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극/성극(대본)

갈릴리 사람의 그림자-타이센 원작, 차봉희 번역

은바리라이프 2008. 5. 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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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갈릴리 사람의 그림자-타이센 원작, 차봉희 번역

                갈릴리 사람의 그림자

      -  CAST  -
        안드레아
        비밀경찰
        숙부
        숙모
        세관
        거지(마띠아)
        꼬마거지
        바라바
        농부(미리암의 아버지)
        아내(한나, 미리암의 어머니)
        소녀(미리암)
        경찰 요원 2명




                                                작  타이센
                                                역  차봉희


          1막 1장.
          조명 들어오면 안드레아 고문 형틀에 묶여 축 늘어져 있다. 요원 두 명 양쪽에 부동자세로 서있다.
비밀경찰  (등장) 정신 좀 들었나? (안드레아의 턱을 받쳐들고 잠시 쳐다본다.)
          자! 다시 시작해 볼까? 이제껏 한 이야기는 없었던 걸로 하고 기분좋게 해보자구. 이름.
안드레아  (무슨 소린가 싶어 멍하게 쳐다본다.)
비밀경찰  (위협적으로) 이름!
안드레아  안드레아입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뭘 어쨌다고.
비밀경찰  (들은 척도 않고) 출신처.
안드레아  갈릴리입니다.
비밀경찰  직업.
안드레아  아까 다 말했쟎습니까? 조서에도 썼고.
비밀경찰  (지휘봉을 갖다대며) 직업.
안드레아  농산물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비밀경찰  (지휘봉을 목에 댄채) 예루살렘엔 왜 왔나?
안드레아  사업 때문입니다.
비밀경찰  그런데?
안드레아  (무슨말인가 싶어 쳐다본다.)
비밀경찰  그런데 왜 총독을 반대하는 데모에 가담했나?
안드레아  나, 나는 데모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나도 모르는 새 군중들에 둘러 싸여 있었습니다.
비밀경찰  그럼 총독을 반대하지 않는단 말인가?
안드레아  예?
비밀경찰  (비웃으며 쳐다본다.)
안드레아  정, 정말입니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 몰랐습니다.
비밀경찰  뭘?
안드레아  (당황하며) 예?
비밀경찰  뭘 몰랐다는 거야?
안드레아  나, 나는```.
비밀경찰  그런데 왜 시위현장에서 빠져 나오지 않았나?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텐데?
안드레아  전 나오려고 했지만 사람들 때문에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시위라기 보다는 단순한 행진뿐이었습니다. 군인들이 갑자기 공격을 할 때까진 모든게 평화로왔습니다.
비밀경찰  넌 아무것도 모른채 우연히 휩쓸리게 된 것 뿐이란 말이지?
안드레아  예.
비밀경찰  지금은 그냥 휩쓸리는 것만으로도 잘못이라는 걸 몰라? (사이)
          넌 다른 폭동에도 참가한 적이 있지?
안드레아  예?
비밀경찰  다 알고 있어.
안드레아  무, 무슨 폭동 말입니까?
비밀경찰  아니라고 발뺌해봐야 소용없어. 증거쯤은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테니까.(안드레아, 뭐라고 말을 하려 하지만 무시한채)  너희 고향에서 일어난 폭동을 모른다곤 않겠지? 너희 고향 갈릴리는 젤롯당의 소굴이야.
안드레아  그 사건은 오래전에 있었습니다. 그 후로 당신네들이 마을을 온통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 이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비밀경찰  하지만 아직도 저항은 계속되고 있어.(사이) 너의 아버진 시의회 의원에다 너와같은 농산물 중개상이지. 우리 군대에 군납도 하고, 너희와 거래를 않는 지방이 없더군.(사이) 그런데 바라바와는 어떤 관곈가?
안드레아  뭐라구요?
비밀경찰  바라바, 바라바말이다.
안드레아  바라바라구요?
비밀경찰  젤롯당의 핵심 인물인데 왜 모른다고 할텐가?
안드레아  난 모르는 사람입니다.
          (경찰 외면하고 책상으로 와 물을 따르면 비밀경찰요원 안드레아를 고문)
비밀경찰  이번 시위의 핵심 주동자야.
안드레아  난 처음듣는 이야깁니다.
비밀경찰  바라바와 넌 친구야.
안드레아  아, 아닙니다.
비밀경찰  너와 같은 고향 출신이쟎아.
안드레아  전, 전 이름은 들은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만난적은 없습니다.
비밀경찰  (소리없이 웃으며 쳐다본다.)
안드레아  정, 정말입니다. 만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비밀경찰  (은밀하게) 그럼 바라바는 지금 어딨나?
안드레아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비밀경찰  그럼 누가 알고 있지?
안드레아  예?
비밀경찰  도대체 넌 아는 게 뭐야?
안드레아  전```.
비밀경찰  넌 처항군에 자금을 대주고 있었지?
안드레아  뭐라구요?
비밀경찰  언제부터였나? 3년은 넘었겠지?
안드레아  아닙니다.
비밀경찰  아니면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얼마를 대줬나?
안드레아  무, 무슨 소립니까. 저, 저는```.
          (경찰, 다시 외면하고 책상으로 가 옷을 집는다. 요원들 안드레아를 고문)
비밀경찰  여기선 내가 요구하는 대답외엔 하지 않는게 좋아. 그래봐야 고통만 더해질 뿐이야. 다시 오겠다. 쉬면서 잘 생각해봐.(퇴장)

          조명 어두워지고 요원들 안드레아를 끌어내려 의자에 앉힌다음 고문을 한다. 안드레아의 긴 비명소리. 의자가 쓰러지며 조명이 밝아지며 경찰 들어와 서 있다.
비밀경찰  잘 겪었겠지만 여기선 날 제외하곤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놈은 없어. 나와 잘 사귀는게 좋을 거야. (물잔을 내밀며) 자, 마셔. 마시고 기운을 내서 우호적으로 툭 터놓고 이야길 해보자고.
안드레아  (물잔을 외면하며) 난 더이상 말할 게 없습니다. 있는대로 다 말하고 조서에도 썼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밀경찰  그래그래 좋아. 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빠트렸지.
안드레아  정말이지 전 바라바는 알지도 못하고 젤롯당에 자금 같은건 대준적이 없습니다.
비밀경찰  (웃으며) 그런데?
안드레아  (무슨 소린가 싶어 쳐다본다.)
비밀경찰  넌 학교를 졸업하고 뭘 했나?
안드레아  예?
비밀경찰  왜? 걸리는게 있나?
안드레아  아닙니다. 전 학교를 졸업하고 광야로 가 수도승곁에서 한 일년정도 지낸적이 있습니다.
비밀경찰  거기서 뭘 했나?
안드레아  저는 거기서 참다운 삶에 이르는 길을 깨우치려고 신의 말씀을 열심히 연구하고 묵상했습니다.
비밀경찰  왜 그 사실을 진술서에는 쓰지 않았나?
안드레아  그런것까지 시시콜콜 다 말해야 합니까? 그건 순전히 개인적이고 종교적인 문제입니다.
비밀경찰  정말 그럴까? 순전히 개인적이고 종교적인것이 있을까? 첫째, 넌 젤롯당의 은신처로 의심받고 있는 곳에서 일년동안 은신했었다. 너도 알다시피 광야는 젤롯당들의 피난처야. 바라바도 거기에 오래 있었지. 둘째, 너는 총독을 반대하는 시위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셋째, 이 시위는 저항조직에 의해 주도되었다. 어떤가?
안드레아  (말이없다)
비밀경찰  왜 말이 없나?
안드레아  제가 젤롯당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비밀경찰  가능한 일이지.
안드레아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전 명상을 하기위해 그 곳에 갔었습니다.
          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비밀경찰  그러나 넌 광야에서 보낸 기간에 대해 고의적으로 침묵했어. 그 점이 의심을 받을 수가 있어. 직접 가담은 안했어도 너는 부자니까 자금은 대주고 있었지?
안드레아  몇번이나 아니라고 했쟎습니까?
비밀경찰  너의 모든 것이 다 의심스럽다.
안드레아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다 그렇게 보이겠지요. 그렇다고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할 수는 없쟎습니까?
비밀경찰  나는 너를 기소할 생각이다.
안드레아  저는 잘못이 없습니다.
비밀경찰  하지만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안드레아  그래도 제게서 잘못을 찾아내진 못할 겁니다.
비밀경찰  그건 가봐야 아는 거고. 그러나 그땐 이미 2년후야. 재판이 끝나려면 2년은 확실히 걸리지. 그리고, 판사는 내가 보낸 보고서대로 판결을 내릴 테고. 너의 말은 별로 도움이 안될 거야.
안드레아  도대체 내게서 뭘 원하는 겁니까?
비밀경찰  이제야 제대로 말을 하는군. 역시 내가 잘봤어. 뭘 원하느냐?
          (조용하게) 네가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나 하겠다. 내가 총독께 특별히 건의해서 얻은 승락이다. 결정은 네가 해라. 어때 들어보겠나? (사이) 내가 지정하는 종교집단에 대해 조사를 해주겠다는 약속만 하면 널 지금 당장이라도 풀어주겠다.
안드레아  뭐라구요?
비밀경찰  자! 솔직히 말하지. 난 종교에 대해 관심이 많아. 너 또한 그럴 테고.
안드레아  나보고 당신네 프락치가 되란 말입니까?
비밀경찰  아, 아 프락치가 아니야. 그냥 조사만 하는 거야.
안드레아  프락치와 조사행위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걸 납득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비밀경찰  우리는 종교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일종의 자문역할을 해달라는 것 뿐이다. 네가 정 고집을 부리겠다면 난 고소 준비를 하겠다. 네가 뭐라고 하든 우리에겐 뛰어난 작가들이 많아. 그래서 너를 주인공으로 삼아 아주 근사한 각본을 하나 만들어 줄 수는 있지.
안드레아  그건 비열한 협박이요. 어떻게 그런```.
비밀경찰  맞았어. 협박이야. 공갈 협박이라고. 잘 생각해봐.

          1막 2장
          (조명 들어온다. 안드레아의 모습이 희미한 Black-light로 비춰진다. 얼굴의 모습이 눈, 코, 입 모두 검은 구멍 같다. 손끝이 유난히 차갑게 보인다.)
비밀경찰  우리의 제안은 너에게도 구미가 당길거야. 너는 협박이라고 큰 소리 치지만 너의 가슴이 요구하는 ‘자유’의 유혹이 아마 더 클 걸. 주저하지 마라. 너에게 친구를 팔라고 하는 것도 아니쟎아. 우리도 친구를 팔아 버리는 자는 용서하지 않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너의 평화에 대한 열정이야. 너는 평화를 사랑하고 있쟎아. (안드레아 몽유병자 처럼 고개를 젓는다.) 너의 사업은 아마도 평화로운 상태가 유지되길 원하고 있겠지. 그 평화를 지키자는 거야. 우리의 소리가 너에게 거부감을 가져 온다면 그래, 무시해버려도 좋아. 그러나 너는 네 가슴이 원하는 것마져 부정할 수는 없어. 아, 물론 네 주위 사람들이 너로 인해 당할 고통도 무시해선 안되겠지. 이봐, 안드레아. 우리는 네가 처한 그 갈등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야.(안드레아 눈을 감는다.) 피하려고 하지마. 지금까지 네가 살아 온 대로 네가 누리고 있는 그 부와 안전을 지키는 일만 하면 되는 거야. 결코 힘든 일이 아니야. 자 이제 일어서. 너를 잡고 있는 모든 잡념을 버려. 네가 생각 할 것은 단 한가지만 있어. 너의 지금을 존재케 한 그 평화. 그래서 네가 지금 누리는 그 부. 망설이지 마라. 너에겐 시간이 많지 않아. 이제 곧 날이 밝아 올 것이고. 어쩌면 너의 그 부와 안전이 ‘안녕’하고 말할지도 몰라. 배신이 아니야. 비겁한 것도 아니야. 그냥 네 주위에 하나의 존재를 더 두게 할 뿐이지. 그리고 그 친구는 너에게 매우 많은 도움을 줄거야. 너의 부를 더욱 굳게 해 주는데 있어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지. 자 일어나서 손을 내밀어. 우리의 손을 잡아. 그래 이제 넌 아주 현명한 선택을 했어. 우린 이제 한 편이야, 한편.(웃음소리) 자 친구 이리로 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어야지.(안드레아 옷을 갈아 입는다.) 좋았어. 아주 좋아 보이는 군. 자 친구 우리의 우정을 잊지 말게. 우리는 자넬 파멸에서 구해 준거야. 잊지 말라구 우리가 자네에게 베푼 호의를.(안드레아 무대 전면 우측으로 와서 바보같은 웃음을 띤다. 조명 아웃.)

          숙부의 집.
숙    부  (장부정리를 하고 있다.) 시방 거 뭔소리여? 나의 이 재산은 순전히 내 힘으로 번거여.
숙    모  운이 좋았죠. 게다가 윗사람들의 신임을 얻었기 때문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숙    부  아, 물론 물론이야. 그러지 않고 이런 재산을 모을 수 있는 놈은 한 놈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난 정당한 거래를 한거야.
숙    모  거기까진 좋아요. 도처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젠 그들을 위해 쓸수도 있는 거 아녜요?
숙    부  쓰잘떼기 없는 소리 말어. 이게 어떻게 번 돈인데 그 놈들에게 준단 말이야. 그냥 놔둬도 사람은 어쨌거나 살아가게 마련이야.
숙    모  그게 정말 사는 걸가요?
숙    부  안티파스왕이 세례요한을 죽였고, 젤롯당은 계속 설쳐대고 있어. 이런 혼란한 상황속에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구.
숙    모  두려우신가요?
숙    부  당신, 오늘따라 왜 이래? 지금의 상황이 더 이상 변하거나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야지.
숙    모  전 변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잘못되가고 있어요.
숙    부  이럴 때일수록 나를 잘 지켜야 하는 거요.
숙    모  비겁한 거죠.
숙    부  이 사람이? 난들 이러고 싶어 하는 줄 알아? 나 자신 말고는 나를 위해 줄 사람이 없어. 얼어죽을 양심이니 정의니 찾다간 깡통차기 십상이야. 우선 내가 살아야 사회고 나라고 사는거야.
숙    모  그럼 지금 불안하고 굶주린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어디서 안정을 얻죠?
숙    부  자, 자 그만해. 그런 이야긴 아무리 해봐야 소용없어.
안드레아  (가방들고 등장) 안녕하세요, 삼촌?
숙    부  오! 안드레아, 네가 왔구나! 그래 형님과 형수님은 이제 마음이 좀 가라 앉으셨냐? 에이 망할 놈들, 그놈들 눈이 뼜나보다. 잡을 사람이 없어 너같이 착실한 애를```.
숙    모  팔은 좀 어떠니?
안드레아  예, 이제 괜찮아요.
숙    부  앞으론 행여나 그런 일에 끼어들지 말아라. 쓸데없는 짓이다. 집안도 생각해야지. 자! 들어가자. 여보! 뭘하고 있소? 맛있는 것좀 내오구려.
안드레아  아닙니다. 곧 떠나야 합니다. 걱정하실 까봐 들렀습니다.
숙    모  무슨 소리야?
안드레아  그 동안 일이 많이 밀렸거든요. 물건 때문에 사방에서 아우성입니다.
숙    부  그래, 그래야지. 일은 확실해야지. 누가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니까. 너도 이제 사업가가 다 됐구나. 그래야지. 그런데 예루살렘 사정은 좀 어떠냐? 여기선 제대로 알 수가 없어.
안드레아  뒤숭숭합니다. 계속되는 시위에다 처형, 젤롯당들의 활동이 격렬한데다, 안티파스왕이 세례요한을 죽인 사건의 파장까지 겹쳐 더 시끄럽습니다.
숙    부  세례요한이 마음에 드는 자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죽이기까지 한 건 실수였어.
안드레아  부인의 말을 듣고 그랬다는 데 사실입니까?
숙    부  그래 (부인의 눈치를 살피며) 그런 셈이지.
숙    모  뭐든 나쁜 건 여자쪽에 핑계를 대니 초점을 흐리려는 상투 수법이지 뭐냐.
숙    부  그 점에 대해서 네 숙모는 몹시 예민하단다. 하지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건 그 여자니까.
안드레아  결혼이 그렇게 중요한 문젤까요? 그리고 단순히 결혼을 비판했다는 이유때문에 세례요한을 죽이기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숙    모  단순한 결혼은 아냐. 서로의 필요가 맞았지. 안티파스왕은 정통왕가 출신인 헤로디아의 신분이 필요했고 헤로디아의 야심은 현재 갈릴리 왕의 권력이 필요했어. 그러나 그 결혼은 안티파스왕에겐 실수였지.
숙    부  그래 실수야. 큰 실수야. 헤로디아는 안티파스왕 동생의 부인이었는데 동생의 부인을 빼았았고 헤로디아가 안티파스왕에게 첫부인과 이혼할 것을 요구했을 때 들어줬어.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대중들의 분노를 사게했고 그 대표로 세례요한이 나선 거지.
숙    모  하지만 그게 여자의 잘못은 아니에요. 첫부인을 놔둔 채 둘째부인이 되고 싶은 여자는 없을테니까요. 이혼을 요구한 건 당연한 권리죠. 어째서 남자는 여러 부인을 거느려도 된다는 거죠? 남자와 여자는 한 인간으로 똑같은 가치를 갖는거예요. 오히려 헤로디아는 진보적이었죠.
숙    부  어쨌든 안티파스왕은 우리가 모든 사건을 도덕적인 측면에서 판단하게 되듯이 여론을 과소평가했어. 거기다 여자의 말을 듣고 세례요한까지 죽였으니.
숙    모  한가지 분명하게 해둘 게 있어요. 책임은 전적으로 안티파스왕에게 있어요. 그는 세례요한이 두려워서 죽였어요.
숙    부  그러나 헤로디아가 세례요한의 목숨을 요구했어.
숙    모  안그랬어도 죽였을 거예요. 그게 빌미가 된 것 뿐이지. 세례요한의 체포도 헤로디아가 시켰던가요?
안드레아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숙    부  글쎄. 안티파스왕으로선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수 밖엔 없겠지. 관심을 다른데로 돌리던가.
안드레아  잠잠해 질까요?
숙    부  모르겠어.
안드레아  조용해지긴 하겠군요. 그러나 그건 세례요한의 추종자들의 태도에 달려 있겠죠. 제자들이 많이 있다던데.
숙    모  그래. 나도 그들중 한 사람을 알고 있단다. 이혼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아니? 누구든지 자기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면 그 여자와 간음하는 것이며 또 여자가 자기 남편을 버려둔 채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간음하는 것이라 했어. 옳은 말이지 않니? 적어도 양쪽에다 동등한 권리를 인정해 주고 있지 않아?
숙    부  이혼을 금지하자는 소리 아냐?
숙    모  어떤 이혼이든 그건 좋은 일이 못되요. 두사람이 헤어진다는 것 어쨌든 슬픈 일이쟎아요?
숙    부  흥!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다니는 군.
안드레아  누군데 그런 소릴 할까요?
숙    모  (숙부의 눈치를 살피며) 사람들은 모두 ‘예수’라고 부른단다.
안드레아  ‘예수’라구요?
숙    모  왜?
안드레아  세례요한의 제자가 분명한가요?
숙    모  글쎄 나도 그렇다고만 들었다.
안드레아  주로 어디를 다니죠?
숙    모  모르겠다. 갈릴리 온 마을을 다니고 있다니까.
숙    부  하필이면 갈릴리야? 차라리 예루살렘 같은데서 떠들지 않고 총독 골치나 썩이게.
안드레아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숙    부  왜 만나보려고? 아서라 아서.
숙    모  정처가 없단다. 들리는 이야기론 국경넘어 예루살렘까지 갔다고들 하던데.
숙    부  당신은 어떻게 그 자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
숙    모  난 귀도 없나요?
안드레아  (가방을 들며) 전 더 늦기전에 그만 가봐야 겠어요.
숙    모  정말 갈거니? 고생하고 온 애를 이렇게 보내서 어떡해.
안드레아  갔다 오면서 다시 들르죠.
숙    부  그래 섭섭하지만 남자라면 일이 우선이지. 잘가거라.(조명 꺼진다.)
          조명 들어온다.
세    관  나는 세관이요. 이번에 새로 부임했오.
안드레아  저번 세관은 어디로 갔습니까?
세    관  그는 이제 세관이 아니오. 앞으론 나를 상대해야 합니다.
안드레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세    관  (빙긋이 웃으며) 그 친구와 잘 지내셨나 보구만. 안됐지만 그 친군 세관 노릇 그만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소.
안드레아  어디로 말입니까?
세    관  그걸 낸들 알겠소? 아뭏든 내가 여기 세관이오. 다시 묻겠는데 통관 물품은 어떤거요?
안드레아  (물품 목록을 꺼내준다.) 여기 있습니다.
세    관  (목록을 들여다 보며) 관세는 10퍼센트요.
안드레아  뭐라구요?
세    관  왜 그러슈?
안드레아  난 지금까지 6퍼센트를 냈소.
세    관  바로 그거요.
안드레아  그거라뇨?
세    관  내 선임자가 뭣 때문에 그만 뒀겠소? 6퍼센트 가지곤 살 수 없었기 때문이오. 6퍼센트는 너무 작아요.
안드레아  하지만 공식적인 관세율이 있쟎습니까?
세    관  (고개를 끄덕이며) 공식적으론 그렇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거요.
안드레아  한꺼번에 4퍼센트 인상은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세    관  다 알면서 왜 그러슈? 6 퍼센트론 남는게 없단 말이요. 이런 경을 칠. 당국에서 다 걷어가 버리고 나선 우리더러 알아서 하라는 거요. 그러니 우린들 어떡합니까?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요.
안드레아  하지만 그건 부당합니다.
세    관  (웃으며) 지금 부당이라고 그랬소? 젊은 양반이 그렇게 안보이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구만? 내꺼 다 내놓고 사는 놈이 어딨어? 알면서 속구, 모르면서 속구 세상살이 다 그런거 아냐? 게다가 이쪽저쪽에서 다 욕만 해대구. 난 정당한 관세율을 산출한거요. 억울하면 통과않으면 될거아냐.(돌아선다.)
안드레아  (다급하게 잡으며) 나중에 물건을 보면 알겠지만 난 속이지 않습니다. 내가 왜 욕을 하겠습니까? 난 정기적으로 여길 다닙니다. 자, 자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이리 오시죠.
세    관  왜 이러쇼?
안드레아  잠깐만요.(잡아끈다.)
세    관  (못 이기는체 따라가며) 아! 왜 이러는 거요? 옷 �어지겠네. 살살 당겨요.
안드레아  2퍼센트만 올립시다. 나처럼 정직한 상인들을 위한 특별 세금으로 말입니다. (가방에서 술병을 꺼내며) 이 술은 아직 맛보지 못했을 겁니다. 좋은 안주도 있습니다. 첫 거래를 위한 기념으로 술 한잔 어떻습니까?
세    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받아들고) 이건 아주 고급인데?
          (안드레아를 보며) 그 사람 아주 막힌 사람은 아니구만. 좋소. 내 당신이 특별히 마음에 들었소. 하지만 당신에게만 특별이오. 행여 소문나지 않도록 하시오.
안드레아  그거야 물론이지요.
세    관  우리 저쪽으로 갑시다. (그사이 거지 2 들어온다.)
          (이들을 발견하고) 이런 제기럴.
안드레아  왜 그러십니까?
세    관  저것들이 또 나타났네!
거 지 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각설이 타령-
세    관  파리떼처럼 음식 냄새만 나면 몰려드니 귀신이야, 귀신.
안드레아  그래요? 전엔 이런일이 없었는데.
세    관  없었죠. 내 선임자라는 작자가 돼먹지 못한 습관을 도입하기 전까진.
거 지 들  -각설이 타령-
세    관  어휴 시끄러워! 야, 조용히해. 노래나 잘하면 또 몰라. 오늘은 왠일로 생음악이야? 녹음기가 고장났냐?
거    지  (꼬마에게) 그분이 다시 오셨니?
꼬    마  그런것 같아요. 먹을게 굉장히 많아요. 빨리 노래 불러요.
거    지  야, 진짜 그 분인지 물어봐라.
꼬    마  이번에 진짜 같아요.(안드레아쪽으로 와서)아저씨가 진짜 예수님이죠?
안드레아  예수라니? 누구말이냐?
꼬    마  아저씨 말이지 누구겠어요?
안드레아  (무슨말인가 싶어 세관을 쳐다 본다)
세    관  시끄럽다 이놈아! 저리꺼져.
안드레아  예수라니 무슨 소립니까?
세    관  아주 골때리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사람들에게 보통 야소라고 통하는데 여태 그것도 모르쇼?
안드레아  예수란 사람 여길 자주 다닙니까?
세    관  그 자 다니는데가 어디 여기 뿐이예요?
꼬    마  아저씨가 진짜 예수님이냐구요?
안드레아  난 아니다.(세관에게) 주로 어디를 갑니까?
세    관  낸들 알겠소만 들리는 이야기론 큰 도시는 피해서 가난한 놈들 하구만 어울린 답니다.
꼬    마  (거지에게) 아니라는데요?
안드레아  그럼 그 사람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세    관  그걸 내가 알게 뭐요? 어디서 저 거지같은 놈들하고 어울려 있겠지.
꼬    마  진짜, 예수님이 아닌가 봐요. 진짜라면 벌써 우리에게 먹을거랑 돈이랑 줬을텐데 말이예요. 저아저씬 부자야. 진짜 예수님이라면 옷이 저렇게 좋을리가 없어.
안드레아  (거지들을 보며) 그런데 왜 저 사람들은 여기서 예수를 찾죠?
세    관  그게 다 내 선임자 때문이오. 거지들에게 규칙적으로 음식을 주기 시작했던 거요.이게 사방으로 소문이 나고 거지란 거지는 다 불러들였단 말이오.
안드레아  나쁜일은 아니쟎습니까?
세    관  아니 이 양반이? 흥! 그 작자 드디어 완전히 (돈 시늉) 이렇게 되가지곤 예수를 따라 다니기로 작정을 하고 예수가 여기 온 날 거지란 거지는 다 모아 놓구서 큰 잔치를 벌였소. 그래서 저놈들은 그때일이 그리워 그러는 거요.
          햐! 그 잔치야 말로 가관이었지. 생각해 보시오. 거지떼들이 모여서 먹어대는 꼴들을. 저것들도 그때 있었겠지. 아마 생애 최고의 날이었을 거요. 그래서 예수가 여길 다시오면 또 잔치를 벌일 줄 알고. 나참! 기가 막혀서. 나보고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잔치가 언제 또 벌어지느냐고 매일같이 물어본답니다.
거    지  당신이 ‘예수’요?
안드레아  아니오. 난 예수가 아니오.
거    지  우리에게 먹을 것과 돈을 줄 수 있나요?
안드레아  난 아니요.
거    지  우리에게 먹을 걸 주는 사람은 누구나 다 ‘예수’입니다.
안드레아  난 안드레아란 사람이오.
거    지  그럼 우리에게 줄게 하나도 없나요?
세    관  딴데가서 알아봐, 이놈들아! (안드레아에게) 행여 동정심이 발동해서 주지 말아요. 그럼 매일같이 온단 말이오. 당신이야 바로 떠날테니까 상관 없을 지 모르지만, 계속 여기있는 내 생각도 좀 해주시오. 그리고, 저것들 굶주린다고 생각지 마쇼. 여긴 복지원이 있어요. 나도 거기다 내몫을 낸다구요. 물론 중간에서 챙기는 놈도 있지만. 아뭏든 저놈들에게 배급은 준단 말이오.
거    지  “너희는 점심이나 저녁을 차려놓고 사람을 초대할 때 잘 사는 이웃을 부르지 말아라. 가난한 사람, 앉은뱅이, 그리고, 특히 소경같은 사람을 불러라. 그러면 행복할 것이다. 그들은 갚지 못하겠지만 의인들이 부활할 때 신께서 대신 갚아주실 것이다.”
세    관  저건 매번 외쳐대는 그분의 말씀이라는 겁니다. 보시오 이제 그 후렴이 나옵니다.
거 지 들  고생하며 무거운 짐진 사람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 고생하며 무거운````
세    관  (뛰쳐 일어나며)야 이놈들아! 그만 떠들고 저리꺼져. 당장 꺼지란 말이다.
거    지  나으리, 나으리도 그 분이 해주신 이야기를 알잖소. 어떤 사람이 잔치에 초대했는데 사람들이 핑계를 대며 가지않자 가난한 사람, 불구자, 소경들을 데리고 갔지요. ‘처음 초대받았던 부자들 중에는 내 잔치에 참여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세    관  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그런데 주인이 가보니 너희처럼 누더기를 입은 사람이 있어 예복을 입지 않고 왔다고 내쫓았다. ‘이 자의 손발을 묶어 바깥 어두운데 내쫓아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리라.’ 이게 진짜 이야기다. 그러니 이제 그만 꺼져라. 너희들의 그분은 다시 오지 않아.
꼬    마  그 분은 그런말 하신적 없어요. 그건 아저씨가 꾸며낸 이야기야. 가짜야. 거짓말이야.
세    관  이 더럽고 무식한 놈들아. 이게 이야기의 진짜 끝이란 말이다. 감옥에 쳐넣기전에 어서 꺼져.(거지들 슬금슬금 사라진다.) (손을 털며) 이제야 사라지는 군. 지긋 지긋한 골칫거리요. 옛날엔 동전 한 푼 집어주면 그것도 감지덕지 햇는데 그 분이란 작자가 버릇을 잘못들인 뒤론 아주 진드기가 되어 버렸단 말이야.
안드레아  어린애가 가엾어 마음에 걸리는군요.
세    관  지미럴, 누가 낳으랬나. (사이) 사실 그거야 누굴 탓하겠소만 가엾다고 먹을 걸 주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단 말이오.
안드레아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    관  아니 왜 일어나시오.
안드레아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세    관  그러쇼. 저것들때문에 나도 술맛이 싹 가셔버렸오.
안드레아  그럼 수고하시오, 또 봅시다.
세    관  그럽시다. 다음번엔 제대로 한잔하는 거요. 어느쪽으로 가신다고 그랬지?
안드레아  예루살렘으로 갑니다.
세    관  그럼 저쪽으로 가시오. 당신 물건은 내 잘 보내드리리다. 잘 가시오. 아! 그리고 가는 길에 산적들 조심하시오.(음식을 싸가지고 퇴장)
          (안드레아, 세관이 가는것을 보다 자기가 갈 방향으로 발 걸음을 옮긴다. 이때 꼬마가 나타나 가로막고 선다.)
안드레아  아니 왜 그러니, 난 그분이 아니라고 했쟎니.
꼬    마  알아요. 아저씨 우리 놀이해요.
안드레아  뭐라구? 난 지금 바쁘단다.
고        시간은 얼마 안걸려요. 우리 세관놀이해요.
안드레아  세관놀이?
꼬    마  예, (발로 선을 그으며) 여기는 국경이에요.
안드레아  그럼 그 쪽은 무슨나라냐?
꼬    마  신의 나라예요. 여기선 저 같은 어린애가 왕이예요. ‘누구든지 어린애와 같이 되지 않으면 신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안드레아  하지만 내가 어린이가 될 수는 없쟎니?
꼬    마  대신 세금을 내면 되지요.
안드레아  세금을? 어떻게 내지?
꼬    마  먹을걸 쬐금만 주세요.
안드레아  그거면 되냐?
꼬    마  예! 이렇게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나라는 없을걸요?
안드레아  좋다. 자, 여기 너희 나라를 위한 세금이 있다. 먹을 건 없고 대신 돈이다.(돈을 주자 꼬마 고개를 꾸벅이고 사라진다. 거지가 안드레아를 친다.꼬마 뛴다.)
          (조명 아웃)

          (동굴, 안드레아 눈을 가리고 손을 뒤로 묶인 채 끌려 들어 온다. 안드레아를 꿇어 앉히고 꼬마가 눈을 가렸던 수건을 풀어준다.)
안드레아  (두리번 거리다 놀라며)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
당    원  이봐 부자친구, 너무 겁먹지마.(맹인 안경을 벗는다.)
안드레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요? 내게서 뭘 더 원하는 거요.
당    원  역시 부자라 다르군. 우리가 요구하는 게 뭔지 금방 알아내시고.
안드레아  그럼 당신들은?
당    원  맞았어. 그러니 니가 우릴위해 뭘 해야 하는지도 알겠지? 쓸데없는 토론은 그만두고 용건만 간단히 끝내자. 편지는 우리가 미리 써왔으니까. 너는 싸인만 하면 돼. (꼬마가 안드레아에게 편지를 보여준다. 안드레아 읽는다.)
          돈은 30일 이내에 지불해야 한다. 그때까지 너는 여기 있는다.
안드레아  이건 너무 많은 액수요. 만일 우리 가족이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어쩌겠소.
당    원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일 그렇다면 아직 젊고 귀한 아들 하나 잃는 거지. (바라바 들어온다.)
안드레아  (바라바를 보며) 아니 바라바.
당    원  (바라바에게) 아는 사이 입니까?
안드레아  바라바 이게 어떻게 된건가?
바 라 바  (안드레아를 못 본척하며, 안드레아에게) 왠 미친놈을 잡아왔나?
          (안드레아를 외면한 채로) 넌 왠놈이냐?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안드레아  (일어나며) 바라바 날 모르겠나? 나 안드레아야. 날 모른단 말이야?
당    원  (안드레아를 쳐서 쓰러뜨린다.) 이 자식이. 어디서 배운 수작이야. 어서 싸인이나 해!
바 라 바  (퇴장하며 당원에게) 나 좀 보세. (당원 따라 나간다.)
꼬    마  (눈치를 보다 안드레아에게 다가간다.) 이 아저씬 좋은 아저씨 같은데. 아저씨 정말 대장님을 아세요?
당    원  야, 너도 이리와.
꼬    마  난 여기 있을래요.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감시해야 잖아요.
당    원  잔소리 말고 빨리와.
꼬    마  (마지못해 따라가며) 난 있고 싶은데.
          (조명 어두워지며 안드레아만 비춘다.)
안드레아  분명히 바라바 맞아. 그럼 여기가 젤롯당의 소굴? 아까 그 거지들도 그럼 젤롯당? (허탈한 웃음) 내가 왜 이렇게 됐지? 예수란 자 때문이야. 그자는 어디서 무얼 하는거야. 그의 정체는 도대체 뭐지?
          (조명 밝아지며 당원 들어온다.)
당    원  넌 아주 유명한 사람이더군. 비밀경찰에 체포되어 고생을 하셨다구? 그래서 우리는 너를 풀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대장이 여기 있다는 걸 발설해서는 안돼. 약속할 수 있겠나?
안드레아  그건 염려 마시오.
당    원  그러나 우리는 널 못 믿어서라기보다 어떤 보장이 필요하다. 해서 너의 몸값을 받는 대신 니가 총독에게 내는 세금 중 일부를 우리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대신 우리는 너의 안전한 장사를 보장해 주겠다.
          (사이) 만일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니가 우리 저항군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겠다. 어떤가?
안드레아  (사이) 좋습니다.
당    원  (웃으며) 그럼 다 된거요. 우린 이제부터 동지요.  (조명 아웃)

          (조명 들어온다.)
          (안드레아 잠들어 있다.)
바 라 바  (조심스럽게 들어온다.안드레아를 흔들어 깨운다.)안드레아,안드레아!
안드레아  (깜짝놀라 일어나며) 누구요?
바 라 바  쉿 조용해?
안드레아  누, 누구요? (사이) 바라바, 바라바 맞지?
바 라 바  그래. 다른 동지들이 깰지 모르니까 조심해.
안드레아  (바라바를 부둥켜 안으며) 오, 바라바!
바 라 바  내가 자넬 모른척 한 걸 이해해 주게. 우리가 아는 사이란 걸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어.
안드레아  (침묵)
바 라 바  몸값대신 장기 계약으로 바꾼건 나의 제안이었어.
안드레아  고맙네. 하지만 말은 들었지만 자네들이 정말 이런짓을 할 줄은````. 단지 부자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이래도 되는 건가? 이러다 정말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나?
바 라 바  우린 돈이 필요한거야. 너는 강탈이라고 하겠지만 그건 너희들이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뺏은 것을 진짜 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는 거야. 여기모인 사람들은 집과 재산을 뺏기고 내쫓긴 자들이야. 다른 출구라곤 없기 때문에 여길 찾아 온거지. 우린 이들의 마지막 희망이야. (바라바 침묵)
안드레아  그들을 보살핀다면서 다른 사람을 죽이잖아. 그걸로 끝난다면 몰라. 하지만 너희가 죽인 부자 한사람에 딸려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떡하지? 너희는 몇사람의 권력자, 지주를 죽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를 잃고 생활의 터전을 뺏긴 사람들은 어떡할 거야? 그렇게 해서 도대체 나아지는 게 뭐지? (잠시 침묵)
바 라 바  그래서 여길 떠나는 자도 있어. 며칠전에도 하나 있었지. 자네도 알걸? 시몬이라고.
안드레아  시몬도 여기 있었어? 그는 어디로 갔나?
바 라 바  그잔 아주 특이한 예언자를 쫓아 다니는 모양이야.
안드레아  그 예언자 혹시 예수가 아닌가?
바 라 바  자네도 그 사람을 아나?
안드레아  (고개를 흔들며) 본적은 없지만 많이 들었지. 난 그 사람도 너희 젤롯당인줄 알았지. 부자들에 대해 말하는 게 지금 네가 말한 것과 아주 비슷해.
바 라 바  (웃으며) 그 자가 젤롯당? 천만에, 그 자는 우리의 방해자야.
안드레아  너희와 똑같이 커다란 변혁을 이야기 하잖아. 새로운 나라가 곧 올것 처럼말이야.
바 라 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새로운 사회는 싸우고 투쟁에서 얻어야해. 하지만 그 자는 뭐라고 했는지 아나? 씨앗이 자라 커다란 나무가 되듯이 새로운 사회는 저절로 온다고 천진난만한 생각을 하고 있어.
          어디 그 뿐인줄 아나? 뻔히 총독이 지배하고 있는 걸 보면서도 새로운 사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거야. 들어보게. 그잔 원수를 사랑하고 박해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라는 거야. 말이나 되는 소린가?
안드레아  그게 잘못인가?
바 라 바  도대체 어떤놈이 자기 적에 대해 그렇게 너그러울 수 있겠나? 아무 것도 뺏길게 없거나 뺏기지 않을 만큼 강하고 독립적인 사람만이 그럴 수 있어. (고개를 흔들며) 그러나, 이건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야. 변화의 추진력이 강자에 대한 증오심을 희석시키는 거야.
안드레아  그렇다고 강자에게 순응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건 아니잖아? 내가 듣기론 강자들에게 스스로 섬기는 종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던데.
바 라 바  듣기좋은 소리지. 돈을 갖고 권력을 가진 놈들 중에 스스로 종이 되겠다는 놈이 하나라도 있었나? 그자는 뭔가 구체적인 상황에 부딪히면 항상 한 발짝 물러난단 말이야. 교묘한 말로 충돌없이 부드럽고 조용한 길을 가려고 하지.
안드레아  그게 오히려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어.
바 라 바  환상이야. 힘이 없이 이 땅은 변화되지 않아. 지금은 폭력으로 저항할 때야. 그 자의 말처럼 평화의 시간이 아니라구.
안드레아  예수도 모든것이 변할거라고 주장하잖아.
바 라 바  그는 무저항으로 피가 없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어. 흥! 그건 복종하라는 말보다 더 지독한 말이야. 그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변혁과 평화를 동시에 원하고 있어.착각이야.위험한 환상이란 말이야.
안드레아  너희들 역시 환상에 빠져있는 게 아닐까? 시몬도 너희들 방법에 회의를 느끼고 그 사람을 따른 게 아닐까? 바라바, 내가 진심으로 말하겠네. 이건 너무 위험해. 다른 길도 있지 않겠나?
바 라 바  안돼! 그럴 순 없어. 우린 더 강력하게 뭉쳐야 돼. 자, 시간이 너무 많이 갔군. 날이 밝는대로 자넨 떠날 수 있을 거야. 잘가게. 나는 무슨일이 있어도 자네를 도울 걸세. 약속하네. (악수)
안드레아  (악수를 한채로) 바라바! 몸 조심해. 아! 그리고 내가 알기론 곧 대대적인 검문 검색이 시작될 걸세.
바 라 바  뭐라구? 그게 정말인가?
안드레아  응. 거의 확실 한거야.
바 라 바  이 망할놈들. 그놈들 최근엔 우리에게 평화협상을 제의해오고 있었어. 교활한 놈들. 그러면서 한쪽으론 우릴 때려잡을 궁리를 하고 있었단 말이지? 고맙네. 조심해서 가게.
          (바라바 퇴장. 안드레아, 멍하니 바라바 나간 쪽을 바라보다가 뒤쪽의 의자로 가서 앉는다.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때 당원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안드레아  (발견하고) 왠일이요?
당    원  (안드레아에게 꾸러미를 건네주며) 저, 이걸 우리집에 좀 전해 주시겠소? 편지와 돈이오. 우리집은 저 산너머에 있소. 나의 보살핌이 없으면 우리 가족은 살아나갈 수가 없소. 난 그들의 빈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이 젤롯당에 들어왔소. 부탁하오.
안드레아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소. 당신 부탁을 들어드리지요. 걱정마시오.
          (조명 꺼진다.)
          (조명 들어온다.)
          (바깥마루에 소녀 누워있고 머리맡에 소녀의 어머니 앉아 무엇인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안드레아  (막 뒤에서) 저, 실례합니다. 여기가 마띠아씨댁 맞습니까?
어 머 니  (몹시 두려운 표정) 누, 누구시죠?
안드레아  (들어서며) 맞습니까?
어 머 니  누구세요?
안드레아  예, 어떤 사람이 이걸 전해달라고 해서.
어 머 니  예? (사이) 오! 고맙습니다.
안드레아  여기 있습니다. (꾸러미를 전해준다.)
어 머 니  (받아들고 편지를 읽는다. 그러는 사이, 안드레아 집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다 의자에 앉아 소녀를 물끄러미 본다.)
소    녀  당신이 메시야에요?
안드레아  아니요. 난 안드레아란 사람이오. 갈릴리에서 온 상인입니다.
소    녀  메시야는 언제 오세요?
안드레아  글쎄요? 세상 끝날 때쯤 오시겠죠.
소    녀  아니에요. ‘그분’은 벌써 오셨어요.
안드레아  뭐라구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어머니쪽을 본다.)
어 머 니  이 아이는 메시아가 와서 자기 병을 고쳐주길 원하고 있어요.
안드레아  (소녀에게) 예수란 사람 말인가요?
소    녀  당신도 ‘예수님’을 보셨어요?
안드레아  아닙니다. 하지만 나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거든요. 가끔 이 부근에도 온다고 하던데```.
어 머 니  그분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요.
소    녀  예수님은 왜 우리집에 오시질 않죠? 왜 나를 다시 건강하게 해주시지 않죠?
어 머 니  (앉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넌 또 그 이야기구나. 얘는 보는 사람마다 그 분에 대한 얘기뿐이예요. 얜 집안을 돕는다고 닥치는 대로 이일저일 가리지 않고 하다가 다리를 다쳤는데 약 한번 못쓰고 제때에 치료만 했어도```.
안드레아  많이 다쳤나요?
어 머 니  허리까지 다쳤답니다. 그 후론 저렇게```.
소    녀  그 분이 정말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 머 니  (딸을 안스럽게 쳐다보며) 그러다 그 분이 아픈 사람을 고쳐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소    녀  엄마,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세요.
어 머 니  그래. 얘는 매일 그 얘기를 해달래요. 똑같은 얘긴데도. 오랫동안 병을 앓던 여자가 있었다. 의사란 의사는 다 찾아다녔지만 아무 소용도 없고 재산도 다 탕진했단다. 그런데 그분에 대한 얘기가 들려왔지. 그래서 그 여자는 군중속을 끼어 따라다니다가 ‘그분’의 옷에 손을 대었단다. 손을 대기만하면 나으리라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정말 손을 대자마자 감쪽같이 병이 나았단다. 그 때 ‘그분’이 돌아보며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어보셨지. 제자들은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하고 대답했단다. 그러나 그 여자는 두려워 ‘그분’앞에 엎드렸단다. 그러자 ‘그분’은 “여인아 네 믿음이 널 살렸다. 안심하고 가거라!”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소    녀  (울먹이며) 그런데 예수님은 왜 안오시죠? 나는 왜 그 여자처럼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질수 없죠? (운다)
안드레아  (소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아가씨도 그 부인처럼 그 분의 옷자락에 손을 대면 나으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군요? 하지만 그 사람은 그 여인에게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말했다잖아요.
소    녀  하지만 그 여자는 그 분을 직접 보았어요. 그리고,옷도 만질 수 있었구요.
안드레아  아니예요, 아가씨! 그 사람이 꼭 아가씨 집에 와야 하는 건 아니예요. 아가씨가 믿음만 있다면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 여자처럼 아가씨의 병을 고칠 수 있지 않을까요?
소    녀  뭐라구요? (사이) 그게 정말일까요? 그래요! ‘예수님’은 말씀하셨어요.
          소경이 보고,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사이)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가난한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전하여 진다. 나에게 의심을 품지않은 사람은 행복하다. 그렇죠? 정말이죠?
안드레아  그, 글쎄요? (어머니를 쳐다보며 난처한 표정. 어머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소    녀  가르쳐줘서 감사해요. 당신도 예수님을 믿으시는 군요.
안드레아  아, 아닙니다. 아가씨는```(어느새 아버지 등장해 있다.)
아 버 지  누구야?
안드레아  (뒤돌아본다.)
어 머 니  (일어나 아버지에게 가 귓속말로 속삭인다. 아버지가 아직 의심을 풀지 않는 눈초리로 본다.)
아 버 지  어떻게 만났소?
안드레아  예? 누구를```.
아 버 지  (꾸러미를 들어보이며) 이걸 전해준 사람말이오.
안드레아  예, 그냥 우연히 길가다 만났습니다. 마침 제가 이쪽 방향으로 온다는걸 알고 전해달라고 해서.
아 버 지  사실이오?
안드레아  (잠시 아버지를 보며) 예, 염려 마십시오. 아무에게도 아드님얘기는 안했습니다.
소    녀  이분은 좋은 분이예요. ‘예수님’에 대해 저에게 가르쳐 주셧어요.
아 버 지  넌 또 그소리냐? 쓸데없는 생각말고 몸이나 나을 생각이나 해라.
안드레아  지금이라도 손을 쓰면 나을 수 있을텐데 의사를 부르시지 않구요.
아 버 지  속편한 소리마슈. 의사 한번 부르려면 돈이 얼만데, 돈없는 놈들은 병이나도 속수무책이오.
안드레아  제게 잘 아는 의사가 한 사람있는데 제가 말하면 아주 싸게 치료해 줄겁니다. 그리구, 괜찮다면 치료비는 제가```.
아 버 지  (놀라며, 한편으론 의심스러운 듯) 젊은이는 누군데```. 처음보는 사람에게 치료비를``` 적은 돈이 아닌데? 젊은인 누구요?
안드레아  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돕고 싶습니다.
아 버 지  (소녀쪽을 번갈아 보며) 젊은이도 ‘그분’이란 작자를 따르는 사람이오?
안드레아  아, 아닙니다.
아 버 지  어휴, 그 놈들만 있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안됐을 텐데. 에이, 망할 놈들.
어 머 니  여보, 왜 또 그래요. 지난 일인데. 그나저나 (안드레아를 보며) 누구신지 모르지만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이 은혜를 어떻게```. 이 얘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당신에게 화를 내는 건 아니니까.
안드레아  예, 염려 마십시오. 하지만, 무슨일이```
어 머 니  예, 사실은``(아버지쪽을 보며 악간 머뭇거린다.)
아 버 지  그 망할 놈들 얘기라면 집어치워.
안드레아  말씀하시기 거북하시면 안하셔도 괜찮습니다.
아 버 지  아니오, 거북할 것도 없소. 내 처음보는 사람에게 미안하오만 그 망할 놈들, 내 아들놈들 말입니다. 그 놈들만 생각하면. 이미 알겠지만 당신에게 이 돈을 전해준 놈은 내 큰 아들이오. 산적질을 해서 우리에게 보내는 거요. 망할 자식!
어 머 니  (훌쩍이며) 그래도 몸이 무사하니 다행이예요.
아 버 지  그 놈, 군인들에게 잡혀 얼마 못 가 죽을거요.
어 머 니  그런 소리 마세요. (사이) 우리에게 동네 사람들이 다 부러워하던 아들이 셋이나 있었죠. 모두 건강하고 잘 생겼지요.
안드레아  그런데요?
어 머 니  그런데, 지금은 하나도 없답니다.
안드레아  왜요?
어 머 니  다들 떠났어요.
아 버 지  떠나? 그게 떠난거야? 제 부모와 불쌍한 동생을 도망친거지. 나쁜 자식들. 그 놈들이 있었다면 집구석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요.
어 머 니  당신은 가만 있어요. 우리 집만이 아니에요.
          이 동네, 저 동네 많은 젊은이들도 떠났지요.
안드레아  아니 왜요? 집을 버리고 말입니까?
어 머 니  이 마을에서 첫번째 사라진 사람은 저 건너에 살던 야곱이란 사람이죠. 소작료를 내지 못하게 되자 노예로 팔려갈게 두려워 가족들을 데리고 산속으로 도망쳤어요.
안드레아  가족들을 다 데리고 간 건 잘 한 것 같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몹시 고생을 했을테니까요.
어 머 니  그런데 야곱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이대로 견딜 수 만은 없다는 자각이 생기게 되었죠.
안드레아  그래서 아드님도```.
어 머 니  걘 좀 달라요.갠 몇 사람과 함께 소작경영을 했지요. 그런데 지난 여름, 몹시 심한 가뭄이 들어 소출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지주는 대리인들을 보내 약속된 양을 보내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을 했어요. 그러자 우리 큰애와 사람들은 대리인들을 죽지 않을만큼 때려서 내 쫓았죠. 그리고 남은 길이란 산속으로 도망가는 수밖엔 없었죠.
아 버 지  그래도 그 놈은 용감한 놈이야.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지만.
어 머 니  다 산속으로 가는건 아니랍니다. 우리 둘째 앤, 큰 애 때문에 도무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어요. 도무지 써주질 않았죠.
아 버 지  흥! 또 당할까봐 겁이 나서지. 사실 둘째놈이 이 마을에서 제일 힘이 셋거든. 그래서 그 애는 외국으로 가버렸소.
어 머 니  오히려 잘 됐는지도 몰라요. 어차피 여기선 희망이 없으니 가능성을 �아 모험을 해보는것도```(눈물을 글썽인다.) 잘 될수도 있으테니까요. 하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아 버 지  그래도, 제 나라 제 고향을 지켜야지, 이놈저놈 젊은 놈들이 다 외국으로 떠나면 여긴 어떡하라고?
안드레아  그럼 세째 아드님은?
어 머 니  (훌쩍인다.)
아 버 지  그 놈이 떠났을 때가 최악이었소. 도대체 한 놈이라도 남아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지 않겠소?
어 머 니  그애 욕은 하지 마세요.
아 버 지  그래도 당신은 그 놈을 두둔하지. 도대체 그게 뭐야? 차라리 제 형들처럼 뭔가 분명한 목표가 있던가 용기라도 있었어야지.
어 머 니  그 앤 착하고 좋은 애예요.
아 버 지  말도 없고 온순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을 하긴 했었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래 착하고 좋은 녀석이 그런 미치광이를 쫓아가?
안드레아  무슨 소립니까?
어 머 니  그 앤 ‘그분’을 따라 갔답니다.
아 버 지  그 자가 뭐라고 했는지 들었소?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슬픈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웃게 될 것이다.
          흥! 말은 좋지. 정말 웃기는 얘기라고. 그때 내가 있었다면 그냥``` 우릴 놀리는 말 아냐?
어 머 니  여보.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돼요. 그분은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려는 거예요.
아 버 지  그래서, 부모도, 형제도 다 소용없다고 그랬어? 이것 보시오.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다 소용없으면 도대체 뭐가 중요하다는 말입니까? 그 당치도 않은 하늘나라, 그게 오기나 한답디까? 하나 있는 지 동생은 평생을 저렇게 누워 살아야 하는데. (돌아 보는데 앉아있다.)
어 머 니  얘, 너 왜 그러니? 누워 있으라니까.
아 버 지  얘, 너 왜 그래?
소    녀  아버지, 그런 말씀 마세요. ‘그분’은 거짓말 안해요. 전 이제 아프지 않아요.
어 머 니  뭐라구?
소    녀  엄마! 저 이제 다 나은 것 같아요.
부,   모  정말이냐?
소    녀  (걸어 나오며) 자, 보세요. 엄마 나 걸을 수 있어요.
어 머 니  오! 얘야.
아 버 지  얘야! 이게 어떻게 된거냐?
소    녀  (안드레아를 가리키며) 저 분덕이예요.
안드레아  아, 아닙니다. 아가씨. 저, 저는 그냥 아가씰 위로 하려고 해본 소립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다 나았다니 기쁘군요.
아 버 지  (안드레아를 보며) 이분 덕이라니, 무슨 소리냐?
소    녀  당신이 가르쳐 주시지 않았다면?
아 버 지  뭘 가르쳐 줬다는 거야?
안드레아  아, 아가씨 전```
소    녀  아니예요. 당신은 절 위로하느라 그냥 해 본 소린지 몰라도 그게 절 깨우치고 이렇게 낫게 해주신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제 몸은 다 나았어요.
아 버 지  넌, 지금 ‘그분’이라는 사람을 말하는 거냐?
소    녀  예. 예수님 말이예요.
          (조명 꺼진다.)

          조명 들어오면, 숙모 생각에 잠긴채 앉아있다. 안드레아 들어온다.
숙    모  오! 안드레아. 이제 오니? 그래 갔던 일은 잘 됐니?
안드레아  예. (힘없이 자리에 앉는다.)
숙    모  왜 그러니? 안색이 안 좋구나! 갔던일이 잘 안됐어?
안드레아  아뇨.
숙    모  그런데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안드레아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숙    모  뭘 말이냐?
안드레아  ‘예수’라는 사람 말입니다.
숙    모  `````````.
안드레아  전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어요. 지난번 제가 왔을 때 숙모님께서 그 사람에 대한 말씀을 하셨죠? 그 사람 지금 어디쯤 있을까요?
숙    모  왜 그러니?
안드레아  전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예수에 대한 얘기를 들었어요.
숙    모  그런데?
안드레아  숙모님도 그 사람을 잘 아는 것 같아서.
숙    모  난 그 분에게 돈과 물건들을 보낸단다. 물론 네 아저씨는 모르고 계시지. 나도 아직 ‘그분’을 한 번도 못 봤지만 곧 직접 만나러 갈 작정이다.
안드레아  그를 돕는 사람이 많은가요?
숙    모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곳곳에 있단다.
안드레아  이제껏 그 사람을 따르는 사람들은 다 가난하고 거지나 병자들 이었어요. 그런데 숙모님은 부자고 또````.
숙    모  그래 그 분은 우리 부자들에게 많은 걸 뉘우치고 깨닫게 해주셨지.
안드레아  전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었어요. 몹시 심한 병을 앓던 한 처녀가 씻은 듯이 나았어요.
숙    모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단다. 그 분은 많은 병자들을 고쳐 주셨단다.
안드레아  (사이) 사람들의 기대대로 그 분은 지금의 권력을 뒤집어 엎고 정말 새로운 사회를 건설 할 수 있을까요?
숙    모  글쎄 난 어떤 특정한 사회의 해방도 필요하지만 그 분 가르침의 핵심은 인간과 세계 자체의 변혁과 해방이라고 생각한다.
          (숙부 등장)
숙    부  여보 준비 다 됐소? 아니 이게 누구야, 안드레아 아니냐?
안드레아  예, 삼촌!
숙    부  사업은 잘 됐겠지?
안드레아  예, 그런대로.
숙    부  그래, 그래야지. 넌 잘해 낼거야. 근데 이게 미안해서 어떡하지. 우린 오늘 저녁 안티파스왕의 파티에 초대를 받았단다. 아주 중요한 파티야. 아, 여보 뭘하고 있어. 빨리 준비해. 외국 손님들도 많이 오는데.
숙    모  전 가지 않겠어요.
숙    부  뭐라구? 지금 뭐라고 했어?
숙    모  파티엔 당신 혼자 가세요.
숙    부  당신, 이게 얼마나 중요한 파틴지 몰라서 그래? 우리 사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구. 빨리 준비해.
숙    모  (말없다.)
숙    부  아니 갑자기 왜 이래? (안드레아를 보며) 야, 니 숙모 왜 이러냐?
안드레아  요즘 사람들은 온통 ‘그분’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뿐이예요.
숙    부  얘, 아서라. 또 그분이냐. 안 그래도 세상이 뒤숭숭한데.
안드레아  그를 따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숙    부  그래 알고 있다. 살기 힘드니까 뭐라도 붙잡으려는 거야. 그자는 천한 놈들을 선동하고 다니지.
안드레아  뭔가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건 아닐까요?
숙    모  얘, 무슨 소리니.
숙    부  글쎄. 내가 보기엔 그 자에게 정치적 야심은 없는 것 같더라. 하지만 그 자의 가장 나쁜점은 가난하고 천한 놈들의 꿈을 대신 꾸어준다는 거야. 그를 따르는 놈들은 아무 일도 않고 그냥 거지떼처럼 여기저기 몰려 다니기만 해.
숙    모  그래요. 그 분은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꿈을 대신 꾸어주고 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분을 따르는 사람들은 자유와 해방을 맛보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소중한 거예요. 권력자들이 채워 놓았던 억압의 굴레, 권력자들에게 교육받아 왔던 고귀하다는 가치들을 벗어 던지고 말이예요.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이 무너질까봐 모두 불안해하고 있죠.
숙    부  아니 이 사람이 갑자기 왜 그래? 그리고, 넌 또 왜 그런 소릴 하는거냐? ‘그분’이라는 사람 얘기만 나오면```. 당신 요즘 이상해졌어!
숙    모  당신은 날 경멸하시죠?
숙    부  내가? 나는 당신을 아주 사랑한다구.
숙    모  내가 처음 그 분에 대해 얘기를 꺼냈을 때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었어요.
숙    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숙    모  당신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여자들을 싫어 하잖아요.
숙    부  아, 그거야 돈쓸데가 없어 돼먹지 못한 자선 사업인지 뭔지 하는 바람에 천한 놈들은 일할 생각도 않고 누가 도와주지나 않나하고 이집저집 대문을 기웃기웃 하게 만드니까 그러지! 하지만 당신은 그런 철딱서니 없는 여자는 아닐테고.
숙    모  당신은 ‘그분’에게 돈과 먹을 것을 보내는 여자를 우습게 여기고 경멸하시죠?
숙    부  뭐? 그렇다면 당신``` 당신도?
숙    모  그래요. 나는 전부터 그 분을 후원하고 있었어요.
숙    부  당신 미쳤어? (숙모 일어나 창가쪽으로 간다.) 그게 어떤 돈인데 그런 미친 작자에게 준단 말이야. 내가 어떻게 번돈인지 당신 모른단 말이야?
숙    모  알아요.
숙    부  그런데? 알면서 그런 짓을 해.
숙    모  그 사람들에게서 뺏은 돈이니까 이젠 돌려 줘야해요.
숙    부  뭐라구?
안드레아  삼촌 고정하세요. 아주머니가 나븐일을 한 건 아니잖아요.
숙    부  뭐라구, 그럼 이게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할 일이냐?
안드레아  고정하세요.
숙    부  당신 분명히 말하는데 또 그럴거야?
숙    모  옳은 일이니까요. 여보 전 떠날 거예요.
숙    부  뭐라구, 떠난다구?
숙    모  전 이제껏 거짓된 삶을 살아왔어요.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버리고 떠날 거예요.
숙    부  흥! 가진 걸 다 버리구? 당신, 이제부터 버릴 게 하나도 없을 테니까 마음대로 해. (퇴장)
안드레아  숙모님.
숙    모  괜찮다. 내가 이제껏 가졌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갖게 되었으니까. 난 오히려 홀가분하다.
안드레아  정말 떠나실 건가요?
숙    모  (고개를 끄덕인다.)
안드레아  그 사람에게로 말입니까?
숙    모  (고개를 끄덕인다.) 예루살렘으로 갈거다.
안드레아  뭐라구요?
숙    모  왜 그렇게 놀라니?
안드레아  그 사람이 예루살렘으로 간다구요?
숙    모  그래.
안드레아  안돼요. 위험합니다. 무사하지 못할 겁니다. 당국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
숙    모  그분은 그래서 가시는 거란다.
안드레아  아니, 왜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단 말입니까?
숙    모  그길 밖엔 없으니까.
          (조명 아웃)
          경찰의 방. 조명이 들어온다.
          안드레아 등장. 경찰 보고서를 읽고 있다가 안드레아를 반긴다.
비밀경찰  어서 오시오. 당신의 보고서는 잘 읽었소.
안드레아  제가 더 해야 할일이 있습니까?
비밀경찰  아, 아. 우리 급하게 서둘지 맙시다. 그 예수에 대한 일이 끝나질 않았잖소? 안드레아씨! 그 자를 직접 만나 보았소?
안드레아  (경찰의 의도를 살피며 고개를 흔든다.) 꼭 한번 만나보려 했지만 번번히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를 않습니다.
비밀경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어떻소?
안드레아  뭐 말입니까?
비밀경찰  한 마디로 얘기해 보시오. 그는 어떤 인물인지.
안드레아  제가 보기엔``` 당국에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비밀경찰  (일어서 앞으로 나간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오. 좀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소.
안드레아  (말없이 쳐다본다.)
비밀경찰  지금 그 자가 어디 있는지 아시오?
안드레아  (멈칫 놀란다.)
비밀경찰  (말없이 웃으며 안드레아를 쳐다본다.)
안드레아  혹시 예루살렘에?
비밀경찰  (대사하며 전면 오른쪽 무대로)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많은 무리를 이끌고 예루살렘에 나타났소. 게다가 폭력을 휘둘렀지.
안드레아  그럴리가?
비밀경찰  사실이오.(사이) 또 한가지 사건이 있었소. 우리는 얼마전에 예루살렘에 잠입한 젤롯당 3명을 체포했는데 그 중 뜻밖에 바라바가 끼어 있었소.
안드레아  (놀란다.) 뭐라구요?
비밀경찰  이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공교롭지 않소? ‘예수’라고 불리는 자와 바라바와 함께 이 예루살렘에 나타났소.
안드레아  그 둘은 서로 반대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밀경찰  오히려 전략일 수도 있지요.
안드레아  ``````.
비밀경찰  한 쪽은 성전을 공격하고 또 한 쪽은 부자들 집을 털었소. 한 쪽은 테러를 감행했고, 한 쪽은 대중 시위를 벌이고 있소. 어쨋든 중요한 건 왜 같은 시기에 이 예루살렘에서 격렬하게 활동하는가 하는 점이오. 서로 관련이 없다면 도대체 왜? 얼핏보면 서로 반대되는 것 같지만 자세히보면 서로 보완을 하고 있소. 양동작전을 펴는 거요.
안드레아  아닙니다. 제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젤롯당은 예수를 아주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젤롯당을 떠나 예수에게로 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비밀경찰  시몬 이란 자 말이오?
안드레아  그걸 어떻게?
비밀경찰  그 정도는 알고 있소. 하지만 문젠 그게 아니오. 세력엔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게 들어났소. 한쪽엔 바라바의 젤롯당, 한쪽엔 ‘그분’이라 불리는 예수. 그렇다면 가정을 해봅시다. 만일 두 세력이 함께 손을 잡는다면? (사이) 그렇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 집니다.
안드레아  그건 불가능합니다. (다급해지기 시작) 나, 나는 왜 젊은이들이 집을 버리고 산 속으로 가 젤롯당에 가입하는 지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비밀경찰  왜 그렇소?
안드레아  그건 그길외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잇는 다른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집으로 돌아올 겁니다.
비밀경찰  (흥미있게 듣고 있다.)
안드레아  그래서 나는, 세가지 방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밀경찰  그게 뭐요. 그런 방법만 있다면.
안드레아  첫째. 젤롯당에 가했던 처벌에 대한 일괄적인 사면을 시행하는 겁니다.
비밀경찰  (긴장을 풀며 실망한 듯 외면한다.)
안드레아  이, 이건 시급한 문젭니다.
비밀경찰  (일어나며) 계속해 보시오.
안드레아  둘째,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생계대책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비밀경찰  셋째는?
안드레아  젤롯당이었던 사람들을 국경에 모여 살게하면 외부적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들은 전투훈련을 잘 받았습니다.
비밀경찰  그건 불가능한 일이요.
안드레아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해결없이 문제는 풀릴 수 없습니다. 젤롯당을 떠나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건 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거지요.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상황만 호전된다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가 훨씬 쉬울 겁니다.
비밀경찰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소.
안드레아  아닙니다. 그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용서해 주라고 가르칩니다.
비밀경찰  정치적인 현실은 그런 도덕적 이론관 엄청나게 차이가 나오. 정상적인 상황을 주면 우리들의 철수를 주장하고 나설거요.(사이) 당신의 의견은```어쨌든 너무 예상밖의 것이오. 불가능할 거요.
안드레아  제 생각으론 사면이 제일 시급합니다. 새로운 동요가 일기전에 시행되는게 좋을 겁니다.
비밀경찰  그건 총독이 결정할 거요.
안드레아  제안이라도 해 볼수 있는 것 아닙니까?
비밀경찰  난 당신의 보고서를 읽으며 당신이 예수에 대해 무척호감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오. 방랑철학자, 방랑작가 (웃음) 그 자의 대한 당신의 비유는 아주 재미 있었오. 나도 한때는 그런 방랑생활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오. 당신의 보고서 때문에 그 자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엇소. 방랑철학자와 방랑작가에 대해 말이오. 하지만 (안드레아, 경찰을 쳐다본다. 경찰 하던 말을 멈춘다.) 당신의 건의는 총독께 말해 보겠소.
안드레아  (말없이 서있다.)
비밀경찰  다시 들리시오. 잘가시오. (퇴장하며 안드레아에게) 이 보고서 잘 읽었소.

          비밀 경찰의 방
          두 사람 심각한 표정이다. 안드레아 머리를 숙이고 앉아있고 경찰 서성거리고 있다.
안드레아  (조금 일어나며)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비밀경찰  이건 어렵게 되었오. 그 냄새나는 종교인들이 그 자를 고발해 올줄은 우리도 미처 생각치 못했소. 우리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수작이지.
안드레아  범법행위를 한 건 아니잖습니까?
비밀경찰  (안드레아를 쳐다본다.)
안드레아  모두가 예수의 태도를 취한다면 위험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비밀경찰  그건 장담할 수 없소. 고발 내용을 보면 그 자는 스스로 이 나라의 왕이라고 했소.
안드레아  아닙니다. 그건 조작입니다.
비밀경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왕이 되길 원하고 있소. 우리 입장에서 정신 나간자가 스스로 왕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쯤은 상관없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군중심리는 어떤 행동을 야기 시킬지 모릅니다.
안드레아  그는 이땅의 권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비밀경찰  (안드레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당신은 예수를 추종하는 사람같이 말하는 구려.
안드레아  아닙니다. 나는 다만 앞으로 올 혼란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비밀경찰  하지만 총독은 몹시 불안해하고 있소. 처음 내가 당신의 제안을 건의 했을 때 당신의 의견을 다 수용은 못하지만 적어도 이번에 잡힌 바라바와 젤롯당 두명을 해방절 축제때 사면하기로 했었소.
안드레아  그런데요.
비밀경찰  예수의 일이 터진거요. 축제일은 다가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예루살렘으로 몰려오고 있소.
안드레아  그러면 예정대로 그 세사람을 사형시킬 건가요?
비밀경찰  아니오. 사면은 있을거요.
안드레아  (기대의 눈으로 쳐다본다.)
비밀경찰  하지만 한 사람 뿐이오. 우리는 시험을 해보기로 했소. 사면 대상자는 우리가 선택하지 않고 당신네 민중들이 선택하도록 하겠소. (사이) 예수와 바라바 둘중에 한 사람을```.
안드레아  뭐, 뭐라구요?
비밀경찰  사실 문제 해결을 위해 모두를 처형해야 할 지도 모르오. 그러나 모험을 하기로 했소. 당신의 제안이 우리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었오. 사회에 소요를 일으키는 자들중에는 두 유형이 있는 게 분명하잖소. 따라서 과연 둘 중에 누가 더 많은 동조자와 세력을 갖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요.
안드레아  그, 그건.
비밀경찰  만일 바라바를 택한다면 예수라는 자는 당신 말대로 위험인물이 아닌게 증명이 되는거요. 그걸로 우리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소. 총독은 당신의 결정적인 도움에 감사하고 있소.
안드레아  (부들 부들 떨며 컵을 떨어뜨린다.)
비밀경찰  왜 그러시오?
안드레아  아, 아닙니다.
          (안드레아의 꿈)
안드레아  (자면서) 미안하오, 미안하오, ```````
꼬    마  아저씨, 예수님이 돌아가셨어요. 아저씨가 얘기한 ‘사면’은 우리 대장님은 살리고 예수님은 돌아가시게 했어요.
안드레아  하지만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니야. 난 그를 구하려고 했어.
꼬    마  아저씬 더 용감해야 했어요. 아저씨의 모든 걸 버리고 예수님을 지켜 드렸어야 했어요.
안드레아  나는 최선을 다한 거야. 그러나 그는 죽었고 그게 전부야.
꼬    마  그렇지만 아저씨는 예수님이 죽었기 때문에 괴로워 하쟎아요. 늦었는데도.
안드레아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해 해 줄거야. 너는 어려서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꼬    마  그럼 언니에게 물어봐요.
안드레아  언니? 언니라니.
꼬    마  아저씨도 잘 알거예요.
소    녀  안녕하세요.
안드레아  (반갑게) 아니, 당신은``` 그래 몸은 정말 다 나았나요?
소    녀  예, 덕분에요. 전 몸뿐만 아니라 병들었던 영혼까지도 다 나았어요.
안드레아  잘 됐군요. 다행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그분’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러나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닙니다.
소    녀  당신은 제가 생각한 것처럼 정말 좋은 사람이예요. 하지만 당신은 용기가 부족해요.
안드레아  용기가 부족하다구요? 그건 당신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요. 누구든 내 입장이었다면 그것이 최선이었을 겁니다.
소    녀  당신의 재물이 눈을 가리고 있는 동안은 그것이 최선일테지요. 당신은 그것마저 버려야 했어요.
안드레아  난`````` 재물때문이 아니요. 나는 재물과 타협한 적이 없어요.
소    녀  (쓸쓸하게) 적어도 당신은 거짓말은 하지 않는 분이었어요. 그러나 이젠 자신마저 속이려 하는 군요. 당신은 옛날의 저처럼 불구예요. 정신이 병든 불구예요.
안드레아  이건 모독이요. 난 당신을 고쳐 줬어요.
소    녀  그래요. 그러나 정작 의사는 예수님이었지요. 안드레아, 자신을 시인하세요. 예수님은 당신을 저처럼 건강하게 해 주실 거예요. (퇴장)
안드레아  (퇴장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아가씨, 아가씨. (꼬마를 보고) 그녀를 내가 고쳐주었는데```` 나보고 불구라니. 다른 사람을 불러다오. 다른 사람을.
꼬    마  우리 대장님을 만나 보실래요?
안드레아  바라바도 여기 와 있단 말이니?
꼬    마  저처럼 우리 대장님도 아저씰 좋아하나 봐요.
안드레아  그래. 바라바는 나를 이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지. 그를 만나겠다.
바 라 바  안드레아, 잘 있었나?
안드레아  오 내 친구. 살아 있었구만.
바 라 바  그래. 그러나 차라리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난 더없는 죄인일세.
안드레아  죽었어야 하다니. 죄인이라니. 자네의 그 혁명의 불꽃은 어떡하구?
바 라 바  그것이 위험한 환상이라는 것을 제일 먼저 지적해 준 것이 자네가 아니었나?
안드레아  그랬지.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야.
바 라 바  살아 있다는 것. 그래 중요한 거지. 하지만 죽은 듯 살아 있는것. 그것도 아주 중요한 문젠가. 나는 내가 그런식으로 살아 왔다는 걸 깨달았네.
안드레아  자네의 그 변화 나에겐 의외군. 도대체 무엇이 자넬 그렇게 만들었나?
바 라 바  그 분의 죽음.
안드레아  예수의 죽음 말인가?
바 라 바  그 분은 죽음으로 생명을 줄 수 있다는 걸 내게 깨우쳐 주셨네. 그 전에 난, 살기위해 몸부림쳤네. 그러나 이젠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네. 그 분은 내게 용기와 확신을 심어 주셨네.
안드레아  난 모르겠네. 자네가 도대체````
바 라 바  나를 구속하고 있던 것이 혁명에 대한 영웅의식과 명예였다면, 안드레아 자넬 구속하고 있는 것은 부와 안전이네. 안드레아 내 친구 그 굴레를 벗어버리게.
안드레아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 그럴 용기가 없네, 바라바.
바 라 바  우리가 사는 곳으로 오게. 먼저 그 분을 영접하고 자네의 것을 다 포기한 뒤 우리에게로 오게. 더 큰 부와 평화를 자네에게 줄걸세.
          안녕, 내 친구. (퇴장)
안드레아  (바라바를 바라보며) 바라바, 잠깐만 바라바.
꼬    마  아저씨 이제 아저씬 용기가 없었다는 걸 아시겠어요?
안드레아  그들이 사는 곳이 어디니? 어떻게 하면 그 곳으로 갈 수 있니?
꼬    마  나하고 놀이를 하면 되요.
안드레아  놀이를 하자구? 어떤.
꼬    마  옛날에 아저씨랑 했던 대로요. 여긴 우리가 사는 곳과의 경계선이예요. 여긴 아저씨가 가진 것을 다 버리시면 들어 올 수 있는 곳이지요.
안드레아  (머뭇거린다.)
꼬    마  아저씬 역시 용기가 없군요. 아! 누군가 오고 있어요. 아저씨 난 갈께요. 안녕, 겁쟁이 아저씨.(퇴장)
안드레아  (다시 잠에 빠져든다.)

          (비밀경찰 등장)
비밀경찰  안녕하시요, 안드레아씨. (안드레아 깨어나 일어나려 하면) 늦잠을 주무시는 구만.
안드레아  (자리에서 일어나며 두리번 거린다. 비밀경찰 발견) 당신도 그들의 나라에 왔오?
비밀경찰  그들의 나라라니, 무슨 소리요?
안드레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꿈을 꿨나 봅니다. 그런데 왠일로.
비밀경찰  우리에게 한가지만 더 협조 해 주시오.
안드레아  협조? 뭘 또 협조하란 말입니까?
비밀경찰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요. 예수란 자가 죽은 뒤 그를 따르는 자들이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오. 그 곳을 찾아가서 단순한 조사 업무를 해 주시요.
안드레아  ```````
비밀경찰  이 일이 끝나는 대로 당신에겐 대 로마 제국의 명예로운 훈장이 수여 될 것이오.
안드레아  난`````` 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비밀경찰  할 수 없다? 그거 유감이구만.
안드레아  유감이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예수의 처형 이후 너무 지쳐 있습니다. 그리고```
비밀경찰  약간의 응급조치로 그 피로를 풀어 드릴 수 있는게 우리들이란 사실을 잊었소? 또, 이건 우리의 평화 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요.
안드레아  그 평화 유지를 위해 취한 나의 행동으로 나는 지금 전혀 평화롭지 못합니다.
비밀경찰  그렇게 일이 진행 되었기 때문에 바라바의 젤롯당도 완전 분쇄 되었오. 우리는 전에 없던 평화를 누리고 있는거요. 당신이 지금 느끼는 그 불안은 당신으로 인해 누군가 죽음을 당하지나 않았나 하는 지극히 나약함에서 오는 불안이오.
안드레아  당신 말대로 난 나약합니다.(갑자기 일어나 왼쪽으로 돌아선다.) 겁장이 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불안은 당신이 얘기 하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요.
비밀경찰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 제국 전체에 대한 불안이란 말인가?
안드레아  아니오. 나의 불안은 (사이) 산다는 것에 대한 것이오.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비밀경찰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안드레아  아뭏든 난 또 한 번 예수를 죽이는 우를 범할 수 없오. 난 예수집단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없오.
비밀경찰  그래요? 어쩔 수 없지. (나가며) 곧 우리 친구들이 당신을 데리러 올 거요.(안드레아, 탁자쪽으로 간다.) 당신의 그 나약함에 아주 좋은 약을 가지고 말이오. (퇴장. 안드레아 그의 뒤에 대고 컵을 던진다. 천천히 의자쪽으로 다가가 힘없이 앉는다. 무언가 결심한 듯 일어선다.)
안드레아  (자포자기, 덤덤하게, 여유있게. 무대 전면 중앙으로 나온다.) 그래요. 어쩌면 예수는 나 때문에 그 고통을 당했을 겁니다. 아니, 그게 사실입니다. (사이) 갑자기 목이 타는 군요. (뒤로 돌아서서 술을  단번에 마신다.) 이제 나의 고백을 해야 되겠군요. 난 예수가 재판 받을 때 부터 처형되는 그 순간까지 그를 지켜 보았습니다. (천천히 돌아선다.) 그는 재판정에서 너무 의연했습니다. (감정 표현 시작) 그리고 나를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쳐다 보았습니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 가득 넘치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발앞으로 뛰어가 그 발등에 키스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빌라도가 바라바와 예수 둘 중에 누굴 풀어줄까 군중들에게 묻자 군중들은 소리쳤습니다. “바라바, 바라바, 바라바를 풀어주시오.” 빌라도가 다시, 그럼 예수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하고 물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이 외쳤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괴로운 듯. 다시 탁자로) 해골의 언덕에서 옆구리에 창이 꽃히자 예수는 하늘을 우러러 뭐라고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그 소리가 저에게는 마치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 옵소서.” 하는 것 같이 들렸습니다. 하늘이 갈라지는 듯 땅이 꺼져 버리는 듯. 우주가 그의 죽음을 슬퍼 했습니다. 성전의 피빛 휘장마져 그의 죽음을 애도 했습니다. (다시 술을 마시며 감정을 가라 앉힌다.) 나는 아직도 그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깨끗한 영혼마저 폭력의 재물이 외었던 그 거지 꼬마의 변화, 약한 심성으로 예수만을 찾던 병들었던 소녀의 강해진 모습, 그리고 내 친구 바라바의 믿을 수 없는 변화들이 나의 의문에 대답을 해 주었습니다. 예수, 그는 적어도 거룩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었습니다. (자조적으로) 나는 그런 인물을 나의 사욕으로 팔아 버린 것입니다. (일어서서) 그것이 타의였다고 나를 위로 하지 마십시오. (강하게) 내가 저 로마의 개들에게 보낸 보고서는 적어도 그를 변호하진 못 했을 테니까요. 나는 전 인류에게 크나 큰 죄를 진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 되어 질 수 없을 겁니다.
          (다시 감정을 가라 앉힌다.) 이제야 가슴이 후련합니다. 비록 내가 지은 죄를 돌이킬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내가 빠져 있던 암흑속에서 빛을 발견 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적어도 예수는 죽음으로서 죽은 듯 살았던 이 불쌍한 영혼을 구제한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의 위대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나오며) 뒤늦게나마 그를 알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 합니다. 나의 율법처럼 나를 지배하던 재물과 안주가 결국은 나를 비겁한 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나의 주변 모두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그가, 결국은 나를 구제한 이 아이러니는 도대체 무엇인지. (발자국 소리. 안드레아 귀를 기울이다가 낮게) 저 어두운 복도를 통해 다시 나를 죄인이 되게 하려는 자들이 오고 있군요. 어쩌면 난 그들에게 다시 굴복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탁자뒤로) 아시다 시피 난 아주 약한 인간입니다. 그러나 또 한 번 그 분을 십자가에 못 박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간신히 빛을 발견했는데 내가 자진해서 어둠의 미로로 들어 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안드레아 안절부절 못하며) 그들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이제 결단을 해야 되겠군요. (결심한 듯 다른 잔을 하나 치켜 든다.) 자, 이별의 잔입니다. 이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자, 이땅의 평화를 위하여. (술잔을 들이킨다.) 미안합니다. 마지막까지 나는 맨 정신으로 사죄할 수 없는 인간일 수 밖에 없군요. (고통스러워진다.) 조금전의 독배가 또 하나의 잘못된 선택일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슴이 타오릅니다. 목도 타구요. 마치 바닷물을 한꺼번에 들이 킨 듯```. 오오 숙모님 당신이 예수를 쫓아가실 때 저의 질문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그`그 길밖에 어`없다구요. (쓰러진다.) 이제 그 말씀을 알 것 같습니다. 이로써 저의 모든 굴레는 벗겨졌습니다. 그러나 돌이킬 수 없는 죄를 범했기에 나의 이 유언을 보시는 분들은 부탁합니다. 나를 나를 결코 용서하지 마십시오. 예수님, 전`` 전````` (죽는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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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03 -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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