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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맨슨│마교주, 악행의 흔적들

은바리라이프 2008. 9. 2. 19:01

마릴린 맨슨│마교주, 악행의 흔적들
[2008-08-19 12:05]

마릴린 맨슨은 단지 음악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뮤지션이다. 그는 뮤지션이지만 그 이상으로 미디어를 잘 이용한 이슈 메이커이기도 하고, 엽기적인 공연으로 유명한 퍼포머이기도 하다. 그가 사생활에서, 혹은 공연에서 벌이는 온갖 해프닝들은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것은 다시 마릴린 맨슨이 뮤지션으로서의 위상을 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마릴린 맨슨이 저지른 인상적인 사건들을 골라봤다.

마릴린 맨슨과 기독교인들과의 악연은 뿌리가 깊다. 이미 플로리다의 로컬 밴드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관객들에게 ‘Kill god’같은 문장이 써 있는 장난감을 나눠주며 명성과 악명을 동시에 쌓던 마릴린 맨슨은 메이저 데뷔 앨범인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를 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하던 중 드디어 큰 사고를 친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강한 유타주의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공연을 하러 와서 이른바 악마교의 교주 앤튼 래비를 찾아가 악마교의 성직자로 인정 받은 것.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솔트레이크 시티가 그의 행동을 비판하며 공연을 금지시키자, 마릴린 맨슨은 그의 앨범 제작자였던 트렌트 레즈너가 이끄는 그룹 나인 인치 네일즈의 공연에 나타나 유타주의 최대 종교인 몰몬교의 성경을 찢어 버렸다. 그 후 마릴린 맨슨은 유타주 전체에서 영원히 공연 금지. 하지만 이 사건으로 마릴린 맨슨의 명성 혹은 악명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마릴린 맨슨의 최고의 전성기는 1996년 발표한 <Antichrist superstar> 시절 전후로 평가받는다. 물론 음악만 본다면 그 이후 발표한 앨범들도 괜찮지만, 이 당시 마릴린 맨슨은 전 세계 록 팬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이슈 메이커였고, 성경책을 불태운다거나, 공연 중 멤버와 감정이 상하자 악기에 불을 질러 버리기도 했던 마릴린 맨슨의 공연 퍼포먼스(라 쓰고 악행이라 읽는)들은 그에 대한 호기심과 의혹과 숭배와 경멸을 증폭 시켰다. 그런 가운데 마릴린 맨슨이 엔딩을 장식한 1997년의 MTV 뮤직 비디오 시상식은 마릴린 맨슨의 위상에 정점을 찍었다. 5분 남짓한 이 공연에서 마릴린 맨슨은 자신의 공연을 압축해 보여줬다. ‘마릴린 맨슨 제국’의 지도자로서 연설을 하며 관객들을 선동하고, 입고 있던 털 코트를 벗자 중요 부위를 슬쩍 거린 코르셋 복장이 등장했으며, 공연이 끝나자 멤버들이 악기를 부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들은 마릴린 맨슨의 공연에서 언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 대중 음악계의 아이콘 중 하나인 MTV 시상식을 통해 전국에 중계된 순간, 마릴린 맨슨은 진정 ‘Antichrist superstar’의 자리에 올랐다.

마릴린 맨슨에게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 일대 전환점이 됐다. 미국의 미디어들은 총기 난사를 저지른 고교생들인 해리스와 클리볼드가 마릴린 맨슨의 팬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마릴린 맨슨이 그저 반 기독교주의를 내세우는 괴짜에서 진짜 ‘악마’로 격상됐다면 격상된 순간. 그러자 마릴린 맨슨은 <롤링스톤즈>에 글을 기고해 학살을 자행하는 미국 행정부와 그것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미디어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컬럼바인 총기 난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 되물었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에 출연해 다시 한 번 미디어의 폐해를 논리정연하게 지적하며 그가 ‘악마’가 아니라 마이클 무어 감독의 표현대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음악으로 극복하는 멋진 청년”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에미넴은 자신의 노래 ‘The way I am’을 통해 “애가 왕따 당해서 학교에 총 쐈는데 왜 마릴린을 욕해?”라며 마릴린 맨슨을 옹호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통해 마릴린 맨슨은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놓였고, 그의 이미지 역시 괴짜에서 보다 생각있는 록 뮤지션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마릴린 맨슨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기 위해 ‘똑똑하고 말 잘하는’ 마릴린 맨슨이 되면서, 그는 더 이상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인 록 뮤지션’이 될 수 없었다.

국내에도 발매된 마릴린 맨슨의 투어 DVD인 <Guns, god and government world tour>는 마릴린 맨슨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에 담긴 마릴린 맨슨의 공연의 완성도도 빼어나지만, 마릴린 맨슨에 관한 30여분의 다큐멘터리인 스페셜 피처 ‘The death parade’가 수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릴린 맨슨과 그의 밴드가 투어 도중 벌이는 온갖 wxy한 행동들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심의상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지만 밴드의 그루피들과 함께 포르노의 경계를 슬쩍 넘나드는 그의 행동들은 평소 그가 어떻게 사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물론 예전에도 막 나가는 사생활은 로커의 필수 조건처럼 여겨졌지만, 그걸 2000년대에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로까지 만들어 팔아먹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니까 마릴린 맨슨이긴 하지만.

한국은 교육부의 교육 지리 정보 서비스에 불국사는 ‘작은 사찰’이라 빼도 교회는 빼곡하게 나오는 기독교 국가다. 적어도 어떤 교회에 다니는 분들에게는 그렇다. 그런 나라에 무대 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성경책을 불태워 먹은 ‘Antichrist superstar’ 마릴린 맨슨이 오겠다고 했으니 아무 일도 없이 지나 갔을 리 없다. 2003년 10월, 몇몇 기독교 단체들이 공연 금지를 주장했고 마릴린 맨슨은 공연 중 음란 행위 및 반 기독교적인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품위 준수 각서‘까지 쓰고서야 한국에서 공연을 열 수 있었다. 하지만 마릴린 맨슨은 “오지 말라는 데는 더 가고 싶다”는 말로 오히려 한국 팬들을 열광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마릴린 맨슨의 공연은 당연히 관객들을 미치게 만들었고, 마릴린 맨슨은 각서 내용 따윈 지키지 않으며 한국 락 공연의 한 획을 그었..........지만, 여기서 반전. 마릴린 맨슨이 앵콜로 ‘Beautiful people’을 부르던 도중 갑자기 스피커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최 측의 발표. “마릴린 맨슨의 사운드가 너무 강력해서 앰프가 고장났습니다.” 그 당시에 한국이 마릴린 맨슨을 받아들이기엔 그가 너무 강력했던 건지도. 지금이야 <ETPFEST>에서 카랑카랑한 사운드로 공연하며 성경책도 잘 불태우고 갔지만.

마릴린 맨슨│모든 금기를 금기한다, 닥치고 들어라 1 / 3
마릴린 맨슨│불타는 성경책, 불타오르던 그날 밤 2 / 3
마릴린 맨슨│마교주, 악행의 흔적들 3 / 3
글 : 강명석 <매거진t>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