 : 그렇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십니까?

칼  멘 :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잖아요.

메이슨 ; 당신의 죽음이 어디쯤 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칼  멘 ; 곧.

메이슨 : (바로 가로채며)곧 언제요?

칼  멘 : (조금은 당황해서) 한달, 아니면 보름.

메이슨 : (코웃음)흠, 꽤 길게 잡고 있군요. 전 내일입니다. 매일매일 내일로 느끼며 살죠. 아직 순간 순간 죽음을 느끼며 맞이할 만큼의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어요.

칼  멘 : 타의가 아닌데 왜 굳이 죽음을 느끼려 합니까?

목  사 : 아무도 모르죠. 타의에 의한 죽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준비됐을지도. 브루스 윌림암씨와 그의 노모, 그의 딸이 그렇게 죽음을 맞이했듯이.

칼  멘 : (얼굴을 붉히며 발끈하다 겨우 감정을 억제하고) 놈은 그렇게 죽어야 했죠. (아픈 회상에 잠기듯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불길이, 그토록 거센 불이 집채를 통째로 삼키고 있었어요. 딸아이의 비명 소리가 온 마을을 울렸다더군요. 그 애는, 그 애는 내게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이었어요. 앨렌에게 진 빚을 나는 그 아이에게 갚아야 할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고요. 놈은 그 아이를 죽인 겁니다. 그 아이를, 그건 나를 죽인 것보다 더 큰 원수예요.

메이슨 : 브루스가 방화범이라는 증거는 있습니까?

칼  멘 : 놈은 그 추운 겨울, 어린 것이 집에서 굶고 추위에 떨고 있다고 매달리는 내게서 한달치 월급마저 고스란히 채간 놈이죠. 그리고 그 다음엔 집을 날려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놈이었어요.

메이슨 : 화재는 집이 낡아서 건조한 날씨에 전기합선으로 일어났음이 조사결과 판명되었습니다.

칼  멘 : (어이가 없는 듯) 그, 그럴 수가, 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분명, 놈의 짓이야.

스카트 : ( 따지듯) 속단은 금물이야. 아무리 잔인한 인간이기로서니, 집을 불태워버리기야 하겠나? 어찌 그런 생각을 하고 도끼를 집어들어. 오! 주님 무고한 목숨이 셋이나 죽었습니다. (분노하여) 이 살인마!

메이슨 : 죽음을 기다리며 맞이할 여우가 있는 칼멘, 당신은 브루스보다 행복한 사람이요. 메이슨보다, 스카트보다도.   삶을 뒤돌아보며 정리할 기회가 있으니까.

칼  멘 : (허탈한 웃음)행복한 사람, 행복한 사형수!

메이슨 : 세상 모든 이는 사형수죠. 세상, 그것은 죄의 감옥. 우리 모두는 세상사는 동안 죄의 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죠. 우리도 당신과 다를 게 없어요.

스카트 : (놀라며) 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메이슨 : 그래요. 그럼 그리스도는 누가 죽였죠? 빌라도? 헤롯? 바리새인? 아니면 로마병사? 우리, 바로 우리의 죄가 그를 십자가에 매달았습니다.  그분의 죽기까지 우릴....

칼  멘 : (말문을 막으며 고개를 숙이고) 목사님,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메이슨 : (체념한 듯 ) 네 .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 뒤돌아 선 채로 무언가 자신만만하게 ) 이제 시작됐군요. 하하하! 시작이야. 어이 간수? 나 가겠소. ( 철장 여닫는 소리)

스카트 :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뭐가 시작됐다는 거야?

칼  멘 : 흥.

스카트 : 칼멘, 자네의 고통을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그렇지만 어쨌든 자네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겠어. (눈물을 훔치며) 젠장 푹 익은 바비큐가 먹고 싶군. (밖을 보며) 아직 식사 때가 안됐나?

칼  멘 : (조용히 시선을 띄우고 ) 스카트? 자네 영혼은 예수를 만났나?

스카트 : 글쎄 만났던가? 아마 만났을 거야. 그 분의 말이 거짓 같지만 한편으로는 믿어지기도 하구....

칼  멘 : 그가 왜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나?

스카트 : 왜? 왜라니,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데 왜가 있나?

칼  멘 : 부모자식 사이?

스카트 : 그럼(흥이 나서) 부모자식뿐인가. 연인, 친구, 사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그 분의 어떤 모습으로든 사랑하시거든.

칼  멘 : (키득이다가 울기 시작 점점 크게 운다.)으흐흐흑!

스카트 : ( 놀라며 측은한 듯 곁으로 다가가 안아준다. 둘 부둥켜안고 함께 운다.) 무대 암전, 음악이 고조된다. 박자에 맞추어 서서히. 메이슨 홀로 서서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메이슨 : 사실 그 당시 칼멘의 심경 변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워낙에 말이 없는 그에게서 알 수 없는 미묘한 슬픔을 느낄 뿐이었죠. 확실한 건 극히 외로웠던 그에게 부인을 그리는 동경심과 함께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리스도의 도저히 이해 못할 사랑이 그를 많이 녹여 놓은 듯 했습니다. 그 후 그는 얼마간 저와의 면회를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저의 인내가 아니, 주님의 사랑이 승리를 하였던 거죠. 그는 더 이상 저를 거부하지 않기로 했나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이면 메이슨을 비추던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왼쪽의 감옥이 밝아지면 메이슨 목사가 감옥으로 찾아 들어간다.

칼  멘 : 목사님을 밤새 기다렸습니다.

메이슨 : 저도 칼멘이 거부하는 몇 일 동안 편히 잠든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칼  멘 : 죽기 전에 소원이 하나 있는데, 여전히 기도하고 계신지요? 내 집사람을 찾는 것 말입니다. 아내를 만나고 싶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뒤로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고 있는데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카트 : 그럼 뻔한거지 뭐. 다른 놈하고 눈이 맞아서......

칼  멘 : (버럭 화를 내며) 이 자식아, 입닥치지 못해? 넌 내 마누라를 몰라. 한번만 더 그런식으로 떠들면 죽여버리고 말겠어. (멱살을 쥐고 흔든다. 이 때 멀리서 들려오는 트럼펫 연주소리. 그러자 칼멘은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 스카트의 멱살을 놓고는 천천히 돌아선다.) 내가 죽어도 저 트럼펫 소리는 들리겠지.

스카트 : (놀라며) 아니, 그럼 저 소리가 사형당할 때 마다 들려오는......

메이슨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스카트 : 어휴, 그것도 모르고 난 그냥 누가 불어대는지 참 듣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칼  멘 : 목사님, 솔직히 전 두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뭔가 붙잡고 싶어요. 저 좀 도와 주세요. 살려 달라구요.

스카트 : 그러니까 기도를 하는 것 아닙니까? 주님만이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다니까요.

칼  멘 : 주님께서......제 기도룰 들어 주실까요? 목사님?

메이슨 : 언제 어떻게로든 그 기도엔 응답하실 것입니다.

칼  멘 : 그래요? 그럼 믿기로 하죠. 목사님! 죽어서도 언젠가 목사님과 이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겠습니까?

메이슨 : 기필코.

칼  멘 : (엷은 미소) 당신들은 유일하게 저를 아껴주는 사람들입니다. 은혜에보답하고 싶은데 이곳에선 달리 방법이 없군요. 죽어서 저 세상에서라도 만나면 꼭 보답하지요.(슬픈 목소리로) 목사님? (누물을 글썽이며) 죽어서 아내와 아들곁에 머물고 싶어요.

메이슨 : 곁에 머물 수 있구말구요.

칼  멘 : 그들은 천사였어요. 두 분도 마찬가지고 나란 놈은 지옥 밖에 갈곳이 없거든요.

메이슨 : 천사처럼 착한 마음만이 천국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누차 말씀드렸지요. 그것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그것뿐입니다.

칼  멘 : (절제된 그러나 기쁨의 눈물로) 그렇다면 전 여러분 곁에 그리고 그분 곁에 머물 수 있는 거군요.

메이슨 : (놀라며) 칼멘?

칼  멘 : 매일 밤 이상한 꿈같은 것을 반복해서 꿨어요.(눈물이 서서히 맷히며)기도를 하는 거죠.   그 기도가 끝나고 나면 알 수 없는 어떤 붐이 청아한 음성으로 너는 내 것이라, 너는 내 것이라. 너는 오직 나만의 것이라 하며 매일 저를 안아주셨어요. ( 기쁨을 참지 못하  고 메이슨, 칼멘을 부둥켜 안는다. 칼멘, 아랑곳않고 계속 같은 자세로)왜? 왜 나를, 이런, 이런 못난 죄인을?  ( 말도 안된다는 듯이) 목사님? 제가 제가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인간입니까? <p>메이슨 : 그렇고말고요. 천하보다 귀중한 당신입니다. 제게도 당신의 존재는 이미 만만치 않은 가치인 걸요.

칼  멘 : 한번도 바깥 세상을 그리워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번만 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분과 목사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그런 생을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스카트 : (하늘을 보며 절규) 아버지? 저 불쌍한 친구 좀 보세요. 이제 와서 약해져가고 있어요.  (버럭 화를 내며 칼멘의 멱살을 잡고)야! 이 자식아, 강해져. 다시 강해지란 말이야.  어제처럼 말해. 죽음 따위 무섭지 않다고, 다시 살고 싶은 생각은 눈꼽맘큼도 없다고 생떼를 쓰란 말야.  이 자식아! (크게 운다.)

간수목소리 : 존 칼멘 면회다.

칼  멘 : (놀라고 기뻐하며) 면회? 면회? 이봐 스카트 들었지? 면회래. 그렇다면 집사람이, 집사람이 온 거야. 목사님? 주님이 제 기도에 응답하신 겁니다.

스카트 : (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칼멘!

칼  멘 : 이봐? 이게 꿈은 아니지? 꿈이 아니야. 아! 목사님? 아내를 보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분의 보혈로 깨끗해지고 새 사람이 된 모습으로 아내를 만나겠어요. 비록 육신은 죄인으로 낙인이 찍혔지만 영혼만은 깨끗해져 떳떳이 아내를 보겠어요. 그래야 그분의 근심이 조금은 덜할 테니까요. (메이슨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칼멘 목사 앞에 고개를 조아리면 칼멘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기도한다.)

메이슨 : 주님, 이제 당신이 사랑으로 녹이신 이 가슴에 가슴 깊은 곳까지 들어가시어 그의 주인이 되어 주옵소서. 당신의 보혈로 씻기신 이 영혼에 의인이라 칭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칼멘, 이 제 제 기도를 따라 하십쇼. (칼멘, 메이슨 하는 대로 한마디씩 따라 기도한다.) 예수님! 저는 죄인입니다. 이제 주님의 공로 의지하여 새 사람이 되기를 원하오니 (칼멘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제 영혼을 받아 주옵소서.  나 존 칼멘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나의 구주로 모셔들입니다. 이제 나의 영혼을 천국 가는 그 날까지 늘 지키고 인도하옵소서. 언젠가 천국에 이를 그 날 나를 기억하소서. 예수님의 이름 받들어 간절히 기도 드렸습니다. 아멘.  (힘차게 일어서며 눈물을 닦는다.)

칼  멘 : 목사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스카트? 다녀올게. (스카트 두 손을 꼭 쥐고 인사해준다. 메이슨 외면하고 선 채 보지 않는다.)

간수목소리 :  존 칼멘? 준비 다 됐나?

칼  멘 :  (힘차게) 예! ( 철창 여닫는 소리)

스카트 : ( 칼멘 나가는 것을 한참 쳐다보다 돌아와서 ) 목사님? 보셨죠? 저 살인마 칼멘의 얼굴에 감도는 광채가 눈이 부실 정도군요.

메이슨 : 그럼요. 그는 이제 죄수 존 칼멘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가장 귀한 아들일 뿐입니다. (그때 사형집행을 알리는 트럼펫 소리가 들린다.)

스카트 : (소르라치게 놀라며)아니! 저 소리는? 목사님, 그렇다면 칼멘의 아내가.....

목  사 : 네 그는 아내를 만나러 갔지요. 영혼의 아내. 오늘이 그의  형 집행일이었습니다.

스카트 : (허탈스레 무릎을 다에 박고 앉는다. 겨우 억지 웃음을 지으며 눈물을 삼키고) 결국, 그렇게 됐군요. 잘가, 잘가, 칼멘! 먼저 가서 언젠가 나를 맞이해줘. 무대 암전되고 다시 메이슨의 방. 메이슨 원고를 탈고 한 듯 들척이다가 다시 관객을 향해 얘기한다.

메이슨 : 이제 그는 가고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살아서 우리 곁에 늘 이렇게 숨쉬고 있죠. 사형수 존 칼멘, 그는 형 집행소에서 간수가 마지막 유언을 물었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나 존 칼멘도 사랑하신다."(빙긋이 웃으며) 전 이번 책의 제목을 이렇게 붙일까 합니다.  
      
「너는 내 것이라」칼멘을, 나를 그리고 여러분을 끝없이 사랑하시는 그리스도의 마음이 잘 표현된 한마디가 아닐까요?  하면서 고개를 숙이면 조용한 분위기의 음악과 함께 조명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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