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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박람회로 본 지역축제

은바리라이프 2008. 1. 10. 09:39

류정아 |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정책팀장

한국의 지역축제를 한자리에

지난 4월 1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BEXCO,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제1회 대한민국축제박람회가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축제박람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화관광부·한국관광공사·전국시도지사협의회·YTN·한국관광중앙협의회·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KBS부산방송본부·부산일보·국제신문 등이 후원하여 10일 동안 지역축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한 곳에 끌어 모았다.
이 박람회에 참여한 축제들은 모두 112개로, 여기에는 문화관광부 지정 우수 문화관광축제를 비롯하여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들이 포함되었다. 각 지역축제 부스에는 축제와 관련된 홍보물이 전시·배포되고 있었으며, 각 시·도별로 인근 지역의 축제와 지역관광 안내서가 배부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축제 관련 상품이 판매되기도 하였고, 축제와 관련한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일반 지역축제와 마찬가지로 전통문화체험의 마당이 설치되어 팽이치기나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의 전통민속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었고, 탈 모형에 색칠을 하거나 지역특산음식을 맛볼 수도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도 하였다.
축제 기간 동안 벌어진 행사들로는 오케스트라 연주, 사물놀이, 전통놀이 재현, 전통혼례(실제 결혼식 거행), 북한의 백두한라예술단 공연, 풍물패 놀이, 외줄타기 공연, 국악연구, 전통 퍼포먼스, 무용단 공연, 대중음악 공연, 마술쇼 등 현대적인 공연물과 전통적인 공연물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소개되었다.
이 행사의 가장 큰 목적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현재 지역축제의 모습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동시다발적인 홍보효과를 노리고자 하는 것이었으며, 여기서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행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지역축제의 발전상과 그것이 각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일반인들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희되고 있는 지역축제는 많게는 1200개, 적게는 900개 정도로 집계되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본 행사에서 소개된 축제는 전체 지역축제의 극히 작은 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대표할 만한 축제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 100여개의 축제의 내용이나 지향하는 바가 현재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축제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문화관광부, 지역축제에 3억에서 5천만 원까지 지원

1995년부터 문화관광부의 관광국은 외래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관광상품으로 개발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지역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과거 문화정책국 소관으로 지원되던 지역 전통민속축제에 대한 지원인 지역특성화 사업은 최근 국고보조사업 정비에 따라 2005년부터 지방 이양되었다. 그리고 예술제, 연극제, 영화제, EXPO 등 축제의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소관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의 사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로 지원되고 있는 축제의 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예비축제로 지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많게는 3억에서 적게는 5000만 원까지 지역축제에 대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예비축제의 수가 매년 늘어날 전망이어서, 비록 당장은 재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정지원축제들에 진입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축제 속의 문화관광축제




지역의 발전과 지역축제의 발전이 거의 동의어로 사용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축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심뿐만 아니라 지역 내의 관심 또한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5공화국 이후부터 지역 혹은 지방문화 활성화가 국가의 문화정책의 주요 근간이 되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6공화국에도 그대로 이어지면서 이제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지역축제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지역축제의 관광상품화’로, 모든 지역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그 모양새를 바꿔가면서 관광상품화 전략이 대부분 축제의 기본틀이 되어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993년 문민정부의 등장과 지방자치제의 실시가 지역축제 확산의 결정적 계기였다. 이 때부터 지역 발전의 전략으로 지역축제가 사용되면서 지역축제의 본질이 왜곡되기 시작해서 현재는 그 방향을 다시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문화를 관광산업과 연계시키는 전략을 세워, 관광산업을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신산업의 하나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축제도 문화관광산업과 연계되기 시작하면서도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띄게 증가되어, 급기야는 지역축제의 발전방향이 본래 지역축제가 가야 하는 방향에서 상당한 정도 궤도 이탈을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지역축제에 대한 시급한 방향 제시의 필요성이 도처에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지역축제 지원으로 지역축제의 일정 부분이 상당한 정도 발전한 것은 사실이고, 전 국가적으로 축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으로도 그 성과는 훌륭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축제 발전이 지역 발전의 논리와 연결되면서 지역축제가 본래 가지고 있던 축제의 고유성이 상실되면서 예산사용의 비효율성, 축제의 관 주도성, 지자체 간 경쟁심리 유도 등의 부정적인 면이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축제의 본질적 문화 가치 인정하며 추진돼야

국가의 대표 축제를 개발하는 문제와 지역축제의 발전은 서로 다른 논리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축제의 발전을 단선적인 시각으로만은 볼 수 없다. 이미 상당한 정도 궤도이탈을 인정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서, 축제 속에서 표현되어야 하는 ‘참여’, ‘유희성’, ‘자발성’ 등에 대한 공감대의 마련, 즉 지역축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나 토대의 마련을 위한 우회적 지원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지역축제의 가치는 외래 관광객의 유치와 지역 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의 고유문화가 발현되는 본질적인 가치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의 축제 지원도 이러한 축제의 본질적인 가치가 보존될 수 있는 기본방향을 견지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 선정의 객관적인 기준을 확보하기 위한 평가를 통해서 자칫 다양한 지역 문화의 표출인 지역 축제가 획일화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축제지원의 법적근거가 되고 있는 “관광흥법” 제46조 4항, 제71조 1항과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문제기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축제가 가지는 문화적 본질보다는 축제가 가져오는 2차적인 파급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지역축제를 관광상품으로 보고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축제 육성 및 지원에 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2004년부터는 축제에 대한 재정지원이 문화관광부 일반회계가 아닌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제5조(기금의용도)에 근거하여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것도 축제를 관광상품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축제 지원 근거 관련법과 관련하여 현재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종류의 축제 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축제가 가지는 본질적인 문화적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동일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은 분명하다.
지역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각 자치단체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005년부터 국고보조사업 정비에 따라 소규모 지역축제에 대한 지원은 지방으로 이양되어 자치단체의 자율성이 더욱 확대되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축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공공 부문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축제에 참여하는 민간 부문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축제의 본질과는 달리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축제에 미치는 부작용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각 자치단체는 축제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여 지속적으로 축제를 시행하고 축제 관련 조직, 운영 등 축제 시행과 관련된 제반 사항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있다. 이것은 축제 시행을 위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자칫 그 방향이 획일화되었을 때 축제를 관 주도의 관례적인 행사로 취급하게 되어 지역축제가 가지는 문화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역축제에 있어서 각 자치단체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지역주민이 축제의 주체가 되고, 지역의 문화적 전통성에 기초한 축제가 자생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에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구체화되지 않을 시에, 우리는 거의 모든 지역축제가 관광축제가 되거나 또는 더 나아가 관광상품으로 변질되어 지역주민이 축제로부터 영원히 소외되는 것을 무력하게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될 것임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