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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바람' 타고 중·장년에 어필…식상함, 창작성 결여 극복해야

은바리라이프 2008. 1. 27. 18:30

'복고바람' 타고 중·장년에 어필…식상함, 창작성 결여 극복해야

'악극'과 '신파극'이 지금 왜?

< 곽재옥 기자: jokwak@knou4u.ac.kr   등록일: 2002-02-08 오후 4:04:51   제1218호(2002-02-11) >

 

지금 중년층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가 있다. 어린 시절, 온 동네 사람들이 둘러앉아 눈물 흘려가며 보던 `악극' 공연이 그것. <홍도야 울지 마라>, <친정 어머니>, <비 내리는 고모령> 등 악극단이 트럭을 몰고 마을을 돌며 공연을 선전할 때면 온 동네가 `들썩들썩', 마치 축제라도 벌어진 것처럼 들뜬 분위기였다. 그 시절 악극은 심지어 `시골 촌뜨기'들의 마음 속에 연극과 연기자의 삶을 향한 동경을 심어주기도 했다.

  • 공연계에 불어온 `복고 바람'

그런데 이처럼 과거 속에만 묻혀 있던 악극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 시발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지난 93년 극단 `가교'(대표 최주봉)가 SBS와 함께 선보인 <번지 없는 주막>. 이후에도 `가교'와 SBS는 <홍도야 울지 마라>, <굳세어라 금순아>, <울고 넘는 박달재>, <눈물 젖은 두만강>, <비내리는 고모령> 등을 연속해서 무대에 올렸으며, 올해 역시 <단장의 미아리 고개>(24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를 선보인다.

한편 이 같은 악극의 성공에 자극 받아 `신파극' 또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98년부터 <아리랑>, <아버님전 상서>, <며느리 설움>, <애수의 소야곡>, <용두산 엘레지> 등의 신파극이 극단 `신시', KBS 극회, MBC, TNS, 부산시립극단에 의해 서울과 지방 무대에 올려졌고 MBC는 올해도 신파극 <모정의 세월>을 준비해 오는 17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  `악극', `신파극'이란?

공연의 종류로 악극이 최초 등장한 것은 바그너(독일 출생, 1813~1883)에 의해서다. 바그너는 예술의 바탕을 인간적인 것, 즉 인간 전체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표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예술이 모두 뭉쳐 하나의 종합예술 즉, `전체예술 작품'이 돼야 한다는 것. 따라서 바그너는 기존의 성악 본위 오페라를 지양하고 기교와 문학 등 사상적인 새로운 것들을 집약해 `악극'을 탄생시켰다. 오페라가 `음악적 예술작품'이라면 악극은 `연극적인 예술작품'으로 `시와 음악과 극의 융합체'인 셈이다.

이러한 악극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신파극이 자리잡은 이후인 1930년대로, 그때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악극은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처음 악극은 지금은 사라진 `동양극장'을 중심으로 공연 도중 막간을 이용해 변사나 삐에로 등 출연 배우들이 코미디나 만담, 대중 가요 등의 숨은 장기를 보여 주는 막간 무대 식으로 출발했다. 이에 반해 신파극은 1920년 일본에서 유입된 양식으로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악극은 `음악'에 신파극은 `드라마'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엄밀히 구분된다.

  • 악극과 신파극의 허와 실

그렇다면 최근 다시 악극이나 신파극이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악극과 신파극은 두말 할 것 없이 중·장년층에게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연극은 2~30대 젊은층을 위주로 제작돼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나이 든 관객들에게 어필하기 힘들었던 것. 또 이들 연극은 소극장에서 공연돼 공간이 협소하다는 불편이 따랐다. 반면 악극은 대부분 대규모 공연장에서 공연돼 시설과 지명도 등에서 일단 차별화 이루어지고고 있으며 무엇보다 주관람객인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인기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21세기 악극과 신파극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공연이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의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지금 악극단이 맞고 있는 현실. 이로 인해 악극이나 신파극은 진정한 대중성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여부에서 의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다시 부활한 악극과 신파극은 거대 방송사가 직·간접적으로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는 데 따른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돈벌이'를 위한 이들 방송사들이 홍보전을 펼치는 것이 악극 흥행의 주요소라는 것. 또 다른 장르의 예술 역시 이들이 제작하고 홍보한다면 상업적 성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또 악극과 신파극이 대중들에게 외면당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소재와 줄거리라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악극이나 신파극은 분단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 고부간의 갈등, 신분 차이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고 그것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식상하다는 평가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악극의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 가미되는 음악은 대중가요 일색이거나 단순히 막과 막을 연결하는 장식용으로 사용되기 일쑤여서 `창작성의 결여'라는 지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악극이나 신파극이 그동안 문화생활에서 소외돼 왔던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대안문화를 제공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때문에 앞으로 우리 정서에 맞고 관객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해 줄 수 있을 예술성 있는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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