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V는 ‘남자만화’를 싣고~ | ||||||||
‘쩐의 전쟁’ ‘대물’ ‘키드갱’ 등 드라마로 재탄생 저렴한 저작권료·검증된 콘텐츠 위험부담 적어
사채, 조폭, 피의 일요일, 여성대통령….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곧 방송을 앞두고 있는 드라마의 내용이라는 점, 둘째는 모두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오는 16일 첫방송되는 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연출 장태유)은 말 그대로 돈을 놓고 벌이는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다룬 드라마. 명문대 출신이지만 인생의 나락에 빠진 주인공(박신양)과 보증을 잘못서 파산한 은행원(박진희)이 함께 손잡고 사채업에 뛰어드는 내용을 그렸다. 돈과 폭력에 얽힌 사회의 검은 모습과 아수라장 같은 인간군상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린다. 인기만화가 박인권씨의 작품으로 ‘스포츠칸’에 인기리에 연재 중인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 여성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권력암투를 다룬 박인권 화백의 또다른 작품 ‘대물’ 역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케이블 오락채널 tvN도 만화원작 드라마 대열에 합류했다. 오는 7월 4일부터 인기만화가 강도하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위대한 캣츠비’를 방송하는 것. ‘스포츠칸’ 및 인터넷 포털에 인기리에 연재된 이 만화는 사랑과 배신을 반복하는 젊은이들의 ‘지독한 사랑’을 과감하게 그려 젊은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평범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에 실패한 스물여덟의 백수 ‘캣츠비’ 역에 가수 MC몽이, 위험한 사랑을 펼치는 매력녀 ‘페르수’ 역에 박예진이 캐스팅됐다. 순정만화 위주에서 소재 폭 넓혀 만화원작 드라마의 인기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KBS ‘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황미나 원작)를 비롯해 2000년대 들어 KBS ‘풀하우스’(원수연 원작), MBC ‘궁’(박소희 원작) 등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들 만화 원작 드라마는 대부분 여성 취향의 순정만화였다. 대부분의 드라마 시청자가 순정만화를 즐겨보던 여성 시청자라는 점, 순정만화의 달콤한 삼각관계가 최근 유행하는 트렌디 드라마와 맞아떨어졌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만화 원작 드라마는 이전까지 다루기 어려웠던 ‘돈’과 ‘남자’ ‘정치’ 등 선굵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이전과 궤를 달리한다. ‘쩐의 전쟁’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폭력 등 비인간적인 행위가 당연한 듯이 행해지고 막다른 길에 몰린 채무자들을 자살로 내몰기도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지상파에서 사채업이라는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이 작품이 사상 최초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SBS 관계자는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비현실적 이야기는 하지도 않겠다”며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절대로 사채를 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을 다룬 박인권 화백의 또다른 대표작 ‘대물’은 대통령 선거가 임박한 12월을 전후해 드라마가 방송돼 주목을 끈다. 이 만화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과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암투를 적나라하게 그려 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작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여성 정치인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현 정국과도 내용이 겹친다. ‘여인천하’와 ‘무인시대’를 집필한 유동윤 작가가 선굵은 정치드라마로 각색한다. 이김프로덕션 관계자는 “원래 ‘대물’의 판권을 먼저 구입했으나 대선 정국 등 시기가 민감해 ‘쩐의 전쟁’을 먼저 드라마화했다”며 “드라마에서 곁다리로 다뤄왔던 정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쩐의 전쟁’을 제작하는 이김프로덕션 조윤정 대표는 “그동안 너무 강렬한 내용을 다룬 남자만화는 드라마화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시청자들은 천편일률적인 삼각관계나 애정행각을 벗어나 현실적이고 기발하며 강렬한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고 ‘남자만화’를 드라마화한 이유를 설명했다. 상당수 만화 영화·드라마 판권 팔려 일반 드라마보다 저렴한 저작권료도 만화 원작 드라마의 장점이다. 김수현·임성한 등 검증된 인기드라마 작가의 원고료는 회당 2000만 원을 넘나드는 고액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인기작가는 특정 제작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작가 확보가 어려운 상태다. 반면 인기 만화의 원작료는 작게는 1000만 원에서 5000만~1억 원대로 작가에게 주는 원고료보다 저렴하다. 콘텐츠 확보에 허덕이는 드라마 제작사로서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상당수의 인기 만화가 드라마, 영화 판권이 팔린 상태다. 인기가 검증된 만화를 드라마화해 위험부담을 줄인다는 장점도 있다. 기발한 이야기와 속도 있는 극 전개의 장점이 있는 만화가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드라마 시장에서 각광받는 덕분이다. 만화지킴이 서찬휘씨는 “일본 등에서는 이미 만화를 드라마화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만화라는 원재료를 드라마·영화화할 수 있어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출처 : 뉴스메이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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