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와 전망
이요훈│민예총 문예정보화 사업단 기획팀장
1. 사이버인가 사이비인가
사이버 교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얼마 전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9개 사이버 대학들이 정부의 인가를 받고 정식 개교했으며, 중고등학생의 학습을 도와주는 사이트들을 비롯, 현실 공간에서 존재하는 여러 학원들과 강좌들이 속속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왜일까? 잠깐 살펴보자면, 첫 번째는 인터넷이 원래 가지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원하는 내용을 저렴하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또 하나는 유명한 선생님들의 강의나, 실제로 접하기 힘든 내용의 다양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스 페이스는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기 힘들었던 것들을 쉽게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세 번째는 인터넷의 멀티미디어적인 속성을 이용한 입체적인 강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은 손쉽게 시청각적인 강의가 가능하다. 사이버 교육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울 경우, 인터넷에서 실재와 거의 똑같이 재현되는 화면을 통해 자신이 직접 해보는 것과 같은 효과의 학습이 가능하다. 네 번째는, 아마 이 이유로 사이버 교육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꽤 되겠지만, 인터넷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 ‘수익성’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요구하는 현재의 추세에 있어서,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분야가 바로 사이버 교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버 교육은 정말 장점만으로 가득한 분야일까. 위처럼 장점만 잔뜩 열거하면 대단할 것 같지만, 사실 교육이란 것은 인간의 맘처럼 그리 쉽게 되지 않는 분야이다. 흔히 배우는 모습을 ‘혼자’ 공부하거나 ‘사람과 만나서’ 배우거나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위에 말한 사이버 교육의 장점은 마치 사이버 교육이 ‘사람과 만나서’ 또는 ‘여럿이 함께’ 배우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 수가 있다. 하지만 사이버 교육은 아직까지 기본적으로 ‘혼자’ 공부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하다. 사이버 교육은 결국 쓸모 없는 교육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하거나, 그 안에 내재한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사이버 교육이 사이버 교육다운 모습,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있다. 하물며 암기나 이해가 아닌,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예술을 공부하는 것이야 두말 해 무엇할까.
2. 사이버 문화예술 교육의 현재 상황
그래서일까? 정신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사이버 교육 사이트들 가운데에서 문화예술을 배우자고 이야기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먼저 정식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사이버 대학(남한에서 사이버 대학이란 명칭은 이들만 사용할 수가 있다)들을 살펴보자. 9개 사이버 대학 가운데 문화예술에 관련된 학과는 한국 디지털 대학의 문화예술학과, 경희 사이버 대학의 디지털 문예창작학과, 서울 사이버 대학의 문화정책학과, 세계 사이버 대학의 실용음악학과 정도다. 나머지 과목들은 기존의 사이버 교육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e-비지니스 등의 실용주의 학과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다른 일반 사설(?) 교육 사이트들은 어떨까? 여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21세기형 디지털 문화예술 공동체”를 목표로 오픈한 ‘디지털 문화예술 아카데미(http://www. artnstudy.com)’나 스칼라피아(http://www.scholarpia.com)의 문화&생활 파트 강좌. 네튜니(http://www.netuni.net)의 인문학 강좌들이 그나마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디자인이나 음악 등 세부 장르별로 들어가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사이버 아트 센터(http://www.cyberartcenter.com)를 비롯, 생활 속의 미술을 추구하는 에듀아트(http://www. eduart.net) 등은 어느 정도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갖추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문화예술 사이트들 가운데에도 뛰어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곳이 가끔 발견된다. 변준민의 컴퓨터 음악(http://commusic.co.kr)에서는 실제 연주와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음악인의 강의를 들을 수가 있으며, 조성진의 몸짓(http://www.jomime.net)은 자신의 마임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일본의 마임 교본을 번역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속도는 조금 느리다). 이용욱의 사이버 문학관(http://myhome.shinbiro.com/~icerain)에서는 자신의 강의 내용과 사이버 문학에 관한 글들을 읽을 수가 있다.
하지만, 아직 사이버는 사이버가 아니다.
인터넷 상에는 많은 사이버 문예교육 사이트들이 있고, 그들 가운데는 때로 양질의 내용물을 가진 사이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가진 내용은 책 몇 권이나 학교 강의 한두 개와는 비교할 수 없으며, 어떤 면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많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사이버 교육에 대한 느낌은, 위태롭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사이버 문예교육이 뛰어난 내용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스페이스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내용을 창조하지 못하고 인터넷을 단순히 하나의 ‘미디어’로 이용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나는 사이버 교육에 적용되는 인터넷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크게 다음의 네 가지로 생각한다.
1) 멀티미디어적인 강의
2)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화된 수강 환경
3) 교수와 학생의 소통 증대
4)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호 교류
첫 번째인 멀티미디어적 강의 환경은 모든 사이버 문예교육 사이트들이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사이버 강의 자체가 다른 강의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곳에서 동영상 강의를 실시중이며, 가상 칠판 등의 교육 도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곳이 많다. 두 번째인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화된 수강 환경도 많은 곳에서 도입하고 있다(몇몇 컴퓨터 자격증 시험은 아예 컴퓨터로만 이뤄지기도 한다. 조만간 Toeic 시험도 컴퓨터로만 이뤄진다고 한다). 자신의 출석 여부와 수업의 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 등 디지털화된 수강 환경은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것과는 다르게 컴퓨터가 하나의 비서가 되어 수업을 위한 준비들을 끝마쳐 준다.
하지만 세 번째와 네 번째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물론 많은 교육 사이트에선 커뮤니티의 형성을 돕고 교수와 학생의 소통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실제 상황은 별로 그렇지 않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엉망이다. 상호작용(Interactive)은 결코 수강자가 몇 번 마우스로 클릭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의는 평면적이며, 그 사이트에서 그 강사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마치 예전에 히트했던 ‘EBS TV 과외’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래서야 책 사 놓고 혼자 공부하는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물론, 많은 사이트에선 책으로 출간해도 하나 다르지 않을 내용의 Text만을 쭉 나열하고선 사이버 교육을 추구한다! 라고 외치고 있기도 하다)?
커뮤니티 같은 내용을 배우는 학습자들의 공동체 형성 역시 마찬가지다. 남한의 PC통신망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듯이, 수많은 자발적 참여자들의 움직임은 뛰어난 사람 한 명이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PC통신망에서 제공하는 컨텐츠의 대부분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수집하고 가공하여 제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사이버 문예교육 환경에서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비자발적인 커뮤니티의 형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초기의 몇몇 대학에서 미리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몇몇 게시판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만한 공간, 그리고 화제가 도출될 만한 내용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3.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위하여
그것은 사이버 강의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교육 방법에 비해 심각한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이버 교육이 ‘교육자’의 입장이 아닌 ‘학습자’의 입장에서 존재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속에서 잘 드러난다. 다시 말해 사이버 교육은 아직까지 ‘혼자’ 공부하는 것이기에 학습자의 의지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사이버 문예교육의 장점과 한계 역시 여기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혼자’ 공부하는 것을 ‘사람과 만나서’ 배우거나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단계로 바꿀 수는 없을까? 앞으로 사이버 문예 교육의 성패는 이 과정을 어떻게 전화시키는가에 달려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놓인다고 해도, 지금의 의무 교육 체제처럼 사이버 문예교육을 강제로 듣게 만드는 방법은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이버 교육은 분명 긍정적이다. 지역과 나이, 성별(性別)의 차이를 넘어선 평생 학습의 장이 될 수가 있다. 교수와 학생은 평등하게 소통할 수 있으며, 교실 안의 수업에서는 찾기 힘든 여러 자료들을 하이퍼링크된 목록을 통해 쉽게 보고 듣고 접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쥐어주는 것은 누가 뭐래도 사이버 교육뿐이다. 하지만 단순히 허울좋은 말뿐이 되지 않으려면? 나는 다음의 세 사이트를 찾아가 살펴볼 것을 권한다. 물론 다음의 사이트가 엄청나게 잘하고 있다거나, 바로 이런 방식이 사이버 교육의 희망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씨앗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키위키 한국 사용자 모임 : http://korea.swiki.net
온라인 학습도구(?) 위키위키(Wikiwiki)의 한국 사용자 모임. 위키위키의 핵심적 특징은 다른 웹 커뮤니티에서 문제로 여기고 금기시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익명의 글이나, 남이 쓴 글에 대한 수정 권한이 오히려 위키위키에서는 더 많은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참여자들의 수준 높은 자율적 사고(autonomous thinking)가 뒷받침돼야만 한다.
·소피의 철학 카페 http://www.sophie.co.kr/
현암사에서 운영하는 책과 연계된 철학 토론 사이트.
·책 읽어주는 남자( http://cafe.daum.net/aibelleem/ )
다음넷에 개설된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이름의 카페(커뮤니티). 주인장(시삽)이 매번 한 권의 책을 정해 그 내용을 메일로 전달해 주고, 자기가 읽은 책과 읽고 싶은 책에 관하여 게시판을 통해 토론을 한다. 가끔 가다 오프라인에서 만나 술을 먹기도 한다.
부록. 사이버 세종대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온라인 교육에 대한 자가 진단표
http://www.cybersejong.ac.kr/preparation/online_me/index.htm
- 이 진단표에 대한 결과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Yes와 No로 해주시면 됩니다. Yes인 대답이 많을수록 온라인 교육에 적합한 성격(?)으로 판단됩니다. 자세한 진단과 평가는 위의 주소로 연결하여 보세요.
1. 수강하고자 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은 나의 전공이나 직업에 필요한 과정이다.
2. 나에게 필요한 기술이나 학문을 학습하기 위해서 온라인 교육은 유일한 선택이다.
3. 나는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방식은 오프라인상의 전통적인 교육방식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4. 나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적어도 1시간 이상씩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5. 나는 MS 워드, 스트레드시트와 같은 오피스 프로그램 사용, 프로그램 설치, 파일관리 방법에 대한 지식이 있다.
6. 나는 이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7. 나는 웹상에서 정보검색을 하며, World Wide Web상의 정보 검색이 가능하다.
8. 나는 독자적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9. 나는 뛰어난 읽기 능력이 있으며, 이해가 쉽게 이루어진다.
10. 나는 추가 설명 없이도 서면으로 보여지는 지시사항을 따라 할 수 있다.
11. 나는 쓰고자 하는 것을 쉽게 작성할 수 있는 쓰기 능력을 가지고 있다.
12. 나는 온라인 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에 익숙하다.
13. 나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기력이 있다.
14. 나는 중요도에 따라 일 수행에 익숙하여 제 시간에 해야 할 부분을 끝낼 수 있다.
15. 나는 수강하는 온라인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적어도 기존 오프라인 교육과정에서 할당했던 만큼의 시간을 배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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