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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 컨페션

은바리라이프 2007. 11. 29. 09:12

창작뮤지컬 : 컨페션

October 5, 2006


작년 한해 호평을 받고 현재도 장기 공연중인 뮤지컬 <밑바닥에서>의 왕용범 연출, <뮤직 인 마이 하트>, <폴 인 러브>, <살인사건>의 작가/연출가 성재준의 대본, TV 배우 출신으로 최근까지 <아이 러브 유>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쳐 뮤지컬 배우로 거듭난 정성화, <그리스>, <드라큘라>를 통해 가창력을 선보인 여배우 윤공주 등 현재 뮤지컬 계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제작진/배우들이 만든 창작 뮤지컬 <컨페션>이 개막했다.

<컨페션>은 ‘피아노 바’인 변두리의 레일로드 카페를 배경으로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스타지망생 김태연(윤공주 분)과 청력을 잃어가는 ‘베토벤 증후군’을 앓고 있으면서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과거 무명시절 자신이 일했던 옛 카페를 찾아온 유명 가요 작곡가 이주현(정성화 분) 사이의 애틋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이주현의 헤어진 옛 예인이자 그의 곡으로 스타 가수가 된 이혜미(최우리 분)가 다시 나타나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결국 이주현은 새로운 사랑 대신 옛 사랑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근래에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가운데서 보기 드물게 진지한 주제를 택하고 있다. 작곡가에게 가장 큰 형벌인 청력 장애를 가진 이주현과 가수가 되고 싶지만 기회가 없는 변두리 까페의 웨이트리스 김태연의 첫 만남과 그의 옛 애인과의 삼자 구도는 일단 설득력이 있다. 거대하게 재현한 무대 셋트와 카페의 컨셉을 살린 철길 셋트 역시 크지 않은 충무아트홀 소극장 무대를 가득 채워 포만감이 들게 한다. 박초롱의 음악은 최근 창작뮤지컬 중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좋은 선율을 가졌다는 점도 이 작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무리수가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극의 무게중심이 분산되어 있다. 초반에는 김태연(윤공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가 싶더나 중반 이후에는 이주현(정성화)이 그 바톤을 이어받고 후반부에는 다시 뒤늦게 등장한 이혜미(최우리)에게 갑작스런 비중이 쏠린다. 특히 이혜미의 등장으로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이주현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간다는 결말이 급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려면, 그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뮤지컬 적인 장치가 필요한데, 가령 초반부에 이혜미가 정말 실력 있는 가수라는 것을 뮤지컬 시퀀스로 보여준다든지 현재 이주현과의 헤어짐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암시적인 장면을 부가시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앙상블들이 등장해서 환상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보인다. 가령 웨이트리스 김태연이 상상 속에서 스타가 되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다른 배우들이 완벽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그녀의 코러스 겸 백댄서 역할을 하지만, 노래와 춤이 끝난 후 현실의 카페로 돌아와서도 암전이 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극이 진행되는 장면은 뮤지컬의 기초 문법에 이탈해있다.

시각적으로 아기자기함을 주는 철길은 -제작진이 의도했건 안했건- 객석에서 보면 무대(김태연이 갇혀있는 카페)와 객석(드넓은 바깥세계)을 정확히 구분하는 경계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극 중반에 느닷없이 카페 사장이 관객들에게 맥주를 나눠주는 장면에서 철길을 건너는데 이 행위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부분은 PPL를 위해 극의 맥을 어쩔 수 없이 끊게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극 전체적으로 카페 안에서만 머물게 되는 설정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사랑의 진도가 더딤에도 불구하고 김태연이 카페안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면서 다음 장면이 계속 카페로 이어지게 된다. 철길 역시 초반에는 레일로드 카페의 인테리어의 느낌이 강한데 후반부에 실제 야외의 철길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조명을 비롯한 전체 분위기가 야외의 느낌이 들지 않아서 그나마 유일한 공간 이동의 재미가 희석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인터미션 없이 100분간 극을 진행하는 방식은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할 때 맞는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을 노래로서 살리기 위해서는 다소 작품의 분량이 짧은 면도 보인다. 이혜미의 갑작스런 등장 이후 기본 구도는 삼각관계로 바뀌지만 그 이전에 이주현은 김태연에게 마음을 흔들릴 정도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오로지 철길 장면 하나로 둘 사이가 급격하게 발전하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애초부터 둘 사이가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는 운명으로 설정되었고, 그래서 바로 이주현이 옛 애인에게 쉽게 돌아가 버린다면 이 작품은 스토리가 빈약한 작품이 되어 버릴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컨페션>은 좋은 주제와 설득력 있는 시놉시스를 가졌지만 작품의 컨셉과 무대 행위들이 묘하게 겉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극중 비중이 높은 세명의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장점이 크며, 최근 창작뮤지컬의 제작 붐을 이끌고 있는 제작진들이 계속해서 한국적인 주제와 설정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으로서 앞으로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