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국산(水道局山) 달동네 박물관(인천 송현동 163)
![]() ![]() 2007/12/23 23:27 |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고달프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리운 사람들의 마을
수도국산 달동네.
인천시 송림동에는 수도국산(水道局山) 달동네 박물관이라는 이름도 참 특이한 박물관이 하나 있습니다.
2년 전 처음 개관 소식을 듣고 수도국산이 무슨 의미일까도 궁금하고, 달동네 박물관이라는 것도 낯설어
한번 찾아가야지 하다가 해를 두 번이나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박물관을 가려던 것은 아니었고 인천 학생 교육문화회관에서 전시중인 2007 국제인천여성미술
비엔날레를 보려고 동인천역에 갔다가 동인천 역사에 표시된 박물관의 지명을 보고 갑자기 가게 된것입
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우연은 아니었겠지요.
수도국산(水道局山)은 인천 동구의 동인천역 뒤에 위치한 산으로, 일제 강점기인 1909년 산꼭대기에 있
던 수도국(水道局)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옛 이름은 소나무가 많다고 하여 송림산(松林山) 혹은 만수산
(萬壽山)이라고 하였습니다.
개항기 이후 일본인들이 중구 전동 지역에 살게 되자 그곳에 살던 조선인들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수
도국산은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이어 한국전쟁(6.25)때에는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지방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5만 5천여평 규모의 산꼭대기까지 3천 여 가구가 모둠살이 하면서 이곳은 인천의 전형적인 달동네가 되
었는데 현재 이곳은 아파트 단지와 공원으로 변모하여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인천 동구청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고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는 수도국산달동네의 삶을 되살리고자
2005년 10월 25일 달동네터에 박물관을 건립하였습니다. 주로 1960년대~1970년대 달동네의 모습을 재
현 시켰는데 박물관은 지하철 동인천역 4번출구(중앙시장쪽)에서 도보로 10분(송현시장에서 600m), 시
내버스는 복음병원이나 미림극장에서 하차하면 도보로 약 7분정도 걸립니다.(2, 3, 12, 16, 41, 46, 62번)
t솔빛주공 1차 아파트를 지나 가파른 언덕을 힘들게 올라가면 그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박물관의 외형은
날렵한 배 모양으로 꽤 모던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주변경관과는 좀 안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 ~ 오후 6시, 관람료는 500원, 300원, 200원(어른, 청소년, 어린이)이고 매주 월요일
은 휴관입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매표소인 송림 복덕방이 있고 이곳에서 표를 끊은 후 오른쪽 방향으로 부터 관
람이 시작됩니다.
박물관에는 송현동이 재개발될때 그곳에 살던 주민들이 기증한 물건들과 수거된 물건들이 많다고 합니
다. 30~40대라면 금방 이 추억의 교복을 알아보겠지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권상우와 이정진
이 입고 청춘의 고뇌를 삼키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은율솜틀집 앞으로 한 무리의 가족 방문객이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유난히
가족단위의 방문객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박물관 전시실에서는 20분에 한번씩 낮에서 밤으로 시간
체험이 가능합니다.
미니 연탄집입니다. 가난한 달동네의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겨울용품인데 한동안 하향
길이던 연탄공장이 IMF이후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저역시 연탄을
사용했는데 가끔 그 뜨끈뜨끈한 구들장이 그립습니다.
달동네 입구의 구멍가게 입니다. 지금이야 조악한 물건으로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참 귀한 물건들이었습
니다. 오는날 부족함 없는 넘치는 풍요 앞에서 왜 가난했던 그때가 짠하니 아름답게 그리워질까요.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았던 그때 그 시절이었습니다.
인천은 한때 전국에서 성냥공장으로 유명했는데 이때 모은 돈이 인천 경기를 흥청거리가 했던 때가 있
었다고 합니다.
툇마루에 있는 할머니의 흰 고무신과 사기 요강의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달동네 집들의 특징 중 하나가 좁은 방과 낮은 천장이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
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겠지요. 사진이 귀했던 시절 어느 집이나 마루나 안방에 결렸던 사진
첩도 반갑습니다.
박물관에는 평일에는 주로 학생들이 휴일에는 가족 단위의 방문자가 많다고 합니다. 하루 세
차례 이루어지는 단체관람자에게는 자원봉사자의 설명도 들을 수 있는데 해설사 최선생님도
그 분중의 한분이십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으니 어렴풋하던 달동네가 한발 더 가까이 다
가오는 것 같습니다.
1960년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군용벤또도 보이고 추억의 삼양라면도 보입니다.
박물관 곳곳에는 방문객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 중의 한 곳입니다. 누구든 이 공간에 들어
가면 시키지 않아도 윗단추 한두개 푼 교복을 입고 삐딱하게 모자를 쓰고 가방을 옆구리에 끼는 그 폼이
나옵니다. 방문자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곳입니다.
집집마다 텔레비젼이 없던 시절 김일이나 역도산의 레슬링이 벌어지는 날이면 온 마을 사람들이 한 집
에 모여 텔레비젼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밝음과 어둠이 함께 공존합니다. 개발이라는 논리하에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 버렸는지요. 세상은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
왜 우리는 잃고 나서야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닳게될까요.
2007년의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가 고만할때 가지고 놀았던 물건들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컴퓨터가 주 놀이대상인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때의 그 물건들은 가슴으로 통할까요.
박물관이 위치한 송림동은 아직도 달동네가 남아 있는 동네입니다. 좁고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
지만 집집마다 마당에서는 채소나 꽃을 기르고 낮은 담이나 대문은 경계 이외의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
입니다. 이쪽 지대가 높아서 언덕위에 오르면 멀리 월미도까지 보입니다. 겨울에는 꽤 바람이 차갑습니
다.
성탄절을 이틀 앞둔 송림동 교회의 풍경입니다.
<누가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 요한일서(4장20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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