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2MB가 취임할 때 까지만 해도 그와 마릴린 맨슨이 닮았다는 주장은 그저 농담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는 두 사람이 정말로 닮았다는, 혹은 닮아간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특히나 요새 보여주었던 2MB의 행보들은 마릴린 맨슨이 보여주었던 그것보다 더욱 황당하고 공포스러우니 이제는 그가 한국을 대표하는 호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아, 진정 그는 맨슨을 뛰어넘어 역사에 길이 남을 공포의 제왕이 되어버릴 것인지… 나날이 섬뜩해져 가는 그와 그의 추종자들의 만행을 맨슨의 그것과 비교해 보며 누가 누가 더 무서운 인간인지 한번 가려보자.
ROUND 1 대표곡 ROCK IS DEAD VS 개념 IS DEAD 록은 이미 죽었다고 목청 높여 외치는 마릴린 맨슨의 대표 곡 ROCK IS DEAD. 그러나 록이 죽는 것 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한 나라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정치인의 머리 속에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에, 전 국민의 생사에 관련된 문제를 그렇게 생각 없이 처리하고 나 몰라라 등돌리고 있는 자태라니… 온몸으로 자신의 개념 없음을 부르짖고 있는 2MB, 첫 번째 판은 그의 승리!
ROUND 2 직책 악마숭배주의 교회의 성직자 VS 경제숭배주의 집단의 우두머리 1994년 맨슨은 악마숭배주의 교회의 성직자라는 칭호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그 직책을 위임 받은 후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하여 취했던 행동이 기껏해야 무대 위에서의 ‘쇼’였던 반면, 경제숭배주의 집단의 우두머리인 2MB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말 그대로 ‘현실’이다. 그것도 치명적으로 해로운.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의 철통 같은 슬로건은 말 자체로만 보면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전에 국민들의 생명, 그리고 민심부터 살려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의 전적들과 그 추종자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돈’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보다 중요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무시하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오니 역시 두 번째 판도 2MB의 승리가 되겠다.
ROUND 3 배짱 마릴린 맨슨 한국 투어 VS 2MB 중국투어 다방숫자보다 교회 숫자가 더 많다는 대한민국을 겁도 없이 들락날락 거리며 공연까지 해내는 마릴린 맨슨.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배짱을 지닌 것이 또 2MB라는 사람이니 그는 일본가서 과거사 면책해주고 미국 가서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오케이 해주어 대다수 국민들의 원성을 산 전적이 있으면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또 중국으로 날아가는 대범함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협상을 하고 와서 우리를 실망시켜 주실지… 벌써부터 전혀 기대되지 않고 무섭기만 하니 세 번째 판도 2MB의 승리!
ROUND 4 동원인원 7000명 VS 30000명 마릴린 맨슨의 첫 번째 내한공연 장소는 올림픽 펜싱 경기장.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고 하더라도 7000명 정도. 거기에 스탠딩 좌석까지 합쳐도 10000명 이하. 그러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거리에 모여든 시민들의 수는 30000명 이상. 어쨌거나 세계 최대의 자극적인 쇼를 준비하고도 또 2MB에게 패배한 맨슨 옹. 다음 판에선 이길 수 있으려나?
ROUND 5 미래 로커 생활 14년 VS 대통령 생활 96일 결정타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맨슨 옹이 로커생활 14년을 지내며 이룩해온 전적들보다 2MB가 단 96일 동안 이룩해 놓은 전적들이 더 무섭다. 그런 그가 앞으로 우리나라를 몇 년 동안이나 더 이끌어나가야 한다니… 물론 앞으로의 일이야 알 수 없겠지만 이 분의 그 짧은 전적들이 너무나 화려하셔서 우리는 겁을 먹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
나도 부패한 시스템의 일부분은 아닐까
사실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던 길에 만난 촛불시위대의 광경이 너무나 생생했다. 차에서 내려 같이 행진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그래서 대신 글을 보는 분들이라도 웃겨드리려고도 했으나 농담이 잘 안 나온다. 정말로 무서운 것은 태연한 척 하고 있는 시스템들이다. 그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보다 우리를 더 분노하게 하는 것은 이번 일로 극명하게 드러난 그 시스템들의 부패이다. 혹시나 나는 그 일부분이 아닐는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