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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아티스트가 꿈 꾸는 길거리 공연 문화

은바리라이프 2007. 11. 21. 19:05
청계천아티스트가 꿈 꾸는 길거리 공연 문화


서울의 명소 청계천을 찾다. 청계천 방문객이 얼만 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그런데 이 방문객들 대부분이 청계천 중상류인 종로와 동대문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왜 하류는 찾지 않을까?” 단순한 궁금증에 청계천 하류를 찾았다. 황학동 거리를 지나 찾은 청계천 하류는 상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도심 한가운데 시골 개천을 옮겨 놓은 듯 온갖 나무와 들풀과 수초 등이 심어져 있다. 드문드문한 사람들, 나의 시선을 이리저리 빼앗는 분주함도 없다. 상류의 1초가 하류에서는 1분이랄까? 상류에서 흥겹게 삶을 즐겼다면 하류에서는 조용히 삶을 관망할 수 있다. 그리고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 속에 나는 작은 점임을 깨닫게 된다.

청계9가에 가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두물다리 밑에서 아티스트를 만나다 조용히 나의 사색을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멀리 다리 아래서 정겨운 사물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청계천아티스트 1기 ‘공새미 사물놀이 가족’이 한껏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얼마 전 직장도 그만두고 학교도 휴학하고 전 재산이던 아파트 전세금을 빼서 온 가족이 1년 동안 사물놀이 세계여행을 다녀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그 가족이다. 난 그들이 여행후기를 모아 출판한 ‘북치고 장구치고 떠난 세계여행’이란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청계9가에 가면 기분 좋은 만남이 있다

멋진 사물놀이 공연을 보다 힘찬 아빠 북, 부드러운 엄마 장구, 정다운 큰 딸 꽹과리, 씩씩한 아들 징, 귀여운 막내 딸 장구 이렇게 다섯 가족이 하나 되어 신명 나게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고, 두 남매의 승무북은 북의 궁편과 각편을 리드미컬하게 치며 손을 교차하면서 꽈배기로 치기도 하는 등 그 기교가 신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날 사물놀이는 가족의 소중함, 통일에 대한 염원과 월드컵 승승장구에 대한 기원 사설로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소장구를 치는 막내 딸이 그날 가장 많은 귀여움을 받았다.

청계9가에 가면 매달 한 번씩 공새미 가족의 사물놀이 공연을 볼 수 있다

아티스트에게 사인을 받다 공연이 모두 끝난 후 사인을 청했다. 힘찬 아빠 북이 멋지게 사인을 해주셨다. 연예인도 아닌데 무슨 사인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 온 가족이 함께 사물놀이 세계일주를 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소중한 사인이랴. 충분한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청계9가에 가면 예술가의 사인을 받게 된다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다. 마침 그날 KBS에서 공연 취재가 진행되고 있었다. 운 좋게 나도 사인 받는 장면 한 컷, 관람하는 장면 한 컷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내 친구들은 관객 인터뷰까지 했다.

청계9가에 가면 방송을 타게 된다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듣다 1 부드러운 엄마 장구에게 세계일주에 대한 이야기와 길거리 공연에 대한 생각을 잠시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얼마 되지 않는 물질적인 유산을 남겨주는 것 보다 세상을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꼼꼼한 계획서를 바탕으로 1년 동안 31개국 100여개 도시를 여행 했어요. 사물놀이로 우리 가족은 더 화목해 졌고 한국 문화도 알리고 외국의 문화도 많이 배웠죠.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사랑하게 되었죠.”

청계9가에 가면 가족을 사랑하게 된다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듣다 2 “세계의 여러 도시에서 공연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어요. 정부의 체계적인 길거리 공연 지원, 공연자들의 전문성과 프로의식, 관객들의 높은 문화향유 수준 등 이제 막 정착하기 시작한 청계천의 길거리 공연 문화에 저희 가족이 작지만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외국을 모방하기 보다는 우리 한국의 특성을 살린 길거리 공연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해요. 예술가들의 의식도 중요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예술가들에 대한 세세한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서울의 경우 유인촌씨가 대표인 ‘서울문화재단’에서 청계천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예술가를 지원해주고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직접 공연을 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는 공연을 위한 홍보나 준비, 치안 유지 등과 같은 세세한 부분에 대한 지원이 많이 아쉬워요. 그렇지만 관객들의 관심과 호응, 모금함에 넣어 주시는 돈도 저희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답니다.”

청계9가에 가면 예쁜 모금함에 문화 지원금을 낼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신청사를 보다 ‘공새미’ 가족과 헤어지며 두물다리 넘어 리모델링 중인 서울문화재단 신청사의 모습이 보였다. 서울문화재단 신청사는 주민과 예술가들이 직접 인테리어를 꾸미고 이름도 정하며 함께 만든다고 한다. 완공 후에는 주민들에게 공간을 개방한다. 일반적으로 청사라면 사무적이고 딱딱한 느낌인데 서울문화재단 신청사는 좀 특별한 것 같다. 올해 7월 완공 예정인 청사가 서울 시민이 꿈꾸는 행복한 문화 놀이터로서의 구심점이 되었으면 한다.

청계9가에 가면 서울문화재단 신청사를 볼 수 있다

삭막하고 위험스러워 보이던 고가도로가 걷히고 그 자리에 청계천이 복원된 후 정말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 맑게 흐르는 청계천이 서울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은 듯 하다. 현재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대학로, 인사동, 충무로가 있지만 이 곳들이 서울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거리라 칭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하다. 서울을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예술 거리는 청계천 거리가 아닐까 한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란 대표적인 상징물, 큰 광장, 문화시설 및 각종 조형물, 멋진 야경, 높은 접근성, 길거리 공연과 지속적인 축제, 각종 이벤트를 항상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곳, 청계천이야 말로 공새미 가족과 같은 길거리 공연 예술가들의 천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청계천아티스트 1기 공새미 가족 웹사이트
▷'서울이 꿈꾸는 문화 놀이터' 서울문화재단


취재 ㅣ 성균웹진 도진국 기자 (jinkook@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