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히브리인들의 이야기이다.
히브리인이라는 말은 '강을 건너온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왜 그들은 강을 건너갔을까?
멀쩡한 자기 집을 놔두고 강을 건너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에는 먹고 살기 힘들면 강을 건너갔다. 조선 말 일본이 우리 나라를 침략했을 때 일부 선각자들이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간도 땅으로 이주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 것이 없어서 강을 건너갔다. 건너가서 막노동을 하기도 하고 그나마 일거리가 없으면 도둑질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히브리라는 말은 '도둑놈들, 사기꾼들, 비천한 것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출애굽기 12:37-38에는 애굽을 떠나온 두 종류의 사람이 나온다. 이스라엘 백성들과 허다한 잡족이 그들이다. 이스라엘 백성이란 혈통적으로 야곱의 자손을 의미하고, 이스라엘 백성과 허다한 잡족을 묶으면 이집트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카스트)에 속했던 히브리인이라는 사회 계층적 개념이 등장한다.
성경의 메시지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초로 부르심받은 이들이 히브리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아니라 가장 낮고 비천한 이들 가운데 오셨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구원하셨고, 자기 백성으로 삼으셨다.
최초의 교회로 부르심받은 사람들은 히브리인들이었다. 무언가 잘나고 똑똑하고, 기성 사회 속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사람들이 아니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사람들, 의지할 것 하나 없던 그들 곁에 찾아오셔서 그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에 관한 글이다.
하나님은 히브리인들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있었다. 세상의 가장 낮고 비천한 자리를 경험해본 이들이기에 이들이라면 또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성경은 공의에 대해 강조하는데 공의란 사회의 하위 20%를 차지하는 히브리인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세상을 말한다.
하지만 교회는 가끔 기억상실증에 걸리곤 한다. 낯선 땅에서 나그네로 살았던 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고, 히브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어버린 채 사회의 기득권 세력인 것처럼 행동하곤 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실패했다. 나라가 망하고 뿔뿔이 흩어진 이유는 세상의 대안으로서의 자신들의 부르심을 외면했기 대문이다.
성경은 히브리인들의 이야기 책이다.
히브리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라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는 fiction 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강의나 철학적 접근이 아닌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했다는 의미이다. 이야기는 쉽고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강력하다.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는 듣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좋은 이야기는 개별 이야기 속에 보편성을 담고 있다. 개별 사건을 이야기하면서도 보편적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를 동시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좋은 이야기들인데 성경 이야기가 그러하다. 오늘날 성경을 과거에 있었던 사건으로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성경기자들은 과거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이곳에서도 반복되어지고 있는 보편적 역사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창세기는 히브리인들의 신앙의 첫 출발을 다룬다. 창세기는 시작에 관한 책이다. 세상의 시작, 민족들의 시작, 히브리 인들의 신앙의 시작등을 다루고 있다.
창세기는 모세가 광야의 히브리인들에게 전달한 내용들인데 모세는 왜 이런 이야기들을 했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히브리인들을 '택한 백성', '선민'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처음 이집트를 떠나온 히브리인들이 그런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은 얼마 전까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다 나온 사람들이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계층으로 수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우리는 하나님의 택한 백성이며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히브리인들이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모세 덕분이다. 모세의 이야기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들은 거인이며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같더라(민 13:33)'고 말하며 끊임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히브리인들의 자기정체성을 바꾸기 위한 시도로 이해해야 한다.
'성경주석강해 > 모세오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락이야기1 : 선악과 이야기 (0) | 2009.06.07 |
---|---|
창조이야기 (0) | 2009.06.07 |
가인과 아벨에 대하여(100) (0) | 2009.04.22 |
가인은 어디에서 아내를 얻었습니까? (0) | 2009.02.22 |
벨렉 때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0) | 2009.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