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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제화 지향하는 지역축제 | 나의 관심정보 2008/01/10 08:12

은바리라이프 2008. 1. 10. 08:13
[칼럼] 국제화 지향하는 지역축제 | 나의 관심정보 메모 삭제 2008/01/10 08:12   
그까이꺼(matsy) http://memolog.blog.naver.com/matsy/155
출처 블로그 > 大韓民國-ⓘⓝⓝⓘⓢⓕⓡⓔⓔ
원본 http://blog.naver.com/gigiana79/20037157372

1. 세계화 가능성 엿보이는 지역축제

 

우리들은 늘 따분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고 있다. 그러한 꿈들이 보통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 뜨거운 신명으로 발산된 것이 지역축제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람 사는 곳이면

나름대로의 지역축제들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삶이 버거웠던 사람들이 일상의 고단함을 풀어보기 위해 시도했던 지역축제가 ‘지방자치단

체’라는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비즈니스’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제는 ‘세

계화’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지역축제들을 모두 망라하면 1000여 건에 달한다고 하니

그저 놀랄 따름이다. 지방자치제 부활이후 지역마다 이처럼 다양한 축제가 열리게 된 것은 오

랜 중앙집권의 전통에 따른 폐해가 심한 현실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 이후

30여년간의 중앙집권적 고도성장 추구과정은 곧 지역성 상실과정이었으며, 지방문화의 소멸과

정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축제장들을 찾아보면 지방자치단체들이 축제를 통해 나름대로 그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보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러한 열정

들이 ‘지역축제 전성기’를 낳은 것으로 짐작된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는데 아직도 세계 최

장 노동시간이라는 불명예를 이제 갓 벗어나려는 우리 현실에 비추어서도 각 고을마다 살맛나

는 축제, 신명나는 축제 판들이 많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축제들이 과연 이러한 긍정적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해마다 지역

축제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그렇고 그런 비슷비슷한 지역축제들이 남발되고 있으며, 대

부분의 축제가 관주도로 치러지면서 자치단체장의 공적을 앞세우거나 경제적 이익추구에만 급

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저기서 축제는 열리는데 축제다운 축제는 소수에 그쳐 지역의 경쟁력 확보나 지역경제적

효과는커녕 아까운 예산만 축내고,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오히려 저질화시킨다는 강도 높은 비

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축제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꼭 찾아가서 신명을 누려보기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는 아직 그

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세계화의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는 지역축제

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어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축제의 하나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어떻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

지를 살펴보고, 이 축제의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축제들이 축제의 제 모습을 찾으

면서, 세계화의 꿈을 실현해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

다.
 
2.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성공 노하우와 세계화 과제

 

안동은 인간의 세상을 살아 숨쉬게 하는 풍부한 역사 문화의 자양분을 끌어안은 고장이다. 비

록 작은 도시지만 이러한 역량은 아름다운 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낳았다. 언어와 문화

를 초월하여 세계인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신명으로 하나 되는 공동체적인 감동을 창출해

낼 가능성을 지닌 축제로 성장했다.


1997년에 태어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1등 축제’로 떠올랐다. 잉태

와 탄생, 그리고 성장에는 그만큼의 고통이 뒤따랐지만 이 축제는 그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

고 만들어낸 안동의 자랑스러운 얼굴이다.


6년이라는 짧은 역사이지만 그 속에 밴 땀과 노력은 어느새 자긍심으로 안동인들의 가슴에 새

겨져 있다. 2000년부터 6년 연속 문화관광부의 전국축제평가에서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는 기쁨

을 누렸다. 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 선정 관광대상 수상, 행정자치부 경영평가 대통령상 수

상 등의 영광을 얻기도 했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거둔 성과에 대해 지역에서도 엇갈리는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제 전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지역축제 중의 하나로 성장하였으며, 세계

화의 가능성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어려운 여건들을 극복하고 세계화의 가능성까지 확보할 수 있

었는지 그 성공노하우를 살펴보고 이를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세계화를 위한 길잡이로 삼아보

고자 한다.

 

지역전통문화 바탕으로 독창적 축제소재 개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모태는 ‘하회별신굿탈놀이’다. 안동 땅에서 천년 세월을 끊임없이 이

어온 탈춤의 역사가 탈춤축제를 낳은 것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의 하회마을에서 12세

기 중엽부터 상민들에 의해 연희되어 온 탈놀이다. 한국의 탈춤은 서낭제탈놀이와 산대도감계

통의 탈놀이로 대별된다고 할 때,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서낭제에 속하는 것으로 별신굿이라는

종합적인 마을 굿에 포함되면서도 연극적인 독립성을 뚜렷이 가진 탈놀이다.


따라서 안동에서 이와 같이 우수한 전통문화자원을 축제소재로 삼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더하여 탈춤이라는 소재적 특성을 통해 세계화의 가능성도 확

인했었기 때문에 더욱 용기를 내어 본 것이 사실이다. 즉 전 세계 곳곳에 다양한 탈춤이 전승되

어 오고 있다는 세계적 보편성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연희 양식의 하나라는 독창성을 동

시에 고려한 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나라 탈춤은 다양한 내용과 예술적 측면을 함께 갖춘

전통연희 양식이면서 전승된 지역에서 생활공동체의 정례적인 대동축제의 맥락에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지역축제소재로서 큰 의미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안동에서는 이와 같은 판단아래 탈춤이라는 적절한 소재를 채택했기 때문에 한국 탈춤축제의

기선을 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본보기 삼아 타 지역에서도 축제의 소재를 택할

지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독창성과 축제소재로서의 세계적 보편성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축제에 대한 애정과 전문성 지닌 지역민들이 주도


늘 하는 말로 축제는 지역주민의 주도해야 성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말처럼 그리 쉬운 일

이 아니다. 안동에서는 2회 때부터 지역민들이 축제를 주도해 나가는 구도가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비록 축제 운영의 전 과정에서 민간주도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못하였고, 주민들

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으나, 적어도 다음 세 가지 부문에서는 지역주민들이 분

명히 앞장섰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준비단계에서 축제를 기획한 점, 둘째는 축제를 마친 후 철저히 평가한 점, 셋째는 보다

나은 축제를 위해 성공한 국내외 축제의 벤치마킹에 힘썼다는 점이다.


축제기획은 주로 지역대학의 교수들과 뜻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축제집행위원회가 맡았기 때문

에 관중심의 선례답습적 축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리하여 지역민들이 기획하고,

행정이 운영을 맡은 관민 파트너십이 이 축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고 본다.


또한 축제의 전 과정과 성과를 지역 시민연구소와 지역대학연구소가 맡아 지역축제를 객관적·

체계적으로 철저히 평가하고, 개선과제를 도출하여 이를 다음 축제에 반영시킨 점은 특히 주목

할 만하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민간중심의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곳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러나 대부분 한두 차례 모여 축제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을 듣고, 몇 마디 의견개진이나 하는 회

의체 수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와 같은 참여수준에서 벗어

축제의 중심에 주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축제추진조직의 법인화’ 등을 적극 모

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공 축제 벤치마킹 통한 소프트 웨어 확보해야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레벨업시키기 위해 지역민들이 애쓴 점 가운데 또 한 가지 눈길을 끄

는 점은 성공한 국내외 축제에 대한 벤치마킹이다. 축제집행위원들은 수시로 이름난 국내축제

들을 돌아보는 한편 수년 동안 아비뇽, 에든버러, 잘츠부르크, 니스, 베네치아 등 이름만 들어

도 금방 축제와 카니발이 떠오르는 지역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그들의 성공노하우를 배우고, 이

를 안동탈춤축제에 반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축제와 관련된 하드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공연장이나 전시장 같은 시설물들은 재원만 확보되면 쉽게 조성할 수 있지만 축제다운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다. 최선의 방법은 참여의지가 높은

지역민들과 전문가들이 지역축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며, 행정에서

는 이를 적극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세계 유명 축제 현장을 찾아다니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성공한 그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

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3대 축제로 일컬어지는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 아비뇽 연극

축제,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현장에서 축제만을 위해 새로 지은 고정 시설물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면 여러분들은 믿어 줄지 모르겠다.

 

절묘한 공간 마케팅을 통해 옛 성곽이나 성당 등 역사적 건축물이나 광장 등을 활용하거나, 조

립식 관람석을 준비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 축제들이 내뿜고 있는 소프트웨어적 위력은 실

로 압도적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꼭 필요한 요

소가 있다. 개발된 소프트웨어에 지역 축제에 대한 지역민들의 열정이 보태어져야 한

다. 지역축제가 월드 페스티벌로 커 나가기 위해서는 특히 이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민들

만의 신명과 열정이 온 지역에 출렁거릴 때 비로소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축제로 거

듭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각 지역의 여건을 고려할 때 지역민들의 열정만으로 소프트웨어적 경쟁력을 제

대로 확보할 수 없다고 본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소재와 프로그램을 발굴·개발하고 이를 고부

가가치상품으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손과 머리’가 먼저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소재

라도 아마추어들이 대충 처리할 경우 문화상품으로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이

다.


따라서 기획, 이벤트, 홍보 등의 분야에서는 특히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

다. 단기적으로는 소수 전문·실무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전문 민

간 인력을 육성,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안동탈춤축제의 경우 민간축제추진조직인 ‘축제집행위원회’와 ‘사무국’에 소수 전문·실무인력

을 참여시키면서 한편으로 일회성의 ‘탈춤 도우미제’ 대신 상설 ‘탈춤회원제’를 도입하여 장기

적 차원에서 지역축제에 필요한 전문·실무인력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3. 지역경제와 연계시킨 마케팅 전략 미흡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축제의 기본적 연행구도가 아직도 국내

외 탈춤공연단의 탈춤을 보여주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축제는 그저 바라보기

만 하는 구경꾼으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문화행위이다. 지역민들의 삶에서 온전히 녹아난 얼과

몸짓이 즐거운 가치를 유발시켜 낼 때 비로소 축제다운 축제로 살아날 것이다.

 

따라서 안동에서는 다수의 지역민들이 참여하는 ‘읍·면별 풍물경연대회’에 잡색적인 요소를 강

조하고, 학생들의 창작탈춤경연을 활성화시켜 나가면서 장차는 이 두 가지를 결합시켜 초대형

주민탈춤경연의 열기를 높여 나간다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안동탈춤축제도 브라질 리우의

삼바축제나 일본 고치시의 요사코이 마쓰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폭발적인 지역민들의 신

명과 해방감을 기대해 본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은 이외에도 많다. ‘지역경제와 연계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 미비’, ‘백화점식의 잡다한 판 벌임’ 등등 대부분의 우리나라 지역 축제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하게 시인한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

하지 못한 축제를 이 땅에 뿌리 내렸듯이 이러한 문제들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

로 믿는다.

 

4. 그 지역만의 색깔과 맛이 녹아있어야 세계화 축제

 

안동 탈춤축제 외에도 다수의 지역축제들이 이미 세계화의 가능성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도 문화관광부의 전국 축제평가에서 안동탈춤축제와 함께 전국 최우수문화

관광축제로 선정된 진주남강유등축제, 김제지평선축제, 강진청자문화제, 보령머드축제를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우수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춘천국제마임축제, 함평나비축

제, 하동야생차문화축제, 무주반딧불축제, 금산인삼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양양송이축제, 부

산자갈치축제, 강경젓갈축제 등 9개 지역축제는 물론, 13개 유망축제나 25개 예비축제 중에서

도 세계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역축제들이 많다고 본다.


그러나 이상의 축제들도 세계적인 지역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

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이 사실이다.


그럼 이들 축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세계화의 과제들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세계화에

앞서 철저한 지방화를 통해 자기 지역만의 독창성을 지닌 지역축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국제’ 등의 수식어가 붙어있는 축제들의 명칭에서 보듯 섣부른 세계화를 꿈꾸고 있는

지역축제들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명칭을 통해 겉으로만 세계화를 표방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외국 공연팀과 외국인들을

초청한다고 해서 손쉽게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니 ‘국제’니 하는 명

칭을 굳이 달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축제가 진정한 세계축제인 것이다. 실

제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부분의 유명 축제들은 ‘세계’니 ‘국제’니 하는 명칭을 쓰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지방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지방화가 전제되지 않은 세계화

는 참으로 공허한 개념일 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세

계화와 지방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불가분의 개념이다. 따라서 ‘지역축제의 세계화’보다는 세

계화(globalization)와 지방화(localization)의 개념을 결합하여 ‘지역축제의 세방화

(glocalization)’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 나라, 자기 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공연이나 이벤트를 굳이 한국까지 와서 보고

자 하는 어리석은 외국인들은 없을 것이다. 세계인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그 지역

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그 지역만의 색깔과 맛이 녹아있는 그런 축제일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

에 앞서 지역적 정체성을 확보한 축제, 지역민들의 신명이 넘쳐나는 축제, 지역민들과 방문객

들이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세계축제’니 ‘국제축제’니 하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축제의 본모습을 상실한 외화내빈형의 지역

축제로는 결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안동탈춤축제 역시 이러한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를 선도하는 우리나라 최우수 축제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지역민

들과 방문객들이 진정으로 몰입할 수 있는 난장, 파격이 중요한 탈춤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5. 지역상품보다 지역 이미지 마케팅이 효율적

 

지역축제의 경우 축제 전 과정이나 축제 전 부문에 걸쳐 완벽을 기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따라

서 월드 페스티벌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축제 유형별 성공 포인트를 중심으로 한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


예컨대 탈춤, 연극, 음악, 무용, 퍼레이드 등을 소재로 한 공연·연출형 축제의 경우 공연프로그

램, 조명, 음향 등의 공연 연출력과 공연장소, 공연시간 등의 연출환경, 그리고 지역민과 방문

객의 몰입도 이 세 가지가 축제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영국 에든버러 군악축제의 경우 지역민으로 구성된 전통군악대와 옛 성문, 그리고 야간시간대

를 활용한 절묘한 조명과 음향 등,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매력이 전 세계로부

터 수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지역축제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형 축제의 경우 소재와 지역

이 지닌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마케팅하려는 노력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축제들의 소재를 보면 인삼, 송이, 과일, 차, 고추, 쌀,

한약재 등의 농림산물이나 젓갈, 생선, 물고기 등의 수산물 그리고 도자기, 모시, 한지 등의 지

역특산물 등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소재도 매우 다양하고 지역 특산물로서도 이미 상당한 경

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역축제 중 가장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는 유형

에 속한다고 본다.


이 유형의 축제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축제소재를 통해 방문객들에게 지

역의 이미지를 팔기보다는 해당 상품의 판매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축제의 성공여부는 이처럼 지역의 이미지를 어떻게 마케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

다. 전자상거래나 홈쇼핑이 일상화된 오늘날, 축제현장에서 지역 특산물의 판매에 급급하지 않

더라도, 지역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마케팅할 수만 있다면 지역특산물의 지속적 판매는

물론, 지역의 관광·문화산업 육성 효과도 크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주민 경연형 축제의 경우, 참여를 통한 ‘일

상의 탈출기회 부여’ 및 ‘경연의 치열성’을 높일 수 있도록 경연방식, 시상제도 등을 먼저 검토

해 보고, 지역민과 방문객들을 어떻게 축제에 몰입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축제를 통하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일탈의 카타르시스와 경연을 통하지 않고서는 맛볼 수

없는 우승의 환희, 이 두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가까운 일본 고치시의 요사코이마쓰리에서 이와 같은 성공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최근 천안

시에서 개최하기 시작한 ‘천안흥타령축제’도 이유형에 속하는 축제의 하나로 앞으로 주목할 만

한 성장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6. 주민의 열정적 참여 통한 일상의 탈출기회 부여해야

 

월드 페스티벌은 결코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축제에 대한 발상을 전

환하여 해당 지역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 등 부존자원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발견하도록 노력해

보자. 그리고 자기 지역만의 색깔과 맛을 내기위한 소프트웨어와 기발한 아이디어 개발에 힘쓰

자. 그리고 지역민들을 앞장 세우자.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 이다’,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방적으로 행동하자’ 등등 우리

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단순한 세계화 논리들을 항상 잊지 말고 지역축제를 키워나가자.


이상과 같은 전제에 충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신명과 환희가 넘치는 새로운 축제마당을 세계

로 향해 하나 둘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 안동대학교 남치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