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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명성왕후’ 연출가 겸 제작자 윤호진 에이콤 대표를 만나다

은바리라이프 2007. 11. 29. 11:27
뮤지컬 ‘명성왕후’ 연출가 겸 제작자 윤호진 에이콤 대표를 만나다

[2007.11.28 18:02]


'명성황후'는 지난 3월 창작뮤지컬로는 처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995년 초연 이래 매년 수개월 동안 꾸준히 공연되며 이제는 한번은 봐야 할 국민뮤지컬로 자리잡았다. 12월5∼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명성황후'는 이번에도 인터넷 티켓예매사이트의 최상위권에 올라있다.

"작품이 좋으니까 그렇죠. 음악과 볼거리, 감동을 함께 가진 뮤지컬은 그리 많지 않아요. 뉴욕타임스도 '명성황후'에 대해 어떤 국적의 관객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하지 않았습니까?"

28일 '명성황후' 공연을 앞두고 경복궁에서 만난 연출가 겸 제작자 윤호진(59)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뚝심의 사나이'라는 별명답게 그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내 처음으로 대형 창작뮤지컬을 시도, 지금의 뮤지컬 붐을 일으키는 데 초석을 놓았다. 그리고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캐나다 토론토 등 해외에서 '명성황후'를 선보이며 한국 뮤지컬의 위상을 높였다.

"국립극장 공연에 중국과 일본 프로듀서들이 옵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명성황후'의 해외 공연은 계속 추진할 생각입니다. 15주년이 되기 전에 프랑스 파리나 독일 베를린에서도 선보이고 싶어요."

국내에서 '명성황후'로 번 돈을 해외에서 다 까먹는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그럼 어때요? 나가서 국위선양하면 되죠"라며 웃는다. 하지만 아무리 '명성황후'가 수작이라고 해도 그가 이끄는 제작사 에이콤은 1997년 '겨울나그네', 2002년 '몽유도원도' 이후 별다른 작업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이 되는 2009년 공연을 목표로 현재 새로운 뮤지컬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명성황후'의 후속편이 될 것 같아요."

그가 구상하는 뮤지컬 '안중근'(가제)이 재미있고 가벼운 것을 추구하는 요즘 관객들의 취향에 맞을까. 이제 브랜드로 자리잡은 '명성황후'의 경우 초연 당시 최초의 대형 창작뮤지컬이라는 프리미엄과 당시 사회 전반을 휩쓸던 애국주의의 덕을 톡톡히 보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안중근을 구태의연한 영웅으로 그릴 생각은 없어요. 그런 이야기는 재미없잖아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그가 죽인 이토 히로부미의 '대동아공영'이 맞부딪치는 것을 중심축으로 할 겁니다. 다만 신앙과 애국으로 가득찬 안중근의 삶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별로 없기 때문에 나머지는 허구로 채워야죠. 예를 들어 안중근을 사랑하는 중국의 여성 항일운동가나 명성황후의 궁녀가 이토 히로부미의 여자가 되어 독립투사들을 돕는다는 내용이 첨가될 겁니다."

현재 '죽도록 달린다' '왕세자 실종사건' 등을 쓴 극작가 한아름과 함께 '안중근' 대본을 수정하고 있는 그는 소극장용 창작뮤지컬 3편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 3편 가운데 2편은 국내 젊은 연출가 작가 작곡가들이 만들고 있고, 1편은 런던에서 현지 창작자 그룹과 함께 '보이체크'를 뮤지컬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콘텐츠 싸움이 될 거예요. 즉 창작이 더 중요해진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싶습니다. 그게 선배인 제 역할이니까요."(02-575-6606).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