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선

길손-케네스 굳맨

은바리라이프 2009. 6. 22. 15:30

길손-케네스 굳맨

길손
케내스 군맨 작

[프루던스] 뭐라고 그래요.

[노인] 아무말도 안하더라 잘했는지 모르지만 그냥 보내버렸다.

[프루던스] 잘 하셨어요. 전 오밤중에 사람이 찾아오는건 질색이예요.

[노인] 암만해도 네가  직접 그 사람을 만나 볼 걸  그랬나보다 어찌 떠드는지 이빨 마주치는 소리가  들리더라.

[프루던스] 뭐하는 사람 같앴어요?

[노인] 젊어 뵈긴  하는데 볼이 움푹 패고  노란 수염이 덥수룩 하더라.  그렇게 몰골이 흉한 사람은  처음 봤어.

[프루던스] 들어가 주무세요. 숙부

[노인] 두손을 붕대로 칭칭 감았는데 핏자욱이 보이더군

[프루던스] 할 수 없어요. 찾아오는 거지마다 모두 배불릴순 없잖아요.

[노인] (창문을 보며) 아! 저기 느티나무 아래 구부러진 길을 돌아가고 있구나 지금이라도 내가 불러 오랴?

[프루던스]  그만 가서  주무시라고 그랬잖아요?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성경이나  좀 읽게 해줘요.

[노인] (안으로 들어가며) 또 생각을 불러 일으켰구나 또 그 생각을 불러 일으켰어.

[프루던스] 제발 입좀 다무시고 이젠 들어가 주무세요.

[노인] 암  그러지 "무릇  있는 자는  받겠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누구든지 입을  다물고만 있으면 그렇게 돼 버리지.

[프루던스] 흥 이젠 하나님까지 모독 참이군요.

[노인]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농사가 아니냐  지금이라도 입을 열어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고 아는 일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을 따르는 길이 아니겠니? 대답 좀 해봐.

[프루던스] 아무도 숙부님 말을 믿을 사람은 없어요.

[노인]  믿어  달라는 것이  아니다.  허지만  너와  네 남편이  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을 깡그리  잊어버리겠다면 나두 너희들 숙부로서 잊어버릴 수 밖엔 없겠지.

[프루던스] 이 방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노인] 내가 이 테이블 위에서 만원 뭉치 30개를 세는 걸 안 보았다면 모르지.

[프루던스] 가서 주무세요.

[노인]  가구말구  가구말구  허지만  너  같이  자만스러운  것들이  꺼꾸러지고  또한  은총  받을 크리스마스날 밤에 한푼의 돈을 아까워 거지에게 빵 한조각을 거절하는 여자가 심판받는 것을 보아야만  되겠어. 그심판은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책에서 네가 본 것처럼 아주 훌륭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노인  쿨룩거리며 나간다. 프루던스 뒤따라가 문을 닫고 잠시 귀를  기우렸다가 돌아와 큰 테이블위에 있는 램프불을  불어 끄고 벽난로 옆에 의자에 되돌아 간다. 책장을  넘기다가 내려놓고 얼굴을  무릎에 떨구고  손으로 눈을 감싼다.  무대는 거의 캄캄하다  단지  작은 테이블에  있는 램프와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있을 뿐이다.  "방랑자"  문을 열고  방안에서  들어온다. 프루던스  멈칫하여  책을 떨구고  귀를  기우린다. "방랑자"  문을  닫고 빗장을  지른다.

[프루던스] 무척 늦으셨군요.

[방랑자] 글쎄 ------ (그는 문이 잠겼나 흔들어 본다)

[프루던스] 조용히 좀 못해요. 숙부님이 또 나오신단 말이예요.

[방랑자] 글쎄 아마 안 나오실거요.

[프루던스] 당신 음성이 왜 그래요.

[방랑자] 아마 강 안개가 짙어서 목이 좀 상했나 보우.

[프루던스]  (놀라  일어서서)  이쪽으로  좀  와  보세요.  당신이  그런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건 처음인데요.

[방랑자] (환한 곳으로 오며) 그럴겁니다.

[프루던스] 아니! 남편인줄 알았더니!

[방랑자] 반가이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가까이 다가온다)

[프루던스] 멈춰요! 소릴 지르겠어요 뭘 원하죠? 당신은 누구예요?

[방랑자] 그런걸 왜 물어보시지요?

[프루던스] 뭘 원하시는지 말씀하세요. 그리고 나가요 내가 당신을 무서워 할줄 알아요?

[방랑자] 오! 대담하시군

[프루던스] 내 남편은 일년중 반은 나가 있고 거지들은 매일 찾아와요. 당신이라고 해서 내가 무서워  할줄 아세요?

[방랑자] 오!  그 용감하신 말씀  그리고 교회의 철답을  스치는 찬바람처럼 친절하신  그 음성! 자!  이젠 난로가에 앉게 하시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좀 주시겠어요?

[프루던스] 나가라고 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개를 풀어 놓겠어요.

[방랑자] 크리스마스 새벽치곤 참 훌륭한 대접인데요.

[프루던스] 당신은 도대체 누구예요?

[방랑자] 모든 다른 사람이 그렇듯이 한줌의 먼지에 불구하오. 허나 불꽃을 지닌 먼지요.

[프루던스] 그렇게 얘기할 게 아니라 당신은 보아하니 방랑객이로군 그래 아니면 더 나쁜 ------

[방랑자] 방랑객  ------ 거참 좋은  말이군요. 밝은 태양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시원한 눈속을  헤매기도 하고 봄철에 새 소리를 즐기려 숲속을 찾는 이도 방랑객이요 먹다 남은 식탁의 쓰레기를 찾아  이집 저집 구걸하러 다니는 생명없는 존재도 역시 방랑객이라 할 수 있죠. 나야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는 방랑객이라는 이름만은 어울리는군요.

[프루던스] 당신이 무엇이든간에 한밤중 점잖은 사람의 집에 와서 할 일이 도대체 뭐에요?

[방랑자] (파이프를 꺼내 담배를 채우며) 남편께서 곧 돌아오실 것 같습니까?

[프루던스] 곧 돌아 오실거예요. 도적질을 하려면 서두르시구려 많이 가져갈 것도 없겠지만

[방랑자] (큰  탁자의 모서리에 앉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자. 그러지 말고  그 목거리에서 손을  떼고 마음  좀 편히  가지시지요. 난  원래 나쁜  사람이오 밤엔  빈집에 넘어다 보는  놈이오. 우정을  배반한 놈입니다.  당신네들이 보통 점잖다고  부르는 구석은  내게 하나도 없소이다.  빵을 훔쳐 먹고 부인의  손에 키스를  하고  나서  또 무슨  추잡한  짓을  할지 모르는  무례한  놈이오  허나 부인을  괴롭히려고 여기 온 건 아닙니다.

[프루던스] 참 좋은  의도를 가지고 계시군요. 허지만 당신이 피운  그 파이프 냄새를 맡으면 남편이  무어라고 하시겠어요?

[방랑자] 실은 난 그분을 만나려고 온겁니다.

[프루던스] 그래요? 그분이 돌아오면 당신의 머리통을 부셔 놓을 텐데요.

[방랑자] 그럴지도 모르지요.

[프루던스] 뻔뻔스럽게도 여자밖에 없는 방에 들어와서 발을 흔들고 앉아 있다니

[방랑자] 그렇군요. 그러면서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는 거죠.

[프루던스] 그이한테 이빨이 몽땅 빠지도록 얻엄 맞고 나서 실컷 생각하시구려.

[방랑자] (차고 날카로운 소리로 천천히) 왜 조금전에 거지를 쫓아 버렸지요. 프루던스 스틸 부인?

[프루던스] 저의 이름까지 알고 있었군요?

[방랑자]  물론 그건  잔인한  소리를 내는  이름이요.  프루던스  스틸, 그리고  또  부인은 불쌍한  사람에게 잔인한 말투로 말하고 잔인한 시선으로 쳐다보는군요.

[프루던스] 찬사를 보내는데 아주 명수로군요! 방랑객씨!

[방랑자] 왜 쫓아버렸죠?

[프루던스] 누굴 쫓아 버렸단 말이예요?<br>  [방랑자] 팔다리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저는 사람.

[프루던스]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예요?

[방랑자] 난 길 가운데 서 있었죠. 마침 그간 문을 두드리는 걸 보앗지요. 문은 조금 열려 있더군요.  곧 문은 닫히고 그는 가버리더군요. 내가 그를 수천의 문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프루던스] 그럼, 그 사람은 당신의 친구인가 보죠?

[방랑자] 아닙니다. 한때는 친구였었죠. 그러나 지금의 나의 채권자입니다.

[프루던스] 보아하니 그 돈을 받긴 다 틀렸어요.

[방랑자] 돈을 벌기는 쉽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쉬워서 탈이죠. 자, 내 호주머니를 조사하겠읍니까  (주머니속의 동전을 철렁거린다)

[프루던스] 그 사람에게 돈을 갚지 그래요? 그럼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하지 않아도 될 것 아녜요?

[방랑자] 빚진 자는 빚을 갚으려 하지  않는게 상식이지요. 또한 빚을 갚는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일년 중 단 하루만은 그와 함께 같은 길을 걷습니다. 난 돈을 가지고 따라 갑니다. 방금도  당신네 문전에서  그를 만나 돈을  주었지만 그는 얼굴을  돌려 버렸읍니다. 자,  그 동전을 보시겠오?  (꺼낸다)  꼭 보셔야  됩니다. 예루살렘의  로마 조폐소에서  만든  은화 30량입니다.  (약간 푸른색의  조명이 곡이 진행됨에 따라 그의 얼굴에 점점 밝게 비친다)

[프루던스] (순간 당황해서 들여다 보며) 아니 그런데 이 흔적은 뭐죠?

[방랑자] 부인 이건 핏자욱입니다. 이 돈은 피의 돈입니다.

[프루던스] 누구의 핀데요?

[방랑자] 당신네 문을 두드린 사람

[프루던스] 그는 뭘 원했을까요?

[방랑자] 그는 주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얻으려구 한 것이 아닙니다.

[프루던스] 돈을 뿌려가며 시골로 돌아다니는 거지가 대체 어디 있어요?

[방랑자]   프루던스  스틸부인   그런  거지도   있읍니다.   그것이야말로  부인께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입니다.

[프루던스] 그렇다면 당신도 내게 뭔가 줄게 있다는 건가요?

[방랑자] 그렇습니다. 부인 갖기를 싫어하시겠지만

[프루던스] 오라 충고를 주러 오셨구먼. 이 세상에 충고보다 더 값싼게 있어요.

[방랑자] 어쨌던 앉으시지요 (프루던스 앉는다) 다친 손으로 노크하다 돌아간 그 사람은 언제나 다시 와서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나 그가  못들어간 집을 나는 마음대로 문고리를 벗길 수 있읍니다. 그러나  만일 그에게 문을 열어주면 물론 그건  반가운 일이죠.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길밖에서 있죠. 하, 나는  참 모순되 인간이지요 보통 다른 사람들 처럼 당신은 아마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프루던스] 이해 못해요.

[방랑자] 이해 못해도 좋아요. 단지 그가 와서 문을 두드리면  그를 들여보내 주길 바랍니다.

[프루던스] 무슨 얘길 하는 거죠?

[방랑자] 그를  맞아 드리란 말이요.  그래서 당신  가슴속에 생의 즐거움을  찾으시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피터] (밖어서) 여보! 문열어! 나야 나.

[프루던스] 남편이 왔어요.

[방랑자] 문을 열어 드리세요. (프루던스가  달려가 문을 연다. 피터 들어오자 발작적으로 매달린다.  방랑자는 큰 테이블에 아직도 앉아 있다. 그의 얼굴에서 조명이 사라진다)

[프루던스] 여보! 여보!

[피터] 아니 왜이래 여보 이것 좀 봐요.

[프루던스] 저자를 내보내요. 저자를 저사람을 내보내 줘요.

[피터] 손 좀 놔.

[프루던스] 저자를 쫓아 달라니까요.

[피터] 누가 있다고 그러지?

[프루던스] 저사람! 저기 있는 저 사람 말이예요. 저 사람은 무서워요.

[피터] 누가 말이요?

[프루던스] 그자는 노크도 없이 들어왔어요.  난 당신인 줄 알았지요. 그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예요.  아니 미쳤어요. 저 눈, 눈 보세요. 빨리 좀 내쫓아요.

[피터] 들어가 바보처럼 굴지 말고 여기 누가 있다고 그래.

프루던스] 저기  있잖아요! 탁자 옆에 서  있어요.------ 아! 가버렸네  (둘은 방을 가로 질러간다.   방랑자는 사라지고 없다)

[피터]  당신 잠을  잤군. 악몽을  꾼 모양이야  당신 또  그 걱정을  하고 있어  당신더러 기다리고  있으라군 안했는데 누가 왔었다고 그 난리를 피운 거야.

[프루던스] 정말이예요. 맹서해요.

[피터] (거칠게) 우리가 약속한 것 외에는 맹세해선 안돼.

[프루던스] 여태껏 어디 있었어요?

[피터] 교회에 있었지. 제직회를 끝내고 걸어 오느라고 이렇게 늦었지.

[프루던스] 당신 어떻게 할건가 결정했어요?

[피터] 가서  자요. 나도  생각 좀 해야겠어.  내 내일 아침에  일어 줄께.  (프루던스 안으로 간다.   피터가 부른다) 이거 봐. 당신 입 다물고 있어야 해. 아직 비밀이야.

[프루던스] 알겠어요. (그녀는 무엇을 하려 듯 되돌아 온다)

[피터]  제발 날  혼자 있게  해 줘요.  (그는 벽난로  옆 안락의자에  앉아 얼굴을  손에 파묻는다.   프루던스 나간다. 방랑자 다시 나타난다)

[방랑자] 피터 스틸씨!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도둑질과 거짓맹세를 꾸미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지요?

[피터] 누구요? 누가 내게 말을 거는거요?

[방랑자] 당신보다 더 나쁜 악당이지.

[피터] (일어나며) 오라! 드디어 나타났군. 내가 들어 왔을땐 어디에 숨어 있었지?

[방랑자] 글쎄------

[피터] 내 처가 꿈을 꾼 것은 아니었군.

[방랑자] 당신이나 마찬가지요.

[피터] 네 놈이 내 아내를 놀래준 놈이구나. 당장에 맛을 좀 보여 줘야지. (소매를 걷어 올린다.)

[방랑자] 난 단지 조그만 충고를 주었을 뿐이요.

[피터] 그러면 나도 너에게 무엇 좀 주겠다 (그는 방랑자에게 다가 간다)

[방랑자] (냉정하게) 앉으시오.

[피터] 나가 충곤 필요없어. 나가라니까 뻗기전에

[방랑자] (요동도 하지 않고 좀더 거친 소리로) 앉어요.

[피터] 너절한 소리로 날 놀리려고------ 난 정직한 사람이야 충곤 필요없어.

[방랑자] 나 역시 정직한 사람이었오.

[피터] 도대체 당신 할 얘기가 뭐야?

[방랑자] "감추인 것이 들어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겨진 것이 가려지지 않은 것이 없느니라"

[피터] (안도의 숨을 돌리며) 오라 이제 알았어 당신은 순회 전도사로구먼.

[방랑자] 아니오. 허지만 난 여행을 무척 많이 했고 하기야 한때는 전도사이기도 했죠.

[피터] 그래. 뭘 어쩌자는 거야? 응.

[방랑자] 곧 알게 될걸.

[피터] 알고 싶지도 않아.

[방랑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당신은 알고 있지?

[피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난. 난 당신을------

[방랑자] 당신은 듣게  될거요. 피터 스틸씨 난 당신 자신에  관한 일을 말하려 하오. 당신은 진실을  알게 될꺼요.

[피터]  만일에  어떤 놈이  나를  떠보려고  당신을  보냈다면 진작  나가는  편이  나을걸.  둘 다  고소하겠어.

[방랑자]  피터 스틸씨  당신에겐 사랑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지요?  그 친구는  자주  자기의 일을  당신에게 부탁하곤 했어. 당신 또한 정직하게 그를 도와 주었고 그는 당신을 믿었었오.

[피터] 날 믿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난 정직한 사람이란 말야.

[방랑자] 그는  이 방으로 당신을 만나러  왔었오. 때는 전쟁이 일어나던  해 봄이었오. 입대를 앞둔  그는 자기 아들을  위하여 당신에게 돈을 맡겼었오.

[피터]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야 무슨  권리로 그 애녀석은 나더로 돈을 달라는 거야. 영수증 있어?   예금통장이라도 있단말야?

[방랑자] 피터 스틸씨 물론 그 소년은 통장도 영수증도 없오.

[피터] 그럼 무슨 근거로그 친구가 그도록 허술하게 돈을 내맡겼다고 주장할 수 있단 말이요?

[방랑자] 그가  당신에게 아무 증거도  없이 돈을 내겼던  건 그가 그만치  당신을 믿었기 때문이요.  당신을 믿었다는 것이 바로 증거요.

[피터] 난 절대로 돈을 받는 일이 없어 절대로 당신이 그것에 대해서 무엇을 알 수 있어?

[방랑자] 길에서는 입대를 재촉하는 북이  울리고 있었지 당신의 친구는 대위의 제복을 입고 있었오.   칼은 바로 저 창가에 있는 탁자에 기대어 놓았었고 코트는 바로 저 의자에 걸쳐 놓았었오. 당신은 바로  여기 앉아 있었오.  그 친구는 테이블 건너 당신 맞은편에서  있었오. 당신의 부인은 지금 바로 당신이  앉아 있는 자리에 앉아 있었고 부인의 숙부는 저 창 밑에 있었오.

[피터] 그 모든걸 누가 당신에게 알려줬지? 당신은 무슨 흉계를 꾸미려는 거야?

[방랑자] 당신의 친구는 만원짜리 30뭉치를 탁자위에 놓고 이렇게 말했오. "피터 내가 만일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경우 내 아들을 위해 이 돈을 맡기네 그러나 난 차라리  걔가  자립할 때까지  이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어 아무  것에도  기대 않고  스스로  노력하게 말야.   그러니까 이 돈을 그애가 21살이 될때까지  만일을 위해 준비해 논 여분일세 암탁에게 주는 밑 알 같은  거지" 그리고 그는 당신에게 손을  내밀었오. 그가 거리로 나가자 북소리가 멎었오. 방안이 조용해지자   당신은 돈을 유혹하는 소릴 들었오.

[피터] 당신은 그걸 어떻게 알았오.

[방랑자] 피터  스틸씨! 당신은  신의를 지킬  생각은 있었읍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돈을 떳떳하게  장부에 올리지  않았었오. 자, 그런데  그 사람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오. 그의  이름은 사망자 이름에  올라 있었오. 그러자  당신은 차츰 그의 돈과 아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오. 세월이 흘러갔오. 이제  그 애는  밥벌이를 할만큼  자랐오. 당신은  그 애가  낌새를 채지  않았나 하여 눈치를  보게 되었오.  며칠전 당신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이면  기한이 차서 돈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오. 그리고  나서 이자를 계산해 보았오. 당신은  돈을 잘 놀렸고 최대한의 이자를 받았기 때문에 놀라운 액수였오.   당신은 조용히 앉아 돈의 속삭이는 소릴 들었오. "왜  나를 포기하시오? 내가 당신 수중에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를텐데요"

[피터] 모르구 말구 내 아내와 숙부님도 맹세코 부인할 걸.

[방랑자] 물론 그렇겠죠.

[피터] 그 애도 영수증도 없오.

[방랑자] 없고 말구요.

[피터] 당신은 그런  얘길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당신이  공갈을 쳐서 갈취하러 왔다면 꺼지는게  나을 걸.

[방랑자]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던 난 간섭하거나 괴롭힐 생각은 없오.

[피터]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여길 찾아 왔느냐 말야? 대답해봐!

[방랑자] 당신 스스로 그 애에게 돈을 돌려 주도록 충고하러 왔오.

[피터] 하하! 그리고는?

[방랑자] 그것 뿐이오.

[피터] 그러면 이런 짖궂은 짓을 하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방랑자] 이리 가까이 와 보시오.

[피터] 여기서도 충분히 볼 수 있어.

[방랑자] 이리 와서 날 좀 보시오. 전에 본 일이 있오?

[피터] 다행히 한번도 본 일이 없어.

[방랑자] 내 눈을 보시오 (피터 다가간다)

[피터] 꼭 고양이 눈 같군. 눈동자에서 불이 일고 있어!

방랑자] 갈보리 언덕을 물들이던 석양의 불꽃이오. 내 목을 보시오!

[피터] (움추리며) 저런 흔적이 있는 사람을 어디서 본것 같은데.

[방랑자]  난 바위투성이  언덕에  있는 고목나무에  목을  매어  죽은 사람이오.  자,  들어 보시오  (호주머니 안의 동전을 쩔렁거린다.)

[피터] 동전소리가 나는데

[방랑자] 이건 내  영혼을 판 댓가로 받은 예루살렘 주재조폐소에서  받은 은화 30량이요. 내 영혼은  19세기 동안 이 세상 악의 언저리를 헤매었오.

[피터] 제발 알려주시오 당신은 누구요?

[방랑자]  당신이  팔아 넘기려고  하는  것이  가장  귀중한 것이라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   가롯유다요. (그는 피터에게 다가간다. 피터는 겁을 먹고 움추려든다)

[피터] 상관 말아요. 내 일은 내가 할테니 제발 가만 놔둬요.

[방랑자] 피터 스틸씨 당신은 정직한  사람이었오. 당신이 들에서 밭을 갈때 태양은 따뜻하게 비추어  주었고 새들은 즐겁게  노래를 불러 주었오. 새벽이  되면 밝아오는 언덕을 떳떳이  바라 볼 수 있었고  날이 저물면 그늘진 계곡을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았오. 조금전만 해도 만나는 사람은 친절하게  말을 걸었고 애들은 웃으며  돌아 보았오. 그런데  왜 당신은 은돈 30량에  이 모든 생의 즐거움을 팔아 버리려 하는 거요?

[피터]  날 상관  말아요.  난 인색한  사람이 되었오.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건  돈이요. 새의 노랫소리가 뭐 말라비틀어진거요.  제발 이제 좀 나가 줘요. 영혼을  팔아 먹던지 뭘 하든지 내가 좋아  그러는 거니 상관 말아요. 내가 내것을 파는거니까!

[방랑자] 물론! 당신은  당신 걸 파는거지요. 좋다면 얼마든지  파시구려 그러나 돈과 더불어 자만과  안일과 불안도 자라날거요. 피터 스틸씨  당신은 영혼만 파는게 아니요. 당신이 잃어 버리는 것은 당신 손 안에서 쩔렁거리는 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요.

[피터] 상관 말아요! 상관마!

[방랑자] 당신은  풀잎 사이에서  우는 귀뚜라미의  노랫소리와 가을에  낙엽을 보며  느끼는 쓸쓸한  정취를 잃을 것이요.  여인들의 노랫소리와 애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한가하게 피어오르는 저녁 연기가 <br>주는 위안을 잃어 버리게 될 것이요

[피터] 난 그따위 사소한 일엔 관심을 가져 본 일조차 없어.

[방랑자] 그러나 정직한 사람이라면 하나님의 선물을 향유하지요.  그들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면서 하나님의 은총을 느끼고 감사할 줄 압니다. 그가 느끼는 힘을  상실할 때까지는 말입니다.

[피터] 상관 말아요.

[방랑자] 당신은  태앙이 내려  쪼이는 길을  걸어갈 때면  목구멍엔 먼지만 가득찰  것이요. 녹색의 잔속에 가득찬  보라색 포도주인양 대지의  품속에 누어있는  작은 호수를 봐도  당신의 눈은 찌푸려질 것이요. 별들이 수정같이  빛나는 수정같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누워  있어도 당신의 가슴 은 공허밖에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피터  스틸씨!  나는 당신의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읍니다.

[피터] 그렇다면 나에게 뭘 원하는거요?

[방랑자] 당신 스스로 그 돈을 포기하시오.

[피터]  내가 그  돈을 버린다고  해서 무슨  이익이 당신에게  돌아간다고 등살이요  도대체 당신의  배후에는 구가 있오?

[방랑자] (천천히)  한사람은 명예로운  고통속에 죽어 온  세상을 구원하였오.  그러나 또한 사람은  세기에서 세기로  전전하며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짐을  끌어주고 살고 살아  매번 죽음의 고통을 다시  맛봐야 하오.  그래서 겨우  여기서 한사람  저기서 한사람  구해주고 다니는  것은 내가  일찌기 인류 역사에 남겨 놓은 오명을 씻고  유다라는 더러운  이름을 이  세상에서 치워버리기 위해서요.  말하자면 나의  오랜 계산에 수지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요.

[피터] 수지균형을 맞춰요?

[방랑자] 당신이  하려고 하는  일에서 손을  뗄다면 난  저울의 한쪽에  먼지 한줌을  올려 놓겠오.  반대쪽엔  아직도 균형  잃은  무거운  짐이 놓여있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날은  1년에 단  하루분이오.

[피터] 날 내버려 둬요.

[방랑자] 당신은 나까지 도적질 해 갈 셈이요?

[피터]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생각 좀  해야겠오. 이제 생각 좀  하게 해줘요. (안에서 잠옷  바람에 등불을  든 프루던스  등장 방랑자  사라진다. 피터는  프루던스가 그를  두고 갔던  대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프루던스] 여보, 여보 주무세요?

[피터] 응? 아니.

[프루던스] 왜 주무시러 오지 않았어요? 날이 거이 샛는데

[피터] 여보 생각에 잠겨 있었오.

[프루던스] 무슨 생각을요?

[피터] 내 말하지. 난 성스런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거짓맹세와  도둑질할 궁리를  하고 있었어. 그리고 은돈  30량에 영혼을 팔아  버릴 궁리를 하고 있었지(일어서며)  하지만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난 아직 내 영혼을 팔지 않았오

[프루던스] 여보!

[피터] 기일 안에 그 애에게 약속대로 돈을 돌려주기로 결심했오. 난 정직한 사람이오. 여보! 그렇지 않우 !

[프루던스] 여보, 잘했어요.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피터] 한푼도 어김없이 이자까지 계산해서 돌려 줍니다.

[프루던스] 다 합치면 굉장할 거예요. 그렇지만 돌려주는 게 좋아요.

[피터] 물론이지  사는 맛을  다 잃고나서 돈만  가지고 있으면 뭘해?  생의 기쁨에  비하면 그 돈은  많지도 않아.

[프루던스] 실은 저도밤새 한잠도 못잤어요.

[피터] 당신도 그 생각을 했군 그래!

[프루던스] 전 돈문제는  아니었어요. 당신이 들어오시기 전에  다리를 저는 사람이 찾아왔길래 보내 버렸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마음에 걸렸어요. 숙부께서 나가보니 부상까지 입었더래요. 손발을 붕대로  감았더라잖아요? 제 제 생각엔 아마 여기서 멀리 가진 않았을 것 같애요.

[피터] 그 사람은 어느쪽으로 갔오?

[프루던스] 저 느티나무 있는 쪽으로요.

[피터] 거기 있을지도 모르겠군! (밖으로 나가려한다)

[프루던스] 어딜 가세요?

[피터] 찾아서  데려오려고 하오. 얼어 죽으면  큰일 아니오? (같이 출입문  쪽으로 가서 문을 연다.  아침이다)

[피터] 벌써 아침이군!

[프루던스] 어머! 눈이 왔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은 처음이예요.

[피터] 나도 처음이야 (키스를 하고 나간다)

[프루던스] (뒤에 대고) 여보! 커피 끓여 놓을께요!

<막>

*이 연극의 때는  반드시 크리스마스 새벽으로 고정시킬 필요는  없다. 상연하는 교회의 형편에 따라  주일 아침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