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뉴스/문화읽기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은바리라이프 2008. 1. 29. 18:11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홍도야 우지 마라

작 /
음악 /
음악감독 /
안무 /
마술지도 /
무대 /
작화 /
의상 /
조명 /
음향 /
조연출 /
출연 /



임선규
구채민
서상권
오재익
이영재
김경수
장해근
김미숙
조인곤
손형민
김수희
정동숙, 서상권, 김소희, 장재호, 이승헌, 곽병규, 김수진,
김현희, 손봉희, 추은경, 김수희, 강나루, 지현준, 김병구,
김효숙, 김낙균, 심완보, 박선주, 임정임, 박용제, 엄윤주,
고아침, 박지영

연출 : 이윤택

[ 작품 소개 ]


기존 악극과 차별화 되는 품위와 격조를 갖춘 대중극 신파극에 대한 새로운 조명

     임선규 작 / 이윤택 재구성ㆍ극본ㆍ연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1995년 동양극장 개관 60주년 기념공연으로 초연되었다. 옛 동양극장 터였던 문화일보 홀에서 60년 만에 재연된 이 작품(1995.1125-12.10)은 당시 탤런트 윤유선이 타이틀롤 홍도 역을, 영화감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극작 연출가 장진이 홍도의 상대 광호 역을 맡았다. 조영진(철수), 정규수(월초), 정동숙 (춘홍), 원로배우 김성옥(변사, 아버지) 등 배우들의 열연과 화가 안창홍의 무대미술, 백조가극단 출신 원로 악극배우 원희옥씨의 특별 출연 등으로 서울 장안의 화제를 모았고, 기존 악극과 차별화되는 품위와 격조를 갖춘 대중극 신파극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이루어졌다(월간 객석 특집기사)는 평가를 받았다.

     초연 후 8년 만에 다시 2003년 판으로 선보이는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한국 근대 대중극의 세계를 오늘의 연극적 재미와 감동으로 이끌어 내려는 극작 연출가 이윤택의 의지와 노력이 돋보이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 한다.

     정통 신파극이 지니는 격조 높은 화술과 호소력 있는 독백체 연기, 성격배우들이 펼치는 희극연기, 버라이어티 쇼란 명칭으로 전개되었던 다양한 막간극양식을 결합시켜 한국 대중극이 지니는 재미와 감동을 관객들에게 유감 없이 보여줄 것이다.

     임선규 원본, 희곡에 이윤택이 새롭게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막간극은 변사의 등장, 막간가수의 노래, 캄보밴드 연주 스타일, 캉캉춤 등 춤, 노래, 즉흥연기적인 요소가 종합적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2003년판 이윤택 연출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브로드웨이 수입 뮤지컬이 국내 공연 예술시장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와 재미를 눈물과 웃음으로 제시하는 가장 한국적인 엔터테인먼트 공연양식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3세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의 대중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는 실버세대 노년층에게는 젊은 날의 향수와 낭만을, 중노년층 관객에게는 격조있는 웃음과 눈물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시대를 뛰어 넘는 순수한 사랑의 진실을 선사하면서 우리의 대중극도 수입뮤지컬 못지않는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 작품 내용 ]

     홍도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가난한 살림에 오빠 철수의 공부를 위해 기생노릇을 하며 돈을 벌어 오빠의 학비를 대고 있다. 홍도를 사랑하는 광호는 前 대한제국 참위 손병춘 대감댁 아들로서, 동경유학을 한 신여성 약혼녀 혜숙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홍도의 집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 사실을 안 광호의 부모가 홍도의 집에 찾아와 당장 두 사람의 관계를 끊으려 하지만 광호의 아버지가 홍도와 광호의 순수한 사랑을 이해하여 결혼을 승낙한다.
     결혼 후 홍도는 광호와 시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만 시어머니, 시누이 봉옥과 약혼녀였던 혜숙에겐 언제나 눈의 가시였다. 얼마 후 광호는 홍도와 함께 북경유학을 가려 하지만 시어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광호 혼자만 유학을 떠난다. 홍도와 광호는 하루가 멀다하고 사랑의 편지를 띄우나 시어머니와 봉옥, 혜숙의 모략으로 월초라는 하인에 의해 번번이 차단 당하고 급기야는 홍도에게 부정의 편지를 공개하므로써 홍도는 결국 오빠의 집으로 쫓겨나고 만다.
     1년이 지나 광호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 홍도가 시댁으로 찾아갔으나 광호 조차 혜숙과 함께 홍도를 부정한 아내로 질책하고 박대한다. 억울한 누명에 견디지 못하던 홍도는 곁에 있던 과도로 혜숙을 찌르고 당황한다. 이미 순사가 되어있던 오빠가 신고를 받고 출동하며, 그때 하인이었던 월초가 그 동안 광호와 홍도의 편지를 공개한다. 또한 오빠는 그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썼던 일기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오해는 풀리지만 이미 구원의 시간은 지나갔고, 운명의 장난에 할키워진 상처만 남아있을 뿐이다.
 
 


[ 출연진 소개 ]

막간가수 / 서상권
     <명성황후>의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도솔가><시골선비 조남명> 등에서 직접 출연하며 노래지도를 맡았던 서상권이 막간가수로 함께 등장하여 클래식한 발성으로 흘러간 옛노래를 격조있고 구수하게 들려줄 것이다.

막잽이 / 이승헌
     연희단거리패 2대 햄릿이며 <봄날은 간다>로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연희단거리패 대표배우로 꼽히는 이승헌이 막잽이로 등장하여 마임과 마술을 선보이며 독특한 신체연기로 관객의 눈길을 끈다. 신세대 막잽이로 등장하는 김재우는 우리극연구소 10기 훈련과정을 마친 신예이다.

차세대 홍도 / 박선주
     1대 홍도 이윤주에 이어 등장하는 신세대 홍도 박선주는 안양예고에서 연극을 시작하여 현재 성균관대학 연기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예이다.

차세대 철수 / 지현준
     1대 철수 조영진에 이어 캐스팅된 지현준은 우리극연구소 10기 연기훈련과정을 마친 신예로 서울 공연 악사 코러스(바이올린)에 이어 전격적으로 신세대 철수에 캐스팅되었다.

춘홍 / 정동숙
     연희단거리패가 자랑하는 희극배우, 연극 <오구>에 이어 영화에서도 며느리 역을 맡아 참을 수 없는 폭소를 터뜨리게 한 정말 웃기는 여자, 서울장안 최고의 기생 춘홍 역으로 등장하여 농익은 연기를 보여줄 것이다.

차세대 춘홍 / 강나루, 박지영
     1대 춘홍 정동숙에 이어 차세대 춘홍으로 등장하는 강나루는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수련역으로 출연하였던 연희단거리패 정단원이며, 신세대 춘홍으로 등장하는 박지영은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캉캉춤 싱싱춤 노래 등에서 돋보인 코러스 출신으로 현재 성균관대학 연기예술학과 3학년으로 재학중인 신세대 기생이다.

혜숙 / 김소희
     홍도를 향한 모든 음모의 최종 배후자 혜숙으로 등장하는 김소희는 <느낌, 극락같은>으로 서울연극제 신인여자연기상을 수상하고 영화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에 설경구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시어머니 / 김현희
     2대 시어머니로 등장하는 김현희는 <오구><어머니> 등에 출연한 연희단거리패의 정단원이다.

월초 / 손봉희
     성균관대 공연예술대학원에 재학 중인 손봉희는 <시골선비 조남명><오이디푸스> 등 연희단거리패 고정레퍼토리에 출연하였다.

광호 / 김낙균
     신세대 광호로는 우리극연구소 10기 출신으로 <갈매기>의 주인공 트레플레프 역을 맡았던 김낙균이 등장한다.

봉옥 / 김효숙
     김효숙은 예술종합학교 전통연희과를 졸업하고 우리극연구소 10기 연기훈련 과정을 거친 신예이다.

수련 / 추은경
     기생 수련 역을 맡은 추은경은 <오구><어머니><하녀들>에 출연한 밀양연극촌 정예 배우이다.
 
 


[ 이윤택의 연출의도 ]
; “신파극”은 단순 유치한 흥행물이 아니다.

     이번 <사랑에 울고 돈에 울고>를 다시 공연하게된 것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우리의 대중극 양식(신파극, 악극)이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음에 비해, 갈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한국 대중극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서구 대중 뮤지컬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 식의 대중극 양식을 개발하고자 함입니다. 근래 악극이란 장르로 공연되고 있는 대중극 양식은 희곡이 지니고 있어야 할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너무나 빈약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인물의 성격, 대사의 함축성과 표현상의 세련도, 구성의 필연성 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유형적 인물, 상투적 대사, 판에 박은 듯한 사건 전개로 실버세대 관객에게 개연성 없는 웃음과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이런 식의 흥행 목적을 위한 대형 악극양식은 우리 공연예술계가 추구해야 할 건강한 대중성에 도달하지 못할뿐더러, 한국연극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극복해 나갈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근현대 연극사의 산 증인이신 극작가 차범석 선생도 신파극은 단순 유치한 흥행극과 구별된다고 하셨습니다.

     동양극장은 임선규의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유랑 삼천리> 그리고 이서구의 <어머니의 힘> 등이 고정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관객들의 호응을 얻게 된 것은 희곡의 문학성 못지 않게 오락성까지도 적절하게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관객의 심리와 극적 흥미를 교묘히 교차시키면서 대중성을 계산하는데 그 재능을 발휘한 결과라 하겠다. 이것은 곧 대중연극으로서의 새로운 면모로... 따라서 이른바 신극의 작품이 문학성은 높을 지는 모르나 관객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점에서는 그 기능이 미치지 못한데 반하여, 동양극장의 연극은 문학성은 미치지 못했으나 극적 흥미로서 관객의 호응도를 높이는데는 성공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우리극연구 6집 p49 <신파극과 흥행극, 그리고 신극>에서)

     신극운동의 후예로 한국연극의 순수성을 지켜 오신 원로 극작가 차범석 선생께서도 신파극을 단순 흥행물과 구별되는 대중연극의 새로운 면모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신파극이 지니는 이 귀중한 연극성을 오늘의 대중극 양식으로 제시해 보려는 것이 이번 공연의 의도입니다.
     21세기 한국 공연예술계는 무분별하게 직수입되고 있는 서구 대중 뮤지컬과 지나친 흥행물로 제작되고 있는 대형 악극에 순수연극이 밀려나는 형국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공연은 그 점에서 21세기 대중사회로부터 밀려나고 있는 한국연극의 대중성을 회복하려는 소박한 시도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 공연양식 ]
; 신파극과 막간 즉흥연기양식(바라이어티 쇼)의 결합을 통한 한국 대중극 모델 제시

     신파극은 말을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연극양식입니다. 체홉 류의 사실주의적 연기양식과 다른, 신파극의 화술은 말 자체가 지니는 시적 운율과 서사성을 지니면서 고양된 지성을 전달하는 절제의 언어미학과 격앙된 감성을 분출하는 언어의 힘이 극단적인 연기양식으로 드러납니다. 나는 이 신파극이 지니는 독특한 화술을 한국적 서사연기의 한 특성으로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말이 배우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매체일 뿐 만 아니라, 말 그 자체가 음악성을 지니고 있으며, 배우의 연기양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표현도구란 것입니다. 그 점에서 신파연기에서의 화술이야말로 고도의 미학성과 전문성을 갖춘 연기양식이고, 이 화술체계는 지금 우리 연극이 이어받아야 할 귀중한 연극적 자산이라고 믿습니다. 황철, 전옥, 김승호, 최남현, 황정순, 최은희, 최무룡 등 초창기 한국 연극영화계의 유명 배우들은 바로 이 품위 있고 고급스런 화술을 구사했던 분들인 것입니다.

     대중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조연배우들의 성격연기와 다양한 즉흥연기의 세계입니다. 분명한 성격과 장면 설정을 통해 보여준 희극연기, 그리고 막간가수, 마술, 서커스 양식 등으로 전개된 즉흥연기는 해방이후 대중춤과 밴드 연주가 곁들여지면서 바라이어티 쇼란 극장 막간극 양식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이러한 즉흥연기는 제대로 한국연극의 공연양식으로 수용되지 못한 채 사라져갔습니다. 이 중 우리가 기억하고 복원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내어 연극적 기호로 수용해 보려는 의도가 이번 공연에서 막간극양식으로 표현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번 공연은 지난 시절의 대중극 양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재현하는 차원이 아니라, 오늘의 대중극 양식으로 종합하고 재구성해 내는 과정에 다름 아닙니다. 한국연극사에서 실종, 혹은 왜곡되고 있는 근대 대중극 양식을 우리의 정서에 맞는 오늘의 대중극으로 재창조해 내려는 것이 재구성 극본 및 연출자의 의도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