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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은바리라이프 2008. 8. 2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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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팔 셔츠를 입었지만 한기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극장안으로 가지고 들어간 커피로 몸을 녹이려 했지만 고담시의 폐허와 조커의 '선과 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들,

그리고 배트맨의 인간적인 고뇌가 살갖을 파고 들어와 커피의 따뜻함은 입에 대자마자 사라졌다.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에서 보여줬던 '영웅' 영화가 아니다. '악당= 나쁜 놈'이라는 단순 공식도 깨뜨려 버렸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 선이 정말 맞는 것이냐'고 조커는 묻는다.

끊임없이, 배트맨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우리에게 묻는다. "정의를 믿어? " "자신을 선이라고 생각해?"라고. 우리까지 괴롭힌다.  

적어도 악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했던 우리에게 영화가 끝날때쯤이면 대답할 말을 잃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 정의를 수호해야할 자 누구인가? 영화에서처럼

검사? 경찰? 시장? 청장? 공무원?

 

정의. 너무 거창하다. 그래, 원칙이라고 말해두자. 적어도 그 원칙을 지키라고 지켜달라고

고담시민이 그들에게 부여해주었던 특권,권리, 자존감은 일찌기 사라진지 오래다.

정의를 수호해야할 그들은 이미 부패했고, 구원은 너무 아득하다.

 

정의로왔던 고담시의 검사 하비텐드도 마지막에선 그의 별명처럼 투 페이스를 드러낸다.

정의를 외쳤던 그 역시 다분히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면서 '정의'는 '분노'로 바뀌고 우리가 비난했던 악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하비텐드는 신도, 영웅도 아닌 그저 인간이었다.

악에서 선을, 부패에서 정의를 구원하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 희생'임을 몰랐던 것이다.

조커가 비웃는다. "봐, 이게 너의 모습"이라고...."이래도 너희가 악을 응징한다고?"

 

이 영화에 내가 별점 5점을 주는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배트맨의 모습에서 '구원자'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고담시가 내려다 보이는 빌딩 꼭대기에 홀로 서 있는 배트맨.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인도 잃었다.

 

이제 그에게 '자기 자신' 은 없다. 

 

겟세마니 언덕에서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 신 이전에 인간으로서 괴로워 한 예수의 모습, 

보리수 아래서 기도한 부처의 모습, 지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모두 구하기 전까지

그들을 위해 자신을 던지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의 모습, 신앙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 배트맨은 '고담시'라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예수'였고 '석가보니'였고 '지장보살'이었다.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가면을 벗고 자신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고 시험 한다.

마치 악마가 예수와 부처를 유혹했듯.

 

가면을 벗는다는 것은 '구원의 역사'를 버리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였기에,

배트맨은 홀로 빌딩 첨탑 꼭대기에서 고개를 숙인 채 고뇌한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하나씩 조금씩 타협하고, 허물어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그것도 모자라 고담시민에겐 희망이 필요하다고, 자신을 재물로 던진다. 

 

액션이나, 화려한 헐리웃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난 너무나 소름끼칠 정도로 ..... 좋았다.

 

나를 불편하게 했던, 슬프게 했던 조커역의 히스레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날 울리더니... 정말 그가 죽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이 영화를 보고, 베트맨시리즈가 너무 궁금해 dvd점에서 배트맨비긴즈를 빌려 봤는데...

역시. 조커다. 히스 레저가 없는, 조커가 없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그저그런 헐리웃 영화였을 것이다. 

악당이지만...그의 말처럼  메세지를 던질 줄 아는 악당이었다. 

 

 

선과 악은 영화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출현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배트맨이 그의 애인에게 했던 말처럼 우리의 보여지는 행동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럼, 우리는 과연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나도 부패하지 않았다고, 정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느냐고?

아직도 조커의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