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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창작 원천기술’ 선점 경쟁 치열
‘창작 원천기술을 찾아라’.
올해 공연계를 관통할 화두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에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창작 원천기술’을 선점하려는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소극장 창작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낸 30대 전후의 젊은 창작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의 장유정, 추민주를 비롯해 성재준, 원미솔, 박새봄 등 젊은 피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유학파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활황을 맞았던 영화계와 마찬가지로 공연계에도 지난해부터 유학생들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창작의 기반을 닦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연극과 영화, 뮤지컬과 영화의 장르간 교류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와 영화제작사 싸이더스의 합병은 단적인 예다. 현재 진행 중인 영화 ‘은행나무침대’와 ‘싱글즈’의 뮤지컬 제작은 시너지 효과를 노린 새로운 시도다.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가 동반 상승하고,‘영화 ‘올드보이’가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영화감독 김상진이 연극을 연출하는 현상은 이제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뮤지컬의 급성장은 누구도 꺾지 못할 대세. 당장 이달에만 ‘노트르담 드 파리’‘프로듀서스’‘지킬 앤드 하이드’ 등 대작 3편이 경쟁을 벌이고, 이어 ‘십계’‘미스 사이공’‘맘마미아’ 등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일본의 뮤지컬 전문 극단 시키가 올 하반기 롯데월드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할 것인지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반면 연극은 창작극보다 번역극이 우세를 점하는 가운데 한 작품을 장기적으로 공연하는 레퍼토리 전용관이 상설화될 전망이다. 순수 정극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현실을 감안, 소극장 뮤지컬 레퍼토리를 한두개 보유하면서 정극을 같이 올리거나 연극에 뮤지컬적인 요소를 결합한 관객 지향형 작품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도움말 주신 분들 ▲김종헌((주)쇼틱 대표) ▲남기웅(모아엔터테인먼트 대표) ▲송한샘(쇼노트 이사) ▲원종원(뮤지컬평론가) ▲오현실(공연기획사 이다 대표)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학-힘실린 환상코드…문단은 세대교체올 문학계는 여전히 환상코드가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멀티미디어적 상상력이 문학 상상력을 압도하면서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환상적인 경향의 소설이 강세다. 또한 전통시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환상시’가 대중적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여장 남자 시코쿠’로 주목받은 황병승의 시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팩션(faction)이 올해도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역사적 영웅을 다룬 2005년의 팩션과 달리,2006년의 팩션은 황우석 사태의 영향을 받아 개인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역사에 기대어 말하는 고발성 내지 폭로성 팩션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단 일각에서는 90년대 문학이 끝났다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은 올해 김애란, 한유주 등 80년대산(産) 젊은 작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리란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사회현실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글쓰기를 자랑하는 이들은 사회문제를 다루더라도 이전의 작가들과는 접근법이 사뭇 다르다. 우선 죄의식을 지닌 어두운 주인공이 등장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흐름은 내면의 성찰에 빠져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던 작가들이 ‘타자’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등의 올 활동은 새삼 주목된다. 강영숙 등의 예에서 보듯 옌볜 조선족이나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등의 소재도 보다 활발히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인터넷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설문법의 파괴, 가볍고 찰나적인 주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 등이 본격문학을 잠식하면서 마치 영화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이 인기를 몰아가고 있다. 복고주의 경향도 뚜렷하다. 개인적인 향수 내지 사회적 향수를 다루는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다.
외국 소설은 어떤 경향을 보일까. 지난해에는 ‘연금술사’‘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등 리바이벌 소설이 붐을 이뤘는데, 이런 경향은 올해 한층 심화될 듯하다.
문학 외적인 상황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문단은 월드컵의 열기로 독자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면서 상반기부터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학작품들 또한 왜소해질 것이다.
●도움말 주신 분들 ▲문흥술(문학평론가·서울여대 교수) ▲정끝별(시인·명지대 교수) ▲심상대(소설가) ▲김형중(문학평론가 )▲정은숙(시인)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술-순수한 추상·설치 퇴조 소프트 리얼리즘 뜬다‘추상미술 퇴보, 리얼리즘 부활’‘복고적 민화, 현대적 산수화 부각’
미술계에선 난해한 추상보다는 구상, 설치미술보다는 회화쪽이 강세를 띨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전통 산수화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직 우리 관람객들의 작품에 대한 눈높이가 형상성이 있는 작품에 머물러 있는데다 화랑에서도 팔리는 작품 위주로 전시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마치 현대미술의 대표인양 전성기를 구가하던 설치미술이 퇴보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뒷받침한다. 요즘 미술계에선 ‘그 많던 설치 미술가들은 어디에 갔나.’란 말이 나돌 정도로 설치미술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순수한 추상보다는 형상성을 가지면서 소프트한 추상이 들어간 작품이 각광받을 것 같다.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을 비롯, 이왈종, 김병종, 김홍주와 같은 이들의 작품이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환기의 구상이 실린 추상, 장욱진·이중섭의 작품류도 이같은 흐름을 타고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반면 작고 작가들 가운데 높이 평가받았던 김기창, 장우성 같은 이들의 그림값은 갈수록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함께 산수화나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그리고 현대적 기법의 민화도 높은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나무를 다듬어 그 위에 전통적 소재를 그리는 김덕용, 꽃·인삼 등 잡다한 것들을 컬러풀한 민화로 표현하는 김은진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 산수화에 홀로그램 처리를 하는 신예 김현지도 눈에 띄는 작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지털 감각으로 무장한 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가벼운 일상에 예술성을 부여한 작품들도 주목의 대상이다. 또 구상회화의 복귀와 맞물려 다양한 국토 현장과 자연, 환경을 주제로 한 작품도 늘어날 것 같다. 서양화가 강요배·임옥상, 한국화가 김선두·김호석·문봉선·이호신 등이 대표주자다.
미술관, 박물관의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도 늘어날 것이다. 국·공립 미술관 관장에 대한 평가 척도로 ‘흥행’ 실적이 중시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관객몰이식 전시는 우리 미술 발전에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미술인들이 많다.
●도움말 주신 분들 ▲최선호(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서양화가) ▲석철주(추계예술대 교수·한국화가) ▲이호신(한국화가)▲김춘옥(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 ▲이태호(명지대 교수·미술평론가)▲최열(가나미술연구소 기획실장·미술평론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