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늦은 밤부터 숨쉬기도 힘들 만큼 춥다했더니, 오늘이 1980년대 이후로 12월 기온으로는 최고로 추운 영하 14도의 25년 만의 추위였다네요. 밖에 나가기가 겁이 다 나네요. 건강하신지요..
방에서 창문으로 내려다본 골목길은 아침 한 차례의 "아이들 설매소동"이 있었던 덕분인지 이 밤까지도 반질반질합니다. 제가 사는 집 앞 골목이 약간 경사가 진 덕분입니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올 거라고 하니, 앞으로도 이런 개구장이들의 불장난을 종종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약속했던 대로, 어제의 오라치오 젠틸레스키(Orazio Gentleschi, 이탈리아, 1563-1639)의 "예수나심의 예고와 탄생"이란 종교그림에 이어, 오늘도 또 다른 종교그림 두 점을 소개하고 나누려고 합니다. 칼 하인리히 블로히(Carl Heinrich Bloch, 덴마크, 1834-90)의 그림과 그 관련 내용을 살펴볼 것입니다. 그림은 "ARC"를 참조하였으며, 앞에 덧붙인 블로히에 대한 소개와 약력은 "Wikipedia"와 "Carl Bloch online Gallery"의 내용을 번역, 정리한 것이므로 감상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성경에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는 내용을 아래에 함께 실었으므로, 읽으면서 떠오르는 영상과 비교해보면서 감상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쿠르츠(Don Kurtz)가 제공한 블로히의 초상
블로히(Carl Heinrich Bloch, 1834년, 5월 23일 – 1890년, 2월 22일)의 그림이나 그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화가이자, 동판화가이기도 했던 블로히는 덴마크의 코펜하켄(Copenhagen)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그가 훌륭한 직업을 갖길 원했고, 그는 해군장교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을 깨닫고 덴마크의 왕립예술원(Det Kongelige Danske Kunstakademi)에서 그림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852년에는 그의 그림 한 점이 은상을 받았고 다음 해에 그 작품이 왕립예술원에 전시되었습니다.
그의 초기작품은 일상의 삶을 표현한 전원풍이었습니다. 그리고 1859년에서 1866년까지 이탈리아에(Italy)서 살았는데, 이 때는 역사적인 양식을 발전시켰던 중요한 시기입니다. 성공적인 그의 첫 전시회는 1865년 코펜하켄에서 열린 "해방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Unbound)"였습니다.
코펜하겐대학 강당의 장식 일을 하기도 했으며, 궁전예배당(Frederiksborg Palace Chapel)을 위한 23 점의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리스도의 전 생애를 그린 삽화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1865년과 1879년 사이에 그린 독창적인 원작이 이 궁전(Frederiksborg Palace)에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그의 그림은 거의 대부분이 종교그림들입니다. 그가 얼마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상상하면서 애착을 갖고 그림을 완성했는지 알 수 있으며, 아래의 그림에서도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니다.
예수의 나심에 대한 예고(The Annunciation, Oil on canvas, Public collection)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
마리아가 이르되,
"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누가복음 2 : 26-38)
블로히의 위 아래의 이 두 그림에서 주인공인 마리아의 모습은 무척 단아하고 아름다워보입니다. 어제 감상했던 젠틸레스키의 그림에 비하면 옷감의 재질이나 색채의 표현이 고급럽거나 귀족적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자태도 우아하고 정갈해보이며, 아직 미혼인 그녀의 표정이나 분위기도 순수하고 애틋해보입니다.
그러나 위 첫 번째 그림은 젠틸레스키의 마리아에 비하면, 무척 놀라고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예상하지 못한 예고에 어찌할 줄 모르는 그녀의 순수한 모습과 당시의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천사의 무척 밝은 빛에 비하면 마리아의 색채나 명암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대비시켜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Mary and Elizabeth, Oil on canvas, Public collection)
이 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로 가서 유대 한 동네에 이르러 사가랴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문안하니, 엘리사벳이 마리아가 문안함을 들으매 아이가 복중에서 뛰노는지라. 엘리사벳이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큰 소리로 불러 이르되,
"여자 중에 네가 복이 있으며 네 태중의 아이도 복이 있도다. 내 주의 어머니가 내게 나아오니 이 어찌 된 일인가. 보라 네 문안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때에 아이가 내 복중에서 기쁨으로 뛰놀았도다. 주께서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은 그 여자에게 복이 있도다." (누가복 음 1 : 39-45)
위 그림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마리아가 놀라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갑작스런 천사의 출현보다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신의 몸으로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예고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브리엘 천사가 설득하는 말을 보면 임신을 못한다고 알려진 친척 엘리사벳도 이미 아들을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는 기적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사벳에 대한 보충 설명과 내용을 더 덧붙여 소개합니다.
유대 왕 헤롯 때에 아비야 반열에 제사장 한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은 사가랴요 그의 아내는 아론의 자손이니 이름은 엘리사벳이라. 이 두 사람이 하나님 앞에 의인이니 주의 모든 계명과 규례대로 흠이 없이 행하더라. 엘리사벳이 잉태를 못하므로 그들에게 자식이 없고 두 사람의 나이가 많더라.
마침 사가랴가 그 반열의 차례대로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행할새, 제사장의 전례를 따라 제비를 뽑아 주의 성전에 들어가 분향하고 모든 백성은 그 분향하는 시간에 밖에서 기도하더니, 주의 사자가 그에게 나타나 향단 우편에 선지라. 천사가 그에게 이르되,
"사가랴여 무서워하지 말라 너의 간구함이 들린지라.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네게 아들을 낳아 주리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라. 너도 기뻐하고 즐거워할 것이요, 많은 사람도 그의 태어남을 기뻐하리니, 이는 그가 주 앞에 큰 자가 되며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아니하며 모태로부터 성령의 충만함을 받아 이스라엘 자손을 주 곧 그들의 하나님께로 많이 돌아오게 하겠음이라. 그가 또 엘리야의 심령과 능력으로 주 앞에 먼저 와서 아버지의 마음을 자식에게, 거스르는 자를 의인의 슬기에 돌아오게 하고 주를 위하여 세운 백성을 준비하리라."
사가랴가 천사에게 이르되,
"내가 이것을 어떻게 알리요 내가 늙고 아내도 나이가 많으니이다."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가브리엘이라. 이 좋은 소식을 전하여 네게 말하라고 보내심을 받았노라. 보라 이 일이 되는 날까지 네가 말 못하는 자가 되어 능히 말을 못하리니, 이는 네가 내 말을 믿지 아니함이거니와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어지리라"
하더라. 백성들이 사가랴를 기다리며 그가 성전 안에서 지체함을 이상히 여기더라. 그가 나와서 그들에게 말을 못하니 백성들이 그가 성전 안에서 환상을 본 줄 알았더라 그가 몸짓으로 뜻을 표시하며 그냥 말 못하는 대로 있더니 그 직무의 날이 다 되매 집으로 돌아가니라.
이 후에 그의 아내 엘리사벳이 잉태하고 다섯 달 동안 숨어 있으며 이르되,
"주께서 나를 돌보시는 날에 사람들 앞에서 내 부끄러움을 없게 하시려고 이렇게 행하심이라"
하더라. (누가복음 1 : 5 - 25)
위 성경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볼 때, 예수의 오심을 준비하고 소식을 전했던 요한과 동정녀(처녀) 마리아를 통해 탄생한 예수의 잉태과정이 매우 흡사하고 닮아있으며, 그 시기도 비슷하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처럼, 서로의 처지가 서로 유사하여 동병상련의 애정과 반가움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살펴보면, 불안해하는 그녀의 방문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무척 반갑게 맞아주는 친척이자 제사장인 사가랴의 아내 엘리사벳은 마리아에 비하면 그 밝은 표정이 평안하고 너그러워보여서 참 대조적입니다. 주변 여인들의 표정과 왼쪽에 놓은 두 화분의 생기도 밝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서, 위 그림과는 달리 그림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와 정취는 훈훈하고 온기가 가득 넘쳐흐릅니다.
마리아의 표정도 많이 밝아진 모습입니다. 처음의 천사의 예고에 놀랐던 마리아도 이젠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평안을 찾은 듯 보입니다. 두르고 있는 붉고 푸른 색채의 대조적인 선명함을 통해 평온해진 그녀의 심경과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블로히의 그림에 나타나는 부드러운 붓질과 각 색채에 대한 은은한 명암은 전체적인 그림의 분위기를 우아하고 세련된 정취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갈하면서도 절제하며 흠없이 살았던 그녀들의 성스러운 삶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녀들의 소소한 표정과 무척 고민했을 심경을 통하여 예수오심과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