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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로 일꾼 선택 성경과 전혀 관계 없다”

은바리라이프 2008. 9. 6. 14:32

“제비뽑기로 일꾼 선택 성경과 전혀 관계 없다”
정훈택 교수 〈신학지남〉 여름호서 주장
2008년 07월 07일 (월) 09:24:36 노충헌 mission@kidok.com

정훈택 교수가 <신학지남> 2008년 여름호에 “한국교회가 교회지도력 확보를 위해 제비뽑기를 채택한 이유는 성경과 전혀 관계가 없으며 교회 지도자의 선택은 기도와 토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하 요약. <편집자 주>


   
   
제비뽑기는 구약시대부터 하나님이 자신의 뜻을 알리시거나,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하여 자주 사용하던 방법 중 하나였다. 레위기 16:8의 아사셀 염소를 선택한 방법을 시작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으로 들어가서 얻을 땅을 분배할 때(민 26:55 등), 성소에서 일할 사람(대상 24;5 등), 바벨론에서 돌아온 백성 중 예루살렘에 살 사람들을 결정할 때(느 11:1), 요나를 바다에 던진 사건에서(욘 1:7), 아간의 숨은 범죄를 찾을 때(수 7:14) 등에 사용됐다. 즉 사람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제비를 뽑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제비뽑기란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즉 구약의 제비뽑기는 하나님의 뜻을 찾는데 종종 사용된 한 방법이었다.

신약성경에 제비뽑기를 사용한 예는 세 곳에서 발견된다. 아비야 조에 속한 제사장 사가랴가 성전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그곳을 지키던 군인들이 예수님의 옷을 나눠가질 때, 사도행전에서 예수님 승천 후 남은 열한 제자들이 한 사람을 더 보선했을 때 등이었다. 

먼저 구약에 기록된, 사람을 뽑은 제비뽑기는 아무런 조건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행됐다. 자격을 정해 놓고 최종적으로 제비뽑기를 한 맛디아의 경우나 총회장 선출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사도 뽑기도 구약의 사례를 모형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구약시대에 종종 시행된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교회 지도력 확정을 위한 절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대사회에 신적 왕정제도를 구현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이 제비뽑기라는 구약적 방법으로라도 한 명의 사도를 보충하려고 했던 것은 그들이 보충해야 할 직무가 다름 아닌 예수님이 직접 뽑아 세우신 사도직이었기 때문이다. 새 이스라엘, 즉 교회를 이끌 열두 사도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을 베드로는 예수님이 약속하신 성령 강림 전에 한 사람을 마저 채워서 열둘이 함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 베드로는 그들 자신과 같이 예수님의 사역과 말씀을 목격한 것만을 충분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조건을 충족시키는 후보자가 두 사람 추천되자 사도들과 예루살렘 교회는 제비뽑기라는 구약적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도를 임명하신 분은 예수님이셨으므로 한 명의 보충도 당연히 예수님이 하셔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이 부르신 그날부터 예수님을 따르며 시키시는 대로 하는 것만 하였기 때문에, 또 그들이 예수님께 배운 것에는 사도 임명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비뽑기를 선택했다. 제비뽑기는 예수님의 승천 후와 성령강림 전 시기에 긴급하게 시행되었던 임시방편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성령이 오신 이후로 이 비상사태가 해소되었다는 것을 전제하는 말이다.

오순절 성령강림 이후 교회는 지상의 예수님의 사역과 명령과 같은 절대적 규범, 곧 성령의 인도를 다시 가지게 되었다. 초대교회 일곱 봉사자를 뽑는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성령 강림 이후 교회는 특수한 일을 맡을 사람들을 모두의 합의로 뽑았다. 어떤 일을 분담하거나 순서를 정하기 위하여 구태여 제비뽑기를 한다면 구약의 정신을 조금 살릴 수 있겠지만 교회에 가져올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서로 연합하고 조화하며 양보하고 희생하면서 합의하는 길이 교회의 초석이신 예수님의 일과 가르침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