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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와 노의 차이점[내공30]

은바리라이프 2008. 2. 2. 19:21

가부키와 노의 차이점[내공30]

dlsdlftpgks 2003.08.23 13:27

답변 1| 조회 6,157

일본 무대 공연중에,
(歌舞伎)와 노(能)의 차이점이 뭔가요?
정말 정말 급해요-
자세하고 길게 답변 부탁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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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와 노의 차이점

rec512

답변채택률 60.2%

2003.08.23 14:21
노(能)

출처 : [월간 일본어] 1996년 2-3월에 연재된 글

-중앙대 일어일문학과 朴銓烈교수




노가쿠(能樂)라고도 하는 노(能)는 일본 전통 가면무극(假面舞劇)의 한 장르로서 가마쿠라 시대에 성립되어 오랫동안 전승되어 왔다. 노는 전용 극장인 노가쿠도(能樂堂)에서 노가쿠시(能樂師)라는 전문 배우들에 의해서 공연된다. 노가쿠시는 기본적으로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데, 느린 음악에 맞추어 유현(幽玄)하게 연기한다는 데 노의 특징이 있다.


노를 보고 있으면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리게 느리게 진행된다. 노를 아주 잘 이해하거나 노에 심취한 사람은 예외겠지만, 대개는 노의 대사나 동작이나 음악의 느린 템포에 지루함을 느낌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현대 연극을 감상하려고 극장에 가는 관객들과는 달리 노를 감상하는 사람은 노의 스토리의 진행에 흥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노 무대에서 펼쳐지는 노의 양식미를 천천히 음미하려 한다. 노의 주제는 인간의 희노애락은 물론, 주인공이 시공을 초월하여 인간 세계와 신이나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고뇌와 이상을 유장한 노래와 춤과 동작으로 전개한다.


각각의 노의 스토리는 여러 가지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따오지만, 구성은 일정한 틀에 따라서 간단 명료하게 짜여져 있다. 관객은 노를 감상할 때 스토리의 전개에 흥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동작이나 춤 혹은 노래 등의 연기, 그리고 의상과 소도구, 노가쿠도의 분위기 등을 감상의 대상으로 한다.


▶ 신에게 드리는 공양물로써


일본에는 도쿄의 국립 노가쿠도, 간세(觀世) 노가쿠도를 비롯해 약 80여 곳에 크고 작은 노가쿠도가 있다. 노가쿠도의 위치는 대개 시내에 자리잡고 있지만, 神社의 경내에 神殿의 하나로 세워진 경우도 많다. 신사에서 노를 공연하는 까닭은 노가 사람들을 위한 공연물이 될뿐만 아니라, 신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한 공양물로써 공연하기 때문이다.


노는 신사의 연중행사로 열리는 제사 의식의 일부로 공연된다. 물론 전문 노가쿠시를 초청해서 공연하는데, 이때는 공연이라 하지 않고 노를 '공양해 올린다' 고 한다. 신사에서는 신전을 향하여 노의 무대를 만들어 놓고 노를 공양하는데, 곳에 따라서는 사람들에게 노를 관람시키지 않고 신만이 노를 보시도록 하여 노의 神聖性을 지키는 곳도 있다.


오늘날에는 일반 관객을 위하여 시내에 새로 지은 노가쿠도가 많이 있다. 이런 노가쿠도는 무대와 무대의 통로는 물론 관객석까지 모두 실내에 설치한다. 건물 자체는 현대식 극장 건축물로 만들고 내부의 무대는 신사에 있는 일본 전통적인 노 무대 형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 야외의 소나무 아래서 하는 연극


원초적인 노는 나무도 심어져 있고 하늘도 그대로 보이는 야외에서 하는 가무극이었다. 그러다가 무대가 신사 경내에 설치되고 현대는 무대가 실내에 설치되기에 이른다. 노의 무대에는 이전 야외극이었던 흔적으로 무대 정면에는 커다랗게 소나무 한 그루를 그려 놓고, 왼쪽에는 작은 소나무 세 그루를 심어 놓는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 관객들에게 보이는 무대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중앙 부분인 혼부타이(本舞臺), 연주를 담당하는 악사들의 자리인 아토자(後座), 코러스를 담당하는 악사들의 자리인 지우타이자(地謠座), 준비실에서 무대로 등장할 때 통과하는 길다란 통로이자 무대의 일부인 하시가카리(橋掛り)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장고의 축소형 같은 악기 고쓰즈미와 오쓰즈미


노가 시작되기에 앞서 악사와 코러스가 나와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소나무 그림 아래 자리잡는 악사는 4명, 이들을 하야시가타(?方) 라고 한다. 하야시가타가 담당하는 악기는 각각 피리, 오른쪽 어깨에 올려놓고 왼손으로 치는 작은북인 한국 장고의 축소형으로 생긴 고쓰즈미(小鼓), 왼쪽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오른 손으로 치며 고쓰즈미보다 조금 큰북인 오쓰지미(大鼓), 바닥에 버텨놓고 치는 북인 다이코(太鼓) 등이다.


코러스라고도 할 수 있는 지우타이(地謠)는 6명 내지 10명, 무대의 오른 쪽에 2줄로 나란히 않아 노의 진행 과정이나 주제의 설명, 정경 묘사, 시간의 경과나 후일담을 노래로 들려준다.


▶ 교겐이라는 재미있는 역


이외에도 무대에는 교겐(狂言)이라는 역할이 등장한다. 교겐은 특별한 배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 인물의 뒤치다꺼리를 맡는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옷을 갈아 입힌다든지, 소도구를 가져다 놓거나 지우는 일을 하는데, 일이 없을 때는 소나무 그림 아래 가만히 않아 있는다. 이는 현대 연극에는 없는 재미있는 연출법이다.


노는 음악성이 매우 중시되는 연극이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작품을 曲 또는 曲目이라고 한다. 오늘날 시내의 노가쿠도에서 노를 공연할 때는 대개 두 세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도록 곡목을 짠다. 그러나 원래는 하루치 공연은 정해진 곡의 성격이 다른 5종목 가운데서 한 곡씩 골라서 차례대로 모두 5곡으로 편성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이 5종목이란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가 즉 남자인가 여자인가, 젊은이인가 노인인가,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인가 죽은 사람인가, 神인가 靈魂인가에 따라서 분류된다. 이 분류는 노의 주체와 성격을 파악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 노의 주인공


하루에 5곡의 노를 정식으로 공연할 때, 공연 순서에 따라 각 주인공의 종류는 전통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첫 번째 곡의 주인공은 神, 두 번째 곡은 死後에 고통스러운 슈라도(修羅道)에 빠져서 고통을 겪고 있는 武士, 세 번째 곡은 사랑 받던 미녀나 미남자, 네 번째 곡은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 여러 가지 일을 겪는 남녀 주인공, 다섯 번째 곡의 주인공은 산 속이나 수중 혹은 월세계 등의 이계(異界)에서 온 내방자등으로 설정된다. 이런 구성법은 패턴을 이루고 있으며, 이런 패턴에 구체적으로 각 주인공의 성격과 행위가 결부되어 각 곡을 형성하게 된다.


▶ 신의 이야기 와키노 모노(脇能物)


하루 프로그램의 첫 번째 곡은 신이 주인공이 되는 노, 이를 와키노 모노라고 한다. 주인공은 신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데 곡의 진행은 전반과 후반으로 나뉘어진다. 전반은 대개 신의 화신(化身) 인 노옹(老翁)이 나와 경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춤을 추다가 하시가카리로 퇴장한다. 후반에는 신이 등장하여 춤과 노래로 '천하태평', '국토안정' 등의 祝言을 하여 儀式的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곡목이다. 신은 남신·여신·老神·성격이 거친 신(荒神)·이계에서 온 신(異神) 등으로 분류되며 그 성격에 따라서 가면도 달라진다.


▶ 무사의 이야기 슈라 모노(修羅道)


무사들은 생전에 많은 사람을 죽이기 때문에 죽어서는 말로 다하지 못할 고통을 겪는 곳 슈라도에 빠져 업보를 치르게 된다고 한다. 이런 슈라도에서 고초를 당하는 무사의 이야기를 다룬 곡을 슈라 모노라고 한다. 슈라도란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의 선악의 業에 따라 가게 된다는 여섯 가지 세계인 육도(六道 :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 의 한 단계로, 신을 거역하고 전쟁을 벌린 무사들이 사후에 가게 되는 곳을 말한다. 예를 들면 기요쓰네(淸經)·아쓰모리(敦盛)·다다노리(忠則)·요리마사(賴政) 등 유명한 무사의 영혼이 등장하여 고통을 하소연하며 구원을 청하는 내용을 담는다.


▶ 미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가쓰라 모노(髮物)


노의 세 번째 곡은 가쓰라 모노로 정해져 있다. 노에서 여자로 분장할 때는 전통적으로 가발을 쓰기 때문에 여성의 우아한 가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곡목을 통틀어 가쓰라모노라고 한다. 주인공인 꿈속의 환상적인 장면을 춤으로 나타내는 경우와 주인공이 현실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젊은 여인뿐만 아니라, 나이 든 미녀나 그들의 정령이 주인공이 된다. 예를 들면 오노노 고마치(小野小町)·이즈쓰(井筒)·기오(?王)·유야(熊野)·중국 양귀비 등 쟁쟁한 미녀들이 등장한다. 한편 나리히라(業平) 나 사다이에(定家) 등 유명한 미남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이런 주인공들이 흘러가 버린 젊은 시절의 아름답던 사랑의 추억을 회상하며 그윽하고 아름답게 추는 춤이 곡의 중심을 이룬다. 가쓰라 모노는 우아하며 유현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시 되는세 번째 곡목으로 편성하여 '노 중의 노'라고도 한다.


▶ 광란과 집착을 그리는 자쓰노 모노(雜能物)


네 번째 곡은 남녀 주인공이 겪는 가지가지 인간사를 주제로 삼는다. 다른 분류에 들지 않는 잡다한 내용을 그린다고 해서 자쓰노 모노라고 한다. 특히 이별한 연인이나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를 다룬 곡을 교란 모노(狂亂物) 라고 하고, 끊기 어려운 현세의 욕망에 집착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곡을 슈신 모노(執心物)라고 한다. 이밖에도 주인공의 춤솜씨를 자랑하는 곡, 칼솜씨를 자랑하는 곡, 인정을 주제로 하는 곡 등 다양한 연출로 이루어진다. 자쓰노 모노의 이와같은 다양한 극적 요소는 이후에 발생된 가부키의 성립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 하루를 마감하는 기리노(切能)


그날의 맨끝 순서로 하는 노를 기리노, 또는 오니노(鬼能) 라 한다. 인간 이외에 귀신, 산속에 살고 있다는 괴물인 텐구(天狗), 요정 등이 주인공이 된다. 인간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우에는 이계에서 온 귀인(貴人) 의 이야기, 별세계에서 왔다가 별세계로 돌아간다는 보살의 환상적인 이야기 등을 다룬다. 하루의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뜻에서 화려하고 호쾌한 템포로 꾸미며, 누구나 친숙해질 수 있는 곡이 많다. 주술적인 기도로 괴물을 퇴치하는 주인공 후나벤케이(船弁慶)·오니(鬼)를 퇴치하는 쓰치구모(土蜘蛛) 등은 요즈음에도 자주 공연되는 기리노의 대표적인 곡이다.


▶ 지루한 노 사이사이에는 코미디를 넣고


하루에 5곡의 노를 공연함으로 완전한 한 세트의 노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그 느린 템포의 노를 5곡이나 한자리에서 보는 일은 여간한 인내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교겐(狂言)이다. 교겐은 노를 공연하는 바로 같은 무대에서 노에 이어서 공연하지만, 노와는 대조적으로 밝고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짤막한 코미디극이다. 노 한곡이 끝날 때마다 교겐 한곡씩을 공연하여 관객들의 긴장을 풀고, 새로운 긴장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노는 지루해지기 쉬운 노의 무대를 교겐과 나누어 가짐으로 더욱 진지하게 노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지혜로운 연극 양식이라 할 수 있다.


▶ 각 유파에 현전하는 能 240여편


노 무대에는 가지가지의 인물이 등장하여 그들의 사연을 연출해낸다. 신들의 이야기, 무사의 이야기, 미녀의 이야기, 그리고 다 이루지 못한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광란과 인간의 집착 등등, 오늘날의 노는 각 유파(流派)에 의해서 전승되어, 정식으로 공연할 수 있는 작품 약 240편이 전승되고 있는데 이를 현행곡(現行曲)이라 한다.


이 240편 가운데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각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작품 수 편을 선택하여 여러 분과 함께 감상해보려 한다. 여기서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아름다운 전설, 무사의 원혼의 애달픈 하소연, 짝사랑의 불타는 심정에 광란하는 여인의 모습 등, 인간의 희노애락의 단면을 노의 진지하고 독특한 연출 양식으로 그려낸 작품들이다.


▶ 선녀와 어부의 전설을 극화한 「하고로모(羽衣)」


간단한 줄거리를 경사스러운 분위기의 우아한 춤과 대사로 엮어내는 노의 대표적인 레퍼토리인 하고로모, 하고로모는 선녀가 입는다는 무지개 빛의 아름다운 옷을 말하는데, 선녀의 전설을 노래한 중국의 시에도 이미 등장하던 말이다.


미역을 감고 있는 선녀의 옷을 감춘다는 이야기는 여러 가지 형태로 동서양의 각국에 전승되고 있다. 대개 옷을 빼앗긴 선녀는 하는 수 없이 나무꾼이나 어부의 아내가 되어 아기도 낳고 어느 정도 함께 살다가 옷을 되돌려 받고 승천한다. 여기에 남편이 아내를 찾아 하늘나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하고로모에서는 옷을 감추었던 어부가 선녀를 딱하게 여겨 옷을 되돌려준다고 변형되어 있다.


▶ 주인공은 시테(仕手) 조연은 와키(脇)


하고로모에서 선녀가 주인공이 되는데 노에서는 주인공을 시테라고 한다. 시테는 대대로 시테만을 담당하는 집안 사람들이 있어 배역을 세습해 나간다. 시테는 연기하는 사람, 즉 배우라는 뜻이기 때문에 「仕手」 혹은 「爲手」로 표기되기도 하지만, 노에서는 주역을 가리키는 말로 고정되었다. 시테가 없는 노란 있을 수 없다.


레퍼토리에 따라서 시테가 둘로 나뉘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의 생전의 모습과 사후의 모습, 혹은 일상적인 모습과 꿈속의 모습, 즉 몽환적인 모습 등으로 구분하여 일인이역으로 연출하는 경우가 있다. 즉 각기 다른 두 명의 주인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시테가 전반과 후반에 동일 인물의 다른 상황을 연출하는 기법이다. 극을 전후 2장으로 구성하는 경우, 전반의 주인공을 마에시테(前仕手), 후반의 주인공을 노치시테(後仕手)라고 한다.


와키(脇)는 시테의 상대역이 되는 조연으로서 승려·신관·무사·신하·마을 사람 등 남자 역으로만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와키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며, 현실에 존재하는 인간의 배역이기 때문에 가면은 쓰지 않는다.


▶ 원혼의 하소연을 그린 「다다노리(忠度)」


노는 대개 잘 알려진 전설이나 고사를 바탕으로 해서 창작된다. 헤이안(平安)시대 말기에 겐지(源氏) 가문과 헤이시(平氏) 가문 사이에 벌어졌던 치열한 싸움을 다룬 산문 작품으로 유명한 「헤이케 모노가타리(平家物語)」나 「겐페이 세이스이키(源平盛衰記)」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 가운데 비극적인 영웅의 한 사람인 다이라노 다다노리가 있었다. 헤이시 가문의 무장이었던 다다노리는 무술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와카(和歌) 창작에도 뛰어난 문인이기도 했다. 문무의 재능을 겸비한 다다노리는 당시의 일본 귀족 세계의 이상적인 인간상의 하나였다.


귀족들은 자신이 지은 와카가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은 칙령에 의해서 편찬되는 와카집에 수록되기를 바랐다. 수없이 창작되는 와카 가운데서 채택을 받아 와카집에 수록되는 일은 매우 큰 영예가 되었다.


▶ 와카가 센자이슈에 실리기는 해도


그러나 좋은 와카임에도 불구하고 편찬자와 친분관계가 없다고 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와카집에 모처럼의 작가의 이름이 감추어지는 억울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다다노리의 와카 작품은 가인(歌人) 후지와라 순제(藤原俊成) 가 편찬한 「센자이슈(千載集)」라는 와카집에 수록되기는 했다. 그러나 다다노리 집안이 조정과 적대적인 관계여서 작자의 이름은 미상이라고 되어 이승을 방황하고 있었다.


▶ 오늘밤의 집주인은 꽃 너로구나


노가 시작되면 와키(脇)인 소년이 등장한다. 그는 후지와라 순제의 시종이었으나 주인이 죽자 스님이 되어 서울을 떠나 서쪽 지방으로 나그네 길에 올랐다. 스님은 고베(神戶)의 바닷가 경치 좋은 스마(須磨) 이르렀을 때 바닷가에 있는 한 그루의 보기 좋은 벚나무를 발견하고 다가가 보았다.


이때 나무 아래 한 노인이 나타났다. 이 노인은 주인공, 즉 시테이며 다다노리의 화신(化身)이다. 노인이 지고 있는 땔나무 다발 위에는 꽃이 실려 있었다. 이를 본 스님은 뭔가 좀 남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노인은 벚나무 아래에 꽃을 바치면서 「이 나무는 이 자리에서 전사한 어떤 분을 기념하기 위해서 심어 놓은 나무입니다. 오늘도 꽃을 바칩니다」하며 합장했다.


스님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노인에게 하룻밤 묵어갈 잠자리를 청했다. 그러자 노인은 「이 꽃 그늘보다 더 좋은 잠자리는 없을 것입니다」고 하며 다다노리가 지었던 와카를 한 수 읊었다. 「길을 가다가 날이 저물어 나무 그늘에 머무니 오늘밤의 주인은 꽃 너로구나」


▶ 벚꽃나무 그늘은 다다노리가 숨을 끊던 그 자리


스님이 머물게 된 바로 그 자리는 다다노리가 전사한 자리였고, 그 나무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여 어떤 사람이 심어놓은 나무였다. 이런 일을 알게 된 스님은 그 자리에서 하룻밤 자기로 하고, 다다노리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나무를 향해 공양을 올렸다. 공양이 끝나자 노인은 자신이 바로 다다노리의 망령이라고 밝힌 뒤에 사라져 버린다.


노의 무대에는 막이 없지만 여기서 제1장이 끝나며, 제2장이 이어진다. 제1장에서 다다노리는 마에시테로서 와라이조(笑尉)라는 이름의 노인 가면을 쓰고 있었다. 제2장에서는 같은 배우가 노치시테로서 젊은 남자 얼굴인 추조(中將) 가면으로 바꾸어 쓰고 다다노리의 망령을 연기한다.


▶ 꿈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나무 아래서 잠들어 있는 꿈 속에 다다노리가 나타난다. 다다노리의 망령은 갑옷을 입고 전장에서 죽던 당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덧없이 죽어간 아쉬움에 안타깝지만, 자신의 와카가 채택되면서도 작자미상으로 되어 있음이 더욱 안타까움을 하소연한다. 회상조로 절절히 생전의 일을 하소연하는 다다노리.


다다노리는 출전을 앞두고 그 바쁜 가운데 자신이 지은 와카를 전달하기 위하여 스승인 후지와라 순제의 집을 찾아갔다. 스승은 그때 칙령을 받들어 와카집을 편찬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다노리에게는 때가 좋지 않았다. 스승과의 사이에는 나쁠 것이 없었으나 조정과 사이가 좋지 않던 헤이시 집안이었기 때문에 조정의 일을 맡고 있던 스승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와카를 적은 종이인 단자쿠(短冊) 만을 전하고 그 길로 출전했고 얼마 되지 않아 전사했다.


▶ 작품은 싣지만 이름은 감추니


스승은 제자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수록하였으나 뻔히 알면서 「작가미상」이라고 적었다. 다다노리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와카를 언제 어디서라도 기록해 두기 위해서 항상 단자쿠를 지니고 다녔다. 다다노리의 최후, 전장에서 다다노리를 베었던 적장 로쿠야타(六彌太)는 다다노리의 품속에서 「忠度」라는 이름이 적힌 단자쿠를 발견했다. 죽음의 고통을 눈앞에 맞이할 사람이었지만 문학에 대한 대단한 집념을 지니고 있었던 다다노리 로쿠야타는 바로 이 사람이 다다노리라는 것을 알고 적의 죽음을 가슴아프게 여기며 명복을 빌었다.


다다노리의 망령은 이런 사실들을 스님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안타까워했다. 작자미상이 된 것도, 전장에서의 죽음도 안타깝지만 더 안타까운 것이 있다. 즉 스승의 죽음이 덧없고 안타깝다. 지금은 스승마저 세상을 떠나버렸으니, 스승의 아들인 후지와라 테이카(定家)에게 하소연하여 작자명을 밝혀 달라고 부탁해 볼까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될 법한 일은 아니다. 영원히 작자미상으로 머물게 되겠지.


다다노리는 자신의 와카에 대한 애착, 그 집착을 떨쳐버릴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스님에게 거듭 자신의 명복을 빌어달라는 부탁을 남기며 하시가카리(橋掛り)를 통해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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