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뉴스/문화읽기

미드 사랑이 몰고온 사극 열풍 ‘이유있는 반란 혹은 진화’2007/10/15뉴스

은바리라이프 2007. 10. 30. 20:14
미드 사랑이 몰고온 사극 열풍 ‘이유있는 반란 혹은 진화’
2007/10/15뉴스엔

[뉴스엔 박선지 기자]

각 방송사의 사극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주간 시청률 톱 10위 안에 사극 4편이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KBS 1TV 주말드라마 '대조영', SBS 월화드라마 '왕과 나’, MBC 월화드라마 '이산’ 과 수목드라마 ‘태왕사신기’가 그것이다.

사극열풍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옛 왕들의 정치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들 수 있다. 현실의 답답한 정치에서 벗어나 위대한 왕들의 업적을 통해 만족을 느끼려는 일종의 현실 도피적 욕망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계절적 요인도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가족 모두를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사극은 여성과 남성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극열풍이 일 때마다 제기됐던 이런 요인들 외에 방송가의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원인도 찾을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미국드라마(이하 미드)의 인기에서 비롯된 이유이다. 케이블 채널들로부터 시작된 미드의 인기가 공중파 방송들에도 이어져 각 방송사들이 앞다퉈 인기 미드를 주말 밤에 방영하고 있다.

미드에 대한 관심은 여섯 남녀의 유쾌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시트콤 ‘프렌즈’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뉴욕에 사는 네 명의 미혼여성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섹스 앤 더 시티’는 한국 젊은 여성들의 큰 공감대를 샀고 주인공들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같은 사랑이야기라도 미드가 우리 시청자들에게 흥미로울 수 있었던 요인은 성에 대해 훨씬 개방적이기 때문이다.

웬트워스 밀러를 주인공으로 한‘프리즌 브레이크’와 ‘히어로즈’는 남성시청자들을 미드사랑에 합류시켰다. 예측 불가능한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멋진 화면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재미를 선사했다. 기존 한국 드라마들의 뻔한 스토리와 제작비 부족으로 인한 부실한 세트들과는 확실히 비교가 됐다.

한국 드라마가 미드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서는 차별성이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가족사의 출생의 비밀, 불륜, 사랑과 배신 등의 진부한 소재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매력이 담긴 드라마를 원했다. 사극은 이같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장르다. 더구나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퓨전 사극들은 한국의 고전을 젊은 세대들이 쉽고 재미있게 보며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신세대 인기 스타들을 주연으로 대거 캐스팅한 것도 새로운 변화다. 사극을 더 이상 어른들만 좋아하는 드라마가 아닌 전세대가 두루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특히 ‘태왕사신기’는 시청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잘 반영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극과 판타지를 가미한 신선한 스토리뿐만 아니라 430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통해 그동안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컴퓨터 그래픽 영상들이 보는 즐거움을 2배로 하고 있다. 현재 방영중인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룬 미드 ‘히어로즈’에 버금가는 영상이라는 네티즌들의 찬사도 눈에 띈다.

드라마들의 사극 전향은 일단 성공적이다. 높은 시청률 못지않게 드라마 전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청자들은 신선한 소재의 사극들에 톡톡히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방송사들의 사극 공세와 또 시청자들의 사극사랑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다가오는 추운 계절이라는 시점도 있지만 모처럼 한국 드라마의 매력과 새로운 시도에 흠뻑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선지 sunsia@news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