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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학 산책①] 새로운 영혼의 눈을 뜨다

은바리라이프 2009. 6. 11. 17:51

[기독교 문학 산책①] 새로운 영혼의 눈을 뜨다
이청춘 ‘낮은데로 임하소서’
2008년 08월 11일 (월) 10:19:55 조준영 기자 joshua@kidok.com

‘문학의 시대는 갔다’는 비관적 견해가 일견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영상매체, 전자매체가 발달한다 해도 글쓰기를 통한 언어유희는 인류로부터 떠날 수 없는 문화양식이다. 크리스천 작가나 기독교 정신을 나타내는 국내외 대표적 소설 작품을 소개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에게 사고와 가치관 성장의 기회로 삼고, 기독교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촉발시키기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인간 절망의 끝은 신으로 나아가는 통로에 맞닿아 있다. 채 백년을 못 넘는 인간사지만 사방이 절벽이고 어둠이며, 숨 쉴 통로조차 까마득한 절망 가운데 갇혀본 기억이 어느 인생인들 없을까. 그러나 모든 씨앗이 숨을 틔우지는 않듯, 낭떠러지 아래에서도 하나님께 손 내미는 인생은 드물고, 때문에 하나님을 찾아가는 절망은 은혜이며 구별된 자를 향한 선택이기도 하다. 최근 폐암으로 작고해 한국 문단에 아쉬움을 전했던 이청준(1939∼2008)의 장편소설 ‘낮은 데로 임하소서’는 절대 절망 속에서 겸손히 하나님의 부르심에 손을 내민 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안요한은 시골교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반발과 고달픈 목회자상에 실망해 기독교를 부정한다. 결혼을 한 후 미국 국방성 산하 한국어과정 교관으로 발탁되어 출국을 준비하던 삼십대의 안요한은 갑자기 원인모를 안질에 걸려 양쪽 시력을 모두 잃게 된다. 아내마저 두 자녀를 데리고 집을 떠나버리고, 안요한은 끝없는 절망 가운데 자살을 결심한다. 모든 삶의 기억들을 하나둘 지워가며 죽음을 준비하던 안요한에게 하나님은 극적으로 “나는 너의 여호와니라. 내가 아직 너를 버리지 않았다”는 말씀으로 찾아오신다. 마침내 생의 소망을 찾은 안요한은 서울역 노숙자 생활을 거쳐 신학대에서 공부를 한 후 결국 새빛맹인교회를 세워 시각장애인들과 소외된 이를 향한 섬김과 봉사의 삶을 시작한다.

이청준은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피조물의 피할 수 없는 절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선사한다.
“빛을 만나려는 것은 이미 나의 육신의 눈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 육신의 눈을 대신하여 새로운 영혼의 눈을, 그 영혼의 창문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작가는 또한 안요한을 돕던 구두닦이 소년 진용을 통해 아무리 비참한 인생이라도 베풀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그 마음 가운데서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진용이가 그의 이웃에게 나눠 줄 것이 있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그것이 전혀 없을 리 없었다. 내게도 아직 나눠 줄 것은 남아 있었다”

인간으로서의 절대 절망을 겪은 안요한에게 어두움이 소망으로 바뀔 수 있었다면, 이 시대를 사는 누군들 소망의 기회가 없을까.

“흐름이 멈춘 낮은 곳에서 삶은 새롭게 흐른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때문에 “낮은 데로 임하소서”란 외침은 하나님을 향한 간구이며, 이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을 향한 질책이자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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