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작년 디카에세이 부문에 당선된 정지영씨.
저는 3년 정도 꾸준히 찍은 사진을 응모했었습니다. 심사위원께서도 그 점을 높게 평가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각적이고 색이 예쁜 사진들을 좋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의 에세이가 만들어지기 힘듭니다. 먼저 의미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피사체에 끈기 있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몇 년간 찍는 동안 현장 사무소에 가서 부탁도 해보았고 여러 번 내쫓기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를 내쫓은 사람들은 제가 무척이나 귀찮고 방해되는 존재였을 텐데, 혹시 그때 찍은 사진들로 상을 탄 것을 아는지 궁금해집니다.
좋은 사진이 좋은 글을 만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저는 준비 기간이 짧아 좋은 글을 쓰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포토에세이 부문에 응모할 작정이라면 시간을 갖고 준비해서 저와 같은 후회는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경우에는 특히 60~70년대 도시소설을 읽었던 것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의 도시소설에서 공통적으로 아파트 공간에 대한 반감이 드러나는데 아파트에 둘러싸여 살던 저의 감성은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 대한 다른 감성을 살펴볼 기회가 없었다면 ‘아파트가 자란다’는 느낌은 갖지 못했을 겁니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이 잡은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으러 서점으로 달려 가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진실성입니다. 포토에세이는 패션잡지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도 없이 예쁘게 꾸며진 사진에 그럴싸한 말을 덧붙인 것들을 포토에세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제에 대한 고민 없이 접근한 사진들도 보기 좋지 않습니다. 그저 스치다가 찍은 노숙자나 노인의 사진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아무쪼록 진실성 있는 좋은 작품이 당선되기를 기대하며 연말을 기다리겠습니다.
입력 : 2007.11.19 00:46
'GG뉴스 > 문화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예창작]사이버 문예창작 ◁ (0) | 2008.01.01 |
---|---|
네티즌 누구나 참여하는 ‘국민 백일장’ (0) | 2007.12.27 |
디카 에세이, 블로거, 댓글… 사이버 신춘문예에도 응모작 몰려 (0) | 2007.12.27 |
사이버 문예가 활짝 피었다 조선일보 사이버 신춘문예 심사 끝나… “놀랄 (0) | 2007.12.27 |
조선일보 사이버 백일장이 열립니다 (0) | 2007.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