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ㆍ예술 국한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선정
문화선교연구원은 올 한해 기독교 문화계의 주요 이슈로 △한국기독교와 한국사회의 소통, △문화시대의 경쟁력과 콘텐츠의 다양화, △미래 한국의 비전과 한국교회의 과제, 이상 3가지를 꼽았다.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 기독교와 한국사회의 관계를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한국교회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인식할 수 있었고 향후 새로운 선교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의 문화선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기독교문화의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졌고, 이로 인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많이 양육됐다는 것이다.
특히 2007년에는 미래 한국의 비전을 형성하는 몇 차례의 중요한 계기들이 주어졌으므로,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만한 문화적 트렌드 지원에 기독교계와 교회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10대 뉴스 선정과 관련 문화선교연구원은 “문화계 이슈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대중문화나 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총체적으로 접근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발생한 아프간 피랍사태는 연일 주요 일간지 일면을 장식하며 한국사회에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훈을 남겼다. ©연합 |
다음은 문화선교연구원이 선정한 ‘2007년 기독문화계 10대 뉴스’ 내용이다.
1. 영화 ‘밀양’과 기독교계의 반응
표면적으로는 기독교적 소재를 다루었으나, 내용적으로 인간의 고통의 문제를 다루려 했다는 감독의 변과는 상관없이, 영화 <밀양>은 영화에 등장하는 교회와 신도에 대한 묘사로 인해 많은 논란을 빚었다. 일부에서는 노골적인 반기독교 영화로, 다른 한편에서는 신학적 고민을 그린 수작으로 달리 영화를 평가했다. 물론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계의 다소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못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에 문화선교연구원에서는 <밀양, 기독교에 말 걸다>라는 포럼을 통해 이 영화가 지니는 심층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들을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모두가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2. 분당샘물교회 단기선교팀 피랍사태 / 이랜드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
거의 동시에 터진 두 사태는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는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교회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을 잃는 상황에서도 교회는 모든 책임과 비난을 감수해야 했고, 대표적인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의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층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보다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우리는 이 두 사태를 통해 한국교회의 문화가 내부결속만을 위한 것이라면 오히려 선교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셈이다.
3.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기념
2007년은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행사와 기획이 있었다. 100년 전에는 교회의 부흥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런 점에서 100주년이 되는 2007년은 오늘의 우리에게 평양대부흥의 의미가 무엇인지 재해석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민족 앞에 다시 한 번 교회의 존재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난립하는 행사 주체, 그리고 대형화되었으나 형식적인 기념행사로 인해 교회 밖으로부터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기독교계 내부의 잔치로 마감된 것은 아쉬운 점이다.
4. 뮤지컬 강세
1,000억 원 시장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몇 년 사이 뮤지컬에 대한 집중투자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기독교계도 마찬가지인데, 이미 뮤지컬 <오 마이 갓스>, <마리아 마리아> 등이 큰 호응을 얻었고, 부활절을 위해 문화선교연구원이 제작한 <피터>도 교회의 문화콘텐츠 확대에 기여했다. 한편 대학로에서 기독교 창작뮤지컬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이는 일반 뮤지컬계가 외국의 오리지널 고가 뮤지컬 공연에 주로 의존하는 것과 비교해 국가적인 문화 다양성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5. 영화제의 급증과 제5회 서울기독교영화제
가족영화제, 충무로 영화제 등 신생 영화제가 생겨나면서 우리나라는 현재 크고 작은 영화제가 30여개가 넘는다. 이는 문화 다양성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이벤트성 영화제가 자칫 전체 한국 영화계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제5회 서울기독교영화제가 “보시니 참 좋았다”라는 주제로 대학로 일대에서 열렸다. 제5회 기독교영화제의 두드러진 특징은, 기독교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 다수 상영됐다는 점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매진을 기록했고, 영화제 이후에도 지역 상영을 통해 기독교영화제의 외연을 확대할 전망이다.
6. 가요계를 구원한 사이버 커뮤니케이션과 CCM의 불황
대중가요 음반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가, 하반기 <원더걸스>의 ‘텔미’ 열풍으로 반짝 호기를 잡았다. 하지만 이는 전통적인 앨범 소비를 통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 UCC 동영상과 MP3를 통해 확산되면서 과거와 다른 유통구조를 개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했다. 한편 CCM계의 불황은 여전했고, 예배음악은 예배사역이라는 새로운 사역 영역이 개발되면서 교회의 필요성에 의해 상대적인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실력 있는 CCM 뮤지션들의 창작 음반이 출시가 어려워지면서, 대중가요계와 같은 재정이 든든한 기획사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7. 한류 침체와 소재 다양화의 중요성
지난 몇 년간 문화 콘텐츠 수출의 몫을 톡톡히 했던 한류가 올해는 저조했다. 소재의 빈곤으로 인해 현지인들의 피로감이 흥미를 상실한 것과 지나친 상술 마케팅이 화근이었다. 반면 최근 일류(Japan Wave)가 소재의 다양성과 특화된 마케팅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역시 문화는 콘텐츠의 경쟁이다. 다만 하반기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비롯 다수의 사극이 제작되면서 한국적 소재를 다룬 문화 콘텐츠가 경쟁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영화 <디워>의 경우에서 확인했듯 그 또한 질적 완성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문화 역시 소재와 콘텐츠의 다양화와 함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8. 문화마케팅, 창조경영 붐 - 한국교회의 새로운 시도
21세기 들어오면서 창조적 아이디어, 창조성, 상상력 마케팅 등 기업과 국가경영에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 문화마케팅 개념으로 아우를 수 있는 이 개념들은 경쟁이 치열한 무한경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끝에 나온 전략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회의 새로운 변화, 소규모 교회운동, 투명한 재정운영, 수평적 리더십, 문화적 목회 등과 맥을 같이 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생존이라는 목적을 넘어 기업이나 교회가 공공성과 도덕성을 회복하는 본질적 변화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9. 정상회담과 북한선교의 문화적 측면
10월에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남북, 북미 관계의 변화가 관측되고 있는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랜 동안 북한선교를 준비해왔고, 최근 다양한 주체들이 통일을 준비하며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때, 문화적 측면의 교류와 정서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과제이고,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주도권 다툼이나 이념적 긴장 조장, 낭만적인 접근이나 형식적 물량주의 등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10. 대통령선거와 문화 한국의 비전
2007년은 한국을 향후 5년 동안 이끌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정책 대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여전한 정치 후진성을 드러냈다. 각 대선 후보들의 문화정책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수준에 그쳐 21세기 문화한국의 비전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주엑스포 유치에도 성공한 우리나라의 문화적 역량 강화전략은 앞으로 21세기 강국으로 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경제회복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문화적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교회 역시 지역사회의 문화와 긴밀히 소통해 새로운 하나님나라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교회의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