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각양각색,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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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요즘 케이블 매체의 카메라는 거침없이 일상을 파고든다. 카메라 앞에서 스타들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일반인 역시 과감하게 날것 그대로를 드러낸다. 장르의 벽을 허물고, 소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형 리얼리티로 정착하고 있는 최근 케이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현장을 찾았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서인영의 카이스트>의 한 장면이다. 책방에서 전공 서적은 한 권만 구입하면서 패션 잡지는 열 권 넘게 사들이는 서인영. 다른 학생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패션 잡지를 열독하는 그녀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이 영어를 구사하면 “한국말로 해”라며 된통 소리를 지른다.
<카이스트>는 이미지로 먹고사는 스타들의 포장을 벗긴 대표적인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솔직한 모습에 지지를 보낸다. 최근 종영된 <오프 더 레코드 효리> 역시 톱스타 이효리의 삶을 낱낱이 들여다보며 그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시청자들은 톱스타의 실제 모습을 보며 판타지 속의 가공된 이미지가 아닌 자신과 동일시하는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스타에 대한 판타지를 해제시켜 친숙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또한 사생활을 훔쳐보고 싶은 은밀한 욕구를 해소하는 창구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케이블에 부는 리얼리티 열풍에 대해 엠넷의 홍윤혁 차장은 “예쁘게 포장되어 있는 연예인들보다는 우리들의 평범한 모습과 별 차이 없는 엔터테이너들이 실수하고 넘어지는 모습이 친숙하게 다가와 이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는 리얼리티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장르적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짝짓기나 관음증을 충족시켜 주는 관찰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성행했으나, 최근에는 일반인 동거 같은 파격적인 소재부터 토크쇼, 서바이벌, 체험 형식 등으로 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채널 동아의 <세븐 모델스>나 스토리 온의 <다이어트 워>, 올리브의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 같은 일반인들이 참여한 서바이벌 형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대거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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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현장 토크쇼 <택시>의 경우 형식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택시를 하나의 세트장으로 설정해 운전기사가 MC를, 승객이 게스트 역할을 맡아 좌석에 앉아 토크를 진행한다. 최근 유재석 박명수 최진실 서인영 등의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MC 이영자 김창렬과 함께 서울 시내를 누볐다.
<택시>의 정승우 PD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일단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소재의 구속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며 “연예인들의 가식이 통하지 않는 요즘 시대에는 다양한 포맷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리얼리티의 이점”이라고 말한다.
장르가 결합된 한국형 리얼리티
어차피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현실과 가상의 중간쯤 된다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제작진들도 알고 있다. 리얼리티만으로는 방송을 내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브라운관을 사이에 두고 제작진과 시청자는 일종의 합의점을 찾아냈다. 바로 가공된 현실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편집이라는 가공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버라이어티에 리얼리티를 가미한 형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MBC every 1의 <무한걸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외국처럼 강도 높은 상황 설정이나 수위가 높은 선정적인 장면을 내보낼 수 없는 케이블 매체의 전략이기도 하다.
‘버라이얼리티’(버라이어티와 리얼리티의 합성어)라는 한국적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시청자들의 심리적 기반에서 비롯됐다. 연예인과 일반인의 간극이 좁아지고 있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은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버라이어티 형식의 극적 재미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용진 기자
● 현장 토크쇼 택시
택시에서 피우는 이야기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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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택시가 세트장으로 변신했다. 카메라는 돌아가지만 대신 설정은 없다. 승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17일 오후 4시 40분, 서강대교 남단 여의도 국회의사당 뒷길.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길가에 모여 있다. 현장 토크쇼 <택시> 제작진이다. 그들 앞에는 25인승 승합차 한 대와 택시 그리고 작은 승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택시>는 이영자 김창렬 두 MC가 택시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길거리에서 일반인을 바로 태우기도 하고, 게스트로 초대된 승객들이 여과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한다. 택시는 그날 임대한 차량으로, 영업용으로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택시>의 하루 스케줄은 개념적으로만 의미가 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바뀔지 모르는 탓에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동 경로 같은 동선만 체크하고, 모든 상황을 리얼하게 돌린다. 택시가 앞에서 가면 승합차가 뒤에서 따라가며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이다. 택시에는 총 여덟 대의 6밀리 핸디캠이 장착되어 있고, 다양한 앵글로 여러 가지 상황을 포착한다. 승합차에는 PD, 작가, 카메라맨 등 총 열여섯 명 정도가 상황을 체크한다. 이날 승객으로 가수 박상민이 탔는데, 약간의 거친 말을 하며 걸쭉한 입담을 과시했다. 특히 MC가 칭찬을 하자 거리낌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건네줘 웃음을 자아냈다. 역시 케이블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지용진 기자
● 리얼 감동 스토리 다섯 남자와 아기천사 촬영현장
99일간의 행복과 이별
제목 그대로 다섯 명의 꽃미남들과 사랑스런 아기의 동고동락을 그대로 담아 인기를 모은 <다섯 남자와 아기천사>. 하지만 해찬이의 입양이 결정되면서 이들에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말았다. 눈물바다가 된 마지막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30분, 역삼동에 위치한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다섯 남자와 아기천사>의 마지막 촬영이 진행됐다. 이날의 일정은 3개월간 위탁부 역할을 맡아온 다섯 남자가 입양확인서를 작성하고 해찬이를 새 가족에게 보내는 것. 다섯 남자와 해찬이의 마지막 이별의 순간이다. 한남동 아파트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대한사회복지회로 들어서는 다섯 남자와 모든 스태프들은 이미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잠시 후의 헤어짐을 알지 못하는 해찬이만 입양확인서 옆에 놓인 펜을 갖고 장난치면서 생글생글거린다. 입양확인서 작성이 끝나자 해찬이를 위해 다섯 남자가 준비한 선물 증정식이 이어졌다. ‘아빠’ 고세원은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새긴 미아 방지용 팔찌를, ‘엄마’ 최원준은 직접 만든 목걸이를, ‘이모’ 원태희는 다섯 남자 사진이 박힌 베개를 준비했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고세원이 양부모에게 해찬이를 안기려 하자 해찬이는 울면서 고세원의 목을 꼭 끌어안는다. 새 가족의 차에 타서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해찬이를 보면서 ‘삼촌’ 지은성은 “이렇게 가슴 아플 줄 몰랐다. 빨리 새 가족한테 적응해서 밝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은 삼촌’ 진원은 “잘해준 게 하나도 없어서 미안 할 뿐이다”라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해찬이를 태운 차가 떠나고 나서도 그들은 한참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윤서현 기자
● 리얼 서바이벌 다이어트 워 2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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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서바이벌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여성들을 위한 건강 다이어트가 시작된다. 8주간의 합숙 과정, 총 상금 3,000만 원을 향한 그녀들의 거침없는 도전. 처절한 살과의 전쟁 속에 좌절하고 실패했던 그녀들의 ‘리얼한’ 다이어트 도전 현장에 다녀왔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중앙의 거대한 체중계가 눈에 띄는 <다이어트 워 2> 세트 촬영 현장. 한쪽에 준비된 대기실에선 합숙 3주차에 접어든 열세 명의 도전자가 대기하고 있었고, 시즌 2 MC를 맡은 현영은 촬영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각각의 절실한 사연으로 도전한 참가자들은 오로지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체중 감량에 도전하고, 매주 혹독한 트레이닝에 도전한 그녀들이 다이어트 과정을 평가받고 탈락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체중 측정 시간, 합숙소에선 확인할 수 없었던 본인의 체중을 소수점 한 자리까지 공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테지만 이미 다이어트를 향한 독한 마음을 먹은 만큼 도전자들의 표정은 긴장감을 넘어서 비장감까지 담고 있었다. 지난 11월 방영된 시즌 1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비만녀로 화제를 모았던 참가자 원혜정과 전문 트레이너 숀 리가 이날 패널로 참석해 도전자들에게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합숙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다이어트의 괴로움을 털어놓은 도전자들의 고백은 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MC 현영의 충고대로 거짓말하지 않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될 이 긴장감 넘치는 다이어트 도전기는 탈락자의 뒷모습에 절로 눈물을 글썽이게 할 정도로 공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유진 기자
● 리얼리티쇼 세븐 모델즈 스페셜 에디션 촬영현장
멋진 여섯 남자의 리얼 라이프스타일
<세븐 모델즈 스페셜 에디션>은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 <세븐 모델즈> 시리즈의 특별판이다. 모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돌아온 <세븐 모델즈 스페셜 에디션>의 막바지 촬영 현장을 다녀왔다.
190센티미터의 큰 키가 조그마한 스튜디오를 압도한다. 오늘은 편집된 화면에 내레이션을 얹고, 모델 양재희가 전기 면도기를 사용하는 브리지 코너를 촬영하는 날이다. “원래 전기 면도기를 안 써서 영 어색하네.” 쭈뼛거리면서도 카메라 앞에서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모델’이다. 시즌 3까지 진행된 <세븐 모델즈> 시리즈는 일곱 명의 신인 모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국내 톱모델 노선미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우승자에게 유명 모델 에이전시의 오디션 기회가 주어지고 패션지 <보그>에 단독 화보가 실리는 특전이 따르는 등 미국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 <도전! 슈퍼모델>과도 흡사하다. 지난해 시즌 3가 끝난 지 6개월 만에 방영을 시작한 <세븐 모델즈 스페셜 에디션>은 지난 시리즈와 달리 여섯 명의 톱모델이 일반인 메이트를 뽑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제작됐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양재희는 패션과 바이크, 예학영은 사진, 휘황은 일본 클럽 등을 중심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남은경 기자
● 신상, 허당, 닭살 커플의 리얼리티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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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라이어티에 리얼리티를 접목한 프로그램이 각광받으면서 본인의 실제 캐릭터로 뜬 스타도 늘어났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통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들을 모아봤다.
은초딩+허당+야생 원숭이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은지원 이승기 MC몽
‘1박 2일’의 무게중심을 지키는 사람은 MC 강호동이지만, 얼토당토않은 그의 천적이 없었다면 그들의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는 생명력을 잃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건 ‘은초딩’ 은지원. 90년대 아이돌그룹 젝스키스에서 ‘카리스마 리더’ 역할을 맡았던 그는 서른 살의 나이에 ‘초딩’으로 커밍아웃했다. 뒤이어 의외의 면모를 드러내며 주목받은 사람은 ‘허당’ 이승기. 그전까지 고등학교 시절 전교회장 경력을 들먹이며 모범생 이미지로 밀어붙였던 이승기는 ‘1박 2일’에서 허점투성이 인간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가장 마지막에 합류한 MC몽은 초반부 까나리액젓 원샷을 비롯한 갖은 고생을 다하며 천방지축 야생 원숭이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1박 2일’ 마스코트 상근이도 빠뜨릴 수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스타 중 하나.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리얼하게 애쓰는 ‘인간’ 여섯 명을 바라보는 ‘개’ 상근이의 시선을 지켜보는 것도 ‘1박 2일’의 쏠쏠한 재미다. 남은경 기자
닭살 커플 3종 세트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 알렉스-신애, 크라운J-서인영, 앤디-솔비
<해피선데이> ‘1박 2일’이 <무한도전>의 아성을 무너뜨리자마자, <일요일 일요일 밤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들이 결혼을 했는지 연애를 하는지 당최 감은 안 잡히지만, 청춘남녀가 알콩달콩 사랑하고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알렉스가 신애와 이별하며 목 놓아 부른 ‘화분’은 각종 음악 차트를 휩쓸었고, 크라운J와 서인영이 쉴 새 없이 내뱉는 “A!”는 전 국민 유행어가 됐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리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 실제로 솔비는 자신의 부모님을 초대해 앤디를 남편감으로 소개시켰고, 앤디는 솔비에게 반지로 마음을 표현했다(솔비가 잃어버리긴 했지만). 미리 짜놓은 대본이 아닌 ‘리얼’ 상황이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이 닭살 커플들을 응원하고 있다. 남은경 기자
대한민국을 신상 열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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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서인영의 카이스트> 서인영
서인영은 2008년 현재 리얼리티 버라이어티의 가장 ‘핫’한 ‘신상’이다. ‘신상’ 구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카이스트에 입학했던 그녀는 의외로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성공적으로 카이스트 생활을 마쳤다. 국내 최고의 수재들이 모여 있는 카이스트에서 고졸 서인영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 수업을 버티고 엄격한 규율의 카이스트 응원단 ‘ELKA’에 멋지게 적응했다. ‘섹시 여가수’ 이미지로 소비되는 데 그쳤던 서인영이 드디어 ‘날것 그대로의 인간’으로 카이스트에 나타난 순간, 그녀는 새로운 스타로 등극할 수 있었다. 그뿐인가. 그녀의 카이스트 ‘절친’ 임두혁은 ‘주지훈 닮았다’는 말까지 들으며 때 아닌 유명세를 치렀다. 남은경 기자
▷우후죽순 각양각색- 케이블을 타고 흐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강철중이 만들어진 현장 속으로 Go! Go!
▷가족, 친구, 연인들과 함께 즐기는 '여름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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