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작 드라마, 영화 흥행 비결은?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6-04 09:17 | 최종수정 2007-06-04 10:06

[JES 장상용] '쩐의 전쟁' '미녀는 괴로워' '키드갱' '올드보이' '궁' '타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패한 사례를 굳이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인기 만화의 검증된 재미에 새로운 각색의 묘미가 더해진 결과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만화 원작과 드라마·영화의 차이는 뭘까. 또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흥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뭘까. 여러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답은 러브 라인이다. 드라마 '쩐의 전쟁' '키드갱', 영화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쩐의 전쟁'
러브 라인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러브 라인이 없거나 약한 드라마와 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장르이건 화려한 비주얼 속에서 미남과 미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길 원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만화의 경우 순정 만화가 아닌 이상 러브 라인은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이토록 러브 라인이 강세인 이유는 뭘까. 이성주 KBS 드라마 2팀장은 "우리나라 국민처럼 러브 라인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다. 통속적인 사랑이든,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든 러브 라인을 빼놓은 드라마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 모드에 빠진 드라마에 대한 반대급부도 슬슬 엿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호평 받은 '하얀거탑' 같은 전문직 드라마가 그렇다.
박신양이 사채업자 금나라로 열연하고 있는 SBS TV '쩐의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 드라마에선 러브 라인이 사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놀랍게도 만화 원작에선 아예 러브 라인이 없다. 드라마는 사채업자라는 컨셉트만 취해 원작을 완전히 뜯어고쳤다고 할 수 있다.
박인권씨의 만화 '쩐의 전쟁'은 금나라가 집안을 몰락하게 한 사채업자를 죽이고 교도소에 복역하던 중 같은 감방에 있는 전설적 사채왕 독고영감에게 수업을 받고 새로운 사채왕으로 거듭난다. 재미있는 것은 감방 속 독고영감이 드라마에선 정의의 사채업자인 독고영감(신구)으로 변한 점.
금나라(박신양) 서주희(박진희) 이차연(김정화)의 러브 라인, 사채업자 라이벌 독고영감과 봉여사(여운계)의 대결 등도 만화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렇다 보니 원작자인 박씨는 다소 불만이다. "사채의 무서움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러브 라인이 강하다"고 어필했지만 지금은 지켜볼 도리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만큼 만화 원작과 영화가 다른 작품이 있을까. 스즈키 유미코의 만화 '미녀는 괴로워'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재미를 주었다. 성형 미인이 되어 태어난 칸나가 주인공.
몸은 성형미인이지만 몸에 배어있던 뚱녀의 습관이 바뀌지 않은 데서 오는 행동의 부조화가 재미의 요소. 칸나 주변의 여자는 모두 동경의 대상인 코스케를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다. 남자의 동정심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뚱녀, 자존심 높은 천연 미인,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오버하는 추녀 등 다양한 조연들과의 충돌이 배꼽을 쥐게 한다.
반면 김아중 주연의 영화는 성형미인이라는 컨셉트에 러브 라인과 가족의 사랑을 추가해 재미와 감동을 잡아냈다. 500만 관객 동원은 스토리라인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성형미인이 된 뒤에도 착한 마음씨를 유지한 한나(김아중)와 음반사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의 사랑에 관객들은 흠뻑 빠졌다.
문화콘텐트 기획사 YZOO 크리에이티브 윤주 대표는 "영화는 사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볼수록 괜찮았다. 만화와 달리 영화가 나름대로 재미있게 나와 사랑받은 경우다. 특히 러브 라인이 좋았고, 김아중·주진모의 재발견이었다"고 말했다.
●'키드갱'
만화는 액션, 드라마는 러브 라인.
신영우의 만화 '키드갱'은 코믹물이다. 경찰의 아기 철수를 납치했다가 경찰 집이 폭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맡아 키우게 된 '피의 화요일파' 조직원들의 이야기. 거봉·칼날·홍구 등이 아기를 키우며 조직을 방어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에 휘말린다. 코믹에 액션이 잘 결합한 만화다.

지난달 13일부터 케이블채널 OCN에서 시작한 드라마 '키드갱'도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역시 추진력은 거봉(손창민)·칼날(이기우)·홍구(이종수) 각각에 부여한 러브 라인이었다. 만화에선 희미하게 있던 칼날과 정 검사의 러브 라인을 가족 이야기와 엮으며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드보이'
영화는 만화 원작의 러브 라인을 더욱 핵심적이면서도 자극적으로 변형시켰다.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이 이유도 모른 채 독방에 갇힌 것은 초등학교 시절 가해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 때문. 만화 원작은 멋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졌다.
영화는 그 점을 보완했다. 만화 원작에서 연인에 불과했던 여자 주인공과의 관계는 영화에서 모든 의문을 푸는 키가 됐다. 근친상간이라는 '황금키'를 내민 박찬욱 감독은 결국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중앙 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일간스포츠 | 기사입력 2007-06-04 09:17 | 최종수정 2007-06-04 10:06

[JES 장상용] '쩐의 전쟁' '미녀는 괴로워' '키드갱' '올드보이' '궁' '타짜'….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실패한 사례를 굳이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인기 만화의 검증된 재미에 새로운 각색의 묘미가 더해진 결과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만화 원작과 드라마·영화의 차이는 뭘까. 또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들이 흥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뭘까. 여러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답은 러브 라인이다. 드라마 '쩐의 전쟁' '키드갱', 영화 '미녀는 괴로워' '올드보이'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쩐의 전쟁'
러브 라인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러브 라인이 없거나 약한 드라마와 영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장르이건 화려한 비주얼 속에서 미남과 미녀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길 원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만화의 경우 순정 만화가 아닌 이상 러브 라인은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다.
이토록 러브 라인이 강세인 이유는 뭘까. 이성주 KBS 드라마 2팀장은 "우리나라 국민처럼 러브 라인을 좋아하는 국민도 없다. 통속적인 사랑이든,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든 러브 라인을 빼놓은 드라마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 모드에 빠진 드라마에 대한 반대급부도 슬슬 엿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호평 받은 '하얀거탑' 같은 전문직 드라마가 그렇다.
박신양이 사채업자 금나라로 열연하고 있는 SBS TV '쩐의 전쟁'이 대표적인 사례. 드라마에선 러브 라인이 사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놀랍게도 만화 원작에선 아예 러브 라인이 없다. 드라마는 사채업자라는 컨셉트만 취해 원작을 완전히 뜯어고쳤다고 할 수 있다.
박인권씨의 만화 '쩐의 전쟁'은 금나라가 집안을 몰락하게 한 사채업자를 죽이고 교도소에 복역하던 중 같은 감방에 있는 전설적 사채왕 독고영감에게 수업을 받고 새로운 사채왕으로 거듭난다. 재미있는 것은 감방 속 독고영감이 드라마에선 정의의 사채업자인 독고영감(신구)으로 변한 점.
금나라(박신양) 서주희(박진희) 이차연(김정화)의 러브 라인, 사채업자 라이벌 독고영감과 봉여사(여운계)의 대결 등도 만화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렇다 보니 원작자인 박씨는 다소 불만이다. "사채의 무서움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러브 라인이 강하다"고 어필했지만 지금은 지켜볼 도리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녀는 괴로워'
'미녀는 괴로워'만큼 만화 원작과 영화가 다른 작품이 있을까. 스즈키 유미코의 만화 '미녀는 괴로워'는 특별한 줄거리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재미를 주었다. 성형 미인이 되어 태어난 칸나가 주인공.
몸은 성형미인이지만 몸에 배어있던 뚱녀의 습관이 바뀌지 않은 데서 오는 행동의 부조화가 재미의 요소. 칸나 주변의 여자는 모두 동경의 대상인 코스케를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다. 남자의 동정심을 사로잡는 방법을 아는 뚱녀, 자존심 높은 천연 미인,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오버하는 추녀 등 다양한 조연들과의 충돌이 배꼽을 쥐게 한다.
반면 김아중 주연의 영화는 성형미인이라는 컨셉트에 러브 라인과 가족의 사랑을 추가해 재미와 감동을 잡아냈다. 500만 관객 동원은 스토리라인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성형미인이 된 뒤에도 착한 마음씨를 유지한 한나(김아중)와 음반사 프로듀서 상준(주진모)의 사랑에 관객들은 흠뻑 빠졌다.
문화콘텐트 기획사 YZOO 크리에이티브 윤주 대표는 "영화는 사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볼수록 괜찮았다. 만화와 달리 영화가 나름대로 재미있게 나와 사랑받은 경우다. 특히 러브 라인이 좋았고, 김아중·주진모의 재발견이었다"고 말했다.
●'키드갱'
만화는 액션, 드라마는 러브 라인.
신영우의 만화 '키드갱'은 코믹물이다. 경찰의 아기 철수를 납치했다가 경찰 집이 폭발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기를 맡아 키우게 된 '피의 화요일파' 조직원들의 이야기. 거봉·칼날·홍구 등이 아기를 키우며 조직을 방어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에 휘말린다. 코믹에 액션이 잘 결합한 만화다.

지난달 13일부터 케이블채널 OCN에서 시작한 드라마 '키드갱'도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역시 추진력은 거봉(손창민)·칼날(이기우)·홍구(이종수) 각각에 부여한 러브 라인이었다. 만화에선 희미하게 있던 칼날과 정 검사의 러브 라인을 가족 이야기와 엮으며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드보이'
영화는 만화 원작의 러브 라인을 더욱 핵심적이면서도 자극적으로 변형시켰다. 원작 만화에서 주인공이 이유도 모른 채 독방에 갇힌 것은 초등학교 시절 가해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이유 때문. 만화 원작은 멋진 설정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동기가 설득력이 떨어졌다.
영화는 그 점을 보완했다. 만화 원작에서 연인에 불과했던 여자 주인공과의 관계는 영화에서 모든 의문을 푸는 키가 됐다. 근친상간이라는 '황금키'를 내민 박찬욱 감독은 결국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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