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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트렌드, 그리고 '들러리80'이 부상하는 시대

은바리라이프 2007. 12. 12. 10:26

 

UCC 트렌드, 그리고 '들러리80'이 부상하는 시대

2007-01-10 ㅣ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지난해 인터넷 산업의 최대 화두는 단연 '사용자 제작컨텐츠(UCC, User Created Contents)'였다.  이를 입증할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미쳤고 UCC의 대명사로도 통하는 동영상 전문업체 ‘유튜브’가 대표 검색업체인 구글에 약 1조 5200억 원에 인수되어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사용자 제작 컨텐츠(UCC)가 업계의 화두로


타임지는 2006년 ‘올해 가장 중요한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하면서, 1) 전세계 미디어를 장악하고, 2) 새로운 디지털 민주주의를 개척했으며, 3) 아무런 대가 없이 각자의 영역에서 기존 전문가들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룬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대표 웹사이트로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유튜브, 그리고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를 거명했다.(실제 투표결과 1위 인물은 차베스였는데 경영진에서 의도적으로 바꿨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YOU를 선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블로그’는 웹스터 사전이 200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멀지 않은 최근의 일이다.


UCC란 문자 그대로 일반 네티즌이 직접 만든 컨텐츠이다. 이를 인터넷 공간에 직접 게재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자는 것이 UCC 서비스이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동영상 UCC로 대표되기는 하지만,  블로그, 인터넷 카페, 싸이월드, 지식검색 등도 크게 보면 같은 궤도를 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탄생하면서 내걸었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개념도 다르지 않다. 인터넷 신문이 독자의 댓글이나 네티즌 편집판 등을 비중 있게 처리해 주는 것도 동일하다. ‘생활정치’를 주창하며 평범한 다수가 정치를 바꾸자고 나서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초창기 ‘노사모’나 ‘개혁당’의 취지도 동일한 정신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UCC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컨텐츠의 질 저하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지적 재산권 문제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UCC의 발전과 성숙과정에서 극복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극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그런데 이처럼 ‘평범한 다수의 생활세계에서 나온 창작’이 주목을 받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지배적 경제논리인 신자유주의(주주자본주의)와 정면으로 위배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이식된 신자유주의주의 시스템은 실상 극단적인 엘리트주의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한국은 ‘20%가 80%를 먹여 살린다’고 하는 파레토 법칙을 국민들에게 참혹하게 적용해왔다.


IMF 관리체제를 전후로 하여 기업들은 앞다투어 핵심인력만을 정규직으로 끌어안고 이들에게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필요하다면 중소기업의 인재를 끌어오거나 아예 잘 되는 기업의 부서를 통째로 인수하기도 했다. 대신 대부분의 평범한 직장인들을 임시직으로, 계약직으로, 비정규직으로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으로 바꾸었다. 노동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지난 10년간의 양극화 사회와 비정규직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내부 인력관리만이 아니다. 외부의 기업 마케팅도 이런 방식으로 전환했다.  외국자본이 인수한 초기 제일은행은 10만 원 미만의 돈 안 되는 계좌에 대해 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기업들은 너도 나도 돈 안 되고 품만 드는 매스마케팅을 포기하고 로열층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VIP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극소수 엘리트의 놀라운 창의력이 기업의 무궁무진한 활력이 될 거라는 계몽의 결과는 한국 국민경제의 전반적 잠재력 감소로 나타났다. 여전히 삼성을 비롯해 극소수 엘리트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을 증대시키며 ‘평범한’ 인력을 계속 줄이면서 이익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4800만 국민을 먹여살릴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고 국민경제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희망도 사라졌다.


평범한 다수의 창의성이 제대로 발현되는 사회로


엘리트의 지배력보다 다수의 창의성이 우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첨단산업인 인터넷 산업에서 이미 씨앗을 키워오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기존 서점에서 진열되기도 힘들었던 고서들을 판매하면서 파레토의 ‘80대 20’ 법칙을 깨고 ‘들러리 80%의 합이 핵심 20%를 능가’하는 수익률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아마존 판매도서의 39%는 부수랭킹 10만 등 이하의 니치상품이 차지한 것이다. 


파레토 법칙이 지배해왔던 현실 세계에서 그간 기업이나 사람들의 관심권 밖에 벗어나 있던 80%들이 UCC나 블로그 등을 통해 스스로 정보와 창조적 가치를 집적시키고 새로운 가치창출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평범한 대중의 지식이 모여 전문적 지식으로 진화하는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세상의 지식을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는 전 세계 네티즌에 의해 200여 개 언어로 작성되어 무료로 공개되는 온라인 백과사전이다. 2004년 항목수가 브리태니커 사전의 3배가 넘는 30만 건을 기록했고 하루 평균 조회수 870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마케팅적 정책 생산을 하는 삼성경제연구소도 ‘블로그 자본주의’, ‘블로그 경영’이라는 개념을 선보인 바 있다. 블로그가 대량생산 - 대량소비의 산업구조를 혁신시키고 있는 흐름에 맞춰 기업경영자들은 블로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내부 인적자원 관리나 외부 마케팅에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UCC란 엘리트 중심의 사회에서 다수의 창의성 중심 사회로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의 산업적 표현이다. 일하는 다수, 평범한 다수의 창의성이 실제 영향력과 미래의 발전 동력을 열어가는 시대가 21세기이다. 동시에 다수인 80%를 이념적, 조직적, 제도적으로 배제해 왔던 신자유주의가 우리 생활과 미래의 방해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진보란 무엇인가. 진보는 인류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대변해야 하며, 시대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끌고 가야 한다. 진보는 신산업에서 서서히 자기 힘을 발휘하고 있는 평범한 다수의 창의적 능력과 집중된 힘에 신뢰를 보내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모델을 짜야 하며 그 모델을 실현시킬 방안도 그들에 의해 구상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진보에서조차 엘리트주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대중 주도형, 국민 주도형 정치의 시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어지럽다. 대통령이 개헌을 요구하면서 더욱 심해졌다.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국민이 쥐고 있음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함부로 국민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하면 국민은 받아들일 것이라고 많은 정치인들이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마땅히 선택할 여지를 정치인이 만들지 않으면 국민은 직접 정치지형을 바꿀 것이다. 그래도 정치권이 움직이지 않으면 과감히 그들 모두를 버리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 20년 전 못 배우고 독재의 칼날에 숨죽이던 국민이 아니다.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진보 역시 국민을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진정한 ‘국민 주도형 정치’를 고민하는 것이 옳다.


바야흐로 VIP 마케팅의 시대가 아니라 다시금 매스(MASS) 마케팅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대중(MASS)은 과거처럼 그냥 공급해 주는 대로 받는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MASS가 아니다. 결정은 MASS가 한다. 요구도 MASS가 한다.

출처 : [기타] 블로그 집필 -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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