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람나무의 꿈
김수진 지음
나오는 이들: 감람나무(십자가), 십자가1, 십자가2, 순교자, 해설자
제1장
때: 주후 20여 년 어느 날
곳: 예루살렘
무대: ‘너는 시냇가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무대 중앙에 감람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다.
감람나무: 아~따뜻해라. 이젠 정말 봄이 왔구나.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가 내쉬며) 화아~ 이 꽃향기~(호들갑스럽게 몸을 흔들다가) 우드드득! 아이고고, 매서운 바람님 때문에 움츠리고만 있었더니 몸이 뻑뻑해졌네. 운동을 해야지. 하나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 둘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 셋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르륵~ 어휴, 내 배꼽시계는 정말 틀림없다니까. 오늘 아침밥은 뭘 먹을까? 다이어트를 위해서 물 세 모금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따사로운 햇빛 한 바가지만 먹자.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운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아멘” 음냠냠냠, 냠냠냠, 아음 맛있다. 아그작 어그적, 음냠 (별안간 제법 큰 소리로) 어? 이상하다. 넌 밥 먹을 때 누가 보면 밥맛이 훨씬 좋은데 오늘 아침밥은 정말 꿀맛인걸? 누가 있나? (무대 앞으로 가지를 비죽이 내밀고 둘러본다) 어, 너희들 누구니? (아이들 대답 유도, 사이)뭐, 뭐라구? ○○교회 ○○부 어린이란 말이야? 예수님 잘 믿고 착하고 예쁘기로 소문난 ○○교회 ○○ 부, 맞니? (아이들 대답유도, 사이) 와하하하, 반갑다. 얘들아. 우리 인사하자. 안녕? 난 감람나무야 너희는?
(아이들 대답 유도) 우와! 목소리도 되게 씩씩하다 (또는, 애걔걔 목소리가 개미만 하네) 다시 한 번 즐겁게 인사해 보자. 안녕? (아이들 대답유도) 나는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데 쓸모가 많아서 인기가 아주 좋아. (수다스럽게) 내가 다 자라면 사람들은 장롱이라 책상, 의자도 만들도, 땔감으로도 써. 그리고 내 열매는 얼마나 맛있다고, 빵하고 같이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구. 또 내 열매에서 나는 기름은 약이나 화장품, 불 켜는 데도 쓰고 말이지. 내 잎으로는 멋진 면류관을 만들어. 에헤헤, 내 자 랑은 너무 많이 했나? 미안.
얘들아, 그런데 사실 난 요즘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어. 웬 줄 아니?(아이들 대답유도) 너희들도 꿈이 있으니까 내 마음을 이해할 거야. 난 말이야, 내가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해. 어떤 때는 임금님의 의자가 되는 꿈을 꿔. 또 어떤 때는 아이들 공부 잘 하라는 책상이 될 것도 같고, 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목각인형이 될지도 모르고, 아니면 피아노나 피리? 정말 멋있지? 하지만 어떤 날에는 내가 꼭 개밥그릇이 될 것 같단 말이야.
아이참, 하나님께서는 나를 꼭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실 텐데 난 믿음이 없나봐. 얘들아,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좋은 일을 하는 무언가로 다시 한 번 태어나도록 기도해 줘. 꼭! 알았지? (아이들 대답유도)--(어두워진다)
제2장
해설자: (무대에 나와 서서) 그 후 1년, 2년, 3년, 4년…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감람나무는 어느덧 다 자란 큰 나무가 되었어요. 감람나무는 날마다 쓸모 있는 것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곱게 키워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와서는 “참 좋은 나무군. 십자가 만들긴 좀 아깝지 않나?” “아닐세. 나쁜 놈들은 언제 어느 세상에나 있기 마련이니 튼튼한 사형틀을 만들어야 오래오래 쓸 것 아닌가.” 하고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사이)그래요. 감람나무는 아주 아주 나쁜 죄인들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 형틀로 만들어진거예요. 처음에 감람나무는 너무나 놀라서 엉엉 울었답니다. “내 모습이 이게 뭐야, 내 꿈은 이런게 아니었어” 하면서 어찌나 구슬프게 우는지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다른 십자가마저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눈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울고 난 감람나무는 바싹 마른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렴. 하나님께서 괜히 날 십자가로 만드셨겠어?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지 만 잘못한 죄는 참지 못하시는 분인 걸 난 알아. 죄인들에게 벌은 주지 않고 용서만 한다면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 짐승의 나라가 되고 말거야. 그래 난 이제부터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살면 이 사람처럼 십자가에 달려 끔찍하게 죽습니다’라고 가르쳐 주겠어. 하나님, 저를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어두워진다)
‘예수 나를 위하여’ 연주곡이 약간 느리고 무겁게 흘러나온다.
제3장
때: 주후 33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던 날 아침
곳: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 길목
무대: 감람나무 십자가가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십자가1과 십자가2가 서 있는데, 십자가2는 이마에 어색할 정도로 커다란 혹이 튀어나와 매우 우스꽝스럽다
십자가1: (십자가2를 보며) 자네, 어제 대단했다며?
십자가2: 아이고, 말도 말게나.
십자(감): 어제 자네 몸에 달린 죄수가 보통 위인이 아니었다는 얘긴 나도 들었네만…
십자가2: 글쎄, 그 작자가 일년새 나랏돈을 은 3천이나 외국으로 빼돌렸다지 뭔가. 자기 한 몸 잘 먹고 잘 살자고 돼지처럼 굴다가 십자가형을 받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가만있질 않았다네
십자가1: 또 돌팔매질을 하면서 험한 욕설을 퍼부었겠군.
십자가2: 말해 무엇하나. 불 보듯 뻔한 일이지. 애고고고, 어떤 아줌마가 잘못해서 내 이마를 팍 찍었다네.
십자가1: 안 됐네 그려. 자네는 어째 찍혔다 하면 그 못생긴 이만가? 쯧쯧쯧쯔.
십자가2: 자네,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나?
십자가1: 아니, 아닐세. 그냥 자네 기분이 엉망이라 좀 웃겨주려고 그랬으니 화내지 말게나 (감람나무를 보며) 그런데 감람나무 자넨 또 왜 그렇게 울상인가?
십자(감): 짐승도 아니고 사람으로 태어나 왜 그런 못된 죄를 짓고 사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되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타고나고 것밖에 할 일이 없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이.
십자가1: 그러게나 말일세. 나쁜 인간들…
십자가2: 그러니 우리 같은 십자가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내 이마가 혹투성이가 된다 해도 난 죽는 날까지 십자가 형틀로 열심히 살걸세.
십자(감): 아무렴.
십자가2: 그나저나 오늘은 우리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십자가1: 골고다 언덕이라고 하던데… 자네들은 무슨 소문 못 들었나?
십자(감): 소문? 아니. 우리한테 죄수 매다는 일 말고 또 무슨 별난 일이 있겠다고…
십자가1: 글쎄, 그게 이번엔 좀 다르다는군.
십자(감): 다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들은 얘기가 있으면 속시원히 어서 말 좀 해 주게나.
십자가2: 그래, 어서
십자가1: 오늘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라는 이가 두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는다는군.
십자(감): 예수?
십자가1: 그렇다네. 예수! 자네도 뭘 좀 아는 것 같으이.
십자(감): 아니. 그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듣자 아니 그분은 죄가 하나도 없으신 분이라던데…
십자가2: 아! 그 예수라면 나도 들은 얘기가 있네. 병든 사람들을 고치셨고, 그래, 맞아. 죽은 나사로도 살리셨다는구먼. 풍랑 이는 바다위를 걸으셨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대. 죄인과 세리의 친구가 되셨으며, 또 천국 복음을 전하는 착한 분이라고 들었네.
십자(감): 그렇다면 십자가에 매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상을 준다면 몰라도…
십자가1: 다 그게 시기심 때문 아닌가. 예수를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지니까 높으신 나리들이 이런저런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는 거라고 누가 그러던 걸.
십자가2: 정말 무섭군.
십자가1: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우린 그저 사람들이 부리는 십자가일 뿐 이잖아
십자(감): 아니, 상관이 있어. 만약 그분이 죄인이 아니라면 난…
십자가1: (의아스러워서)여보게, 감람나무! 자네 뭘 생각하는 거지?
십자가2: (멀리 내다보며) 어? 저-기 로마 군인들이 오는구먼. 우릴 지금 데려가려나 봐. (무대 어두워진다)
제4장
무거운 정적이 무대를 내리누르고 있다. 찬송가 ‘인애하신 구세주여’ 연주음악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부분조명이 감람나무 십자가만을 비춰준다.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다.
십자(감): (비탄에 빠져) 아아~난 알아. 난 느낄 수가 있단 말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죄가 하나도 없으셨어. 그분은 내 몸에 달려 죽어간 수많은 죄인들하고는 너무나 틀렸단 말이야. 사람들의 심한 욕도, 몸의 고통도 얼마나 참으시던지 차마 볼 수가 없었어. 왜 그렇게 참으시는지, 왜 그렇게 사람들을 사랑하시는지 난 차라리 그분이 ‘날 좀 살려달라’고 소리라도 지르길 바랬단 말이야. 아아~어떡하면 좋아? 난 죄 없으신 예수님을 매달은 거야. 아아~괴로워. 그분은 너무나 달라. 예수님이 돌아가시기전, 정오 부터 세 시까지는 해도 빛을 잃고 온통 어둠뿐이었어. 예수님의 가냘픈 숨이 끊어지자 성소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둘로 쫙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아아, 생각만 해도 무서워.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가 ‘예수님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군요’ 하며 벌벌 떨었단 말이야. ……하나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세상에서 제일 못된 죄인들만 내 몸에 달려 죽게 하시더니 양같이 순하고 깨끗하신 분을 어쩌자구, 오오~ 주님!(오열한다.. 무대 어두워진다)
제5장
감람나무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위에 순교자가 매달려 십자가형을 당하고 있다.
해설자: 그 후 감람나무 십자가는 웃음을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항상 어두웠어요. 그는 예수님이 자기 몸에 매달려 돌아가시던 그 당시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아 아~ 나는 죄없으신 예수님을 죽게 만들었어’하고 탄식하곤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뒤에도 그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늘은 열심히 전도를 하던 한 순교자가 로마 군인에게 붙잡혀 십자가에 달려 죽는 날 입니다.
십자(감): 다당신은 누구신가요?
순교자: (깜짝 놀라서, 하지만 기운 없는 목소리로) 아니, 어떻게 십자가가 말을 하지?
십자(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지금 약 30년 전쯤에 느꼈던 그 이상한 감동을 받고 있어요. 아마도 당신은 나쁜 죄를 짓고 벌을 받으시는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순교자: 네. 저는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으라고 외치는 사람이지요.
십자(감): 네? 잠깐만, 예수님이라고 했나요?
순교자: 예수님을 알고 계신가요?
십자(감): 정말 부끄럽지만 그분은 아무 죄가 없으신 분이셨는데도 바로 제몸에 달려 돌아가셨답니다.
순교자: 오, 주여!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영광을 허락하시다니요!
십자(감): 감사라니요, 그렇게 귀하신 분이 억울하게도 보잘 것 없는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시고 죽으셨는데요. 저는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저는 저주받은 몸이랍니다.
순교자: 아니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은 바로 그분의 뜻이었습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우리 죄를 대신 지시고 아픔을 당하셨던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은 말씀대로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셨잖아요.
십자(감): 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구요?
순교자: 아니, 그걸 몰랐단 말입니까? 막달라 마리아와 또 몇몇 여인들 이 향품을 가지고 무덤으로 찾아갔을 때 이미 예수님은 거기 계시지 않았어요. 천사가 나타나 빈 무덤을 보이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답니다. 당신은 여지껏 그걸 몰랐군요.
십자(감): 네, 그래요. 미리 알았다면야 제가 왜 어둠 속에서 살았겠어요?
순교자: 그리고 내가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다가 죽을 이유도 없지요. 저는 어두움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전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불쌍하잖습니까! 아무튼 십자가의 고통이 없었으면 부활도 없었을 테니까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십자(감): 오늘 당신을 만난 게 저에게는 큰 축복이에요. 부활하신 예수님께 감사, 감사 드려요.
순교자: 저 역시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셨으니까요.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점차 느리게) 저는 죽는 것이 무섭지 않습니다. 이제 곧 슬픔도 눈물도 고통도 없는 저 천국에서 예수님을 만나 뵐 테니까요. (머리를 떨군다)
십자(감): (급하게) 순교자님, 순교자님! (나지막하게 천천히 잦아드는 목소리로) 순교자님… . (감격한 목소리로) 예수님, 저는 아주 어려서 부터 이 세상에서 정말 쓸모 있는 것이 되고 싶었어요. 예수님께서는 물론 제 꿈을 알고 계셨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귀하게 쓰여지는 십자가로 만들어 주셨잖아요.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셔서 예수님의 꿈을 이루신 것처럼 제 꿈도 이루어 주셨으니 참 감사 합니다. ‘다시 오마 다시 오마’ 하신 예수님의 그 약속을 믿고 바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찬송가 154장 ‘예수 부활했으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 내림
김수진 지음
나오는 이들: 감람나무(십자가), 십자가1, 십자가2, 순교자, 해설자
제1장
때: 주후 20여 년 어느 날
곳: 예루살렘
무대: ‘너는 시냇가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무대 중앙에 감람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다.
감람나무: 아~따뜻해라. 이젠 정말 봄이 왔구나.
(숨을 한껏 들이마셨다 가 내쉬며) 화아~ 이 꽃향기~(호들갑스럽게 몸을 흔들다가) 우드드득! 아이고고, 매서운 바람님 때문에 움츠리고만 있었더니 몸이 뻑뻑해졌네. 운동을 해야지. 하나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 둘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 셋둘셋넷 다섯여섯일곱여덟,(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르륵~ 어휴, 내 배꼽시계는 정말 틀림없다니까. 오늘 아침밥은 뭘 먹을까? 다이어트를 위해서 물 세 모금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따사로운 햇빛 한 바가지만 먹자.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는 은혜로운 하나님 참 감사합니다. 아멘” 음냠냠냠, 냠냠냠, 아음 맛있다. 아그작 어그적, 음냠 (별안간 제법 큰 소리로) 어? 이상하다. 넌 밥 먹을 때 누가 보면 밥맛이 훨씬 좋은데 오늘 아침밥은 정말 꿀맛인걸? 누가 있나? (무대 앞으로 가지를 비죽이 내밀고 둘러본다) 어, 너희들 누구니? (아이들 대답 유도, 사이)뭐, 뭐라구? ○○교회 ○○부 어린이란 말이야? 예수님 잘 믿고 착하고 예쁘기로 소문난 ○○교회 ○○ 부, 맞니? (아이들 대답유도, 사이) 와하하하, 반갑다. 얘들아. 우리 인사하자. 안녕? 난 감람나무야 너희는?
(아이들 대답 유도) 우와! 목소리도 되게 씩씩하다 (또는, 애걔걔 목소리가 개미만 하네) 다시 한 번 즐겁게 인사해 보자. 안녕? (아이들 대답유도) 나는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데 쓸모가 많아서 인기가 아주 좋아. (수다스럽게) 내가 다 자라면 사람들은 장롱이라 책상, 의자도 만들도, 땔감으로도 써. 그리고 내 열매는 얼마나 맛있다고, 빵하고 같이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구. 또 내 열매에서 나는 기름은 약이나 화장품, 불 켜는 데도 쓰고 말이지. 내 잎으로는 멋진 면류관을 만들어. 에헤헤, 내 자 랑은 너무 많이 했나? 미안.
얘들아, 그런데 사실 난 요즘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어. 웬 줄 아니?(아이들 대답유도) 너희들도 꿈이 있으니까 내 마음을 이해할 거야. 난 말이야, 내가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해. 어떤 때는 임금님의 의자가 되는 꿈을 꿔. 또 어떤 때는 아이들 공부 잘 하라는 책상이 될 것도 같고, 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목각인형이 될지도 모르고, 아니면 피아노나 피리? 정말 멋있지? 하지만 어떤 날에는 내가 꼭 개밥그릇이 될 것 같단 말이야.
아이참, 하나님께서는 나를 꼭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실 텐데 난 믿음이 없나봐. 얘들아, 내가 이 세상에서 정말 좋은 일을 하는 무언가로 다시 한 번 태어나도록 기도해 줘. 꼭! 알았지? (아이들 대답유도)--(어두워진다)
제2장
해설자: (무대에 나와 서서) 그 후 1년, 2년, 3년, 4년…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감람나무는 어느덧 다 자란 큰 나무가 되었어요. 감람나무는 날마다 쓸모 있는 것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곱게 키워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와서는 “참 좋은 나무군. 십자가 만들긴 좀 아깝지 않나?” “아닐세. 나쁜 놈들은 언제 어느 세상에나 있기 마련이니 튼튼한 사형틀을 만들어야 오래오래 쓸 것 아닌가.” 하고 말하는게 아니겠어요? (사이)그래요. 감람나무는 아주 아주 나쁜 죄인들을 매달아 죽이는 십자가 형틀로 만들어진거예요. 처음에 감람나무는 너무나 놀라서 엉엉 울었답니다. “내 모습이 이게 뭐야, 내 꿈은 이런게 아니었어” 하면서 어찌나 구슬프게 우는지 옆에서 바라보고 있던 다른 십자가마저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눈물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울고 난 감람나무는 바싹 마른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렴. 하나님께서 괜히 날 십자가로 만드셨겠어?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시지 만 잘못한 죄는 참지 못하시는 분인 걸 난 알아. 죄인들에게 벌은 주지 않고 용서만 한다면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 짐승의 나라가 되고 말거야. 그래 난 이제부터 사람들에게 ‘죄를 짓고 살면 이 사람처럼 십자가에 달려 끔찍하게 죽습니다’라고 가르쳐 주겠어. 하나님, 저를 쓸모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어두워진다)
‘예수 나를 위하여’ 연주곡이 약간 느리고 무겁게 흘러나온다.
제3장
때: 주후 33년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시던 날 아침
곳: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 길목
무대: 감람나무 십자가가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십자가1과 십자가2가 서 있는데, 십자가2는 이마에 어색할 정도로 커다란 혹이 튀어나와 매우 우스꽝스럽다
십자가1: (십자가2를 보며) 자네, 어제 대단했다며?
십자가2: 아이고, 말도 말게나.
십자(감): 어제 자네 몸에 달린 죄수가 보통 위인이 아니었다는 얘긴 나도 들었네만…
십자가2: 글쎄, 그 작자가 일년새 나랏돈을 은 3천이나 외국으로 빼돌렸다지 뭔가. 자기 한 몸 잘 먹고 잘 살자고 돼지처럼 굴다가 십자가형을 받게 되었으니 사람들이 가만있질 않았다네
십자가1: 또 돌팔매질을 하면서 험한 욕설을 퍼부었겠군.
십자가2: 말해 무엇하나. 불 보듯 뻔한 일이지. 애고고고, 어떤 아줌마가 잘못해서 내 이마를 팍 찍었다네.
십자가1: 안 됐네 그려. 자네는 어째 찍혔다 하면 그 못생긴 이만가? 쯧쯧쯧쯔.
십자가2: 자네,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 하나?
십자가1: 아니, 아닐세. 그냥 자네 기분이 엉망이라 좀 웃겨주려고 그랬으니 화내지 말게나 (감람나무를 보며) 그런데 감람나무 자넨 또 왜 그렇게 울상인가?
십자(감): 짐승도 아니고 사람으로 태어나 왜 그런 못된 죄를 짓고 사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되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을 타고나고 것밖에 할 일이 없는지, 정말 마음이 아프이.
십자가1: 그러게나 말일세. 나쁜 인간들…
십자가2: 그러니 우리 같은 십자가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내 이마가 혹투성이가 된다 해도 난 죽는 날까지 십자가 형틀로 열심히 살걸세.
십자(감): 아무렴.
십자가2: 그나저나 오늘은 우리가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
십자가1: 골고다 언덕이라고 하던데… 자네들은 무슨 소문 못 들었나?
십자(감): 소문? 아니. 우리한테 죄수 매다는 일 말고 또 무슨 별난 일이 있겠다고…
십자가1: 글쎄, 그게 이번엔 좀 다르다는군.
십자(감): 다르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들은 얘기가 있으면 속시원히 어서 말 좀 해 주게나.
십자가2: 그래, 어서
십자가1: 오늘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라는 이가 두 강도와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는다는군.
십자(감): 예수?
십자가1: 그렇다네. 예수! 자네도 뭘 좀 아는 것 같으이.
십자(감): 아니. 그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듣자 아니 그분은 죄가 하나도 없으신 분이라던데…
십자가2: 아! 그 예수라면 나도 들은 얘기가 있네. 병든 사람들을 고치셨고, 그래, 맞아. 죽은 나사로도 살리셨다는구먼. 풍랑 이는 바다위를 걸으셨고,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셨대. 죄인과 세리의 친구가 되셨으며, 또 천국 복음을 전하는 착한 분이라고 들었네.
십자(감): 그렇다면 십자가에 매달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상을 준다면 몰라도…
십자가1: 다 그게 시기심 때문 아닌가. 예수를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지니까 높으신 나리들이 이런저런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는 거라고 누가 그러던 걸.
십자가2: 정말 무섭군.
십자가1: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우린 그저 사람들이 부리는 십자가일 뿐 이잖아
십자(감): 아니, 상관이 있어. 만약 그분이 죄인이 아니라면 난…
십자가1: (의아스러워서)여보게, 감람나무! 자네 뭘 생각하는 거지?
십자가2: (멀리 내다보며) 어? 저-기 로마 군인들이 오는구먼. 우릴 지금 데려가려나 봐. (무대 어두워진다)
제4장
무거운 정적이 무대를 내리누르고 있다. 찬송가 ‘인애하신 구세주여’ 연주음악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부분조명이 감람나무 십자가만을 비춰준다. 주변은 온통 어둠뿐이다.
십자(감): (비탄에 빠져) 아아~난 알아. 난 느낄 수가 있단 말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은 죄가 하나도 없으셨어. 그분은 내 몸에 달려 죽어간 수많은 죄인들하고는 너무나 틀렸단 말이야. 사람들의 심한 욕도, 몸의 고통도 얼마나 참으시던지 차마 볼 수가 없었어. 왜 그렇게 참으시는지, 왜 그렇게 사람들을 사랑하시는지 난 차라리 그분이 ‘날 좀 살려달라’고 소리라도 지르길 바랬단 말이야. 아아~어떡하면 좋아? 난 죄 없으신 예수님을 매달은 거야. 아아~괴로워. 그분은 너무나 달라. 예수님이 돌아가시기전, 정오 부터 세 시까지는 해도 빛을 잃고 온통 어둠뿐이었어. 예수님의 가냘픈 숨이 끊어지자 성소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둘로 쫙 찢어지고, 땅이 진동하며 바위가 터지고……아아, 생각만 해도 무서워.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가 ‘예수님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군요’ 하며 벌벌 떨었단 말이야. ……하나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세상에서 제일 못된 죄인들만 내 몸에 달려 죽게 하시더니 양같이 순하고 깨끗하신 분을 어쩌자구, 오오~ 주님!(오열한다.. 무대 어두워진다)
제5장
감람나무 십자가가 서 있고, 그 위에 순교자가 매달려 십자가형을 당하고 있다.
해설자: 그 후 감람나무 십자가는 웃음을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항상 어두웠어요. 그는 예수님이 자기 몸에 매달려 돌아가시던 그 당시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아 아~ 나는 죄없으신 예수님을 죽게 만들었어’하고 탄식하곤 했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른뒤에도 그는 여전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늘은 열심히 전도를 하던 한 순교자가 로마 군인에게 붙잡혀 십자가에 달려 죽는 날 입니다.
십자(감): 다당신은 누구신가요?
순교자: (깜짝 놀라서, 하지만 기운 없는 목소리로) 아니, 어떻게 십자가가 말을 하지?
십자(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지금 약 30년 전쯤에 느꼈던 그 이상한 감동을 받고 있어요. 아마도 당신은 나쁜 죄를 짓고 벌을 받으시는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순교자: 네. 저는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받으라고 외치는 사람이지요.
십자(감): 네? 잠깐만, 예수님이라고 했나요?
순교자: 예수님을 알고 계신가요?
십자(감): 정말 부끄럽지만 그분은 아무 죄가 없으신 분이셨는데도 바로 제몸에 달려 돌아가셨답니다.
순교자: 오, 주여!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영광을 허락하시다니요!
십자(감): 감사라니요, 그렇게 귀하신 분이 억울하게도 보잘 것 없는 십자가 위에서 물과 피를 다 쏟으시고 죽으셨는데요. 저는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저는 저주받은 몸이랍니다.
순교자: 아니에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것은 바로 그분의 뜻이었습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우리 죄를 대신 지시고 아픔을 당하셨던 거예요. 하지만 예수님은 말씀대로 삼일만에 다시 살아나셨잖아요.
십자(감): 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구요?
순교자: 아니, 그걸 몰랐단 말입니까? 막달라 마리아와 또 몇몇 여인들 이 향품을 가지고 무덤으로 찾아갔을 때 이미 예수님은 거기 계시지 않았어요. 천사가 나타나 빈 무덤을 보이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답니다. 당신은 여지껏 그걸 몰랐군요.
십자(감): 네, 그래요. 미리 알았다면야 제가 왜 어둠 속에서 살았겠어요?
순교자: 그리고 내가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하다가 죽을 이유도 없지요. 저는 어두움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전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지옥으로 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으니 불쌍하잖습니까! 아무튼 십자가의 고통이 없었으면 부활도 없었을 테니까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십자(감): 오늘 당신을 만난 게 저에게는 큰 축복이에요. 부활하신 예수님께 감사, 감사 드려요.
순교자: 저 역시 예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 영원한 생명을 선물로 주셨으니까요.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점차 느리게) 저는 죽는 것이 무섭지 않습니다. 이제 곧 슬픔도 눈물도 고통도 없는 저 천국에서 예수님을 만나 뵐 테니까요. (머리를 떨군다)
십자(감): (급하게) 순교자님, 순교자님! (나지막하게 천천히 잦아드는 목소리로) 순교자님… . (감격한 목소리로) 예수님, 저는 아주 어려서 부터 이 세상에서 정말 쓸모 있는 것이 되고 싶었어요. 예수님께서는 물론 제 꿈을 알고 계셨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귀하게 쓰여지는 십자가로 만들어 주셨잖아요. 낮고 천한 이 땅에 오셔서 예수님의 꿈을 이루신 것처럼 제 꿈도 이루어 주셨으니 참 감사 합니다. ‘다시 오마 다시 오마’ 하신 예수님의 그 약속을 믿고 바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겠습니다.
찬송가 154장 ‘예수 부활했으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 내림
'성극 > 성극(대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룩한 성 (0) | 2008.05.09 |
---|---|
감사하는 사람들 (0) | 2008.05.09 |
##########갈릴래아의 예수########## (0) | 2008.05.09 |
갈릴리 사람의 그림자-타이센 원작, 차봉희 번역 (0) | 2008.05.09 |
가족 - 스킷 (0) | 2008.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